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맙소사, 앵무새라니!
씩씩한 열세 살 소녀 정마니의 좌충우돌 성장기
이야기는 캠프에 갔다 집에 돌아온 마니가 난데없이 앵무새와 맞닥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앵무새’라는 낯설고 흥미로운 존재가 갑작스레 일상에 끼어드는 첫 장면은 도입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소아우울증에 걸린 동생이 아빠의 사장님 댁에서 실수로 몰래 앵무새를 데려오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가족을 위해 마니는 동생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분투한다. 그러한 분투와 과정에서 마니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위 사람들의 민낯을 목격하기도 하고, 진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정면으로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탐구하며 열세 살 소녀는 그렇게 성장의 첫 열쇠를 손에 쥔다.
이야기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는 입체적인 캐릭터
어두운 방 안이 온통 회색이다. 분홍색 벽지도 회색으로 보였다. 엄마는 내가 분홍색으로 꾸미지 않으면 딸로 안 보일까 봐 걱정하는 눈치다. 말도 안 된다. 여자는 분홍색 말고도 여러 가지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를테면……. 머릿속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찬찬히 떠오르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솔직히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23면)
한편, 이 각별한 성장담에는 앵무새만큼이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선머슴처럼 털털하지만 마음은 여린 주인공 마니가 사내아이로 비치는 겉모습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심하다 아직은 자신을 무슨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장면은 오히려 진실되게 다가온다. 이기적으로만 보여도 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속내를 감추고 있었던 엄마에게선 뭉클함이, 늘 짓궂은 장난으로 마니를 괴롭히지만 얼핏얼핏 마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친구 경지에게선 풋풋한 두근거림마저 느껴진다. 이렇듯 각각의 속사정과 숨은 얼굴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작품에 오밀조밀한 요철을 새겨 넣으면서 서사를 한결 생기 있게 만든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앵무새가 가르쳐 준 진짜 행복의 비밀
한비가 추운 베란다에 있던 때가 떠올랐다. 작은 분홍색 새장에서 떨고 있는 한비가 꼭 나 같다고 생각했었다. 수혁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 듯했다.
“너 참 힘들었겠다…….”
“털을 뽑는 한비를 보며 더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146면)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은 실수로 데려온 앵무새 한비를 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더 이상 어른들의 ‘앵무새’가 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부하며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서 용기 있게 첫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꿈은 무엇인지 아직은 단번에 대답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제힘으로 인생을 꾸려 가겠다는 이 아이들의 바람이자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네가 꿈이 없다는 게 나한테 야단맞을 일은 아니지. 그래도 생각은 해 봐. 네 인생이잖아.”(109면)라고 한발 물러나 지켜봐 주는 어른의 등장도 미덥다. 멘토나 손쉬운 위로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인생의 조언자로 세운 마지막 문장은 우리 아동문학에서 인상적인 한 구절로 기억할 만하다.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의 전후로 마니에게 극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 않을는지 모르나 마니는 작전의 성공보다 더 값진 것을 얻는다. 그것은 세상에는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이제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작은 깨달음이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라는 헬렌 켈러의 명언을 “세상은 기쁨으로 가득하고, 그걸 즐기는 나로 가득하다.”로 바꾼 마니의 변화가 새삼 반가운 까닭이다.
씩씩한 열세 살 소녀 정마니의 좌충우돌 성장기
이야기는 캠프에 갔다 집에 돌아온 마니가 난데없이 앵무새와 맞닥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앵무새’라는 낯설고 흥미로운 존재가 갑작스레 일상에 끼어드는 첫 장면은 도입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소아우울증에 걸린 동생이 아빠의 사장님 댁에서 실수로 몰래 앵무새를 데려오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가족을 위해 마니는 동생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분투한다. 그러한 분투와 과정에서 마니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위 사람들의 민낯을 목격하기도 하고, 진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정면으로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탐구하며 열세 살 소녀는 그렇게 성장의 첫 열쇠를 손에 쥔다.
이야기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는 입체적인 캐릭터
어두운 방 안이 온통 회색이다. 분홍색 벽지도 회색으로 보였다. 엄마는 내가 분홍색으로 꾸미지 않으면 딸로 안 보일까 봐 걱정하는 눈치다. 말도 안 된다. 여자는 분홍색 말고도 여러 가지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를테면……. 머릿속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찬찬히 떠오르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솔직히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23면)
한편, 이 각별한 성장담에는 앵무새만큼이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선머슴처럼 털털하지만 마음은 여린 주인공 마니가 사내아이로 비치는 겉모습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심하다 아직은 자신을 무슨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장면은 오히려 진실되게 다가온다. 이기적으로만 보여도 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속내를 감추고 있었던 엄마에게선 뭉클함이, 늘 짓궂은 장난으로 마니를 괴롭히지만 얼핏얼핏 마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친구 경지에게선 풋풋한 두근거림마저 느껴진다. 이렇듯 각각의 속사정과 숨은 얼굴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작품에 오밀조밀한 요철을 새겨 넣으면서 서사를 한결 생기 있게 만든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앵무새가 가르쳐 준 진짜 행복의 비밀
한비가 추운 베란다에 있던 때가 떠올랐다. 작은 분홍색 새장에서 떨고 있는 한비가 꼭 나 같다고 생각했었다. 수혁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 듯했다.
“너 참 힘들었겠다…….”
“털을 뽑는 한비를 보며 더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146면)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은 실수로 데려온 앵무새 한비를 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더 이상 어른들의 ‘앵무새’가 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부하며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서 용기 있게 첫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꿈은 무엇인지 아직은 단번에 대답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제힘으로 인생을 꾸려 가겠다는 이 아이들의 바람이자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네가 꿈이 없다는 게 나한테 야단맞을 일은 아니지. 그래도 생각은 해 봐. 네 인생이잖아.”(109면)라고 한발 물러나 지켜봐 주는 어른의 등장도 미덥다. 멘토나 손쉬운 위로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인생의 조언자로 세운 마지막 문장은 우리 아동문학에서 인상적인 한 구절로 기억할 만하다.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의 전후로 마니에게 극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 않을는지 모르나 마니는 작전의 성공보다 더 값진 것을 얻는다. 그것은 세상에는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이제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작은 깨달음이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라는 헬렌 켈러의 명언을 “세상은 기쁨으로 가득하고, 그걸 즐기는 나로 가득하다.”로 바꾼 마니의 변화가 새삼 반가운 까닭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임지윤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아동문학작가학교와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습니다.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으로 제1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린이 : 조승연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춘기 가족』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 『우리 집 괴물 친구들』 『셜록 홈즈』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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