책 소개
식물이라는 나침반을 따라 걷는 초록의 여정
자연을 만나 삶의 기쁨을 찾은 식물화가의 이야기
『하루 5분의 초록』 저자이자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우리 나무 이름 사전』의 삽화를 그린 식물화가 한수정이 식물을 만나 삶의 길을 찾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지은이는 이 책에서 우리 주변의 식물과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줄 수 있는지, 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식물화를 공부한 지은이는 결혼 후 이어졌던 6년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춘천에 자리 잡는다. 오랜 시간 낯선 타국을 옮겨다니며 생겨난 마음의 병은 춘천의 자연 가까이 사는 동안 조금씩 치유된다. 마음의 생기를 되찾으면서 언제나 목말랐던 자신만의 일을 찾아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살핀다. 식물 그림을 그리고, 나뭇잎 스탬프를 제작하고, 지역 도서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어린이들의 자연 교육에 참여하는 등 점차 식물화가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나간다.
삶에도, 생활에도, 어수룩했던 지은이를 어엿한 한 사람으로 서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이었다. 그러한 자연에 고마움을 느끼는 만큼, 이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의 고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나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은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젖어들었던 편리를 위한 문명의 이기들을 멀리하기 시작하고 일상의 수고로움을 늘리는 생활을 시작한다.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자연과 교감하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집 앞에 자리한 나무 한 그루, 숲에서 만나는 다양한 동식물, 텃밭에서 일구는 작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위안을 주는지 느낄 수 있다. 또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지은이에게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조용하지만 힘 있게 들려주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36점에 이르는 아름다운 그림과 나뭇잎, 곤충 스탬프는 자연이 간직한 경이로움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해줄 것이다.
“식물을 바라볼 때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파도가 일렁였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따금 암흑 속을 헤매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지은이의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공부를 하는 남편을 따라 6년간 외국 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아이들 역시 자꾸 바뀌는 환경 때문에 언어에 혼란이 온 터였다. 그때 위기에 빠진 지은이의 가족에게 춘천이 손짓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사방이 산과 강이고, 조금만 나가면 바다인 춘천에 살면서 가족은 조금씩 미소를 찾아간다. 지은이는 자신을 위한 공간을 찾아 ‘강원도립화목원’을 자주 방문한다. 그곳에서 각종 식물들을 만나며 다시 그림을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화목원의 식물들을 하나씩 그려나가던 중 지은이는 지우개 조각을 접하고, 곧 나뭇잎을 지우개 스탬프로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에 그치지 않고, 실제 나뭇잎과 비교하며 우리 주변의 식물들에 한 발짝 다가가도록 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63종의 스탬프를 모아 포스터를 만드는 크라우드 펀딩은 성공적이었다. 펀딩을 시작할 때까지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까 막연히 불안해했는데, 나뭇잎 포스터에 대한 호응은 뜨거웠다. 이 작은 성공에 처음으로 ‘세상 속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후 스탬프 작업이 발판이 되어 도서관에서의 전시회, 스탬프를 이용한 어린이 교육 활동 등 점차 지역 작가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간다.
최소한의 자연인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막 춘천에 적응할 무렵 남편은 다른 지방에 더 좋은 직장을 얻는다. 당연히 온 가족이 이사를 갈 것이라고 생각한 남편과 달리 지은이는 고민 끝에 단호하게 춘천에 남기로 한다. 남편의 꿈과 삶을 존중하지만, “이젠 내 꿈과 삶도 존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년의 시간을 약속하고, 남편 없이 아이들과 살 시골집을 찾는다.
도시의 아파트와는 다르게 시골집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변기가 역류하고 수돗물이 얼고 보일러가 고장 나는 상황에서 두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야 했다. 그동안 막연한 보호 속에서 안일하고 수동적인 태도로 살아왔던 지은이는 시골집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며 점점 더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 된다.
자연에 관심을 가지면서 점차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지은이는 최소한의 소비를 하기로 결심한 뒤 웬만한 물건들은 손수 만들고 고쳐 쓰기 시작한다. 시장을 볼 때도 가능하면 비닐봉지를 쓰지 않기 위해 용기를 가져가 담아 오고, 텃밭을 일구며 음식물 찌꺼기를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아닌 퇴비로 만들어 생태계 속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한다. 약속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도시의 아파트로 이사 온 뒤에도 이런 실천은 이어진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만큼은 아닐지라도 그것을 위해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하는 것, 현대 사회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지만 이런 작은 수고로움들이 모여 우리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는 자연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는 방법을 식물화가인 저자가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풀어가는 책이다. 섬세한 글과 함께 실린 그림은 우리 주변에 있지만 무심히 지나치곤 했던 식물을 아름답게 그려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상상력을 펼치게 했다.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가며 지은이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을 진지하게 성찰한다. 자연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은 공감을 일으키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주은(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가게 알맹상점 공동대표)
작가 소개
한수정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졸업 후 아버지의 농장 일을 도우면서 식물에 관심이 생겼다. 식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진로를 모색하던 중, 영국 식물화가 협회 Society of Botanical Artists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식물화를 배웠다. 6년의 외국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춘천에 자리 잡고 강원도립화목원의 협력 작가로 활동하며 나뭇잎 스탬프와 나뭇잎 포스터를 제작했다. 저서로 『하루 5분의 초록』이 있으며,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 삽화를 그렸다.
목 차
들어가는 글-식물을 따라 걷는 길
1부 식물을 따라 걷다
필연의 공간
늘 곁에 있던 식물들
식물이라는 나침반
춘천, 새로운 일상
화목원의 봄
나무의 시간
열매를 키우는 여름날
곤충 찾기 놀이
단풍잎을 주우며
산책 친구
겨울 풍경 속에는
계절
2부 땅을 밟고 산다는 것
감각하는 생명
도시의 플라타너스
나의 길을 찾아
나뭇잎 스탬프
도서관에서의 첫 개인전
마을선생님
춘천에 남다
나의 시골집
시골의 밤
긴장의 날들
울타리 안의 생명들
텃밭의 가르침
벚나무의 죽음
작은 동산 속 우주
빈 나무
3부 한 사람으로 서기 위하여
온화하지 않은 자연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마땅한 수고로움
물건들의 수명 늘리기
손으로 보듬는 살림
선택하는 삶
등원 산책길
새 터전으로
4부 바로 여기, 오늘을 살다
서식지의 조건
우리 동네의 초록 지도
다시 만난 물까치
반가운 퇴비장
주말엔 산으로
베란다 정원
시장 보러 가는 길
새들의 방문
발자국 앞에서
부지런한 삶
닫는 글- 다시 꾸는 꿈
찾아보기
본문 그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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