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나는 아이를 위한 기본법으로 자유대헌장을 주장한다.
다른 것도 있겠지만, 나는 다음 세 가지 기본권을 찾아냈다.
자기 죽음에 대한 어린이의 권리
오늘 하루에 대한 어린이의 권리
자기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어린이의 권리
1.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모든 부모들과 교사들의 화두일 것이다.
교육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버린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는 수많은 양서와 교육이론을 통해 교육에 대한 방법과 철학을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못하다. OECD 가입 국가 중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이라는 암담한 현실은 과연 오늘의 교육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무너져가는 공교육, 그칠 줄 모르는 사교육 열풍, 최근 들어서는 핀란드식 교육열풍에 각종 대안학교까지 범람하고 있지만 현실의 교육은 쉽사리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야누쉬 코르착의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는 우리에게 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때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 전인 1914~1916년이었다. 100년 전의 성찰과 사색임에도 오늘의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면서도 구체적이다. 그가 아이들과 더불어 살며, 평생을 아이들의 삶을 부여잡고, 이를 대변했던 생생한 경험들이 녹아 있는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에는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코르착은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의 기본권을 말한다. 바로 죽음에 대한 권리, 오늘 하루에 대한 권리, 원래 자기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권리이다. 코르착은 이를 어린이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요구하고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권리라고 강조한다. 그는 가정에서, 또 학교의 기숙사와 여름 거주지, 고아원의 일상을 탐구하면서 어린이가 공동체의 진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서로를 돌보고 자치 회의와 법정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며 시민으로 성숙해나가는 과정은 ‘어린이의 공화국’이 왜 필요한지, 또 가까운 곳에서 건설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의 변호자가 되었던 삶
야누쉬 코르착, 그를 한마디로 소개하면 뭐라고 할까? 교육문필가? 의사? 교사? 아니면 소크라테스 같은 기괴한 철학자?
사람들은 처음엔 그를 비할 데 없이 독창적인 교육문필가로 만나지만, 그의 저작들이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하루하루 감당하기 어려운 생의 고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이례적 삶의 사건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야누쉬 코르착은 유대계 폴란드인으로 아이들을 소재로 한 문필활동과 의학공부로부터 그의 청소년기와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평생을 소아과 의사로 일했지만, 의사란 실은 버려진 아이들을 돕고 그들과 벗하기 위한 도구일지언정, 사회 명망가로 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동화에서부터 수필식 이론서, 강연과 논문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쓰기는 오늘날 ‘이야기 교육학’이라는 양식에서 손꼽아볼 수 있는 탁월한 사례에 속한다. 특히 그는 대표적인 저서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를 통해 그의 이름을 폴란드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로 그리고 차츰 전 세계로 널리 알렸다.
하지만 그의 최후는 찢어지는 비통함이었다. 폴란드에 독일군이 진주하고 ‘유대인 문제의 마지막 해결책’이라는 공포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가스실로 향했던 것이다. 1942년의 이 사건을 역사는 ‘실종’으로 기록하고 있다.
코르착의 사상과 활동은 이른바 ‘개혁교육운동’(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엽 사이, 엘렌 케이에서 마리아 몬테소리에 이르기까지)의 맥락에서 짚어봐야 한다. 이 시기 일단의 개혁자들은 어떻게 국가가 손쉽게 아이들의 삶을 독차지하는지, 어떻게 학교 교육으로 삶 전체가 메마른 지식덩어리로 대치돼 버리는지 주목하면서, 아이들과 인간 삶의 본뜻을 밝히기 위한 여러 운동에 참여했다.
코르착은 그런 뜻에서 그가 살던 폴란드에서 폴란드와 유대 어린이들의 삶을 부여잡고 이들을 사랑하고, 이를 글로, 자신의 몸으로 대변하려 했다. 그렇게 그는 온갖 무지와 오해의 희생물이 돼버린 ‘아이들의 변호자’로 나서려 한 것이었다.
3. 야누쉬 코르착, 그를 제대로 읽으면 아이들이 보인다
“조심하세요. 현대에 탄생한 강력한 괴물이 있습니다. 탐욕스러운 인간이라는 괴물. 그는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지시합니다. 약한 자를 돌보는 듯한 태도는 거짓이고, 노인과 여성의 권리를 존중한다거나 아이들에게 친?을 베푼다는 것은 위선입니다…. 진정한 감정의 대가, 시인, 사색가는 다름 아닌 아이들입니다.”
코르착은 1924년 국제연맹(ILF)이 ‘아동인권선언’을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아동인권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국제연맹이 발표한 선언문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는 “선언문은 선의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강요해야 한다”고 했다.
오랫동안의 논란과 작업 끝에 1989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아동인권협정이 채택되었는데, 이것은 코르착 사상에 근거해 폴란드에서 작성한 초안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여기에는 모든 어린이가 교육, 사회와 의료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 모든 어린이가 착취, 학대, 전쟁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어린이들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그들과 상의해야 할 것 등이 명시돼 있었다.
그가 발전시킨 교육방법론에서 우리는 번득이는 독창적 정신을 본다. 그는 영국의 ‘서머힐 학교’(Summer Hill School)와 같은 여러 자유교육운동에서처럼 일찍이 ‘어린이 법정’ 또는 ‘어린이 공화국’이라는 것을 실험했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권위주의적 학교 생활방식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으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민주적 생활과 의사결정 방식, 즉 ‘자기통제의 원리’를 체험하도록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좀더 자세히 코르착의 면면을 대하고 본문을 읽어 내려가면, 어째서 이제까지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상할 것 없는 것이 서구 사회 역시 그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위대함은 반드시 당대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이제 그를 발견하고 매혹당하고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처럼 코르착의 대표작이라 할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미술 전시회장에서 인상적 그림을 지날 때 쉬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를 코르착의 사상, 특히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그의 철학 앞에서 멈춰 서게 만들고 있다.
▣ 작가 소개
저 : 야누쉬 코르착
Janusz Korczak,본명 : 헨릭 골드쉬미트
야누쉬 코르착(Janusz Korczak)은 필명(筆名)으로 본명은 헨릭 골드쉬미트(Henryk Goldszmit)였다. 코르착은 1878년 바르샤바의 유대계 폴란드인 가정에서 태어나 1942년 2차 대전 중 폴란드에 진주한 독일군에 의해 트레블랑카의 집단수용소에서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과 함께 죽음을 맞기까지, 의료 및 교육 실천과 문학 작품 활동을 통해서 평생 동안 어린이들을 돌보고 사랑하고 이해하는데 이례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엽에 걸쳐 화려하게 개화되었던 교육개혁운동의 시기에 살았다. 하지만 그가 그러한 운동의 흐름들과 무슨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차라리 고독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는 오랫동안 현대사에 묻혀 있었다. 폴란드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를 알리기 시작했고, 그의 저서들과 생애가 하나둘씩 국경을 넘어 차츰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갑자기 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폴란드와 이스라엘을 넘어서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북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사람들은 그에 대하여 몰두하게 되었다.
그런 만큼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한 크고 작은 수많은 논문들이 출간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코르착 연구가 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독일에서 1981년 에리히 다우첸로트가 그의 전기를 썼고, 1987년에는 볼프강 펠처가 다시금 그를 조명하였다. 미하엘 랑항키는 코르착의 교육학을 처음으로 학문적으로 자리매김하였다(1994년). 한편 미국에서는 1988년 한 여류 연구가에 의해 지금까지 나온 것 가운데서 가장 포괄적인 것이라고 할 만한 코르착 전기가 출판되었다.
역 : 송순재
길이 열리는 대로 이곳저곳에서 철학과 신학, 교육학 등을 공부했다. ‘학자로서 이 시대를 산다는 게 무언가?’ 하는 생각이 깊어져 때때로 소위 ‘정도’와는 다른 길을 찾아다녔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친구들과 같이 대안교육운동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혁신학교운동도 거들고 있다. 십 수 년 전부터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 <학교교육연구회> 같은 모임도 꾸려 ‘교사로 산다는 것’, 혹은 ‘학교를 단위로 한 변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놓고 씨름해왔다. 얼마 전부터는 몸으로 사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에서 목수일, 농사일, 예술 같은 주제들 주위를 맴돌고 있다. 최근에 펴낸 책으로는 『교사, 대안의 길을 묻다』, 『아이들이 위험하다』,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자유교육』 등이 있다.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떠돌던 생각을 한데 모아 실험적 형식으로 짜본 것이다.
역자 : 안미현
한국외국어대학과 동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독일언어문화학과에 재직하며 독일 문학과 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 외에도 젠더 문제와 수사학, 번역학 등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고, 저서로는 『에프라임 레싱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구조적 관련성(독문)』, 대표 논문으로는 『문화적 기억과 기억의 수사』, 『독일 낭만주의의 번역, 해석, 비평』 등 다수가 있다. 역서로는 『이브의 역사』, 『아우스터리츠』, 『수사학의 재탄생 』 등을 출판했다.
▣ 주요 목차
개정판 옮긴이 서문
1부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
2부 기숙사
3부 여름 거주지
4부 고아원
개정판 옮긴이 해설
나는 아이를 위한 기본법으로 자유대헌장을 주장한다.
다른 것도 있겠지만, 나는 다음 세 가지 기본권을 찾아냈다.
자기 죽음에 대한 어린이의 권리
오늘 하루에 대한 어린이의 권리
자기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어린이의 권리
1.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모든 부모들과 교사들의 화두일 것이다.
교육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버린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는 수많은 양서와 교육이론을 통해 교육에 대한 방법과 철학을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못하다. OECD 가입 국가 중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이라는 암담한 현실은 과연 오늘의 교육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무너져가는 공교육, 그칠 줄 모르는 사교육 열풍, 최근 들어서는 핀란드식 교육열풍에 각종 대안학교까지 범람하고 있지만 현실의 교육은 쉽사리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야누쉬 코르착의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는 우리에게 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때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 전인 1914~1916년이었다. 100년 전의 성찰과 사색임에도 오늘의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면서도 구체적이다. 그가 아이들과 더불어 살며, 평생을 아이들의 삶을 부여잡고, 이를 대변했던 생생한 경험들이 녹아 있는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에는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코르착은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의 기본권을 말한다. 바로 죽음에 대한 권리, 오늘 하루에 대한 권리, 원래 자기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권리이다. 코르착은 이를 어린이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요구하고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권리라고 강조한다. 그는 가정에서, 또 학교의 기숙사와 여름 거주지, 고아원의 일상을 탐구하면서 어린이가 공동체의 진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서로를 돌보고 자치 회의와 법정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며 시민으로 성숙해나가는 과정은 ‘어린이의 공화국’이 왜 필요한지, 또 가까운 곳에서 건설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의 변호자가 되었던 삶
야누쉬 코르착, 그를 한마디로 소개하면 뭐라고 할까? 교육문필가? 의사? 교사? 아니면 소크라테스 같은 기괴한 철학자?
사람들은 처음엔 그를 비할 데 없이 독창적인 교육문필가로 만나지만, 그의 저작들이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하루하루 감당하기 어려운 생의 고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이례적 삶의 사건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야누쉬 코르착은 유대계 폴란드인으로 아이들을 소재로 한 문필활동과 의학공부로부터 그의 청소년기와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평생을 소아과 의사로 일했지만, 의사란 실은 버려진 아이들을 돕고 그들과 벗하기 위한 도구일지언정, 사회 명망가로 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동화에서부터 수필식 이론서, 강연과 논문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쓰기는 오늘날 ‘이야기 교육학’이라는 양식에서 손꼽아볼 수 있는 탁월한 사례에 속한다. 특히 그는 대표적인 저서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를 통해 그의 이름을 폴란드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로 그리고 차츰 전 세계로 널리 알렸다.
하지만 그의 최후는 찢어지는 비통함이었다. 폴란드에 독일군이 진주하고 ‘유대인 문제의 마지막 해결책’이라는 공포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가스실로 향했던 것이다. 1942년의 이 사건을 역사는 ‘실종’으로 기록하고 있다.
코르착의 사상과 활동은 이른바 ‘개혁교육운동’(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엽 사이, 엘렌 케이에서 마리아 몬테소리에 이르기까지)의 맥락에서 짚어봐야 한다. 이 시기 일단의 개혁자들은 어떻게 국가가 손쉽게 아이들의 삶을 독차지하는지, 어떻게 학교 교육으로 삶 전체가 메마른 지식덩어리로 대치돼 버리는지 주목하면서, 아이들과 인간 삶의 본뜻을 밝히기 위한 여러 운동에 참여했다.
코르착은 그런 뜻에서 그가 살던 폴란드에서 폴란드와 유대 어린이들의 삶을 부여잡고 이들을 사랑하고, 이를 글로, 자신의 몸으로 대변하려 했다. 그렇게 그는 온갖 무지와 오해의 희생물이 돼버린 ‘아이들의 변호자’로 나서려 한 것이었다.
3. 야누쉬 코르착, 그를 제대로 읽으면 아이들이 보인다
“조심하세요. 현대에 탄생한 강력한 괴물이 있습니다. 탐욕스러운 인간이라는 괴물. 그는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지시합니다. 약한 자를 돌보는 듯한 태도는 거짓이고, 노인과 여성의 권리를 존중한다거나 아이들에게 친?을 베푼다는 것은 위선입니다…. 진정한 감정의 대가, 시인, 사색가는 다름 아닌 아이들입니다.”
코르착은 1924년 국제연맹(ILF)이 ‘아동인권선언’을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아동인권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국제연맹이 발표한 선언문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는 “선언문은 선의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강요해야 한다”고 했다.
오랫동안의 논란과 작업 끝에 1989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아동인권협정이 채택되었는데, 이것은 코르착 사상에 근거해 폴란드에서 작성한 초안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여기에는 모든 어린이가 교육, 사회와 의료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 모든 어린이가 착취, 학대, 전쟁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어린이들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그들과 상의해야 할 것 등이 명시돼 있었다.
그가 발전시킨 교육방법론에서 우리는 번득이는 독창적 정신을 본다. 그는 영국의 ‘서머힐 학교’(Summer Hill School)와 같은 여러 자유교육운동에서처럼 일찍이 ‘어린이 법정’ 또는 ‘어린이 공화국’이라는 것을 실험했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권위주의적 학교 생활방식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으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민주적 생활과 의사결정 방식, 즉 ‘자기통제의 원리’를 체험하도록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좀더 자세히 코르착의 면면을 대하고 본문을 읽어 내려가면, 어째서 이제까지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상할 것 없는 것이 서구 사회 역시 그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위대함은 반드시 당대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이제 그를 발견하고 매혹당하고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처럼 코르착의 대표작이라 할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미술 전시회장에서 인상적 그림을 지날 때 쉬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를 코르착의 사상, 특히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그의 철학 앞에서 멈춰 서게 만들고 있다.
▣ 작가 소개
저 : 야누쉬 코르착
Janusz Korczak,본명 : 헨릭 골드쉬미트
야누쉬 코르착(Janusz Korczak)은 필명(筆名)으로 본명은 헨릭 골드쉬미트(Henryk Goldszmit)였다. 코르착은 1878년 바르샤바의 유대계 폴란드인 가정에서 태어나 1942년 2차 대전 중 폴란드에 진주한 독일군에 의해 트레블랑카의 집단수용소에서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과 함께 죽음을 맞기까지, 의료 및 교육 실천과 문학 작품 활동을 통해서 평생 동안 어린이들을 돌보고 사랑하고 이해하는데 이례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엽에 걸쳐 화려하게 개화되었던 교육개혁운동의 시기에 살았다. 하지만 그가 그러한 운동의 흐름들과 무슨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차라리 고독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는 오랫동안 현대사에 묻혀 있었다. 폴란드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를 알리기 시작했고, 그의 저서들과 생애가 하나둘씩 국경을 넘어 차츰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갑자기 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폴란드와 이스라엘을 넘어서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북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사람들은 그에 대하여 몰두하게 되었다.
그런 만큼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한 크고 작은 수많은 논문들이 출간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코르착 연구가 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독일에서 1981년 에리히 다우첸로트가 그의 전기를 썼고, 1987년에는 볼프강 펠처가 다시금 그를 조명하였다. 미하엘 랑항키는 코르착의 교육학을 처음으로 학문적으로 자리매김하였다(1994년). 한편 미국에서는 1988년 한 여류 연구가에 의해 지금까지 나온 것 가운데서 가장 포괄적인 것이라고 할 만한 코르착 전기가 출판되었다.
역 : 송순재
길이 열리는 대로 이곳저곳에서 철학과 신학, 교육학 등을 공부했다. ‘학자로서 이 시대를 산다는 게 무언가?’ 하는 생각이 깊어져 때때로 소위 ‘정도’와는 다른 길을 찾아다녔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친구들과 같이 대안교육운동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혁신학교운동도 거들고 있다. 십 수 년 전부터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 <학교교육연구회> 같은 모임도 꾸려 ‘교사로 산다는 것’, 혹은 ‘학교를 단위로 한 변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놓고 씨름해왔다. 얼마 전부터는 몸으로 사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에서 목수일, 농사일, 예술 같은 주제들 주위를 맴돌고 있다. 최근에 펴낸 책으로는 『교사, 대안의 길을 묻다』, 『아이들이 위험하다』,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자유교육』 등이 있다.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떠돌던 생각을 한데 모아 실험적 형식으로 짜본 것이다.
역자 : 안미현
한국외국어대학과 동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독일언어문화학과에 재직하며 독일 문학과 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 외에도 젠더 문제와 수사학, 번역학 등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고, 저서로는 『에프라임 레싱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구조적 관련성(독문)』, 대표 논문으로는 『문화적 기억과 기억의 수사』, 『독일 낭만주의의 번역, 해석, 비평』 등 다수가 있다. 역서로는 『이브의 역사』, 『아우스터리츠』, 『수사학의 재탄생 』 등을 출판했다.
▣ 주요 목차
개정판 옮긴이 서문
1부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
2부 기숙사
3부 여름 거주지
4부 고아원
개정판 옮긴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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