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소극장과 공연장이 모여 있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우리나라 최초 민간 복합문화공간 ‘동숭아트센터’가 나온다. 그리고 동숭아트센터 2층에는 다정하고 소담한 박물관이 하나 있는데, 바로 ‘꼭두 박물관’이다. 이 두 곳의 문을 연 것은 김옥랑 관장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문화 발전을 위해, 또 잊힌 우리 전통 문화인 ‘꼭두’를 현대에 되살리기 위해 평생 노력해온 김옥랑 관장이 이번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꼭두’ 이야기책을 펴냈다.
꼭두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상여에 장식하던 우리 전통 나무 조각상이다. ‘인형’이라고 부르기 쉽지만, 인형은 일본식 표현인데다 사람 인( ? 자를 이용해, 인물상만을 가리키는 단어이므로 꼭두를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 꼭두는 사람 모양뿐 아니라 용과 봉황 등 동물 모양 조각까지도 ‘꼭두’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조각을 업으로 삼는 장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만든 조각상이기 때문에 다소 투박하지만, 그 형태와 색채가 매우 다양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입고 있는 옷이나 직업의 변화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어 매력적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꼭두야말로 우리 조각계의 ‘민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대에 이르러 장례 문화가 바뀌어 이제는 상여를 나르는 일은 매우 보기 드물어졌다. 덩달아 꼭두 역시 접하기가 힘들어졌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과 죽음의 동반자 역할을 했던 꼭두는 빠르게 사람들로부터 멀어졌고, 역사 속에서 아주 잊힐 뻔도 했다. 지금처럼 박물관이 생기고, 꼭두에 대한 책까지 나오게 된 데는 저자인 김옥랑 관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김옥랑 관장은 1970년대 후반, 청계천 8가 고물상에서 꼭두를 처음 만났다. 그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는 꼭두의 담담한 표정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으며, 많은 위로를 받게 되었다 한다. 그때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방치되고 있는 꼭두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꼭두 박물관을 개관했으며 해외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이 책은 꼭두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책이다. 김옥랑 관장은 ‘꼭두 박물관’의 주 관람객 층이 청소년, 어린이들임에도 불구, 늘 어른들만을 위한 전시와 저작활동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역사 이야기와 꼭두, 그리고 현재를 아우르는 창작극!
『꼭두는 왜 고래 입속으로 들어갔을까?』는 총 6편의 창작희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화나 소설 형식으로 쓰지 않고 희곡 형태로 집필한 것은 독자들이 직접 ‘꼭두’를 이용한 극적 상상력을 펼치기 바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직접 꼭두를 만들어보고, 나아가 자기들만의 꼭두극을 꾸며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꼭두 박물관에는 ‘꼭두랑 놀자’라는 놀이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꼭두를 포함한 여러 물체를 이용해 물체극을 공연하는 공간이다. 우리 조상들은 탈춤, 마당놀이 등과 더불어 꼭두극도 공연문화의 하나로서 즐겨왔다. 그러니 꼭두에 대한 이야기라면 희곡 형태가 가장 잘 맞는 옷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이야기는 다양한 역사 일화와 얽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조침문 이야기는 고전 수필인 조침문과 꼭두를 결부시킨 독특한 이야기이다. 남편을 잃고 바느질로 생활을 꾸리던 부인이 20년이 넘도록 써온 바늘이 부러진 것을 슬퍼하며 지은 이 수필을 재해석한 희곡 속에서, 바늘은 그저 바늘이 아니라 신비한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도구로 그려진다. 그리고 꼭두는 그 신비한 세상에서 온 존재와 의사소통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수단으로 표현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우주적 상상력이 결합하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다리 밑의 낙타는 고려 시대, 거란에서 보내온 낙타 50마리를 개경 만부교 밑에 묶어놓고 굶어 죽게 한 실제 역사 일화를 새롭게 해석했다. 일견 잔혹해 보이는 실제 사건에 불교 사상과 꼭두를 엮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비롭고 다정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표제작인 꼭두는 왜 고래 입속으로 들어갔을까?는 6편의 이야기 중 유일하게 현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극이다. 초등학생인 어진이와 어진이의 엄마, 외할머니가 등장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세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깅코와 검박이의 모험은 총 3부작으로 조선 최초의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상여를 다른 세계로 가는 고속 이동 수단으로 그린 이 창작극에서는 코끼리 깅코와 깅코의 친구 검박이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상여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좌충우돌 모험극이 펼쳐진다.
6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소재, 다른 줄거리로 쓰였지만 하나의 주제로 관통된다. 바로 죽음을 다른 세계로의 ‘여행’으로 치환하고 죽은 자를 ‘여행자’로 치환한 은유다. 이 은유는 죽음이란 그렇게 무섭고 차갑고 어두운 것만이 아니며, 받아들이기에 따라 신비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여길 수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꼭두는 그 여행을 인도하는 친구이자 안내자다.
역사적 사건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때의 신선함은 독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꼭두를 개입시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서사적 재미를 주면서도 삶과 생명,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함께 이끌어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림작가 이유정이 다채로운 색깔로 그려낸 세계는 이야기의 신비로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야기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펼쳐지는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페이지에서는 꼭두를 포함해 우리나라 및 다른 나라의 관련 전통 문화에 대한 알찬 지식과 엄선한 사진자료를 담았다.
죽음마저도 따스하게 보듬던 조상의 지혜
오늘날 죽음은 삶과 완벽하게 분리된다. 죽음은 일상적 공간보다는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죽음 이후의 절차 역시 장례식장이라는 정해진 공간 속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죽음’이라는 것을 사전적으로만 알 뿐, 그것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삶과 죽음이 완전히 양분되면서, 죽음은 기피해야 하는 것, 차가운 것, 어쩐지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지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에게 죽음은 삶의 일부, 혹은 삶의 연장선이었다. 동네의 누군가가 죽으면 대문에 표시를 내걸었고, 마을 사람들이 앞 다투어 장례에 참여해 음식을 하고 상여를 손보았다. 상여를 메고 장지까지 가는 행렬에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된 것을 슬퍼할지라도, 죽음 자체를 꺼림칙하고 불가사의한 뭔가로 기피하지는 않았다. 옛 사람들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떠나는 이가 죽은 이후에도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 마음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이 바로 꼭두다.
꼭두는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인물 꼭두로는 ‘안내하는 꼭두’, ‘시중드는 꼭두’,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꼭두’,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꼭두’가 있다. 안내하는 꼭두는 말 그대로 죽은 이를 저세상까지 안내해주는 꼭두다. 시중드는 꼭두는 저세상까지의 긴 여행길에 오른 망자가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존재다. 담담하게 웃는 듯 아닌 듯 인자한 표정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꼭두는 여행길에 끼어들지 모르는 불길한 기운을 쫓아낸다. 표정도 딱딱하고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긴 여행길에 혹시 지루할까봐 여흥을 즐기게 해주는 꼭두까지 동행하게 한다. 악기를 들고 있거나 재주를 부리는 광대의 형태를 하고 있다.
꼭두는 떠난 이의 여행길을 이처럼 살뜰히 살폈던 조상들의 마음 씀씀이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꼭두만이 가진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위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차갑게만 다루어지는 죽음마저도 꼭두와 함께라면 따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꼭두는 우리 조상들이 삶과 죽음, 세계와 자연의 원칙을 향해 품었던 사랑의 결정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누구나 한번쯤 이 ‘꼭두’를 접해보길 바라며, 이 책의 독서 역시 꼭두 박물관 관람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김옥랑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4년에 꼭두극단 ‘낭랑’을 창단하고, 1989년에 ‘동숭아트센터’를 개관했다. 1990년에는 제26회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받았고, 1991년에는 옥랑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운영했으며 국립민속박물관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1970년대 후반 청계천 8가에서 녹색 치마를 입은 꼭두와 만난 뒤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꼭두를 수집했고, 2010년에는 ‘꼭두 박물관’을 개관해 꼭두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 꼭두 이야기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녀는 자타가 인정하는 ‘꼭두 엄마’다. 이 책은 김옥랑의 첫 번째 창작극 모음집으로,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 문화의 보석인 꼭두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알려주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다.
▣ 주요 목차
글쓴이의 말
추천의 말
조침문 이야기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나는 꼭두야
다리 밑의 낙타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꼭두의 집은 어디일까?
꼭두는 왜 고래 입속으로 들어갔을까?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우리나라에 사는 꼭두의 친구들
깅코와 검박이의 모험 1 - 조선 최초 코끼리의 비밀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다른 나라에 사는 꼭두의 친구들
깅코와 검박이의 모험 2 - 한밤중의 여행 계획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꼭두가 주인공인 전통 놀이, 꼭두각시놀음
깅코와 검박이의 모험 3 - 새로운 날틀, 등장하다!
작품 속 들여다보기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소극장과 공연장이 모여 있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우리나라 최초 민간 복합문화공간 ‘동숭아트센터’가 나온다. 그리고 동숭아트센터 2층에는 다정하고 소담한 박물관이 하나 있는데, 바로 ‘꼭두 박물관’이다. 이 두 곳의 문을 연 것은 김옥랑 관장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문화 발전을 위해, 또 잊힌 우리 전통 문화인 ‘꼭두’를 현대에 되살리기 위해 평생 노력해온 김옥랑 관장이 이번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꼭두’ 이야기책을 펴냈다.
꼭두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상여에 장식하던 우리 전통 나무 조각상이다. ‘인형’이라고 부르기 쉽지만, 인형은 일본식 표현인데다 사람 인( ? 자를 이용해, 인물상만을 가리키는 단어이므로 꼭두를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 꼭두는 사람 모양뿐 아니라 용과 봉황 등 동물 모양 조각까지도 ‘꼭두’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조각을 업으로 삼는 장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만든 조각상이기 때문에 다소 투박하지만, 그 형태와 색채가 매우 다양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입고 있는 옷이나 직업의 변화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어 매력적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꼭두야말로 우리 조각계의 ‘민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대에 이르러 장례 문화가 바뀌어 이제는 상여를 나르는 일은 매우 보기 드물어졌다. 덩달아 꼭두 역시 접하기가 힘들어졌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과 죽음의 동반자 역할을 했던 꼭두는 빠르게 사람들로부터 멀어졌고, 역사 속에서 아주 잊힐 뻔도 했다. 지금처럼 박물관이 생기고, 꼭두에 대한 책까지 나오게 된 데는 저자인 김옥랑 관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김옥랑 관장은 1970년대 후반, 청계천 8가 고물상에서 꼭두를 처음 만났다. 그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는 꼭두의 담담한 표정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으며, 많은 위로를 받게 되었다 한다. 그때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방치되고 있는 꼭두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꼭두 박물관을 개관했으며 해외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이 책은 꼭두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책이다. 김옥랑 관장은 ‘꼭두 박물관’의 주 관람객 층이 청소년, 어린이들임에도 불구, 늘 어른들만을 위한 전시와 저작활동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역사 이야기와 꼭두, 그리고 현재를 아우르는 창작극!
『꼭두는 왜 고래 입속으로 들어갔을까?』는 총 6편의 창작희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화나 소설 형식으로 쓰지 않고 희곡 형태로 집필한 것은 독자들이 직접 ‘꼭두’를 이용한 극적 상상력을 펼치기 바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직접 꼭두를 만들어보고, 나아가 자기들만의 꼭두극을 꾸며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꼭두 박물관에는 ‘꼭두랑 놀자’라는 놀이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꼭두를 포함한 여러 물체를 이용해 물체극을 공연하는 공간이다. 우리 조상들은 탈춤, 마당놀이 등과 더불어 꼭두극도 공연문화의 하나로서 즐겨왔다. 그러니 꼭두에 대한 이야기라면 희곡 형태가 가장 잘 맞는 옷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이야기는 다양한 역사 일화와 얽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조침문 이야기는 고전 수필인 조침문과 꼭두를 결부시킨 독특한 이야기이다. 남편을 잃고 바느질로 생활을 꾸리던 부인이 20년이 넘도록 써온 바늘이 부러진 것을 슬퍼하며 지은 이 수필을 재해석한 희곡 속에서, 바늘은 그저 바늘이 아니라 신비한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도구로 그려진다. 그리고 꼭두는 그 신비한 세상에서 온 존재와 의사소통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수단으로 표현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우주적 상상력이 결합하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다리 밑의 낙타는 고려 시대, 거란에서 보내온 낙타 50마리를 개경 만부교 밑에 묶어놓고 굶어 죽게 한 실제 역사 일화를 새롭게 해석했다. 일견 잔혹해 보이는 실제 사건에 불교 사상과 꼭두를 엮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비롭고 다정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표제작인 꼭두는 왜 고래 입속으로 들어갔을까?는 6편의 이야기 중 유일하게 현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극이다. 초등학생인 어진이와 어진이의 엄마, 외할머니가 등장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세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깅코와 검박이의 모험은 총 3부작으로 조선 최초의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상여를 다른 세계로 가는 고속 이동 수단으로 그린 이 창작극에서는 코끼리 깅코와 깅코의 친구 검박이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상여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좌충우돌 모험극이 펼쳐진다.
6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소재, 다른 줄거리로 쓰였지만 하나의 주제로 관통된다. 바로 죽음을 다른 세계로의 ‘여행’으로 치환하고 죽은 자를 ‘여행자’로 치환한 은유다. 이 은유는 죽음이란 그렇게 무섭고 차갑고 어두운 것만이 아니며, 받아들이기에 따라 신비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여길 수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꼭두는 그 여행을 인도하는 친구이자 안내자다.
역사적 사건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때의 신선함은 독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꼭두를 개입시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서사적 재미를 주면서도 삶과 생명,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함께 이끌어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림작가 이유정이 다채로운 색깔로 그려낸 세계는 이야기의 신비로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야기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펼쳐지는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페이지에서는 꼭두를 포함해 우리나라 및 다른 나라의 관련 전통 문화에 대한 알찬 지식과 엄선한 사진자료를 담았다.
죽음마저도 따스하게 보듬던 조상의 지혜
오늘날 죽음은 삶과 완벽하게 분리된다. 죽음은 일상적 공간보다는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죽음 이후의 절차 역시 장례식장이라는 정해진 공간 속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죽음’이라는 것을 사전적으로만 알 뿐, 그것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삶과 죽음이 완전히 양분되면서, 죽음은 기피해야 하는 것, 차가운 것, 어쩐지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지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에게 죽음은 삶의 일부, 혹은 삶의 연장선이었다. 동네의 누군가가 죽으면 대문에 표시를 내걸었고, 마을 사람들이 앞 다투어 장례에 참여해 음식을 하고 상여를 손보았다. 상여를 메고 장지까지 가는 행렬에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된 것을 슬퍼할지라도, 죽음 자체를 꺼림칙하고 불가사의한 뭔가로 기피하지는 않았다. 옛 사람들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떠나는 이가 죽은 이후에도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 마음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이 바로 꼭두다.
꼭두는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인물 꼭두로는 ‘안내하는 꼭두’, ‘시중드는 꼭두’,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꼭두’,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꼭두’가 있다. 안내하는 꼭두는 말 그대로 죽은 이를 저세상까지 안내해주는 꼭두다. 시중드는 꼭두는 저세상까지의 긴 여행길에 오른 망자가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존재다. 담담하게 웃는 듯 아닌 듯 인자한 표정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꼭두는 여행길에 끼어들지 모르는 불길한 기운을 쫓아낸다. 표정도 딱딱하고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긴 여행길에 혹시 지루할까봐 여흥을 즐기게 해주는 꼭두까지 동행하게 한다. 악기를 들고 있거나 재주를 부리는 광대의 형태를 하고 있다.
꼭두는 떠난 이의 여행길을 이처럼 살뜰히 살폈던 조상들의 마음 씀씀이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꼭두만이 가진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위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차갑게만 다루어지는 죽음마저도 꼭두와 함께라면 따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꼭두는 우리 조상들이 삶과 죽음, 세계와 자연의 원칙을 향해 품었던 사랑의 결정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누구나 한번쯤 이 ‘꼭두’를 접해보길 바라며, 이 책의 독서 역시 꼭두 박물관 관람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김옥랑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4년에 꼭두극단 ‘낭랑’을 창단하고, 1989년에 ‘동숭아트센터’를 개관했다. 1990년에는 제26회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받았고, 1991년에는 옥랑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운영했으며 국립민속박물관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1970년대 후반 청계천 8가에서 녹색 치마를 입은 꼭두와 만난 뒤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꼭두를 수집했고, 2010년에는 ‘꼭두 박물관’을 개관해 꼭두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 꼭두 이야기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녀는 자타가 인정하는 ‘꼭두 엄마’다. 이 책은 김옥랑의 첫 번째 창작극 모음집으로,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 문화의 보석인 꼭두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알려주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다.
▣ 주요 목차
글쓴이의 말
추천의 말
조침문 이야기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나는 꼭두야
다리 밑의 낙타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꼭두의 집은 어디일까?
꼭두는 왜 고래 입속으로 들어갔을까?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우리나라에 사는 꼭두의 친구들
깅코와 검박이의 모험 1 - 조선 최초 코끼리의 비밀
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다른 나라에 사는 꼭두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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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아보는 꼭두 이야기 - 꼭두가 주인공인 전통 놀이, 꼭두각시놀음
깅코와 검박이의 모험 3 - 새로운 날틀, 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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