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찢겨진 친구의 마음도, 망가진 양심도, 끊어진 우정도
‘프로젝트’처럼 착착 되돌릴 수 있을까?
동우는 준희에게 ‘장난처럼’ 했던 일을 ‘돈으로’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찢겨진 친구의 마음도, 망가진 양심도, 끊어진 우정도 ‘프로젝트’처럼 가볍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노자를 갚는 일은 돈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고 준희의 가슴에 남긴 상처는 ‘미안했다’는 말로 낫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양심에 진 빚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삶은 ‘프로젝트’ 따위가 아니며 장부로 계산을 종료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긴 여정임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
해를 거듭하며 어린이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고 있는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15회 수상작을 출간했다. 그동안 김려령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 전성희의 『거짓말 학교』, 한윤섭의 『봉주르, 뚜르』를 거쳐 『방학 탐구 생활』, ‘삼백이의 칠일장’(전2권)에 이르기까지의 수상작들은 현실의 문제를 곡진하게 풀어낸 사실동화, 역사동화, SF, 추리, 판타지, 창작옛이야기 등, 영역을 불문하고 독자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감동과 공감의 무늬를 아로새겼다. 그 뒤를 잇는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간 아이가 이승에 오기 위해 빌린 노잣돈을 갚아 나가는 과정에서,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가치인 진실한 양심과 우정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이다. 학급 내에서 권력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동우가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준희에게 한 발씩 다가서면서 그동안 자신이 따랐던 가치와 질서에 저항하고 삶을 재편하는 과정은, 나는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진실한 관계 맺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응답하게끔 한다. 심사위원들은 “끊임없이 삶의 근원적인 성찰에 도전하는 이 작품에서 동우와 준희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회복하고자 하는 어떤 가치의 실마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라고 평했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간 저승, 그리고 이승으로의 귀환
동우의 운명을 백팔십도 바꾼 약속은?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저승이라면? 이승에 돌아가는 대가로 누군가의 저승 곳간에서 빌린 노자를 갚아야 한다면? 그 빚을 갚아야 할 대상이 자신이 그동안 무시하고 괴롭혀 왔던 사람이라면? 동우에게 그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제멋대로 힘을 과시하고 그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지 못하는 동우는 그날도 돈을 뺏기 위해 같은 반 준희를 뒤쫓던 중이었다. 그런데 운명을 백팔십도 바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달려오는 차를 보고 멈칫했을 뿐인데, 동우의 세상이 변해 있는 것이다. 단짝 태호도 담임도 바로 앞의 동우를 알아보지 못하고 행인들 역시 동우가 소란을 피워도 신경 쓰지 않는다. 동우를 알아보는 이는 오직 검은 옷을 입은 낯선 남자뿐. “넌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라는 남자의 말과 함께 동우는 그길로 검은 버스에 태워져 저승으로 끌려간다. 헌데! 이 모든 것은 저승사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난 억울해요!”라고 외치는 동우에게 저승사자는 이승으로 돌아갈 방법 한 가지를 알려준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노자를 빌려줄 테니 이승에 돌아가면 갚도록 해.”
“노자를 누구에게 갚아요?”
“가까운 사람. 돌아가면 알게 돼.”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인 동우는, 저승사자의 배웅을 받으며 병원에서 눈을 뜬다.
시시때때로 도착하는 저승사자의 메시지
“명심해. 죽은 지 49일째 되는 날까지 노잣돈을 갚지 못하면 저승으로 돌아와야 해.”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하는 날, 동우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여느 때처럼 준희를 화장실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저승에서의 일을 까맣게 잊은 동우가 거칠 건 없었다. 교과서 갈피에서 염라대왕의 도장이 찍힌 노자장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201X년 9월 9일 저승에 온 전동우는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김준희에게 노자를 빌리니 이를 갚지 못하면 저승으로 돌아와야 한다._염라대왕
장부에 선명하게 기록된 약속, 하나하나 떠오르는 저승에서의 기억. 동우는 믿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빚을 갚아야 할 상대가 김준희라니! 그렇지만 제 목숨이 걸린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동우는 노잣돈을 갚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돈. 동우는 그동안 해왔던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돈을 구해 당황하는 준희에게 내민다. 하지만 노자 빚은 그것으로 뚝딱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돈으로 안 되는 거지? 혹시 액수가 부족했나?’ 준희 주위를 맴돌며 이리저리 방법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동우의 절박함은 아랑곳없이 저승사자의 경고는 수시로 날아든다. 설상가상 단단하다고 믿어왔던 태호와의 우정마저 금이 간다.
어떻게 해야 하지? 노자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 그 해답은?
“그 돈은 소용이 없어. 이유를 알아내면 답을 찾은 거야.”라는 저승사자의 힌트 하나, 그리고 우연히 했던 어떤 행동으로 인해 장부에 적혀 있던 노자 빚이 일부 사라진 일. 동우는 그 두 가지 사건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지금까지는 헛수고였을 뿐, 본격적인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도와줄 일들을 생각해 내는 건 어려웠다. 저승사자는 상대방을 잘 관찰하라고 했다. 김준희를 자세히 관찰하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알 수 있을까?
“너한테 아주 고마운 일이 있어. 그래서 돈을 줘야 돼.”라고 말하던 동우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돈이나 의미 없는 말 한마디로 때울 수 없다는 것, 어긋난 관계가 몸짓 한 번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간다. 그 간단한 진리를 알아내기까지 동우는 먼 길을 돌아야 했다. 동우는 준희가 어떤 아이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찰하면서,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물음표만 가득했던 동우의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공책엔 나날이 새로운 항목이 덧붙는다. 준희는 축구를 싫어하니까 안 끼워 준다, 모둠 애들이 준희만 심부름시키지 못하게 한다, 등등. 무엇보다 동우는 준희와 함께 어미 잃은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준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 서로의 아픔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약한 존재, 나와 다른 존재들에 대해 헤아려보고 줄기차게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순탄할 리 없다. 지난날 저질렀던 잘못들이 부메랑이 되어 학교를 뒤흔드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노자 빚은 아직 남았는데 마감일은 성큼 다가왔고, 출구 없는 막다른 길 앞에 서게 된 동우. 동우는 공책에 또 어떤 항목을 추가하게 될까?
종료된 프로젝트 그리고 진정한 시작
자극적이면서도 내면에 접근하기 어려운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인 두 아이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단지 선악으로만 나누기 어려운 사람 마음의 다양한 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동우는 노자를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만나고 소통하게 되는데 이러한 타자와 새로운 관계맺음의 과정을 이만큼 실감 있게 그려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_심사평 중에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기존 동화에선 보기 드물게 가해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음에도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가해자 아이의 변화를 적절한 보폭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오랜 교단생활을 통해 작가가 살갗을 맞대고 살아온 아이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아이들을 가공하지 않고 독자 앞에 드러낸다. 만들어진 아이가 아니라 실존하는 그대로의 아이,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이 깃든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상황들을 충분히 납득하게 하고 인물에 이입하게 한다. 작가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 주제의 무거움을 동우의 엉뚱한 시행착오들로 상쇄하며, 따뜻한 마무리로 이끌고 나간다.
준희와 태호, 길고양이와 마음을 열어가는 동우의 이야기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누군가와 진짜 화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그 존재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고, 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마음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행한 잘못을 되돌리는 데는 크나큰 노력과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러나 용기 있고 단단하게 그 길을 걸어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다. 동우의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종료됐지만, 동우의 공책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되지 않을까.
▣ 작가 소개
글 : 김진희
경인교육대에서 초등교육을, 동국대 영상대학원에서 영화영상을 공부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림 : 손지희
계원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힐스에서 두 해 동안 그림책 공부를 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지옥탕』이 있으며,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부끄럼쟁이 아냐, 생각쟁이야!』 『한글 놀이 명화 사전』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검은 버스
저승에서 온 노자 장부
빈 수레 채우기
사라진 正자
노자 갚기 프로젝트
길고양이 구하기
가깝고도 먼 우정
해결의 열쇠
한 걸음 또 한 걸음
오해와 진실
다시 저승 그리고 이승
심사평
찢겨진 친구의 마음도, 망가진 양심도, 끊어진 우정도
‘프로젝트’처럼 착착 되돌릴 수 있을까?
동우는 준희에게 ‘장난처럼’ 했던 일을 ‘돈으로’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찢겨진 친구의 마음도, 망가진 양심도, 끊어진 우정도 ‘프로젝트’처럼 가볍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노자를 갚는 일은 돈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고 준희의 가슴에 남긴 상처는 ‘미안했다’는 말로 낫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양심에 진 빚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삶은 ‘프로젝트’ 따위가 아니며 장부로 계산을 종료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긴 여정임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
해를 거듭하며 어린이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고 있는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15회 수상작을 출간했다. 그동안 김려령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 전성희의 『거짓말 학교』, 한윤섭의 『봉주르, 뚜르』를 거쳐 『방학 탐구 생활』, ‘삼백이의 칠일장’(전2권)에 이르기까지의 수상작들은 현실의 문제를 곡진하게 풀어낸 사실동화, 역사동화, SF, 추리, 판타지, 창작옛이야기 등, 영역을 불문하고 독자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감동과 공감의 무늬를 아로새겼다. 그 뒤를 잇는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간 아이가 이승에 오기 위해 빌린 노잣돈을 갚아 나가는 과정에서,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가치인 진실한 양심과 우정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이다. 학급 내에서 권력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동우가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준희에게 한 발씩 다가서면서 그동안 자신이 따랐던 가치와 질서에 저항하고 삶을 재편하는 과정은, 나는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진실한 관계 맺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응답하게끔 한다. 심사위원들은 “끊임없이 삶의 근원적인 성찰에 도전하는 이 작품에서 동우와 준희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회복하고자 하는 어떤 가치의 실마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라고 평했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간 저승, 그리고 이승으로의 귀환
동우의 운명을 백팔십도 바꾼 약속은?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저승이라면? 이승에 돌아가는 대가로 누군가의 저승 곳간에서 빌린 노자를 갚아야 한다면? 그 빚을 갚아야 할 대상이 자신이 그동안 무시하고 괴롭혀 왔던 사람이라면? 동우에게 그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제멋대로 힘을 과시하고 그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지 못하는 동우는 그날도 돈을 뺏기 위해 같은 반 준희를 뒤쫓던 중이었다. 그런데 운명을 백팔십도 바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달려오는 차를 보고 멈칫했을 뿐인데, 동우의 세상이 변해 있는 것이다. 단짝 태호도 담임도 바로 앞의 동우를 알아보지 못하고 행인들 역시 동우가 소란을 피워도 신경 쓰지 않는다. 동우를 알아보는 이는 오직 검은 옷을 입은 낯선 남자뿐. “넌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라는 남자의 말과 함께 동우는 그길로 검은 버스에 태워져 저승으로 끌려간다. 헌데! 이 모든 것은 저승사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난 억울해요!”라고 외치는 동우에게 저승사자는 이승으로 돌아갈 방법 한 가지를 알려준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노자를 빌려줄 테니 이승에 돌아가면 갚도록 해.”
“노자를 누구에게 갚아요?”
“가까운 사람. 돌아가면 알게 돼.”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인 동우는, 저승사자의 배웅을 받으며 병원에서 눈을 뜬다.
시시때때로 도착하는 저승사자의 메시지
“명심해. 죽은 지 49일째 되는 날까지 노잣돈을 갚지 못하면 저승으로 돌아와야 해.”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하는 날, 동우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여느 때처럼 준희를 화장실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저승에서의 일을 까맣게 잊은 동우가 거칠 건 없었다. 교과서 갈피에서 염라대왕의 도장이 찍힌 노자장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201X년 9월 9일 저승에 온 전동우는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김준희에게 노자를 빌리니 이를 갚지 못하면 저승으로 돌아와야 한다._염라대왕
장부에 선명하게 기록된 약속, 하나하나 떠오르는 저승에서의 기억. 동우는 믿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빚을 갚아야 할 상대가 김준희라니! 그렇지만 제 목숨이 걸린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동우는 노잣돈을 갚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돈. 동우는 그동안 해왔던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돈을 구해 당황하는 준희에게 내민다. 하지만 노자 빚은 그것으로 뚝딱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돈으로 안 되는 거지? 혹시 액수가 부족했나?’ 준희 주위를 맴돌며 이리저리 방법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동우의 절박함은 아랑곳없이 저승사자의 경고는 수시로 날아든다. 설상가상 단단하다고 믿어왔던 태호와의 우정마저 금이 간다.
어떻게 해야 하지? 노자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 그 해답은?
“그 돈은 소용이 없어. 이유를 알아내면 답을 찾은 거야.”라는 저승사자의 힌트 하나, 그리고 우연히 했던 어떤 행동으로 인해 장부에 적혀 있던 노자 빚이 일부 사라진 일. 동우는 그 두 가지 사건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지금까지는 헛수고였을 뿐, 본격적인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도와줄 일들을 생각해 내는 건 어려웠다. 저승사자는 상대방을 잘 관찰하라고 했다. 김준희를 자세히 관찰하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알 수 있을까?
“너한테 아주 고마운 일이 있어. 그래서 돈을 줘야 돼.”라고 말하던 동우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돈이나 의미 없는 말 한마디로 때울 수 없다는 것, 어긋난 관계가 몸짓 한 번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간다. 그 간단한 진리를 알아내기까지 동우는 먼 길을 돌아야 했다. 동우는 준희가 어떤 아이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찰하면서,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물음표만 가득했던 동우의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공책엔 나날이 새로운 항목이 덧붙는다. 준희는 축구를 싫어하니까 안 끼워 준다, 모둠 애들이 준희만 심부름시키지 못하게 한다, 등등. 무엇보다 동우는 준희와 함께 어미 잃은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준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 서로의 아픔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약한 존재, 나와 다른 존재들에 대해 헤아려보고 줄기차게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순탄할 리 없다. 지난날 저질렀던 잘못들이 부메랑이 되어 학교를 뒤흔드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노자 빚은 아직 남았는데 마감일은 성큼 다가왔고, 출구 없는 막다른 길 앞에 서게 된 동우. 동우는 공책에 또 어떤 항목을 추가하게 될까?
종료된 프로젝트 그리고 진정한 시작
자극적이면서도 내면에 접근하기 어려운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인 두 아이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단지 선악으로만 나누기 어려운 사람 마음의 다양한 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동우는 노자를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만나고 소통하게 되는데 이러한 타자와 새로운 관계맺음의 과정을 이만큼 실감 있게 그려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_심사평 중에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기존 동화에선 보기 드물게 가해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음에도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가해자 아이의 변화를 적절한 보폭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오랜 교단생활을 통해 작가가 살갗을 맞대고 살아온 아이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아이들을 가공하지 않고 독자 앞에 드러낸다. 만들어진 아이가 아니라 실존하는 그대로의 아이,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이 깃든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상황들을 충분히 납득하게 하고 인물에 이입하게 한다. 작가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 주제의 무거움을 동우의 엉뚱한 시행착오들로 상쇄하며, 따뜻한 마무리로 이끌고 나간다.
준희와 태호, 길고양이와 마음을 열어가는 동우의 이야기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누군가와 진짜 화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그 존재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고, 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마음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행한 잘못을 되돌리는 데는 크나큰 노력과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러나 용기 있고 단단하게 그 길을 걸어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다. 동우의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종료됐지만, 동우의 공책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되지 않을까.
▣ 작가 소개
글 : 김진희
경인교육대에서 초등교육을, 동국대 영상대학원에서 영화영상을 공부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림 : 손지희
계원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힐스에서 두 해 동안 그림책 공부를 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지옥탕』이 있으며,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부끄럼쟁이 아냐, 생각쟁이야!』 『한글 놀이 명화 사전』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검은 버스
저승에서 온 노자 장부
빈 수레 채우기
사라진 正자
노자 갚기 프로젝트
길고양이 구하기
가깝고도 먼 우정
해결의 열쇠
한 걸음 또 한 걸음
오해와 진실
다시 저승 그리고 이승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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