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도 모르는 게

고객평점
저자유미희
출판사항사계절, 발행일:2015/11/25
형태사항p.91 A5판:21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828923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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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계절 중학년문고’의 스물여섯 번째 책. 전작 『짝꿍이 다 봤대요』를 통해 작은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 유미희 시인이 이번에는 바다의 목소리를 안고 돌아왔다. 시인 특유의 꼼꼼하고 세심한 시선으로, 바닷가 마을 사람들과 자연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총 47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데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절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번 동시집에는 태안 기름 유출 사건, 구제역,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힘겹게 버티는 환경과 동식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한층 더 깊은 시선으로 자연에 다가간 작가는, 단순히 ‘풍경’으로 보는 바다를 넘어 ‘현실’로 마주하는 바다 역시 우리가 따듯하게 보듬으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전한다. 간결하면서도 발랄하게 표현된 김중석 화가의 그림들은 동시 읽는 재미에 유쾌한 상상력을 더한다.

자연과, 사람과, 오순도순 지내면서 만든 시(詩)의 정원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낯선 아이들…….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은 ‘체험 학습’으로서 기능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갯벌도, 바다도, 산과 꽃과 나무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지식으로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었다’거나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와 소 들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등의 뉴스도 그렇다. 안타까운 감정은 들겠지만 그것을 심각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공감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무지하기 때문이다.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 살고 있어도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의 많은 소식은 도시 아이들에게 낯선 세상의 먼 이야기나 다름없다.
충청남도 서산에서 태어나 바다 가까이 살아온 유미희 시인은 자연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자랐다. 수평선과 갯벌을 보며 동심을 키워 온 시인은 『내 맘도 모르는 게』를 통해 계절과 날씨, 바다 생물, 바닷가 마을 사람들 등 도시에서 마주할 수 없는 일상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경쾌하게 전해 준다.
자연의 모든 이야기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이야기처럼,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오롯이 담아낸다. 또한 태안 기름 유출 사건, 구제역, 4대강 사업 등으로 힘겹게 버티는 ‘현실의 바다’를 그렸다는 점은 책의 뜻깊은 의미를 더한다. 시인은 사고가 일어난 당시의 순간들을 떠올리고 그 후에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를 차분히 풀어 간다. 그러면서 바다는 단순히 놀이와 풍경으로서 삶에 장식되는 요소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 그럼 바다에서 지금 막 길어 올린 동시들과 함께 뛰놀아 보자!

따뜻한 시선으로 자연을 노래하는 동시들

첫 번째 이야기 ‘그럴 때, 꼭’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바닷가 사람들과 바다 생물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칠게, 딱총새우, 비틀이고둥이가 더위를 못 참고 갯가로 너도나도 모여드는 모습은(「더우니까」) 마치 여름 휴가철 바닷가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연상케하고, 추운 날 담요 속으로 들어가는 누나 발처럼 농게들도 겨울이 되면 추워서 구멍 집으로 쏙 쏙 들어간다는(「추운 날」) 표현은 독자의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오락가락 변덕스러운 날씨 앞에 어쩌지 못하고 그 변화를 자연스레 느끼며 흘려보내는 시골 마을의 풍경이 눈앞에 절로 그려진다.

여름내 / 둘이서 / 번갈아 가며 우리 동네를 들락날락했다. // 호박꽃 아래 들쥐네 집이 젖었다 말랐다, / 처마 밑 내 파랑 자전거가 젖었다 말랐다, / 집집마다 생선 말리는 그물망이 젖었다 말랐다……. (「폭우와 폭염」 전문)

또한 성공이나 돈에 대한 큰 욕심 없이 살아가는 바닷가 사람들의 모습은 바쁘게 달려온 시간을 잠시 멈춰 서게 한다. 개교기념일과 엄마 생일이 같은데 학교는 쉬어도 엄마는 새벽밥 먹고 꽃게잡이에 나가고 (「생일」), 저녁 늦게까지 마늘 까느라 졸업식장에서 상 받는 누나를 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엄마(「졸업식장에서」). 고단한 날도 있을 테지만 소박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엄마 아빠에 대한 사랑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바닷가 우리 동네는 / 은행이 / 참 많다. // 창희네 아버지 낙지 잡아 번 돈 / 안방 장판 밑에 / 맡기고, // 영득이네 엄마 굴 캐서 판 돈 / 부엌의 빈 커피 병 속에 / 맡기고, // 우리 할머니 고모한테 받은 용돈 / 선반 위 흰 고무신 속에 / 맡겼다가 // 부시럭부시럭 / 달가닥달가닥 // 소풍날, / 우리 과자값 줄 때 / 통장도 없이 찾는다. (「참 많다」 전문)

두 번째 이야기 ‘혼난다, 혼나’에는 산과 들, 나무 등 푸르고 청량한 에너지가 넘실거린다.
추석을 지낸 후 외갓집 식구들은 운동장만 한 고구마밭에서 한데 모여 고구마를 뽑느라 정신이 없고(「고구마 끈」), 가랑비 오는 날은 이모네 밭에서 마늘꽁도 뽑아 본다. 나오다가 자꾸 끊어지니까 마늘꽁 하나 뽑기 쉽지가 않은데 살살 잡아당기는 엄마 손에는 마늘꽁이 술술 따라 나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마늘꽁 뽑기」)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순리대로 고요하게 흐른다. 들녘 한쪽에 서 있는 깻단은 하나가 쓰러지면 와르르 무너질까 봐 서로를 받쳐 주는 따뜻한 등이 되고(「깻단」), 아침 먹고 들로 나가는 할머니가 개밥을 주자 어미 개가 먼저 먹고 새끼들한테 차례로 젖을 물린다(「밥 먹는 순서」).
이토록 평화로운 마을에 굴착기와 트럭이 들이닥친다. “강물에 / 둥둥둥 큰 배 띄우겠다고 / 일 센티미터라도 더 깊이 강을 파내면”(「강변 사는 고라니」) 어디에서 살아야 하느냐는 고라니의 안타까운 물음은 허공을 맴돌고, 구제역 무덤으로 가기 싫어서 버둥거리는 덩치 큰 소는 외할아버지네 앞마당에서 눈물을 흘린다(「그렁그렁」).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구제역 사태로 인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동물들. 마을에 찾아온 무서운 사태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요란하지도 소란스럽지도 않다. 읽는 이에게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 번째 이야기 ‘잔소리가 사라졌다’에서는 삶의 여유가 넘쳤던 바닷가 마을이 태안 기름 유출 사건 이후 변화해 가는 풍경을 풀어 간다.
아침저녁으로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처럼, 물때 맞춰 바다로 나가 일하고 물때 맞춰 돌아오는 마을 사람들(「우리 동네 사람들은」)에게 바다는 ‘공기’와 같았다. 곁에서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게 너무나 당연했던 바다. 하지만 “배에서 쏟아진 기름 밥 먹고”(「전어 반찬」) 바다가 달라졌다. 생과 사를 오가는 검은 바다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과 생물들에게도 크나큰 공포이자 두려움이다.

콩게가 깔딱! / 비틀이고둥이 깔딱깔딱! / 숨넘어간다. // 꼬마물떼새가 깔딱! / 괭이갈매기가 깔딱깔딱! / 숨넘어간다. // 기름 밥 / 벌컥벌컥 먹고 / 숨차서 더 못 놀고 / 숨차서 더 못 날고 // 픽픽, / 쓰러지는 / 오늘이라는 깔딱 고개. (「깔딱 고개」 전문)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떠나지 않기로 한다. 살아 보겠다고 도망쳐 버리거나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지 않는다. 꼬부랑 할머니들도, 꼬마들도, 아저씨들도, 누나들도, 검은 바다에 찾아와 기름띠를 걷어 낸다. 물 빠진 갯벌에, 죽은 갯벌에, 추위도 잊은 채 다 같이 모여서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다시 태어날 바다를 위해.

태풍의 손 앞에서 / 휙, 날아가고 / 픽, 쓰러지고 / 톡, 떨어져도 // 까딱하지 않는 / 호박꽃. // 까딱하지 않는 / 풋감. // 까딱하지 않는 / 까마중. // 있는 힘 다해 / 견뎌 내는 것 // 꼭/ 있다. (「꼭 있다」 전문)

아픈 현실을 통해 더욱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 다시 잘될 거라는 믿음, 힘을 다해 견뎌 내는 의지, 그 끝에 마주할 밝은 미래. 어쩌면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겪어 나가는 성장통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일지도 모른다.

▣ 작가 소개

글 : 유미희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천안의 작은산 아랫마을에서 시를 쓰며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기차여행, 걷기를 통해 길에서 본 것들이나 만난 것들을 틈틈이 글로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2000년 『아동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동시집 『고시랑거리는 개구리』를 펴냈다. 연필시문학상, 오늘의 동시문학상 및 대산창작지원금을 받았다.

그림 : 김중석
계명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공부했다. 두 번의 개인전과 여러 차례의 그룹전을 열었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학생들도 가르쳤다. 명랑하고, 활기가 넘치는 그림으로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언제나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05년 『아빠가 보고 싶어』를 쓰고 그려 제5회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나도 자존심이 있어!』『주먹 곰을 지켜라』, 『찐찐군과 두빵두』,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나는 백치다』,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나도 이제 1학년』, 『행복빌라 미녀 삼총사』, 『으악! 늦었다』, 『엄마 친구 아들』, 『어린이 외교관 일본에 가다』, 『엄마, 세뱃돈 뺏지 마세요!』『그림자 길들이기』 등 많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1부. 그럴 때, 꼭
뻥설기 잡는 날l단번에l더우니까l큰구슬우렁이l생일l졸업식장에서l그럴 때, 꼭l폭우와 폭염l굴 마을은 조용해!l내 맘도 모르는 게l참 많다l맹꽁이l추운 날l용수 외할아버지께l물 들어오는 갯골l문

2부. 혼난다, 혼나
풀을 잡자l밥 먹는 순서l깻단l땟자국 검사l밥l꼬리가 긴 생각l마늘꽁 뽑기l명아주l대신l운 나쁜 날l땅콩 줘l고구마 끈l밭으로 가는 퇴비l풀 자l강변 사는 고라니l그렁그렁

3부. 잔소리가 사라졌다
굽은 등l줄줄이l잔소리 없는 날l부전자전l귀이개l할머니 귀l이 빠진 쇠칼l작은 게l우리 동네 사람들은l깔딱 고개l전어 반찬l걸레l게꽃l꼭 있다l물수제비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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