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큰 눈을 슴벅거리는 아이, 끝없는 상상을 쏟아내는 아이, ‘나’를 쏙 닮은 아이…
‘고마’를 소개합니다!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배우들이 연극할 때 쓰던 가면을 일컫던 말로, 자아와 외부세계가 관계 맺는 기능을 하는 ‘사회적 얼굴’을 뜻하는 표현이다. 요즘은 영화감독과 배우의 막역한 관계를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한 감독과 여러 편을 함께하며 감독의 의도와 내면의 세계를 가장 가깝고 깊이 있게 드러내는 배우를 ‘페르소나’라 칭한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사진이나 그림, 음악, 소설 등의 예술작품에서도 우리는 작가의 페르소나를 발견하곤 한다. 작가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친밀한 기분이 들어서일까, 작가의 페르소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적잖은 즐거움을 준다. 작가와 그의 페르소나, 그리고 ‘나’. 이 묘한 삼각관계 속에서 우리는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더불어 페르소나가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작가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품는다.
2004년 『해를 삼킨 아이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온 김기정 작가는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판타지 세계를 펼쳐 보이기로 유명하다. 자기 문체를 잃지 않고,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맛깔난 동화’를 쓰는 이야기꾼 김기정. 그의 작품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한 꼬마가 있다. 작고 귀여운 ‘꼬마’에서 비롯된 ‘고마’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아이다.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그밖에 인물들 모두 작가의 사랑과 관심이 미치지 않고 탄생할 수 없을 테지만 작가와 고마의 관계는 좀 더 각별해 보인다. 그래서 고마가 그의 페르소나일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여기 딱 한 아이만큼은 좀 남다르긴 합니다. 생각만 해도 그냥 마음이 아리고 애틋해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그 녀석은 그 시절의 나를 무척이나 닮아 있더군요. 말이 없고 수줍어하며 큰 눈을 슴벅거리는 아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멀찍이 떨어져 있는 아이요. 슬픈 일이라도 생기면 금세 큰 눈에 눈물이 비칩니다. 그러면요, 요 녀석은 곧 자신만의 생각에 잠깁니다. 녀석의 상상은 밑도 끝도 없이 나아가기 십상인데요, 용케도 그 상상 안에서 온갖 복잡하고 고단한 문제를 다 풀어 버리곤 마침내 제자리에 돌아옵니다. 이때 녀석은 좀 전의 슬픔은 깡그리 잊고는 배시시 웃습니다. 아주 새 아이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게 ‘고마’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런데 고마가 놀랍고 신기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의 아이’로만 머물지 않고 어느새 나의, 너의, 모두의 고마가 되어 있는 것이다.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아이, 여려 보이지만 때로 엄청 씩씩해서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아이, 걱정보다 즐거움이 더 많은 아이, 유쾌한 상상을 끝없이 풀어내는 아이……. 고마는 어쩌면, 모두가 지나온 어린 시절의 한 모습이 아닐까.
고마를 보며 지나온 시절의 모습들을 돌이켜 보고 새삼 깨닫는다. 아직 어리다고 어른들이 걱정할 때도 실은 생각보다 멋지게 자신의 빛을 발하고 있었음을, 고마 역시 밝고 예쁘게 하루하루 살고 있음을, 작가와 고마와 독자인 ‘나’는 이렇게 함께 자라고 있음을…….
작가는 고마를 통해 어린이의 심리를 소박하게 풀어내면서도 현실과 공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이야기의 본연, 어린이의 본연, 그리하여 동화의 본연에 보다 가까이 가 닿는다. 자, 보석처럼 빛나는 세 편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고마가 풀어 놓은 세 가지 상상!
김기정 작가가 들려주는 보석 같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학교에 다녀도 될까요?」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고마의 속사정이 펼쳐진다. 고마는 이틀 뒤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무척 들떠 있지만 어른들 고민은 이만저만 아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고마가 과연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싶어 걱정스럽기만 하다.
“글자는 쓸 줄 알겠지?”
고마는 이름만 겨우 ‘그릴’ 정도였죠.
“더하기랑 빼기는 할 줄 아느냐?”
손가락으로 열까지는 셀 줄 알았습니다만, 뭘 더하고 빼라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고마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 들어갔고 키도 작아진 듯했습니다.
“허허, 큰일 났어. 어떻게 학교 다닐라나?”
(본문 10-11쪽)
그날 밤, 고마의 방에 멧토끼가 찾아온다. 고마는 낯선 멧토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잠이 든다. 다음 날, 뒷산 오솔길을 걷다 우연히 두더지를 만난 고마. 멧토끼에게 ‘똘똘한 고마 군’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는 두더지는 고마에게 중요한 부탁을 한다. 곰곰 이야기를 듣고 난 고마는 두더지의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 주고는 으쓱거리며 집에 돌아온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학식, 고마는 전에 없이 씩씩한 걸음으로 학교에 들어서는데……! 입학 전 이틀 동안 고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멧토끼와 두더지는 무슨 일로 고마를 만난 걸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설렘과 두려움을 절묘하게 포착해 낸 이야기로, 조금 서툴고 모르는 게 많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학교생활’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응원 같은 작품이다.
두 번째 이야기 「교장 선생님의 토끼 점심」은 고마와 사냥꾼 교장 선생님이 토끼를 두고 펼치는 우여곡절 소동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고마가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학교에 데려왔다. 조용하고 말이 없는 고마가 이런 일을 벌인 건,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소한 자랑 때문이다. 동물을 데리고 사는 아이들이 한마디씩 자랑을 늘어놓았다. 고마가 나지막이, 자기보다 더 오래 산 토끼를 기른다고 한마디 했는데 순간 아이들 관심이 고마에게 쏠렸다. 고마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엄마 몰래 가방에 토끼를 넣어 학교에 왔다.
학교에 온 토끼는 책상 위를 깡충깡충 뛰며 반을 휘젓고 다닌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 환호하며 즐거워하고, 고마도 왠지 모르게 으쓱하다. 그런데 때마침 교실 앞을 지나던 교장 선생님이 이 광경을 목격한다.
“주인이 누구냐?”
고마가 간신히 손을 들었죠.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주인과 토끼를 번갈아 쳐다보곤 말했습니다.
“압수다! 요 녀석은 오늘 점심으로 딱이겠다.”
그러고는 더는 아무 말도 않고 교실 밖으로 쿵쿵 걸어 나갔습니다. 한 손에 달랑달랑 토끼를 든 채로 말입니다.
(본문 38-39쪽)
교장 선생님은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사냥꾼. 총을 쏴서 못 잡는 게 없고, 짐승을 잡으면 고기는 맛있게 먹고 가죽은 교장실 안에 장식해 놓는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교장실로 돌아온 교장 선생님은 종이상자에 토끼를 집어넣고는 툭툭 장난을 친다. 먹을거리로 탕이 좋을지, 구이가 좋을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고마는 쿵쾅대는 가슴을 붙잡고는 교장실 앞을 지키고 서 있다. 마침 교장 선생님은 자신을 찾아온 낯선 사냥꾼과 수다를 나누며 곧 있을 사냥 생각에 흠뻑 빠져 있는 중. 고마는 교장 선생님에게서 토끼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토끼는 아직 살아 있긴 한 걸까? 갑자기 찾아온 낯선 사냥꾼은 누구일까?
세 번째 이야기 「고마의 똥」은 제목 그대로 ‘똥’ 이야기다. 제목만 보고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면, 이 이야기를 단단히 오해한 것이다. 고마의 똥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한번 맡아 보면 누구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달콤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고마는 자신의 똥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다. 고마에게 ‘똥’은 큰일이 아니었고, 그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마의 똥에 ‘문제’가 생겼다. 짝꿍 무진이가 수업 중 오줌을 쌌는데, 선생님이 무진을 크게 혼쭐냈다. 반 아이들은 너도나도 웃으며 무진을 놀려 댔고, 고마 자신도 슬쩍 웃고 말았다.
가엾은 아이는 수도꼭지 앞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야 했어요. 바지를 벗었지요. 속옷까지요. 차가운 물에 옷을 빠는 동안,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얼굴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 옆에 서서 지켜보았으니까요.
아이는 젖은 속옷을 들고 교실 뒤쪽에 서 있어야 했답니다. 그날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요. 선생님은 무척이나 엄했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었으니까요.
그 뒤로 가엾은 아이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전처럼 잘 웃지도 않았지요.
(본문 68-69쪽)
이 사건을 계기로 고마는 학교에서 한 번도 똥을 눈 적이 없다.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순간도 종종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고마는 꽤 잘 버텨 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대통령이 고마네 학교에 오기로 한 날 말이다. 엄마가 만들어 준 호박죽을 세 그릇이나 먹고 학교에 온 고마. 배 속이 부글부글 심상치 않더니 더는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고마는 다들 대통령을 보러 운동장에 나간 틈을 타, 뒷간으로 달려간다.
그사이 학교에 도착한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급히 뒷간을 찾고, 모두 대통령을 따라 뒷간 앞으로 향하는데……! 학교 안에 모인 이들은 고마 똥의 비밀을 알게 될까? 달콤하고 향기로운 똥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고마의 똥」은 누구나 학교에서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다. 절대로 바지에 실례하면 안 된다, 실수하면 안 된다,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만드는 학교라는 곳에 적응해 나가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임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능청스럽게 전한다.
지금 여기 우리 아이들이 ‘아이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자유로이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을 적응하고 배워 나간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의 여러 얼굴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일상에 투영된다. 이때 “그게 뭐가 무섭다고 그러니?”라고 하면 아이는 자기 안으로 꽁꽁 숨어든다. 아이만의 걱정을 충분히 공감해 주어야 아이가 그것을 극복할 의지와 용기를 스스로 키우게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속도가 있고,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기정 작가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내며 ‘가장 아이다운’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준다. 작가는 가만히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고는 똑똑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는 슬쩍 이야기를 건넨다.
소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안에 꿈틀대는 아이들의 상상과 공상은 끝없이 넓고, 찬란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의 힘은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없이 친밀하고 따스하며, 삶에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다.
▣ 작가 소개
그림 : 홍성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어릴적부터 방바닥에 엎드려 중얼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여기저기 색칠하고 오리고 부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경기대학교 서양화와 미술교육을 공부했고,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고전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세상의 모든 색과 선을 주머니에 넣고서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저서로는 『쵸코파이 자전거』,『오늘은 무슨날』,『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백과』,『낙서는 창의력의 시작』,『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 고양이』,『옹달샘』,『관찰일기쓰기』,『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세계사 100대 사건』,『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역사 100대사건』,『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문화 100』,『미래를 열어주는 엄마,아빠의 아침편지』,『집요한 과학씨 공룡을 발굴하다』『명화 안에 수학 과학 있다!』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학교에 다녀도 될까요? / 교장 선생님의 토끼 점심 / 고마의 똥
큰 눈을 슴벅거리는 아이, 끝없는 상상을 쏟아내는 아이, ‘나’를 쏙 닮은 아이…
‘고마’를 소개합니다!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배우들이 연극할 때 쓰던 가면을 일컫던 말로, 자아와 외부세계가 관계 맺는 기능을 하는 ‘사회적 얼굴’을 뜻하는 표현이다. 요즘은 영화감독과 배우의 막역한 관계를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한 감독과 여러 편을 함께하며 감독의 의도와 내면의 세계를 가장 가깝고 깊이 있게 드러내는 배우를 ‘페르소나’라 칭한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사진이나 그림, 음악, 소설 등의 예술작품에서도 우리는 작가의 페르소나를 발견하곤 한다. 작가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친밀한 기분이 들어서일까, 작가의 페르소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적잖은 즐거움을 준다. 작가와 그의 페르소나, 그리고 ‘나’. 이 묘한 삼각관계 속에서 우리는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더불어 페르소나가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작가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품는다.
2004년 『해를 삼킨 아이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온 김기정 작가는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판타지 세계를 펼쳐 보이기로 유명하다. 자기 문체를 잃지 않고,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맛깔난 동화’를 쓰는 이야기꾼 김기정. 그의 작품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한 꼬마가 있다. 작고 귀여운 ‘꼬마’에서 비롯된 ‘고마’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아이다.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그밖에 인물들 모두 작가의 사랑과 관심이 미치지 않고 탄생할 수 없을 테지만 작가와 고마의 관계는 좀 더 각별해 보인다. 그래서 고마가 그의 페르소나일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여기 딱 한 아이만큼은 좀 남다르긴 합니다. 생각만 해도 그냥 마음이 아리고 애틋해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그 녀석은 그 시절의 나를 무척이나 닮아 있더군요. 말이 없고 수줍어하며 큰 눈을 슴벅거리는 아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멀찍이 떨어져 있는 아이요. 슬픈 일이라도 생기면 금세 큰 눈에 눈물이 비칩니다. 그러면요, 요 녀석은 곧 자신만의 생각에 잠깁니다. 녀석의 상상은 밑도 끝도 없이 나아가기 십상인데요, 용케도 그 상상 안에서 온갖 복잡하고 고단한 문제를 다 풀어 버리곤 마침내 제자리에 돌아옵니다. 이때 녀석은 좀 전의 슬픔은 깡그리 잊고는 배시시 웃습니다. 아주 새 아이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게 ‘고마’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런데 고마가 놀랍고 신기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의 아이’로만 머물지 않고 어느새 나의, 너의, 모두의 고마가 되어 있는 것이다.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아이, 여려 보이지만 때로 엄청 씩씩해서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아이, 걱정보다 즐거움이 더 많은 아이, 유쾌한 상상을 끝없이 풀어내는 아이……. 고마는 어쩌면, 모두가 지나온 어린 시절의 한 모습이 아닐까.
고마를 보며 지나온 시절의 모습들을 돌이켜 보고 새삼 깨닫는다. 아직 어리다고 어른들이 걱정할 때도 실은 생각보다 멋지게 자신의 빛을 발하고 있었음을, 고마 역시 밝고 예쁘게 하루하루 살고 있음을, 작가와 고마와 독자인 ‘나’는 이렇게 함께 자라고 있음을…….
작가는 고마를 통해 어린이의 심리를 소박하게 풀어내면서도 현실과 공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이야기의 본연, 어린이의 본연, 그리하여 동화의 본연에 보다 가까이 가 닿는다. 자, 보석처럼 빛나는 세 편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고마가 풀어 놓은 세 가지 상상!
김기정 작가가 들려주는 보석 같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학교에 다녀도 될까요?」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고마의 속사정이 펼쳐진다. 고마는 이틀 뒤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무척 들떠 있지만 어른들 고민은 이만저만 아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고마가 과연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싶어 걱정스럽기만 하다.
“글자는 쓸 줄 알겠지?”
고마는 이름만 겨우 ‘그릴’ 정도였죠.
“더하기랑 빼기는 할 줄 아느냐?”
손가락으로 열까지는 셀 줄 알았습니다만, 뭘 더하고 빼라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고마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 들어갔고 키도 작아진 듯했습니다.
“허허, 큰일 났어. 어떻게 학교 다닐라나?”
(본문 10-11쪽)
그날 밤, 고마의 방에 멧토끼가 찾아온다. 고마는 낯선 멧토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잠이 든다. 다음 날, 뒷산 오솔길을 걷다 우연히 두더지를 만난 고마. 멧토끼에게 ‘똘똘한 고마 군’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는 두더지는 고마에게 중요한 부탁을 한다. 곰곰 이야기를 듣고 난 고마는 두더지의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 주고는 으쓱거리며 집에 돌아온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학식, 고마는 전에 없이 씩씩한 걸음으로 학교에 들어서는데……! 입학 전 이틀 동안 고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멧토끼와 두더지는 무슨 일로 고마를 만난 걸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설렘과 두려움을 절묘하게 포착해 낸 이야기로, 조금 서툴고 모르는 게 많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학교생활’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응원 같은 작품이다.
두 번째 이야기 「교장 선생님의 토끼 점심」은 고마와 사냥꾼 교장 선생님이 토끼를 두고 펼치는 우여곡절 소동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고마가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학교에 데려왔다. 조용하고 말이 없는 고마가 이런 일을 벌인 건,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소한 자랑 때문이다. 동물을 데리고 사는 아이들이 한마디씩 자랑을 늘어놓았다. 고마가 나지막이, 자기보다 더 오래 산 토끼를 기른다고 한마디 했는데 순간 아이들 관심이 고마에게 쏠렸다. 고마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엄마 몰래 가방에 토끼를 넣어 학교에 왔다.
학교에 온 토끼는 책상 위를 깡충깡충 뛰며 반을 휘젓고 다닌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 환호하며 즐거워하고, 고마도 왠지 모르게 으쓱하다. 그런데 때마침 교실 앞을 지나던 교장 선생님이 이 광경을 목격한다.
“주인이 누구냐?”
고마가 간신히 손을 들었죠.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주인과 토끼를 번갈아 쳐다보곤 말했습니다.
“압수다! 요 녀석은 오늘 점심으로 딱이겠다.”
그러고는 더는 아무 말도 않고 교실 밖으로 쿵쿵 걸어 나갔습니다. 한 손에 달랑달랑 토끼를 든 채로 말입니다.
(본문 38-39쪽)
교장 선생님은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사냥꾼. 총을 쏴서 못 잡는 게 없고, 짐승을 잡으면 고기는 맛있게 먹고 가죽은 교장실 안에 장식해 놓는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교장실로 돌아온 교장 선생님은 종이상자에 토끼를 집어넣고는 툭툭 장난을 친다. 먹을거리로 탕이 좋을지, 구이가 좋을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고마는 쿵쾅대는 가슴을 붙잡고는 교장실 앞을 지키고 서 있다. 마침 교장 선생님은 자신을 찾아온 낯선 사냥꾼과 수다를 나누며 곧 있을 사냥 생각에 흠뻑 빠져 있는 중. 고마는 교장 선생님에게서 토끼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토끼는 아직 살아 있긴 한 걸까? 갑자기 찾아온 낯선 사냥꾼은 누구일까?
세 번째 이야기 「고마의 똥」은 제목 그대로 ‘똥’ 이야기다. 제목만 보고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면, 이 이야기를 단단히 오해한 것이다. 고마의 똥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한번 맡아 보면 누구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달콤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고마는 자신의 똥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다. 고마에게 ‘똥’은 큰일이 아니었고, 그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마의 똥에 ‘문제’가 생겼다. 짝꿍 무진이가 수업 중 오줌을 쌌는데, 선생님이 무진을 크게 혼쭐냈다. 반 아이들은 너도나도 웃으며 무진을 놀려 댔고, 고마 자신도 슬쩍 웃고 말았다.
가엾은 아이는 수도꼭지 앞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야 했어요. 바지를 벗었지요. 속옷까지요. 차가운 물에 옷을 빠는 동안,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얼굴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 옆에 서서 지켜보았으니까요.
아이는 젖은 속옷을 들고 교실 뒤쪽에 서 있어야 했답니다. 그날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요. 선생님은 무척이나 엄했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었으니까요.
그 뒤로 가엾은 아이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전처럼 잘 웃지도 않았지요.
(본문 68-69쪽)
이 사건을 계기로 고마는 학교에서 한 번도 똥을 눈 적이 없다.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순간도 종종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고마는 꽤 잘 버텨 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대통령이 고마네 학교에 오기로 한 날 말이다. 엄마가 만들어 준 호박죽을 세 그릇이나 먹고 학교에 온 고마. 배 속이 부글부글 심상치 않더니 더는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고마는 다들 대통령을 보러 운동장에 나간 틈을 타, 뒷간으로 달려간다.
그사이 학교에 도착한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급히 뒷간을 찾고, 모두 대통령을 따라 뒷간 앞으로 향하는데……! 학교 안에 모인 이들은 고마 똥의 비밀을 알게 될까? 달콤하고 향기로운 똥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고마의 똥」은 누구나 학교에서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다. 절대로 바지에 실례하면 안 된다, 실수하면 안 된다,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만드는 학교라는 곳에 적응해 나가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임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능청스럽게 전한다.
지금 여기 우리 아이들이 ‘아이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자유로이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을 적응하고 배워 나간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의 여러 얼굴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일상에 투영된다. 이때 “그게 뭐가 무섭다고 그러니?”라고 하면 아이는 자기 안으로 꽁꽁 숨어든다. 아이만의 걱정을 충분히 공감해 주어야 아이가 그것을 극복할 의지와 용기를 스스로 키우게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속도가 있고,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기정 작가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내며 ‘가장 아이다운’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준다. 작가는 가만히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고는 똑똑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는 슬쩍 이야기를 건넨다.
소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안에 꿈틀대는 아이들의 상상과 공상은 끝없이 넓고, 찬란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의 힘은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없이 친밀하고 따스하며, 삶에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다.
▣ 작가 소개
그림 : 홍성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어릴적부터 방바닥에 엎드려 중얼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여기저기 색칠하고 오리고 부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경기대학교 서양화와 미술교육을 공부했고,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고전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세상의 모든 색과 선을 주머니에 넣고서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저서로는 『쵸코파이 자전거』,『오늘은 무슨날』,『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백과』,『낙서는 창의력의 시작』,『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 고양이』,『옹달샘』,『관찰일기쓰기』,『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세계사 100대 사건』,『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역사 100대사건』,『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문화 100』,『미래를 열어주는 엄마,아빠의 아침편지』,『집요한 과학씨 공룡을 발굴하다』『명화 안에 수학 과학 있다!』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학교에 다녀도 될까요? / 교장 선생님의 토끼 점심 / 고마의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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