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960년대 서울의 한 달동네를 무대로 세상에 대해 눈을 떠가는 한 소년의 얘기를 다룬 성장 동화
《사과나무 아래서》는 이를테면 성장 동화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배급하던 ‘옥수수 빵’으로 상징이 되는 어렵던 시절, 1960년대 후반 서울의 한 달동네를 무대로 매우 가난하지만 세상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엮어 나가는 한 악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다 보면 또 단숨에 읽히지만 그러나 이 이야기는 결코 짧지 않다. 유머와 위트, 그리고 기지가 넘치는 재기 발랄한 문장, 절제된 장면 묘사와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 속에 가슴을 치는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기 때문이다.
열네 살 때 첫 직장을 얻고 그 후 열아홉 번이나 직장을 옮기면서 평생 40여 년 동안 일을 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을 새 직장 구하는 데 소비한 아빠,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서울에 따로 떨어져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는 엄마, 남동생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그나마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해 친척집을 전전해야 했던 누나,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지고 부잣집 입주교사 노릇을 하며 근근이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형, 그리고 천방지축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초등학교 3학년 기철이… 현재의 4~50대 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가족 풍경이다.
배를 곯으면서도 자식 교육에만은 모든 것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 자식 굶길까 전전긍긍한 어머니, 남동생에게 혹은 오빠에게 단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던 수많은 누나들, 꿈이나 낭만보다는 그런 가족을 먼저 챙겨야 했던 수많은 형들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는 가능할 것이다. 그들이 그런 시절을 살았고, 그래서 더욱 공감하고 감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지 그런 데서만 의미를 찾지는 않는다.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전환점이 아니었을까? 더러는 사랑을 가르치고 더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더러는 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그것을 행운이나 불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마음을 데워주는 선의(善意)로, 더러는 습한 가슴을 말려주는 열정으로, 더러는 무너진 결의를 다져주는 용기로 끊임없이 다가서면서 빈곳들을 채워 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모두들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따금 꺼내보면서, 어려웠지만 꿈을 꾸었고 모양을 바꿀 뿐 그 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그 연속선상에서 인생은 끊임없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실의에 빠진 자신의 삶을 다독이는 것 아닐까?
작가는 보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 시절을 바라본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단지 어려웠던 일상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수많은 전환점으로 받아들이면서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인생’이라는 큰 수레바퀴를 관조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적시는 잔잔한 감동… 유년의 사과나무 아래서 깨우친 인생의 비밀!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에 유쾌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동심’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유년은 있기 마련이고, 그 기억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지 않을 뿐’ 나름대로의 질량과 무게를 지니면서 그가 살아온 날들을 떠받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미명을 밝혀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녀석… 공부나 해.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잖니? 잘 살펴봐라. 책 속에 돈도 있다.”
“에이, 또 그 소리… 알았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돈이 아냐. 진짜 돈이 있으면 당장 행복할 수 있지만 책 속에 있는 돈이 진짜 돈이 되려면 시간이 걸려. 공부해야 하고 시험을 쳐야 하고, 그래서 공무원이 되었다고 쳐. 그 다음엔 동사무소에 가야지? 그러고 나서 또 한 달이 지나야 나라에서 돈을 주는 거야. 그래, 거기까지는 좋아. 그래서 부자가 됐다고 쳐. 그럼 뭐해?”
“녀석, 뭐하다니? 그럼 됐잖아. 부자가 됐으니 소원 푼 거지 뭐.”
“에이, 엄마는… 생각해 봐. 그때 내가 몇 살이겠어? 아빠만큼 나이를 먹겠지?”
“그런데?”
“그럼 다 끝난 거지 뭐. 어른이 돼 가지고 고구마과자를 사 먹겠어, 찍어먹기를 하겠어? 학교 다 졸업했으니까 석만이나 수정이나 승진이나 누구나 자랑할 친구도 없을 거고…”
“그땐 또 다른 친구들이 생기겠지? 고구마과자나 찍어먹기보다 더 맛있는 걸 사 먹으면 되고…”
“아이 참, 엄마! 그걸 말이라고 해? 어쨌든 그건 찍어먹기도 아니고 고구마과자도 아니잖아. 석만이도 아니고 수정이도 아니고 승진이도 아니고!”
그렇게, 기철이는 차츰 세상과 인생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되는 이 깨달음은 더 많은 ‘전환점’을 거치면서 점점 성숙하고, 마침내 한 인격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작가 자신임이 분명한―에 한해 얘기를 하자면 그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미덕이 깔려 있다.
그렇게… 괜찮은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수정이가 예전처럼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 것을 빼면 모든 게 괜찮았지요. 하지만 그것도 그리 슬프거나 아쉽거나 불행하거나 답답하거나 무섭거나 쓸쓸하거나 아프지 않았습니다.
“괜찮아. 책이야 빌려다 보면 되고, 토스트야 먹은 걸로 치면 되지 뭐.”
기철이는 동화책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 큰 바위 위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저 아래 공군주택 지붕들을 내려다보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눈길을 더 아래로, 그 다음엔 더 멀리 향했지요.
“학교? 괜찮아. 공부야 4학년 때 열심히 하면 되지 뭐. 결석만 하지 않으면 옥수수 빵은 계속 나올 거고… 찐빵? …괜찮아. 좀 참으면 되지 뭐. 한강? 에이, 괜찮아. 다신 헤엄치지 않으면 되지 뭐.”
남산을 볼 때 형 생각이 났습니다.
“괜찮아. 곧 만나겠지 뭐.”
그리고 다시 저 아래 산 61번지.
““괜찮아. 돈 벌어서 이사 가면 되지 뭐.”
무법자 털보네 근처를 더듬을 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괜찮을 거야. 알아봤으면 또 어때. 어차피 권총을 훔친 건 아니니까.”
오야와 개코, 그리고 망태는 오늘도 공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겠지요.
“괜찮아. 잡아주기로 한 거니까 뱀이야 언제든 잡아주면 되지 뭐. 어차피 날짜를 정한 건 아니니까.”
바위에서 일어났습니다. 저 아래 오른 편 2동 지붕들을 바라보면서 기철이는 또 말했습니다.
“괜찮아. 다 지난 일이야. 이제 와서 뭐라고 하겠어? 계화네 할아버지든 엄마든 정 뭐라면 물어내지 뭐.”
국립묘지와 달마사 쪽을 향했을 땐 가슴 한 구석에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어쩌겠어. 다리는 다 나았고 세 대 맞을 걸 두 대 맞았으니 이익이지 뭐. 괜찮아. 아카시아도 그렇고 밤도 그렇고 내년에 또 열릴 건데 뭐.”
입 안 가득 침이 고였습니다. 그리고 눈에서 찝찔한 것이 흘러나와 뺨을 적시고 있었지만 기철이는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 닦을 필요 없어. 곧 마를 텐데 뭐.”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 이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선물한다.
마차가 뒤집혔을 때, 아니 그땐 좀 어렵겠지만 다친 데가 다 나았을 때, 사과나무 아래로 빨리 달려갔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라고…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열망이 강했다면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을 거라고…
운명을 거스르는 힘― ‘사과나무 아래서’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불가해한 힘, 바로 ‘열망’의 비밀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이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문예중앙 겨울호에 ‘스물여섯 번째의 산 책’ ‘눈’ ‘미완의 풀’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이상한 나라와 동화책 엄마 가슴에 꽃이 피었어요를 내었으며, ‘삼나무숲의 기적’ ‘미루나무가 있는 언덕’ ‘철학강아지 까미’ 등 주로 가족 간의 사랑을 주제로 여러 편의 동화를 썼다.
1960년대 서울의 한 달동네를 무대로 세상에 대해 눈을 떠가는 한 소년의 얘기를 다룬 성장 동화
《사과나무 아래서》는 이를테면 성장 동화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배급하던 ‘옥수수 빵’으로 상징이 되는 어렵던 시절, 1960년대 후반 서울의 한 달동네를 무대로 매우 가난하지만 세상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엮어 나가는 한 악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다 보면 또 단숨에 읽히지만 그러나 이 이야기는 결코 짧지 않다. 유머와 위트, 그리고 기지가 넘치는 재기 발랄한 문장, 절제된 장면 묘사와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 속에 가슴을 치는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기 때문이다.
열네 살 때 첫 직장을 얻고 그 후 열아홉 번이나 직장을 옮기면서 평생 40여 년 동안 일을 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을 새 직장 구하는 데 소비한 아빠,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서울에 따로 떨어져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는 엄마, 남동생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그나마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해 친척집을 전전해야 했던 누나,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지고 부잣집 입주교사 노릇을 하며 근근이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형, 그리고 천방지축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초등학교 3학년 기철이… 현재의 4~50대 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가족 풍경이다.
배를 곯으면서도 자식 교육에만은 모든 것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 자식 굶길까 전전긍긍한 어머니, 남동생에게 혹은 오빠에게 단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던 수많은 누나들, 꿈이나 낭만보다는 그런 가족을 먼저 챙겨야 했던 수많은 형들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는 가능할 것이다. 그들이 그런 시절을 살았고, 그래서 더욱 공감하고 감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지 그런 데서만 의미를 찾지는 않는다.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전환점이 아니었을까? 더러는 사랑을 가르치고 더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더러는 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그것을 행운이나 불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마음을 데워주는 선의(善意)로, 더러는 습한 가슴을 말려주는 열정으로, 더러는 무너진 결의를 다져주는 용기로 끊임없이 다가서면서 빈곳들을 채워 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모두들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따금 꺼내보면서, 어려웠지만 꿈을 꾸었고 모양을 바꿀 뿐 그 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그 연속선상에서 인생은 끊임없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실의에 빠진 자신의 삶을 다독이는 것 아닐까?
작가는 보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 시절을 바라본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단지 어려웠던 일상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수많은 전환점으로 받아들이면서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인생’이라는 큰 수레바퀴를 관조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적시는 잔잔한 감동… 유년의 사과나무 아래서 깨우친 인생의 비밀!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에 유쾌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동심’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유년은 있기 마련이고, 그 기억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지 않을 뿐’ 나름대로의 질량과 무게를 지니면서 그가 살아온 날들을 떠받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미명을 밝혀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녀석… 공부나 해.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잖니? 잘 살펴봐라. 책 속에 돈도 있다.”
“에이, 또 그 소리… 알았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돈이 아냐. 진짜 돈이 있으면 당장 행복할 수 있지만 책 속에 있는 돈이 진짜 돈이 되려면 시간이 걸려. 공부해야 하고 시험을 쳐야 하고, 그래서 공무원이 되었다고 쳐. 그 다음엔 동사무소에 가야지? 그러고 나서 또 한 달이 지나야 나라에서 돈을 주는 거야. 그래, 거기까지는 좋아. 그래서 부자가 됐다고 쳐. 그럼 뭐해?”
“녀석, 뭐하다니? 그럼 됐잖아. 부자가 됐으니 소원 푼 거지 뭐.”
“에이, 엄마는… 생각해 봐. 그때 내가 몇 살이겠어? 아빠만큼 나이를 먹겠지?”
“그런데?”
“그럼 다 끝난 거지 뭐. 어른이 돼 가지고 고구마과자를 사 먹겠어, 찍어먹기를 하겠어? 학교 다 졸업했으니까 석만이나 수정이나 승진이나 누구나 자랑할 친구도 없을 거고…”
“그땐 또 다른 친구들이 생기겠지? 고구마과자나 찍어먹기보다 더 맛있는 걸 사 먹으면 되고…”
“아이 참, 엄마! 그걸 말이라고 해? 어쨌든 그건 찍어먹기도 아니고 고구마과자도 아니잖아. 석만이도 아니고 수정이도 아니고 승진이도 아니고!”
그렇게, 기철이는 차츰 세상과 인생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되는 이 깨달음은 더 많은 ‘전환점’을 거치면서 점점 성숙하고, 마침내 한 인격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작가 자신임이 분명한―에 한해 얘기를 하자면 그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미덕이 깔려 있다.
그렇게… 괜찮은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수정이가 예전처럼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 것을 빼면 모든 게 괜찮았지요. 하지만 그것도 그리 슬프거나 아쉽거나 불행하거나 답답하거나 무섭거나 쓸쓸하거나 아프지 않았습니다.
“괜찮아. 책이야 빌려다 보면 되고, 토스트야 먹은 걸로 치면 되지 뭐.”
기철이는 동화책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 큰 바위 위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저 아래 공군주택 지붕들을 내려다보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눈길을 더 아래로, 그 다음엔 더 멀리 향했지요.
“학교? 괜찮아. 공부야 4학년 때 열심히 하면 되지 뭐. 결석만 하지 않으면 옥수수 빵은 계속 나올 거고… 찐빵? …괜찮아. 좀 참으면 되지 뭐. 한강? 에이, 괜찮아. 다신 헤엄치지 않으면 되지 뭐.”
남산을 볼 때 형 생각이 났습니다.
“괜찮아. 곧 만나겠지 뭐.”
그리고 다시 저 아래 산 61번지.
““괜찮아. 돈 벌어서 이사 가면 되지 뭐.”
무법자 털보네 근처를 더듬을 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괜찮을 거야. 알아봤으면 또 어때. 어차피 권총을 훔친 건 아니니까.”
오야와 개코, 그리고 망태는 오늘도 공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겠지요.
“괜찮아. 잡아주기로 한 거니까 뱀이야 언제든 잡아주면 되지 뭐. 어차피 날짜를 정한 건 아니니까.”
바위에서 일어났습니다. 저 아래 오른 편 2동 지붕들을 바라보면서 기철이는 또 말했습니다.
“괜찮아. 다 지난 일이야. 이제 와서 뭐라고 하겠어? 계화네 할아버지든 엄마든 정 뭐라면 물어내지 뭐.”
국립묘지와 달마사 쪽을 향했을 땐 가슴 한 구석에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어쩌겠어. 다리는 다 나았고 세 대 맞을 걸 두 대 맞았으니 이익이지 뭐. 괜찮아. 아카시아도 그렇고 밤도 그렇고 내년에 또 열릴 건데 뭐.”
입 안 가득 침이 고였습니다. 그리고 눈에서 찝찔한 것이 흘러나와 뺨을 적시고 있었지만 기철이는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 닦을 필요 없어. 곧 마를 텐데 뭐.”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 이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선물한다.
마차가 뒤집혔을 때, 아니 그땐 좀 어렵겠지만 다친 데가 다 나았을 때, 사과나무 아래로 빨리 달려갔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라고…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열망이 강했다면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을 거라고…
운명을 거스르는 힘― ‘사과나무 아래서’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불가해한 힘, 바로 ‘열망’의 비밀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이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문예중앙 겨울호에 ‘스물여섯 번째의 산 책’ ‘눈’ ‘미완의 풀’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이상한 나라와 동화책 엄마 가슴에 꽃이 피었어요를 내었으며, ‘삼나무숲의 기적’ ‘미루나무가 있는 언덕’ ‘철학강아지 까미’ 등 주로 가족 간의 사랑을 주제로 여러 편의 동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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