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려고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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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용택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16/04/20
형태사항p.94p. A5판:21cm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464023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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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이들의 현실을 읽어야 진정한 동시입니다.”
각박한 환경 속에서 파란 신호등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동시집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 김용택이 2012년 『할머니의 힘』 이후 4년 만에 동시집을 선보인다. 오랜 기간 시인의 동시집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짧고 긴 36편의 동시를 담은 『어쩌려고 저러지』는 도시 아이들과 시골 아이들, 세상 이치를 막 발견해 가는 아이와 주름만큼 깊은 삶의 지혜를 손주에게 물려주는 노인 등 서로 다른 장소, 서로 다른 세대의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무엇이 됐든 시인이 가진 나침반은 아이들을 향해 있다. 시인은 늘 아이들의 현실을 읽어야 진정한 동시라고 말해 왔다. 38년간 몸담았던 학교를 오래전 떠나와서 아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그의 감각은 더 예민해져 아이들의 몸짓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좇는다. 건널목 앞에서 어깨가 축 처진 채 대화를 주고받는 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귀가 쫑긋 서고, 동생만 편애하는 엄마 때문에 서운한 형의 투정에 고개를 주억거려 주기도 한다.

누나 잠 와?
왜?
하마처럼 하품을 하잖아.
응. 어젯밤, 잠을 못 잤어. 너는?
왜?
가방이 그렇게 무겁냐. 어깨가 축 처졌어.
아니.
그럼?
오늘 시험 봐.
너도 잠 못 잔 모양이구나.
응.
“가자, 파란불이다.”
힘내.
누나도.

「파란 신호등」 전문

누나를 잠 못 들게 한 걱정거리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시험 때문에 잠 못 이룬 동생을 누나는 힘내라며 응원한다. 동생 역시 그렇다. 마침 켜진 파란불이 아이들의 걸음을 씩씩하게 인도한다. 이 동시는 등에 멘 가방만큼 걱정거리를 업고 사는 아이들에게 희망에 찬 내일을 축원한다. 더불어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까지 무겁고 각박한 굴레를 씌운 어른들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한다. 이 성찰은 바다로 날아가는 나비를 보며 어쩌려고 저러지 어쩌려고 저러는 거지, 걱정하는 시인의 탄식을 통해 더욱 절실해진다.

마당에 나비가
날아왔어요.
나비는 흰나비,
나비가 마당을 지나
돌담을 넘더니
밖으로 날아갑니다.
마늘밭을 지나
시금치밭을 지나
팽나무 곁을 지나
길을 건너
모래밭을 지나
바다로 날아갑니다.
나풀나풀, 나풀나풀
물에 닿을 듯 말 듯
바다 위를 날아갑니다.
어쩌려고 저러지
어쩌려고 저러지
저 나비가
어쩌려고
지금
저러는 거지.

「어쩌려고 저러지」 전문

길을 건너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나비. 파도에 닿을 듯 말 듯 한 나비의 날갯짓을 걱정스레 따라가는 시인의 눈. 이 시는 모두에게 뼈아픈 기억으로 각인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무너지고 만 이 시대의 양심, 눈먼 어른들의 거짓에 왜, 라는 물음을 던지며 옳은 길에 대해 답을 묻는다. 더 이상 길이 아닌 곳으로 귀한 아이들을 보내지 않기 위해 더 이상 길이 아닌 곳으로는 가지 말자고 공동의 약속을 굳게 벼리는 반성문인 것이다.

“나름대로 나는 나”
나의 가치와 자존감을 일깨우는 동시
시인에게는 모든 것이 귀하다. 땅속의 지렁이도, 두꺼비 뒷다리도, 부서져 사라지는 이슬이며 고추를 익게 도와주는 바람도 귀한 존재들이다. 시인의 작품에는 어른들이 어릴 때 보았던 개구리가 목청 돋워 울고, 아이들이 아침에 본 비행기가 하얀 똥을 싸며 날아다닌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나는 존재들은 읽는 이의 마음에 물음표로, 느낌표로, 쉼표로, 말줄임표로 들어와 박힌다. 질문과 응답, 경이와 감응, 둘레를 둘러보는 시간과 더불어 나와 네가 함께 호흡하는 일에 대해 생각거리를 던진다.

개구리들이 울어요.

할머니는 큰 숨을 몰아쉬었어요.

두꺼비가 나왔네요.

토란잎 위에 떨어져 구르는 빗방울들,

강물이 불어났어요.

엄마는 감자밭으로 달려갑니다.

「합창」 부분

「합창」은 시인이 비 오는 날 호수를 바라보다가 영감을 얻어 쓴 시이다. 간결한 시어와 문장부호가 일으키는 감동의 파고는 높기만 하다. 문태준 시인은 이 시의 감상을 이렇게 적었다. “존재들 각각의 발랄한 반응도 재밌지만 그것보다 이 시를 아주 깊은 사색으로 안내하는 것은 빗방울이 이 모두에게 차별 없이 같은 시간에 떨어진다는 사실의 발견입니다. 배제도 따돌림도 없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모든 자식들을 소중하게 여기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김용택 시인의 동시 속 존재들은 함께 일하고 똑같이 대우받고 공평하게 이익을 나누어 갖는다고 말이다. 이 합창에서 홀로 떨어진 목소리는 없다. 시인은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힘, 그리고 그 힘의 조화를 이야기함으로써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자존감과 자긍심을 심어 준다. 모두가 “나름대로 나는 나”(「생강나무는 생강나무」)라고 당당하게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의 일기 같은 시들도 눈에 띈다.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고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도 있는 전능한 시인은 딸이 오면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평범한 아빠가 된다(「딸 바보」). 똥배를 내놓고 방귀를 뀌어 대는 아빠 땜에 살 수가 없다고 딸은 고개를 내젓지만 이내 아빠는 시인이니까 괜찮다고 고백한다(「아빠는 시인」). 단지 시인의 집이 아니라 여느 가족의 단란한 일상을 엿보는 듯하다. 아빠와 딸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어른 아이 모두 공감할 시이다. 이 외에도 시인의 경험이 녹아들어 간 작품들이 많다. ‘남해’ 연작이 그렇고, 「일기」가 그렇고, 「동시 못 써요」가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경험에만 머물지 않는다.

밤하늘의 별도 담장 위 나비도 바라다볼 틈이 없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동시집
시인의 관심은 나와 가족에게서 친구, 이웃, 자연으로 나아간다. 밤 10시 학원 마치고 온 아이와 퇴근한 이웃 아저씨가 파김치가 되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병상련하는 모습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다가 한구석이 찡해 온다. 여행 가서도 학습지 푸느라 바쁜 아이들에게 시인은 밤하늘의 별을 가리켜 보인다. 별들은 언제나 아이들 머리 위에서 빛난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에 시인은 웃음을 보태고, 아궁이불로 데워지는 가마솥 물처럼 오래오래 남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으리라.

할머니, 누구더러 눈 감으라고 했어요?
으응, 땅속의 벌레들에게.
왜요?
으응, 갑자기 뜨거운 물이 들어가면
벌레들 눈이 멀까 봐서.
벌레들이 할머니 말을 알아들어요?
그럼, 알아듣고말고.
마당에 달빛이 가득 찼어요.

「눈 감아라」 부분

▣ 작가 소개

글 : 김용택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며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그는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하였으며 그 이듬해에 교사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기간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었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 퇴임하였다.

김용택은 시골에 머무르면서 글을 쓰고 있는 보기드문 작가이로,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이 아닌 곳에서 쓰여지는 작품들이 쉽게 대중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또한 일반에게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김용택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호흡하는 김용택은 아이들과의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과 교감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작품은 어엿한 문학 작품이 되기도 한다. (『촌아, 울지마』) 또한 김용택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숨겨진 진실을 단번에 알아차리는 직관적인 시선에 감동받으면 자신의 글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연시에 무척 어울릴법한 섬세한 시어와 감성 - 실제로 그의 연시는 널리는 읽히는 연시들이다 - 을 가지고 김용택이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아이들만이 아니다. 김용택은 그 빛나는 시적 대상들을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는 한국 농촌의 황폐함에 주목한다. 험난한 세월을 견디며 살아 왔으면 이제는 폐가만이 황량한 농촌 마을과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 지난한 역사를 흘러오면서 억세진 어머니와 누이의 손등에서 김용택은 이 나라의 아픔을 발견한다. 그것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잊혀졌던 우리의 고향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름이 알려진 후에도 김용택이 고향 마을을 떠나지 않은 까닭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김용택는 출근길의 꽃내음과 학교 뒷산 솔숲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자신의 시와 삶을 길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택은 시적 상상력은 그래서 ''촌''스럽다.

"출근하면 늘 오르는 학교 뒤꼍 조그마한 동산 솔숲에 오른다. 아침햇살은 솔숲에 떨어져 빛나고 솔 숲 아래 작은 나무들도 솔숲 사이로 새어든 햇살을 받아 그 작은 몸들이 빛난다. 솔숲에 떨어진 솔잎들은 떨어진 그대로 가지런히 누워 반짝인다. 작은 숲길을 걸어 언제나 이만큼 돌아나오면 푸른 호수 위에 작은 운동장이 보이고 아이들 해맑은 소리가 들렸는데, 방학이어서 아이들 소리는 들리지 않고 맑은 햇살이 운동장 가득 퍼져 까맣게 탄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놀던 작은 돌멩이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시집으로 『섬진강』『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그리운 꽃편지』『강 같은 세월』『그 여자네 집』『그대, 거침없는 사랑』『그래서 당신』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작은 마을』『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섬진강 이야기』『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인생』 등이 있다. 이밖에도 장편동화 『옥이야 진메야』, 성장소설 『정님이』,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내 똥 내 밥』, 동시엮음집 『학교야, 공 차자』, 시엮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 등 많은 저작물이 있다. 1986년 김수영문학상을, 1997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림 : 구자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도레미파솔라시곰] [곰으로부터]를 만들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여우책』이 있으며 『휴게소』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1부

헐! 010
언제 살까요 012
눈 감아라 014
바람이 하는 일 016
야아! 018
어쩌려고 저러지 020
그러면 그렇지 022
반달 솥 024

2부

비행기 똥 028
봄이다 030
학교 길 032
파란 신호등 034
발견 036
합창 038
빨간 고추 040
콩 타작 041
어린잎 042

3부

딸 바보 046
아빠는 시인 047
우리는 안 잔다 048
남해 1 050
남해 2 052
남해 3 053
남해 4 054
학습지 056
꽃다지 060
동시 못 써요 062

4부

밤 열 시 066
퇴근한 아빠 067
무거운 집 068
끝 070
엄마 없는 날 071
눈 온 날 밤 074
일기 076
수평선 080
생강나무는 생강나무 081

해설 083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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