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두 사람, 그 사이에 깃든 의미 탐구하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은 부부 사이일 수도 있고, 모녀나 모자 또는 부자나 부녀 사이일 수도 있으며, 형제나 자매 사이일 수도, 사랑하는 사이일 수도, 친한 친구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종종 서로가 어떤 사이인지 전혀 생각지 않고 지내곤 합니다. 마치 물이나 공기가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우리와 떼려야 뗄 수없는 사이라는 걸 잊고 지내듯 말입니다.
어쩌다가 둘 사이에 어떤 사연이 생겨 서로 멀리 또는 오래 떨어져 있거나, 감정에 금이 가거나, 또는 아예 헤어져 버리게 되면,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의 사이에 대해 생각하고 깨달아, 혹은 후회하고 혹은 보람을 느끼고 혹은 새 각오를 다지게 되곤 하지요.
<두 사람>은 이처럼 평소에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두 사람 사이에 깃들인 의미를, 깊은 사유의 호수에서 건져 올린 반짝이는 비유에 담아 들려주는 시처럼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두 사람’들이 서로의 사이에 대해 탐구하고 이해하여 더 좋은 관계를 가꾸어 가게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거기 들어 있습니다. 어린 독자들이라면, 이 그림책이 가끔 자신을 당황하게 하는 엄마와 아빠의 사이를 이해하고, 자신과 가족, 또는 친구의 사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쉬운 것입니다. 두 사람은 자물쇠처럼 닫힌 서로의 마음을 열어 주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세상이라는 험난한 바다 위에서 서로 쓸쓸하지 않도록, 몰아치는 바람에 함께 휩쓸리는 두 섬이 되기도 합니다. 흐르는 세월을 함께 견뎌 가는 두 개의 시계와 같기도 하고, 서로 번갈아가며 한쪽의 기운이 떨어지면 다른 한쪽이 기운을 나눠주는 모래시계와 같기도 합니다. 힘을 합쳐 머나먼 항해를 함께하는 돛과 돛대가 되기도, 항상 같은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는 자전거의 두 바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어려운 것이지요. 열쇠는 가끔 어디론가 사라져 자물쇠를 애태우기도 하고, 자물쇠는 가끔 꽉 막혀 버려서 열쇠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마주보는 두 벽이 되어 함께 한 지붕을 받치지만, 서로 반대편에 서서 아무리 해도 가까워질 수 없기에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낮과 밤처럼 서로 엇갈려 만날 수 없기도 하고, 바람이 빠진 다른 쪽 바퀴 때문에 자신은 멀쩡하면서도 더는 달릴 수 없는 한쪽 바퀴가 되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에는 꽃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전혀 빛나지 않는 줄기와, 줄기 없인 곧 시들 수밖에 없으면서도 저 혼자 빛나는 꽃처럼 전혀 공평하지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한편,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따로따로이기도 한 것입니다. 함께 바람에 휩쓸리면서도 두 개의 섬은 각각 자기만의 화산과 폭포와 계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란히 한쪽으로 나 있는 창문처럼 똑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둘이 보여 주는 것은 실은 제각기 다른 풍경들이지요. 똑같은 시간을 함께 견뎌 가면서도 아날로그시계와 디지털시계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시계들이기도 하고, 뿌리가 얽힌 채 나란히 자라면서도 침엽수와 활엽수처럼 서로 다른 삶의 리듬을 가진 나무들이기도 합니다. 따뜻하고 즐거운 노란색과 서늘하고 진지한 푸른색처럼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채 함께 있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흥미로운 것이지요. 두 사람이 함께한다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노란색과 푸른색은 함께하기에 따뜻하고 진지하면서도 즐겁고 서늘한 들판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왼손과 오른손은 함께하기에 갖가지 예쁜 손뜨개를 만들어냅니다. 두 사람은 심지어는 세 번째 사람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사랑에 관한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처럼 단단히 서로 엮여 있어서 두 사람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보여 주고 들려줍니다. 둘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금방 떨어져 나가고 말겠지요?
장면마다 펼쳐지는 시적인 이미지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얻어 낸, 시처럼 반짝이는 비유가 담긴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가령, 첫 장면에서 작가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의 쉬움과 어려움’을 각각 반쪽만 있는 여자의 옷과 남자의 옷이 두 개의 단추로 여며져 한 벌을 이루는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각자 완전치 않으며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함으로써 완전한 하나를 이룬다는 뜻을 전하는 동시에, 그것이 조화를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두 반쪽 옷에 그나마 어울리는 색깔을 입히고 단추 또한 두 색깔 모두에 어울리는 색깔의 것을 선택함으로써 조화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만, 서로 다른 반쪽 옷들이 모여 조화로운 한 벌 옷을 이룬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다음 장면에서 작가는 ‘서로 꼭 들어맞는 한 쌍만이 서로의 마음에 열쇠와 자물쇠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모양과 색깔이 다른 열쇠들과 자물쇠들을 보여줌으로써 전합니다. 그림 오른쪽 자물쇠의 구멍으로 표현된 사람들의 모양은 얼핏 똑같아 보입니다만, 그 안에 있는 회전통 - 즉 마음의 모양은 손 모양으로 표현된 왼쪽 열쇠들의 톱니 모양처럼 다 다르겠지요. 거기에 딱 맞는 열쇠를 만날 때 자물쇠의 마음은 활짝 열립니다.
몇 장면 뒤를 보면 모래시계 넷이 그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래시계의 두 그릇처럼 서로 붙어 있으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모래를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저쪽의 기운이 떨어지면 이쪽이 기운을 나눠주고 또 이쪽이 힘겨우면 저쪽이 힘을 주는 그런 두 사람들의 비유지요. 그런데 모래시계에 채워진 ‘모래’의 모양이 저마다, 또 아래위마다 다릅니다. 어떤 것은, 윗그릇은 새가 나는 하늘로 채워져 있는데 그것이 아랫그릇으로 내려오면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가 됩니다. 또 어떤 것은, 윗그릇 속 엉클어진 숫자들이 아랫그릇으로 내려와 정돈되지요. 사막의 모래가 밤하늘의 별들로 변하기도 하고, 씨앗이 내려와 싹트고 자라기도 합니다. 두 사람들은, 쌍마다 다 다를 뿐만 아니라 한 쌍 안에서도 각자가 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은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한 집 안에서 서로 마주잡으려는 듯 내민 두 개의 손은 손가락이 모두 각기 다른 기능과 모양의 도구들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잘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서로 다르며, 감각과 취향 또한 서로 다른 두 사람일 테지요. 그 아래 동그란 얼굴이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세 번째 사람일 수도, 이 책을 다 보고 난 독자일 수도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처럼 작가의 사려 깊은 비유가 담긴 장면들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독자들은 자기 자신과 어떤 다른 이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자기 둘레의 어떤 ‘두 사람’들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겠지요.
그것이 바로 ‘두 사람’처럼 앞표지와 뒤표지로 단단히 엮인 이 이야기 <두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속생각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1960년에 폴란드의 중세 도시 토루인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기획자 이지원의 소개로 《생각》과《발가락》을 논장에서 출간한 뒤 한국의 출판사들과 많은 작업을 하였습니다. 《생각하는 ㄱㄴㄷ》, 《문제가 생겼어요!》, 《학교 가는 길》, 《네 개의 그릇》, 《작은 발견》 등 감수성과 철학적 깊이가 돋보이는 책들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세 번(논픽션, 픽션, 뉴호라이즌 부문) 수상했습니다. 2018년에 이어 2020년에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로 추천되었습니다.
옮긴이 : 이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폴란드어를 공부하고 폴란드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학생을 가르치며 어린이책 기획과 연구에 힘쓰고 있다. 기획한 책으로 《생각하는 ㄱㄴㄷ》 《생각하는 ABC》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잃어버린 영혼》 《평등한 나라》 《꿀벌》 《두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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