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산타 할아버지는 왜 우리 집에만 안 와요?
난 진짜 화났어요!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도 한 번쯤은 이렇게 물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왜 우리 집에만 안 올까? 울지도 않고, 착한 일도 많이 했는데! 그러면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내년에는 더 착한 일을 많이 하라고, 산타 할아버지가 바쁘신가 보다고 다독이거나 가볍게 웃어넘기고 만다. 하지만 속상하고 서운한 어린이들에게는 같이 화내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린이는 어린이인 것으로 충분히 선물받을 만하다고 말해 줄 사람은 없을까?
『앵그리 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도, 값비싼 선물도 없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시시껄렁한 선물’로 우리 아이들을 속상하게 하는 ‘산타라는 고약한 영감’을 혼쭐내 줄 꽃할매가 있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복수를 선언한 우리 동네 꽃할매! 이 기막힌 복수는 제멋대로 ‘착한 어린이’를 정하기 일쑤인 어른들을 뜨끔하게 하고, 어린이들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 줄 것이다.
산타가 ‘또’ 오지 않은 크리스마스에도 신나는 일은 벌어진다!
병두는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누나를 못살게 군다. 지난밤 산타 할아버지가 또 병두네 집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맡에 선물이 없어 속상하기는 누나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말한 것처럼 산타 할아버지는 세상에 없는지 모른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다니, 말도 안 된다는 걸 병두도 잘 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기다리게 되는 것이 병두, 아니 모든 어린이들의 속마음이다. 그때 문을 벌컥 열고 찾아온 꽃할매는, 이제껏 우리가 본 어른들과는 좀 다르다. 꽃할매네 집에도 안 온 걸 보니 인정머리가 없다는 둥, 까마귀 고기를 많이 먹어서 똥배가 불룩하다는 둥…… 큰 소리로 산타 할아버지를 흉본다. 다 싫다며 이불을 뒤집어썼던 병두는 어느새 꽃할매와 밥상에 마주앉는다. 밥을 푹푹 먹으며 분통을 터뜨린다.
“내일 학교도 가기 싫어요! 선재는 새 자전거가 생겼을 거고, 정호는 게임기를 자랑할 거예요. 경준이는 내가 못돼서 선물이 없다고 놀릴 거고요. 어휴, 분해!” (18-19쪽 중에서)
꽃할매는 병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큰 소리로 맞장구치고, 함께 화를 낸다. 급기야 ‘산타에게 복수하자’고 제안한다. 시무룩하던 어린 주인공들,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이 기대감으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과연 어떤 신나는 일이 벌어질까?
신기하고, 귀엽고, 통쾌한 복수
꽃할매의 꽃밭에 커다란 솥이 걸린다. 산타 할아버지를 정말로 아프게 할 방법을 차마 고르지 못한 아이들 때문에, 꽃할매는 아쉬운 대로 산타 할아버지가 눈물, 콧물에 재채기를 하게 할 물약을 끓인다. 병두와 누나는 할머니를 도와 솥 안에 고춧가루, 후춧가루를 잔뜩 넣는다. 분이 풀릴 때까지! 꽃할매의 부채질을 따라 하늘로 연기가 피어오르자, 저 멀리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꽃할매의 복수 방법은 기발하고 독특하다. 커다란 솥에 고추를 잔뜩 넣고, 휘휘 젓는 사이 병두와 누나는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다. 실컷 웃고, 신나게 춤을 춘다. 꽃할매가 솥에 넣고, 연기가 되어 하늘로 사라지게 한 것은 병두 남매의 마음속 응어리다. 선물을 받으려면 착하게 굴라고, 누나니까 동생을 보살피라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지운 마음의 짐을 꽃할매는 통쾌하게 날려 버린다.
『앵그리 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마법처럼 어린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독자들은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을 따라 화내고, 웃으며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낼 것이다.
어떤 어린이에게나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우리 삼신할머니의 등장
옥탑방에서 꽃밭을 가꾸고, 폐지를 주우러 돌아다니는 꽃할매는 동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보면 꽃할매는 아주 신기한 힘을 가졌다. 한겨울에도 꽃할매의 꽃밭엔 싱싱한 꽃이 가득하고, 기분이 좋을 땐 폐지를 가로등처럼 높이 쌓아 올린다. 게다가 병두와 누나에게 ‘막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선물을 주었다’고 말한다.
“언제긴. 너희가 막 태어났을 때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 작고 토실토실한 궁둥이에 냅다 뽀뽀를 해 버렸단다. 그 바람에 너희 궁둥이에 시퍼렇게 멍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꽃할매가 껄껄 웃었어요.
“내가 태어날 때 할머니가 있었다고요?”
“당연하지. 그런 자리에 내가 빠지면 안 되지.” (59쪽 중에서)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 궁둥이에 뽀뽀를 해 주었다는 꽃할매는 바로 삼신할머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종교와 문화를 떠나 모두에게 사랑받는 반면, 삼신할머니는 아이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신화 속 인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삼신할머니는 『앵그리 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 속에서 바로 지금의 아이들을 위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선물을 핑계로 아이들을 속상하게 하는 산타 할아버지에 맞서고, 텅 빈 집에 종일 저희끼리 있어야 하는 외로운 아이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꽃할매’로 말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이 푸근하고 매력적인 꽃할매에게 폭 빠질 것이다. 그리고 함께 읽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어른’의 역할,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가와 화가의 만남!
제2회 비룡소문학상을 받은 성완 작가는 길지 않은 이력에 비해 폭넓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재기발랄한 『다락방 명탐정』 시리즈가 어린이를 쉴 새 없이 웃게 했다면, 평범한 아이들의 외로운 속내를 다독인 『내 동생이 수상하다』는 어른들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하는 동화다. 김효은 선생은 최근 어린이책 동네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가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서정적인 화풍으로 사랑받아 오다,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으로 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로 분야는 다르지만, 따뜻한 시선과 아기자기한 유머라는 점에서 꼭 닮은 셈이다.
『앵그리 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는 작가와 화가의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짧은 글에 담긴 인물들의 개성과 심리 변화는, ‘꽃밭’을 형상화한 꽃할매의 옷이나 아이들의 표정 변화 속에 섬세하게 스며 있다. 이 책은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글과 그림에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내며 읽는 재미를 알려 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성완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제2회 비룡소문학상을 받았고, 그동안 『내 동생이 수상하다』, 『축구왕 차공만』, 『다락방 명탐정』 시리즈를 썼다.
그린이 : 김효은
한양대학교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일러스트레이션 교육기관 ‘입필’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책 《나는 지하철입니다》가 있고 그림을 그린 책은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함께 사전》 《아홉 살 느낌 사전》 《행복은 내 옆에 있어요》 《민지와 다람쥐》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아홉 살 마음 사전》은 2학년 2학기 국어 ㉮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 차
하나 병두가 뿔났다!
둘 산타에게 복수하기
셋 꽃할매의 기막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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