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어떻게 하면 조선의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칼날 눈썹 휘날리며 고뇌하고 도전한 실학자 박제가 이야기
“학문하는 자의 도리는 가난한 백성을 구하는 데 있다.”
칼날 눈썹 휘날리다 - 박제가는 어떤 사람일까
물소 이마에 칼날 같은 눈썹을 하고,
눈동자는 검고 귀는 하얗다. - 본문 68쪽
박제가는 자신에 대해 쓴 글 속에서 자신의 외모를 위와 같이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눈동자는 검고 귀는 하얗다. 물소 이마라 표현한 것은 아마도 이마가 조금 튀어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박제가의 초상을 보면 눈썹 끝이 위로 향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칼날처럼 날카롭지는 않다. 박제가가 자신의 눈썹을 칼날 눈썹이라 표현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잘 벼린 칼날과도 같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작가는 추측한다.
박제가의 마음은 왜 날카롭게 만든 칼날처럼 되었을까 서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서자는 관직에 오를 수도 없고, 여러 가지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던 시대였다. 게다가 서자의 자식은 계속 서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다른 모든 서자들과 마찬가지로 박제가도 울분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박제가는 어린 시절부터 글씨에 뛰어났으며, 시를 잘 짓고, 많은 책을 읽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탁월한 선비였지만 그 재능을 백성들을 위해 쓸 수가 없었고, 마음은 고통으로 인해 점점 날카로운 칼날처럼 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원만하고 둥글둥글한 성격의 사람들이 살기 편한 곳이다. 그런데 박제가는 그렇지 못했다. 까칠하고 깐깐한 편이었다. 원칙에 어긋나는 것, 잘못된 것을 결코 참고 넘기지 못했다. 박제가는 권세 많고,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소신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그래서 한평생 여러 부당한 대우와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만 했다. 박제가의 칼날 눈썹은 늘 파르르 떨리는 날들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가난입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중국과 교역을 해야 합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서양 사람들을 우리나라에 살게 해서 그들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놀고먹는 양반들은 좀 벌레와도 같으니 장사를 해서 돈을 벌도록 해야 합니다. - 본문 49쪽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당시에는 백탑이라 불렀는데, 백탑을 중심으로 이덕무, 유득공, 서상수, 백동수, 박제가 등 서자 출신의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또 홍대용, 박지원, 정철조 등의 선배 학자들도 함께했고, 명문 사대부가의 적자인 이서구도 적극 참여하였다. 이들은 부패한 관리의 착취로 고통 속에 허덕이는 백성들의 삶에 대한 깊은 연민을 갖고, 사회적 모순을 개혁하고자 애썼던 재야 지식인이었다. 일신상의 부귀영달만 꾀했던 양반들과는 달리 백성이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사회 운동가였다.
실학자들은 학문이란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성이 가난한데 지배자들이 아무리 높은 성리학적 이상을 갖고 있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학자들의 모든 관심은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새로운 과학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며 교역의 확대를 통해 경제적 향상을 추구하였다. 또 서양의 문물인 서학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수레, 벽돌, 똥 속에 답이 있다! - 북학의
지금 백성들의 삶은 날마다 곤궁해지고 있고, 재물은 날마다 궁핍해지고 있다.
이는 사대부들이 팔짱만 낀 채 해결하려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편안하게만 지내려는 타성에 젖어 모르고 있는 것인가 - 북학의 서문 박제가 글 중에서
평생 동안 한 번도 중국에 못 가 본 사람들이 수두룩했던 시절에 박제가는 네 번이나 중국에 다녀왔다. 박제가가 학문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높은 관리들이 중국 사절단에 추천을 해 준 것이다. 박제가는 중국의 선진 문물을 보고 감탄을 했다. 크기가 똑같은 벽돌로 튼튼하고 아름답게 지은 집들을 보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허름한 흙집에 사는 백성들의 삶을 안타까워했다. 수레만 있으면 이동도 편리하고, 상업도 발전할 수 있는데, 만리 길을 가면서도 사람에게 걸어서 따라오기를 강요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또 똥을 거름으로 사용하지 않고 함부로 버려서 온통 더러워진 길거리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제가는 중국의 선진 문물을 들여와 우리 백성들을 잘살게 하고 싶었다.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람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썼다.
북학의는 박제가가 한 자 한 자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다. 백성들의 생활이 왜 어려워졌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를 드러낸 책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을 오랑캐라고 무시하는 지배층의 확고한 고정 관념은 책 한 권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박제가는 큰 뜻을 품고 있었으나 그 뜻을 펼칠 수 없었다.
북경에는 대낮에도 수레바퀴 구르는 소리가 ‘쿵쿵’거리는데 꼭 천둥소리가 나는 것 같다. --- 수레는 하늘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땅에서 운행한다. 모든 것을 실을 수 있어서 그 이로움이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오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 북학의
중국은 성을 모두 벽돌로 쌓았다. 어떤 사람은 “벽돌은 돌보다 단단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대답할 수 있다. “돌 하나가 벽돌 하나보다 단단할지는 모르지만,
여러 개를 쌓았을 때는 벽돌이 돌보다 단단하다.”- 북학의
중국에서는 거름을 금처럼 아끼며 재도 길에 버리지 않는다. 말이 지나가면 삼태기를 들고 따라가며 그 똥을 줍는다. 심지어 나귀나 말의 오줌이 스며든 흙까지 파 간다. ---
대략 한 사람이 하루에 배설하는 똥, 오줌으로 하루 먹을 곡식은 넉넉히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백만 섬의 똥을 버리는 것은 곧 곡식 백만 섬을 버리는 것과 같다. - 북학의
거울에 비친 얼굴에 칼날 눈썹이 보여 지기를!
아픔과 안타까움, 잠깐의 기쁨, 혹은 답답함으로 바람에 휘날리고 파르르 떨리던 칼날 눈썹은 박제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자 김정희를 통해서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말한다. 거울 속에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고, 잘못된 것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느라 수시로 떨리는 박제가의 칼날 눈썹을 발견하라고 말이다. 박제가의 정신과 태도를 어린 독자들이 닮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간결하면서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어린이에게 공부를 하는 의미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감동적인 엔딩이다.
박제가, 이제는 어떤 인물인지 말할 수 있다!
마음속에 각인되는 칼날 눈썹 캐릭터의 감동!
북학의 박제가, 더 이상 외우지 말자
국사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던 학부모 세대들은 누구나 박제가를 안다. 책이름 북학의 지은이 박제가가 입에 붙어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시험에 나오니까 달달 외웠을 뿐 박제가에 대해서도 북학의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정약용 평전과 어린이용 인물이야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있고, 박지원 평전과 인물이야기 또한 어느 정도 출간되어 있는데, 유독 박제가 평전은 3권 남짓하고, 어린이책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박제가의 위상에 비해 너무 무관심한 출판 현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 박제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북학의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더 이상 달달 외우지 말고, 쉽고 재미있게 박제가에 대해서 알아 나갔으면 한다.
박제가가 사랑한 사람들, 이덕무와 정조 그리고 김정희
아홉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평생 둘도 없는 벗으로 지낸 이덕무와 박제가의 우정이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덕무는 같은 서자였기에 박제가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고, 박제가가 불같은 성격으로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상처받을 때도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박제가가 뜻을 펴지 못해 조급해할 때도 언젠가는 알아 줄 사람이 나타날 거고,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고 다독여 주었다. 참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알게 해 준다.
서자를 등용한 정조가 참으로 위대한 임금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정조가 아니었다면 간서치전의 이덕무, 북학의의 박제가가 이렇게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까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조는 박제가를 칭찬했지만 박제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것 또한 정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추사 김정희가 박제가의 제자라는 사실이 정확히 인지된다. 칼날 눈썹으로 상징되는 박제가의 마음이 김정희에게 전해졌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훌륭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음속에 각인되는 칼날 눈썹 캐릭터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난 완성도 높은 그림은 책을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박제가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호기심이 가득하고, 열정적이다. 박제가의 모습 속에서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칼날 눈썹이라고 해서 무섭게 표현한다면 아이들이 캐릭터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박제가의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 등을 표현할 때는 대부분 인물의 표정이 아니라 상황 그림으로 감정이 느껴지게 했다. 그림 작가의 텍스트 해석력에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멋진 그림이다.
▣ 작가 소개
저 : 설흔
薛欣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소설을 썼다. 선인들, 그중에서도 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고 열망했던 것들을 이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재연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다. 지은 책으로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공저), 『소년, 아란타로 가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등이 있고,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2010년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림 : 조승연
동양화를 공부한 뒤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행복, 그게 뭔데?』, 『노란 기사의 비밀』, 『눈으로 들어 보렴』,『살아 있었니』『튼튼한 지구에서 살고 싶어』 등에 그림을 그렸다.
‘어떻게 하면 조선의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칼날 눈썹 휘날리며 고뇌하고 도전한 실학자 박제가 이야기
“학문하는 자의 도리는 가난한 백성을 구하는 데 있다.”
칼날 눈썹 휘날리다 - 박제가는 어떤 사람일까
물소 이마에 칼날 같은 눈썹을 하고,
눈동자는 검고 귀는 하얗다. - 본문 68쪽
박제가는 자신에 대해 쓴 글 속에서 자신의 외모를 위와 같이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눈동자는 검고 귀는 하얗다. 물소 이마라 표현한 것은 아마도 이마가 조금 튀어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박제가의 초상을 보면 눈썹 끝이 위로 향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칼날처럼 날카롭지는 않다. 박제가가 자신의 눈썹을 칼날 눈썹이라 표현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잘 벼린 칼날과도 같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작가는 추측한다.
박제가의 마음은 왜 날카롭게 만든 칼날처럼 되었을까 서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서자는 관직에 오를 수도 없고, 여러 가지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던 시대였다. 게다가 서자의 자식은 계속 서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다른 모든 서자들과 마찬가지로 박제가도 울분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박제가는 어린 시절부터 글씨에 뛰어났으며, 시를 잘 짓고, 많은 책을 읽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탁월한 선비였지만 그 재능을 백성들을 위해 쓸 수가 없었고, 마음은 고통으로 인해 점점 날카로운 칼날처럼 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원만하고 둥글둥글한 성격의 사람들이 살기 편한 곳이다. 그런데 박제가는 그렇지 못했다. 까칠하고 깐깐한 편이었다. 원칙에 어긋나는 것, 잘못된 것을 결코 참고 넘기지 못했다. 박제가는 권세 많고,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소신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그래서 한평생 여러 부당한 대우와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만 했다. 박제가의 칼날 눈썹은 늘 파르르 떨리는 날들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가난입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중국과 교역을 해야 합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서양 사람들을 우리나라에 살게 해서 그들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놀고먹는 양반들은 좀 벌레와도 같으니 장사를 해서 돈을 벌도록 해야 합니다. - 본문 49쪽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당시에는 백탑이라 불렀는데, 백탑을 중심으로 이덕무, 유득공, 서상수, 백동수, 박제가 등 서자 출신의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또 홍대용, 박지원, 정철조 등의 선배 학자들도 함께했고, 명문 사대부가의 적자인 이서구도 적극 참여하였다. 이들은 부패한 관리의 착취로 고통 속에 허덕이는 백성들의 삶에 대한 깊은 연민을 갖고, 사회적 모순을 개혁하고자 애썼던 재야 지식인이었다. 일신상의 부귀영달만 꾀했던 양반들과는 달리 백성이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사회 운동가였다.
실학자들은 학문이란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성이 가난한데 지배자들이 아무리 높은 성리학적 이상을 갖고 있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학자들의 모든 관심은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새로운 과학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며 교역의 확대를 통해 경제적 향상을 추구하였다. 또 서양의 문물인 서학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수레, 벽돌, 똥 속에 답이 있다! - 북학의
지금 백성들의 삶은 날마다 곤궁해지고 있고, 재물은 날마다 궁핍해지고 있다.
이는 사대부들이 팔짱만 낀 채 해결하려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편안하게만 지내려는 타성에 젖어 모르고 있는 것인가 - 북학의 서문 박제가 글 중에서
평생 동안 한 번도 중국에 못 가 본 사람들이 수두룩했던 시절에 박제가는 네 번이나 중국에 다녀왔다. 박제가가 학문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높은 관리들이 중국 사절단에 추천을 해 준 것이다. 박제가는 중국의 선진 문물을 보고 감탄을 했다. 크기가 똑같은 벽돌로 튼튼하고 아름답게 지은 집들을 보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허름한 흙집에 사는 백성들의 삶을 안타까워했다. 수레만 있으면 이동도 편리하고, 상업도 발전할 수 있는데, 만리 길을 가면서도 사람에게 걸어서 따라오기를 강요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또 똥을 거름으로 사용하지 않고 함부로 버려서 온통 더러워진 길거리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제가는 중국의 선진 문물을 들여와 우리 백성들을 잘살게 하고 싶었다.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람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썼다.
북학의는 박제가가 한 자 한 자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다. 백성들의 생활이 왜 어려워졌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를 드러낸 책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을 오랑캐라고 무시하는 지배층의 확고한 고정 관념은 책 한 권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박제가는 큰 뜻을 품고 있었으나 그 뜻을 펼칠 수 없었다.
북경에는 대낮에도 수레바퀴 구르는 소리가 ‘쿵쿵’거리는데 꼭 천둥소리가 나는 것 같다. --- 수레는 하늘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땅에서 운행한다. 모든 것을 실을 수 있어서 그 이로움이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오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 북학의
중국은 성을 모두 벽돌로 쌓았다. 어떤 사람은 “벽돌은 돌보다 단단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대답할 수 있다. “돌 하나가 벽돌 하나보다 단단할지는 모르지만,
여러 개를 쌓았을 때는 벽돌이 돌보다 단단하다.”- 북학의
중국에서는 거름을 금처럼 아끼며 재도 길에 버리지 않는다. 말이 지나가면 삼태기를 들고 따라가며 그 똥을 줍는다. 심지어 나귀나 말의 오줌이 스며든 흙까지 파 간다. ---
대략 한 사람이 하루에 배설하는 똥, 오줌으로 하루 먹을 곡식은 넉넉히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백만 섬의 똥을 버리는 것은 곧 곡식 백만 섬을 버리는 것과 같다. - 북학의
거울에 비친 얼굴에 칼날 눈썹이 보여 지기를!
아픔과 안타까움, 잠깐의 기쁨, 혹은 답답함으로 바람에 휘날리고 파르르 떨리던 칼날 눈썹은 박제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자 김정희를 통해서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말한다. 거울 속에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고, 잘못된 것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느라 수시로 떨리는 박제가의 칼날 눈썹을 발견하라고 말이다. 박제가의 정신과 태도를 어린 독자들이 닮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간결하면서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어린이에게 공부를 하는 의미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감동적인 엔딩이다.
박제가, 이제는 어떤 인물인지 말할 수 있다!
마음속에 각인되는 칼날 눈썹 캐릭터의 감동!
북학의 박제가, 더 이상 외우지 말자
국사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던 학부모 세대들은 누구나 박제가를 안다. 책이름 북학의 지은이 박제가가 입에 붙어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시험에 나오니까 달달 외웠을 뿐 박제가에 대해서도 북학의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정약용 평전과 어린이용 인물이야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있고, 박지원 평전과 인물이야기 또한 어느 정도 출간되어 있는데, 유독 박제가 평전은 3권 남짓하고, 어린이책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박제가의 위상에 비해 너무 무관심한 출판 현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 박제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북학의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더 이상 달달 외우지 말고, 쉽고 재미있게 박제가에 대해서 알아 나갔으면 한다.
박제가가 사랑한 사람들, 이덕무와 정조 그리고 김정희
아홉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평생 둘도 없는 벗으로 지낸 이덕무와 박제가의 우정이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덕무는 같은 서자였기에 박제가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고, 박제가가 불같은 성격으로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상처받을 때도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박제가가 뜻을 펴지 못해 조급해할 때도 언젠가는 알아 줄 사람이 나타날 거고,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고 다독여 주었다. 참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알게 해 준다.
서자를 등용한 정조가 참으로 위대한 임금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정조가 아니었다면 간서치전의 이덕무, 북학의의 박제가가 이렇게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까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조는 박제가를 칭찬했지만 박제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것 또한 정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추사 김정희가 박제가의 제자라는 사실이 정확히 인지된다. 칼날 눈썹으로 상징되는 박제가의 마음이 김정희에게 전해졌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훌륭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음속에 각인되는 칼날 눈썹 캐릭터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난 완성도 높은 그림은 책을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박제가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호기심이 가득하고, 열정적이다. 박제가의 모습 속에서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칼날 눈썹이라고 해서 무섭게 표현한다면 아이들이 캐릭터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박제가의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 등을 표현할 때는 대부분 인물의 표정이 아니라 상황 그림으로 감정이 느껴지게 했다. 그림 작가의 텍스트 해석력에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멋진 그림이다.
▣ 작가 소개
저 : 설흔
薛欣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소설을 썼다. 선인들, 그중에서도 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고 열망했던 것들을 이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재연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다. 지은 책으로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공저), 『소년, 아란타로 가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등이 있고,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2010년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림 : 조승연
동양화를 공부한 뒤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행복, 그게 뭔데?』, 『노란 기사의 비밀』, 『눈으로 들어 보렴』,『살아 있었니』『튼튼한 지구에서 살고 싶어』 등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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