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평화롭던 파딩 숲에 불도저 소리가 들려오고 연못마저 말라 버리자,
파딩 숲에 살던 동물들과 새들은 이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여우를 지도자로 뽑은 뒤,여행중에는 절대로 잡아먹지 않겠다는
엄숙한 선서를 하고 출발하는 이 동물들이
겨울이 오기 전에 무사히 새 보금자리를 찾아 갈 수 있을까요?
▣ 신문 서평
숲속 친구들은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인간들의 환경파괴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피해 당사자인 동물들의 시각에서 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인간들이 무심하게 선택한 편리한 문명이 자연에는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파딩이라는 숲에 모여 사는 동물들이 인간들의 개발을 피해 집단 이주하면서 벌이는 모험을 다룬 장편동화다. 동물들의 입을 빌린 인간문명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온갖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파딩숲이 사람들의 주거지로 바뀌면서 들썩이기 시작한다. 동물들의 유일한 식수원인 연못이 메워지는 지경에 이르자 파딩숲의 동물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가기로 한다.
자연보호지역인 흰사슴공원이 목적지. 유일하게 그 공원을 다녀온 적이 있는 두꺼비를 앞세우고 여우가 대장을 맡아 황조롱이, 뱀, 들쥐 등이 긴 여행을 떠난다.
이들에게 난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서로 이동 속도가 다르고, 천적관계도 섞여 있는 천차만별의 동물들의 행렬은 갖가지 해프닝을 낳는다.
이들에겐 위험요소인 인간들과의 만남, 인간들의 총에 맞아 죽음을 당한 친구, 고속도로를 통과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 농약이 뿌려진 밭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
한때 숲의 주인이었으나 이제는 발붙일 곳이 없는 약자로 전락한동물들의 비애는 자못 진지한 인간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은 단순히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동물들의 이동과정에서 낙오자를 살피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숲에 도달하는 과정은 인간사회를 축소한 듯한 갈등과 화해의 현장이다.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초등학교 중고학년에게는 뭉클한 감동을 줄만한 픽션의 요소를 두루 갖췄고, 글쓰기도 단정하다.
지난 79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영국 BBC를 비롯한 20개의 공영방송사가 합작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며, 국내에도 만화전문 케이블 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2000.11.24 오승훈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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