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고려 시대에서 가장 슬픈 역사, 원 간섭기
고려는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통일을 이루어 474년 동안 이어진 왕조다. 하지만 고려가 걸어간 길을 살펴보면, 그 어느 시대보다 가슴 아픈 역사가 군데군데 포진해 있다. 무신들이 정권을 잡아 100여 년 동안 지배한 무신 정권 시기가 있었고, 그 후엔 중국의 원나라에게 90여 년 동안이나 정치적으로 간섭을 받으면서 굴욕의 세월을 감내했던 ‘원 간섭기’가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을 이룬 첫 번째 왕조이지만, 원 간섭기는 고려의 자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똑똑! 역사 동화’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푸른 매 해동청, 고려 하늘을 날아라!》는 바로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려에서 무신 정권이 자리를 잡아 가던 시절, 중국 대륙에서 막대한 세력을 키워 가던 원나라는 고려와 국교를 맺은 후 엄청난 물자를 요구한다. 그러다 원나라 사신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던 중에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원나라는 이를 빌미로 고려에 쳐들어오고, 백성들은 삼십 년 동안이나 맞서 싸우지만 고려는 끝내 무릎을 꿇고 강화 조약을 맺고 만다. 이를 기점으로 원 간섭기가 시작된다.
어둡고 암울한 시절을 온몸으로 견뎌 낸 고려 아이들의 고군분투기!
그 후 고려 왕실은 아무 힘도 갖지 못하게 된다. 고려의 임금은 원나라 공주를 왕비로 삼아야 했고, 왕의 아들인 세자는 북경에 볼모로 얼마간 잡혀 있다가 돌아온 다음에야 왕위에 올랐으며, 그곳에선 몽골식 이름을 쓰고 몽골식 옷을 입고 몽골식 머리 모양을 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원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고려에게 공물을 바치라고 요구했다. 공물로는 금과 은, 비단, 모시, 곡물, 인삼, 해동청(매) 같은 고가품이 대표적이었는데, 열세 살에서 열여섯 살의 여자아이들을 ‘공녀’로 바치라고 하면서 어린 나이에 딸을 혼인시키는 조혼 풍습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공물과 공녀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공간적 배경은 사냥 매인 해동청을 길들이고 훈련시키는 ‘응방’이다. 이 응방을 둘러싸고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응방의 일꾼이자 열 살 꼬마 신랑인 수봉이,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일곱 살의 나이에 수봉이와 결혼한 금옥이, 수봉이를 괴롭히지만 곧 환관이 되어 원나라로 떠나야 하는 열두 살 꼬챙이 형, 그리고 지금은 원나라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왕이 되면 고려의 왕권을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하는 강릉대군(훗날의 공민왕)이 있다.
고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원나라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응방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공간을 통해 정치의 어두운 단면뿐 아니라, 일반 백성들의 고달픈 삶과 그 안에서도 따스하게 피어나는 우정과 희망, 용기를 만날 수 있다.
꼬마 신랑 수봉이와 해동청 호륵이
주인공 수봉이는 열 살, 아내 금옥이는 일곱 살이다. 결혼을 하기에는 아주 어린 나이이지만,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옥이 아버지는 어린 딸을 수봉이와 일찌감치 혼인시켜 버린다.
그러고는 수봉이를 그 무렵 가장 잘나가던 ‘응방’에다 취직시킨다. 응방은 원나라에 공물로 바칠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곳으로, 임금을 비롯한 권세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출세하려는 욕심을 품거나 권력을 쥐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철없던 꼬마 신랑 수봉이는 응방에서 어린 매 호륵이를 길들이면서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게 된다. 호륵이가 하루하루 성장해 늠름한 사냥 매가 되어 갈수록 원나라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와 닿는다. 결국 수봉이는 남몰래 위험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이렇듯 이 책에서는 수봉이와 금옥이로 대변되는, 그 당시를 살았던 고려 아이들이 처한 암울한 상황과 속 깊은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직이 일깨운다.
또한 출세를 위해 수봉이를 응방에 취직시키는 모습이나,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원나라 말을 배우는 모습에서, 국어보다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는 요즘 우리 아아들의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강릉대군이 왕위에 올라 공민왕이 되어 원나라 풍습을 금지하기 전까지는 호복, 변발 등 원나라의 풍습이 널리 유행하면서 남의 나라 문화를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문화적 사대주의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비록 굴욕적인 역사이기는 하나, 그 시대를 또렷이 들여다보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작품인 셈이다.
수봉이, 응방에 들어가다
꼬마 신랑 수봉이는 장인의 손에 이끌려 응방에 취직한다. 응방사 아저씨를 줄레줄레 따라가 별채 마당에서 만난 사나운 매들의 기세에 겁을 잔뜩 먹은 수봉이는 응방이 낯설기만 하다. 단둘이만 있을 때는 괴롭히기 일쑤인 꼬챙이 형은 어른들만 있으면 표정을 바꾸어 세상에 둘도 없이 친절한 형의 모습을 하고, 어른들은 그런 꼬챙이 형을 칭찬한다.
“괜찮겠습니까? 보다시피 우리 사위가 겁이 좀 많습니다.”
수봉이는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겨울 찬바람이 수봉이의 뺨에 따귀를 올려붙이는 듯 날카롭게 느껴졌다. 수봉이는 별채 문을 살며시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아이가 곱지 않은 눈길로 수봉이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넌, 뭐야?” -16쪽에서
별감 어른은 유별나
꼬챙이 형은 응방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지켜야 할 수칙에는 무엇이 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꼬챙이 형은 별채의 책임자인 별감 어른이 매밖에 모르는 분이라고도 했다. 또한 무서운 얼굴로 산속을 하루 종일 헤매고 다닌다고도 하고, 매를 잘 다루어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매를 이용해 해코지를 한다고도 했다. 별감 어른이 어떤 사람일지 수봉이의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별감 어른 옷에는 늘 벌건 핏물이 배어 있어. 얼굴은 맨날 상처투성이고. 어디 가서 무얼 하고 다니는지 아무도 모른대.”
수봉이는 겁먹은 표정으로 꼬챙이 형을 올려다봤다.
‘매가 그랬을 거야. 역시 매는 무서운 새야.’
꼬챙이 형이 검지로 머리를 뱅뱅 돌리는 시늉을 했다.
“무서운 얼굴로 산속을 하루 종일 헤매고 다닌대. 응방 아저씨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별감 어른이 매를 귀신같이 잘 부려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해코지를 한다는 소문도 났었다.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 -28~29쪽에서
해동청 호륵이
수봉이는 꼬챙이 형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바쁘다. 열심히 하는 데도 꼬챙이 형은 늘 못마땅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매는 처음부터 엄하게 다뤄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안 먹으면 굶기고 소리를 지르라고 말하지만 사나운 매가 그런다고 겁을 먹을까 싶은 수봉이. 결국 어린 매 호륵이를 길들이기 위해 나무 막대기로 때리는 시늉을 하라는 꼬챙이 형의 말대로 호륵이를 다그치다가 별감 어른에게 들키고 마는데…….
“제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 아무리 말려도 말을 안 들어요. 얘, 보기보다 고집이 엄청 세요.”
별감 어른이 엄한 표정으로 수봉이를 내려다봤다.
“처음 온 녀석이 당돌하구나.”
별감 어른 뒤에 서 있던 꼬챙이 형이 수봉이를 향해서는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히죽 웃었다. 별감 어른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호륵이는 아직 어린 매다. 잘 먹지도 않는 데다 덩치도 작다. 예민해서 곁을 잘 내주지도 않는다. 그냥 매인 줄 알았더냐? 사냥하는 매인 해동청이란 말이다. 어쩌자고 귀한 매에게 해코지할 생각을 한 거냐?” -38~39쪽에서
원나라로 가는 꼬챙이 형
매번 괴롭히기만 하던 꼬챙이 형이 알고 보니 원나라에 환관으로 가야 할 운명이었다. 환관이 될 남자아이들은 고추를 떼어 내고 원나라 궁으로 가야 했다. 고려에서는 공녀를 보내는 것처럼 해마다 많은 남자 아이들을 원나라로 보냈다. 이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수봉이는 꼬챙이 형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밤새 잠들지 못한다.
수봉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냥 매사냥 구경 온 거예요. 저는요……, 원나라 마음에 안 들어요. 변발도, 호복도 싫고요. 원나라 말은 진짜 배우기 싫어요.”
수봉이는 목이 메는 걸 꾹 참고 말을 이었다.
“누나들 공녀 가는 것도 슬퍼요. 매도 보내기 싫고요. 꼬챙이 형도요…… 그냥요, 호륵이가요. 아니, 우리 고려 매가요. 고려 하늘에서 날았으면 좋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제가요, 겁이 많아서요. 임금님 앞에는 가지도 못해요.”
강릉대군은 수봉이한테 한 발짝 바싹 다가섰다.
“고려로 다시 돌아와서 기회가 된다면, 여자아이들을 공녀로 보내지 않을게. 원나라에 절대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다. 약속, 절대 맹세할게.” -99~100쪽에서
▣ 작가 소개
김경숙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동화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어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고, 2014년 《초대장 주는 아이》로 푸른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흠뻑 빠져서 읽는 책을 쓸 수 있을까 늘 궁리하고 있습니다.
▣ 주요 목차
수봉이, 응방에 들어가다
별감 어른은 유별나
해동청 호륵이
응방에서 쫓겨나다
원에서 사람이 오다
매사냥을 나가다
원나라로 가는 꼬챙이 형
고려 하늘에서 날아
고려 시대에서 가장 슬픈 역사, 원 간섭기
고려는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통일을 이루어 474년 동안 이어진 왕조다. 하지만 고려가 걸어간 길을 살펴보면, 그 어느 시대보다 가슴 아픈 역사가 군데군데 포진해 있다. 무신들이 정권을 잡아 100여 년 동안 지배한 무신 정권 시기가 있었고, 그 후엔 중국의 원나라에게 90여 년 동안이나 정치적으로 간섭을 받으면서 굴욕의 세월을 감내했던 ‘원 간섭기’가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을 이룬 첫 번째 왕조이지만, 원 간섭기는 고려의 자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똑똑! 역사 동화’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푸른 매 해동청, 고려 하늘을 날아라!》는 바로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려에서 무신 정권이 자리를 잡아 가던 시절, 중국 대륙에서 막대한 세력을 키워 가던 원나라는 고려와 국교를 맺은 후 엄청난 물자를 요구한다. 그러다 원나라 사신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던 중에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원나라는 이를 빌미로 고려에 쳐들어오고, 백성들은 삼십 년 동안이나 맞서 싸우지만 고려는 끝내 무릎을 꿇고 강화 조약을 맺고 만다. 이를 기점으로 원 간섭기가 시작된다.
어둡고 암울한 시절을 온몸으로 견뎌 낸 고려 아이들의 고군분투기!
그 후 고려 왕실은 아무 힘도 갖지 못하게 된다. 고려의 임금은 원나라 공주를 왕비로 삼아야 했고, 왕의 아들인 세자는 북경에 볼모로 얼마간 잡혀 있다가 돌아온 다음에야 왕위에 올랐으며, 그곳에선 몽골식 이름을 쓰고 몽골식 옷을 입고 몽골식 머리 모양을 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원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고려에게 공물을 바치라고 요구했다. 공물로는 금과 은, 비단, 모시, 곡물, 인삼, 해동청(매) 같은 고가품이 대표적이었는데, 열세 살에서 열여섯 살의 여자아이들을 ‘공녀’로 바치라고 하면서 어린 나이에 딸을 혼인시키는 조혼 풍습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공물과 공녀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공간적 배경은 사냥 매인 해동청을 길들이고 훈련시키는 ‘응방’이다. 이 응방을 둘러싸고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응방의 일꾼이자 열 살 꼬마 신랑인 수봉이,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일곱 살의 나이에 수봉이와 결혼한 금옥이, 수봉이를 괴롭히지만 곧 환관이 되어 원나라로 떠나야 하는 열두 살 꼬챙이 형, 그리고 지금은 원나라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왕이 되면 고려의 왕권을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하는 강릉대군(훗날의 공민왕)이 있다.
고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원나라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응방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공간을 통해 정치의 어두운 단면뿐 아니라, 일반 백성들의 고달픈 삶과 그 안에서도 따스하게 피어나는 우정과 희망, 용기를 만날 수 있다.
꼬마 신랑 수봉이와 해동청 호륵이
주인공 수봉이는 열 살, 아내 금옥이는 일곱 살이다. 결혼을 하기에는 아주 어린 나이이지만,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옥이 아버지는 어린 딸을 수봉이와 일찌감치 혼인시켜 버린다.
그러고는 수봉이를 그 무렵 가장 잘나가던 ‘응방’에다 취직시킨다. 응방은 원나라에 공물로 바칠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곳으로, 임금을 비롯한 권세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출세하려는 욕심을 품거나 권력을 쥐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철없던 꼬마 신랑 수봉이는 응방에서 어린 매 호륵이를 길들이면서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게 된다. 호륵이가 하루하루 성장해 늠름한 사냥 매가 되어 갈수록 원나라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와 닿는다. 결국 수봉이는 남몰래 위험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이렇듯 이 책에서는 수봉이와 금옥이로 대변되는, 그 당시를 살았던 고려 아이들이 처한 암울한 상황과 속 깊은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직이 일깨운다.
또한 출세를 위해 수봉이를 응방에 취직시키는 모습이나,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원나라 말을 배우는 모습에서, 국어보다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는 요즘 우리 아아들의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강릉대군이 왕위에 올라 공민왕이 되어 원나라 풍습을 금지하기 전까지는 호복, 변발 등 원나라의 풍습이 널리 유행하면서 남의 나라 문화를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문화적 사대주의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비록 굴욕적인 역사이기는 하나, 그 시대를 또렷이 들여다보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작품인 셈이다.
수봉이, 응방에 들어가다
꼬마 신랑 수봉이는 장인의 손에 이끌려 응방에 취직한다. 응방사 아저씨를 줄레줄레 따라가 별채 마당에서 만난 사나운 매들의 기세에 겁을 잔뜩 먹은 수봉이는 응방이 낯설기만 하다. 단둘이만 있을 때는 괴롭히기 일쑤인 꼬챙이 형은 어른들만 있으면 표정을 바꾸어 세상에 둘도 없이 친절한 형의 모습을 하고, 어른들은 그런 꼬챙이 형을 칭찬한다.
“괜찮겠습니까? 보다시피 우리 사위가 겁이 좀 많습니다.”
수봉이는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겨울 찬바람이 수봉이의 뺨에 따귀를 올려붙이는 듯 날카롭게 느껴졌다. 수봉이는 별채 문을 살며시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아이가 곱지 않은 눈길로 수봉이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넌, 뭐야?” -16쪽에서
별감 어른은 유별나
꼬챙이 형은 응방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지켜야 할 수칙에는 무엇이 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꼬챙이 형은 별채의 책임자인 별감 어른이 매밖에 모르는 분이라고도 했다. 또한 무서운 얼굴로 산속을 하루 종일 헤매고 다닌다고도 하고, 매를 잘 다루어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매를 이용해 해코지를 한다고도 했다. 별감 어른이 어떤 사람일지 수봉이의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별감 어른 옷에는 늘 벌건 핏물이 배어 있어. 얼굴은 맨날 상처투성이고. 어디 가서 무얼 하고 다니는지 아무도 모른대.”
수봉이는 겁먹은 표정으로 꼬챙이 형을 올려다봤다.
‘매가 그랬을 거야. 역시 매는 무서운 새야.’
꼬챙이 형이 검지로 머리를 뱅뱅 돌리는 시늉을 했다.
“무서운 얼굴로 산속을 하루 종일 헤매고 다닌대. 응방 아저씨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별감 어른이 매를 귀신같이 잘 부려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해코지를 한다는 소문도 났었다.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 -28~29쪽에서
해동청 호륵이
수봉이는 꼬챙이 형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바쁘다. 열심히 하는 데도 꼬챙이 형은 늘 못마땅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매는 처음부터 엄하게 다뤄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안 먹으면 굶기고 소리를 지르라고 말하지만 사나운 매가 그런다고 겁을 먹을까 싶은 수봉이. 결국 어린 매 호륵이를 길들이기 위해 나무 막대기로 때리는 시늉을 하라는 꼬챙이 형의 말대로 호륵이를 다그치다가 별감 어른에게 들키고 마는데…….
“제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 아무리 말려도 말을 안 들어요. 얘, 보기보다 고집이 엄청 세요.”
별감 어른이 엄한 표정으로 수봉이를 내려다봤다.
“처음 온 녀석이 당돌하구나.”
별감 어른 뒤에 서 있던 꼬챙이 형이 수봉이를 향해서는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히죽 웃었다. 별감 어른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호륵이는 아직 어린 매다. 잘 먹지도 않는 데다 덩치도 작다. 예민해서 곁을 잘 내주지도 않는다. 그냥 매인 줄 알았더냐? 사냥하는 매인 해동청이란 말이다. 어쩌자고 귀한 매에게 해코지할 생각을 한 거냐?” -38~39쪽에서
원나라로 가는 꼬챙이 형
매번 괴롭히기만 하던 꼬챙이 형이 알고 보니 원나라에 환관으로 가야 할 운명이었다. 환관이 될 남자아이들은 고추를 떼어 내고 원나라 궁으로 가야 했다. 고려에서는 공녀를 보내는 것처럼 해마다 많은 남자 아이들을 원나라로 보냈다. 이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수봉이는 꼬챙이 형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밤새 잠들지 못한다.
수봉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냥 매사냥 구경 온 거예요. 저는요……, 원나라 마음에 안 들어요. 변발도, 호복도 싫고요. 원나라 말은 진짜 배우기 싫어요.”
수봉이는 목이 메는 걸 꾹 참고 말을 이었다.
“누나들 공녀 가는 것도 슬퍼요. 매도 보내기 싫고요. 꼬챙이 형도요…… 그냥요, 호륵이가요. 아니, 우리 고려 매가요. 고려 하늘에서 날았으면 좋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제가요, 겁이 많아서요. 임금님 앞에는 가지도 못해요.”
강릉대군은 수봉이한테 한 발짝 바싹 다가섰다.
“고려로 다시 돌아와서 기회가 된다면, 여자아이들을 공녀로 보내지 않을게. 원나라에 절대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다. 약속, 절대 맹세할게.” -99~100쪽에서
▣ 작가 소개
김경숙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동화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어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고, 2014년 《초대장 주는 아이》로 푸른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흠뻑 빠져서 읽는 책을 쓸 수 있을까 늘 궁리하고 있습니다.
▣ 주요 목차
수봉이, 응방에 들어가다
별감 어른은 유별나
해동청 호륵이
응방에서 쫓겨나다
원에서 사람이 오다
매사냥을 나가다
원나라로 가는 꼬챙이 형
고려 하늘에서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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