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그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니야! 더 단단해질 테니까!”
느티말 아이들이 선사하는 치유와 위로의 삼중주!
《주병국 주방장》《똥배 보배》 등 아이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각과 동화의 상투성을 벗어던진 이야기 전개로 주목받아 온 정연철 작가의 새로운 장편 동화가 출간되었다.
《속상해서 그랬어!》는 가정의 붕괴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와 어른들이 두메산골 느티말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연작 동화로, 아이들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어른들의 삶까지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이야기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삼 년 전 동생과 함께 할머니 집에 맡겨진 진수,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명목 하에 시골 할머니 집에 내려온 기열, 빚쟁이를 피해 느티말로 숨어 든 미숙 등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두메산골 느티말에 오게 된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면서 가슴 따뜻한 치유와 위로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어린이 책에서 가정의 문제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은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많은 책들이 어른들의 도움이나 화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다소 뻔한 결말을 보여 준다. 반면에 이 책은 어떤 해결책이나 큰 변화를 보여 주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느티말에서 만난 사람들과 부딪치고 깨지고 넘어지면서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마주하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엄마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새빨개지는 진수나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친구들과 잘 지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못되게 구는 기열이 등 자신의 아픔을 애써 숨기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아파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해지는 깊은 울림이 있다.
사실 답답하고 힘든 현실 속에서 무턱대고 긍정적이고 밝거나 반대로 한없이 움츠러들기만 하는 모습은 실제 우리 아이들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고 애쓰지만 그 모습 자체가 지독하게 아파하는 거며 그렇게 아파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게 우리 아이들 스스로 가장 공감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은 현실 속 우리 아이들과 꼭 닮아 있는 주인공들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또한 앞뒤 상황 파악 못 하고 감자 하나에 행복해하는 철없는 두호나, 사랑 받고 싶은 속마음과는 다르게 늘 삐딱하기만 한 까칠 대마왕 기열이 등 아이다운 발랄함이 가진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통해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울퉁불퉁 돌 같은 마음을 돌돌 어루만지는 개울물 같은 이야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깨진 돌, 울퉁불퉁한 돌, 뾰족한 돌 같은 모난 구석과 상처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나무 배〉의 진수는 삼 년 전 집을 나간 엄마와 느티말 할머니 집에 자신과 동생 진희를 맡기고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아이다.
난 진희가 엄마 아빠 얘기를 꺼낼 낌새만 보여도 윽박지른다. 자꾸 그러면 다시는 너하고 안 놀 거라고. 말도 안 할 거라고.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겨우겨우 참고 있는 거니까. 본문 12쪽
두 번째 이야기 〈나무 물고기〉의 기열은 시골 공기가 아토피에 좋다는 이유로 할머니 집에 내려왔지만 사실은 엄마 아빠가 자신 몰래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다. 이런 현실이 짜증나고 우울한 기열이는 전학 간 학교에서 그야말로 ‘못돼 처먹은’ 아이가 된다.
“미, 미안. 내가 고쳐 줄게.”
진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네까짓 게 어떻게 고쳐. 병신 같은 게.”
애들이 멀찍이 떨어진 채 구경하며 소곤닥댔다.
“야, 니 좀 심한 거 아니가?”
승미가 팔짱을 낀 채 끼어들었다. (중략)
“좋아, 그럼 고쳐 줘. 흠집 하나 없이. 고칠 때까지 내가 자전거 못 타는 것도 보상해 줘. 너희 둘! 사람 잘못 봤어.”
“잘못 보긴 뭘 잘못 봐. 머시마 니 못된 아라는 거 니만 모르고 전교생이 다 알걸.” 본문 93~94쪽
세 번째 이야기 〈나무 새〉의 미숙은 빚쟁이들의 끈질긴 괴롭힘을 피해 느티말에 숨어든다. 하지만 어릴 적 친구들의 아들딸인 진수와 진희, 그리고 기열이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자신도 몇 년 전,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무작정 엄마에게 맡기고 한 번도 찾지 않은 어린 딸 희주가 있기에.
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문득 미숙은 희주가 떠올랐다. 많이 자랐을까? 아픈 데는 없을까? 오 년 전 친정 엄마한테 무작정 맡겨 두고 여태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희주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악착같이 버텨 오던 삶의 기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명절 때마다 옷을 사서 부친 게 엄마 노릇의 전부였다. 삼 년 정도만 맡기고 데려가려던 목표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36~137쪽
하지만 이 책은 낙관적인 상황의 변화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수는 이제 곧 다가올 추석에도 아빠가 오지 않으리라는 가슴 아픈 사실을 듣게 되고, 기열은 결국 엄마 아빠의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며, 미숙은 느티말에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워 마음 편히 잠들 수 없다. 대신 이 책은 넉넉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서 돌돌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깊이 있게 마주하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그다음부터 개울가는 언제나 나한테 약국이다. 개울이 주는 진정제는 효과가 뛰어나다. 개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곤두박질치던 내 기분도 어느새 돌돌 차분해진다. 12쪽
어느새 가려움증이 사라졌다는 걸 느꼈다. 펄펄 끓었던 몸도 시원하게 식었다. 그 순간 신기하게 개울물이 품을 열어 나를 폭 감싸 안는 느낌이었다.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나를, 성질도 못되고 버르장머리도 없는 나를,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사는 나를…….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물속에 얼굴을 담갔다. 개울물이 내 눈물을 씻어 주었다. 본문 117쪽
미숙은 쪼그려 앉은 채 허리를 굽혀 개울에 얼굴을 담갔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얼굴에 아니 머릿속과 가슴속에 묻어 있던 때가 말끔하게 씻기는 기분이었다. 늘 흙탕물만 흐르던 마음속 개울물이 맑게 개는 느낌이었다. 176쪽
마음의 상처가 곪는 이유는 그것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나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부드러워진 진수와 기열, 그리고 미숙을 통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상처와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 준다.
또한 만나기만 하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던 진수와 기열이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 문을 열고, 딸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사는 미숙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상처도 감싸 안을 수 있음을 넌지시 알려 준다.
돌돌 흐르는 개울물 같은 치유의 힘이 있는 이 책이 우리 아이들 마음속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좋은 연고가 되어 주길 희망해 본다.
▣ 작가 소개
글 : 정연철
1973년 함양 두메산골에서 태어났고, 계명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고,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화를 추천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지은책으로는 『주병국 주방장』이 있다.
그림 : 조미자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참, 엄마도 참』 『우리 마당으로 놀러 와』 『주문에 걸린 마을』 『고양이에게 말 걸기』 『별볼일 없는 4학년』 등에 그림을 그렸고, 지은 책으로는 『어느 공원의 하루』 『기역은 곰』 『엄마가 그린 새 그림』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노란 잠수함을 타고』 『야채가 좋아』 『바람이 살랑』 『꽃이 좋아』 등 다수가 있습니다.
▣ 주요 목차
〈나무 배〉
뽀로로 보고 있다가
싫어, 싫어, 싫다고!
젊은 사람들이 어데서 행패고, 행패가!
엇! 거지 주인에 거지 똥개네?
엄마! 과자 다 묵었다
참, 니 이름 뭐꼬?
그라믄 언제 가는데?
저녁 안 먹었어?
어, 되게 시원하고 좋다
또 와!
〈나무 물고기〉
뭐, 비정상? 비정상?
그냥 앉고 싶은 데 앉으면 안 돼요?
저, 짝 바꿔 주세요
내가 염소야?
이번 주에 온다고?
넌……, 내 짝이니까
됐어요, 나 사과 안 해
숙제 다른 걸로 내주세요
좀 쉬었다 가요!
또 와!
〈나무 새〉
뭘 봐?
완저이 천 년 묵은 불야시구마
아줌마랑 놀래?
에구, 무섭기야 돈이 무섭지
참말로 낯가죽도 뚜꺼버래이
무슨 말씀을……
달도 참 밝다
또 와요
작가의 말
“그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니야! 더 단단해질 테니까!”
느티말 아이들이 선사하는 치유와 위로의 삼중주!
《주병국 주방장》《똥배 보배》 등 아이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각과 동화의 상투성을 벗어던진 이야기 전개로 주목받아 온 정연철 작가의 새로운 장편 동화가 출간되었다.
《속상해서 그랬어!》는 가정의 붕괴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와 어른들이 두메산골 느티말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연작 동화로, 아이들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어른들의 삶까지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이야기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삼 년 전 동생과 함께 할머니 집에 맡겨진 진수,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명목 하에 시골 할머니 집에 내려온 기열, 빚쟁이를 피해 느티말로 숨어 든 미숙 등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두메산골 느티말에 오게 된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면서 가슴 따뜻한 치유와 위로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어린이 책에서 가정의 문제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은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많은 책들이 어른들의 도움이나 화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다소 뻔한 결말을 보여 준다. 반면에 이 책은 어떤 해결책이나 큰 변화를 보여 주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느티말에서 만난 사람들과 부딪치고 깨지고 넘어지면서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마주하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엄마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새빨개지는 진수나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친구들과 잘 지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못되게 구는 기열이 등 자신의 아픔을 애써 숨기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아파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해지는 깊은 울림이 있다.
사실 답답하고 힘든 현실 속에서 무턱대고 긍정적이고 밝거나 반대로 한없이 움츠러들기만 하는 모습은 실제 우리 아이들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고 애쓰지만 그 모습 자체가 지독하게 아파하는 거며 그렇게 아파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게 우리 아이들 스스로 가장 공감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은 현실 속 우리 아이들과 꼭 닮아 있는 주인공들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또한 앞뒤 상황 파악 못 하고 감자 하나에 행복해하는 철없는 두호나, 사랑 받고 싶은 속마음과는 다르게 늘 삐딱하기만 한 까칠 대마왕 기열이 등 아이다운 발랄함이 가진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통해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울퉁불퉁 돌 같은 마음을 돌돌 어루만지는 개울물 같은 이야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깨진 돌, 울퉁불퉁한 돌, 뾰족한 돌 같은 모난 구석과 상처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나무 배〉의 진수는 삼 년 전 집을 나간 엄마와 느티말 할머니 집에 자신과 동생 진희를 맡기고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아이다.
난 진희가 엄마 아빠 얘기를 꺼낼 낌새만 보여도 윽박지른다. 자꾸 그러면 다시는 너하고 안 놀 거라고. 말도 안 할 거라고.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겨우겨우 참고 있는 거니까. 본문 12쪽
두 번째 이야기 〈나무 물고기〉의 기열은 시골 공기가 아토피에 좋다는 이유로 할머니 집에 내려왔지만 사실은 엄마 아빠가 자신 몰래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다. 이런 현실이 짜증나고 우울한 기열이는 전학 간 학교에서 그야말로 ‘못돼 처먹은’ 아이가 된다.
“미, 미안. 내가 고쳐 줄게.”
진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네까짓 게 어떻게 고쳐. 병신 같은 게.”
애들이 멀찍이 떨어진 채 구경하며 소곤닥댔다.
“야, 니 좀 심한 거 아니가?”
승미가 팔짱을 낀 채 끼어들었다. (중략)
“좋아, 그럼 고쳐 줘. 흠집 하나 없이. 고칠 때까지 내가 자전거 못 타는 것도 보상해 줘. 너희 둘! 사람 잘못 봤어.”
“잘못 보긴 뭘 잘못 봐. 머시마 니 못된 아라는 거 니만 모르고 전교생이 다 알걸.” 본문 93~94쪽
세 번째 이야기 〈나무 새〉의 미숙은 빚쟁이들의 끈질긴 괴롭힘을 피해 느티말에 숨어든다. 하지만 어릴 적 친구들의 아들딸인 진수와 진희, 그리고 기열이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자신도 몇 년 전,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무작정 엄마에게 맡기고 한 번도 찾지 않은 어린 딸 희주가 있기에.
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문득 미숙은 희주가 떠올랐다. 많이 자랐을까? 아픈 데는 없을까? 오 년 전 친정 엄마한테 무작정 맡겨 두고 여태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희주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악착같이 버텨 오던 삶의 기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명절 때마다 옷을 사서 부친 게 엄마 노릇의 전부였다. 삼 년 정도만 맡기고 데려가려던 목표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36~137쪽
하지만 이 책은 낙관적인 상황의 변화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수는 이제 곧 다가올 추석에도 아빠가 오지 않으리라는 가슴 아픈 사실을 듣게 되고, 기열은 결국 엄마 아빠의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며, 미숙은 느티말에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워 마음 편히 잠들 수 없다. 대신 이 책은 넉넉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서 돌돌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깊이 있게 마주하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그다음부터 개울가는 언제나 나한테 약국이다. 개울이 주는 진정제는 효과가 뛰어나다. 개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곤두박질치던 내 기분도 어느새 돌돌 차분해진다. 12쪽
어느새 가려움증이 사라졌다는 걸 느꼈다. 펄펄 끓었던 몸도 시원하게 식었다. 그 순간 신기하게 개울물이 품을 열어 나를 폭 감싸 안는 느낌이었다.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나를, 성질도 못되고 버르장머리도 없는 나를,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사는 나를…….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물속에 얼굴을 담갔다. 개울물이 내 눈물을 씻어 주었다. 본문 117쪽
미숙은 쪼그려 앉은 채 허리를 굽혀 개울에 얼굴을 담갔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얼굴에 아니 머릿속과 가슴속에 묻어 있던 때가 말끔하게 씻기는 기분이었다. 늘 흙탕물만 흐르던 마음속 개울물이 맑게 개는 느낌이었다. 176쪽
마음의 상처가 곪는 이유는 그것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나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부드러워진 진수와 기열, 그리고 미숙을 통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상처와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 준다.
또한 만나기만 하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던 진수와 기열이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 문을 열고, 딸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사는 미숙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상처도 감싸 안을 수 있음을 넌지시 알려 준다.
돌돌 흐르는 개울물 같은 치유의 힘이 있는 이 책이 우리 아이들 마음속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좋은 연고가 되어 주길 희망해 본다.
▣ 작가 소개
글 : 정연철
1973년 함양 두메산골에서 태어났고, 계명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고,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화를 추천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지은책으로는 『주병국 주방장』이 있다.
그림 : 조미자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참, 엄마도 참』 『우리 마당으로 놀러 와』 『주문에 걸린 마을』 『고양이에게 말 걸기』 『별볼일 없는 4학년』 등에 그림을 그렸고, 지은 책으로는 『어느 공원의 하루』 『기역은 곰』 『엄마가 그린 새 그림』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노란 잠수함을 타고』 『야채가 좋아』 『바람이 살랑』 『꽃이 좋아』 등 다수가 있습니다.
▣ 주요 목차
〈나무 배〉
뽀로로 보고 있다가
싫어, 싫어, 싫다고!
젊은 사람들이 어데서 행패고, 행패가!
엇! 거지 주인에 거지 똥개네?
엄마! 과자 다 묵었다
참, 니 이름 뭐꼬?
그라믄 언제 가는데?
저녁 안 먹었어?
어, 되게 시원하고 좋다
또 와!
〈나무 물고기〉
뭐, 비정상? 비정상?
그냥 앉고 싶은 데 앉으면 안 돼요?
저, 짝 바꿔 주세요
내가 염소야?
이번 주에 온다고?
넌……, 내 짝이니까
됐어요, 나 사과 안 해
숙제 다른 걸로 내주세요
좀 쉬었다 가요!
또 와!
〈나무 새〉
뭘 봐?
완저이 천 년 묵은 불야시구마
아줌마랑 놀래?
에구, 무섭기야 돈이 무섭지
참말로 낯가죽도 뚜꺼버래이
무슨 말씀을……
달도 참 밝다
또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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