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주순영 선생님이 가르친 1, 2학년 아이들 일기와 시를 엮은 책입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또래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글쓰기가 별것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똥을 눈 일, 책을 읽은 일, 엄마를 기다린 일, 친구와 집에 걸어간 일, 이런 것들이 모두 글감이 됩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고 싶어질 것입니다.
주순영 선생님이 가르친 삼척 진주초등학교 1학년과 원주 치악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문집에서 글을 골라 실었습니다. 젓가락질을 배우고 기뻐하는 아이, 혼자 머리 감는 법을 깨달은 아이, 받아쓰기 빵점 맞고 엄마한테 미안해서 오후 내내 공부만 하는 아이, 하루 만에 꽃이 피는 걸 보고 감동하는 아이, 평소 싫어하던 친구였는데 학교에 결석하자 왜 결석했을까 걱정하는 아이.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살필 줄 알게 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그런 아이들 삶이 꾸밈 없이 쓴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 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따뜻해집니다. 재기발랄하고 솔직한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이 책에 실린 아이들 글을 보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솔직하게 쓰면 그대로 좋은 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구성과 특징
글쓰기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또래 아이들 글을 보여 주세요
한글을 깨친 지 얼마 안 된 1, 2학년 아이들은 글자를 쓰는 것조차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 말쯤에 일기 쓰기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글 쓰는 걸 어려워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글쓰기를 멀리하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한테 또래 아이들 글을 보여 주면 도움이 됩니다.
실제 주순영 선생님 반에서는 일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또래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면서 덩달아 자기 이야기를 쏟아 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선생님, 우리도 빨리 써요. 저 지금 쓸 거 있단 말이에요.” 하며 바로 글을 쓰겠다고 한답니다. 또래 아이들 글을 들으니 자기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자기가 겪은 일, 알고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좋은 글이라는 걸 바로 알아챈 것입니다.
이 책에는 1, 2학년 아이들이 쓴 글 153편이 실려 있습니다. 문장이 뛰어난 글은 아니지만 글 하나하나가 아이들이 읽고 공감할 만한 글들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기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부모님께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공부를 하는데 달반 선생님이 와서 선생님이 뚱뚱한지 날씬한지 물었다. 뚱뚱하다는 사람은 없고 다 날씬하다고 했다. 난 원래 속으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이 뚱뚱하다고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원래는 뚱뚱한데 난 혼이 날까 봐 그랬다. 다음에 또 물으면 뚱뚱하다고 해야지. (달반 선생님은 이상해_1학년 김유미, 본문 33쪽)
오늘 신발 가게에 가서 신발을 샀다. 나는 신발을 이쁜 것을 사고 싶었는데 엄마가 직접 골라 주셨다. 나는 이쁜 것을 고르고 싶었다. 다음에는 내가 직접 고를 것이다. 오늘은 내 마음이 없었다. (신발_1학년 강지나, 본문 40쪽)
선생님이 묻는 말에 바로 그 앞에서는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다짐하는 아이, 신발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신발을 사지 못해 오늘은 ‘내 마음이 없었다’고 하는 아이 글입니다. 이처럼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아이들 마음이 글 속에 드러나 있습니다.
일기 검사를 하는 어른들이 보기 좋도록 쓰는 게 좋은 일기가 아닙니다. 아이들 일기 지도를 할 때, 내용에 대해서 나무라지 않아야 이런 일기들이 나옵니다. 아이들 일기를 보고 ‘너 이렇게 하면 혼난다’고 하거나, ‘선생님이 보면 남부끄러운데 이런 일은 왜 쓰냐’고 하면 아이는 더 이상 마음 놓고 일기를 쓸 수 없게 됩니다. 이 책 속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자기 생각을 적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 준 주순영 선생님의 일기 지도 성과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 일기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부모님들한테도 이 책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1, 2학년 아이들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오늘은 숙제가 읽기 책에 ‘놀부의 제비집 찾기’와 ‘구멍 난 그릇’이었다. 주간 학습 안내엔 읽고 무슨 내용인지 알아 오라 했다. 맨날 무슨 내용인지 알아 오는 걸 안 했는데 오늘은 알아 오라 했다. 잘 몰라서 계속 울면서 읽었다.(숙제_1학년 김원태, 본문 38쪽)
나는 머리 감는 법을 알았다. 머리에 물을 적시고 샴푸를 머리에 묻히고 부글부글 감으면 거품이 난다. 너무 많이 묻히면 닦아도 비누가 생긴다. 다 감았으면 머리를 물에 적시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서 머리에 붓고 한 손은 가신다. 그러면 끝이다. 나는 머리 감는 법을 알아서 기분이 좋았다. (머리 감기 _1학년 이혜령, 본문 72쪽)
오늘 아빠가 이빨을 빼 주실려고 하는데 마음이 쿵쾅쿵쾅 떨렸다. 나는 온몸이 떨렸다. “아빠 살살 해 줘.” (가운데 줄임) 아빠가 실로 잡아땅겨서 이빨은 빠지고 피가 계속 나왔다. 그래서 나는 무섭고 놀랬다. 아빠가 “잘했어.” 난 아빠 칭찬을 받아서 좋았다. (아랫니를 뺐다_2학년 채유정, 본문 125쪽)
숙제 내준 걸 모르고 안 해 간 아이가 수업 시간에 일어나서 읽기를 할 때 엉엉 울면서 읽었다고 합니다. 친구들 앞에서 당황해 울고 있는 1학년 아이 모습이 머릿속에 또렷이 떠오릅니다. 또 다른 아이는 머리 감는 방법을 아주 자세히 써 놓았습니다. 어른들은 당연하게 하는 일을 1학년 아이는 스스로 알게 됐다고 좋아하면서 차근차근 그 방법을 일기에 써 놓았습니다. 머리 감는 방법을 다 알고 있는 사람도 이 글을 읽으면서 머리 감는 차례를 마음속으로 되뇌게 됩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합니다. 식구들이 이를 빼 준 기억은 누구한테나 있습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커 가는 과정이 이 아이의 일기 속에 나타나 있습니다. 이를 빼기 전에는 쿵쾅쿵쾅 떨렸다가 다 빼고 난 뒤에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았다는 마음까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1, 2학년 아이들은 어른들이 지나치듯 보는 것도 새롭게 보고, 눈여겨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 배워야 할 것들을 찾아내고, 알아낸 것에 기뻐합니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써 내려간 일기 속에 그 마음들이 낱낱이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책 속에 글을 쓴 아이들처럼 날마다 일기를 쓰고,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시로 써 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만의 특별한 기록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말하듯이 쓴 아이들 글을 그대로 실었어요
둘이서 쓰레기봉투를 영차영차 들었다. 하지만 그게 빵꾸 나서 다 흘렸다. 흘려서 같이 돕고 빵꾸 안 났다. 힘을 모았다. 끝나고 교실에 가니 선생님이 몽셀통통을 주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서로 도우니까 좋았다. (선생님 도와준 일_2학년 백요한, 본문 90쪽)
수업 마치고 선생님이 쓰레기 버리는 일을 도와 드리면서 있었던 일을 쓴 일기입니다. ‘빵꾸’라는 말은 본디 ‘구멍’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아이들도 ‘빵꾸’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그러니 아이들 글에서는 그 말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또 아이들은 글을 쓸 때 ‘선생님, 고마워요.’ 처럼 마치 말을 하듯이 쓰기도 합니다. 게다가 ‘흘려서 같이 돕고 빵꾸 안 났다. 힘을 모았다.’ 하는 것처럼 어떤 때는 두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아이들 글도 그대로 책에 실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옳은 표기를 알 수 있도록 틀린 표현에는 각주를 달아 놓았습니다.
아이들 글을 매끄럽게 고치지 않아서 문장 표현이 거칠고, 때로는 틀린 것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을 그대로 살려 실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또래 아이들은 꼭 맞춤법에 맞게 써야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더 쉽게 글쓰기를 대하게 될 것입니다.
저학년 아이들 생활이 섬세하고 따뜻한 연필 선 그림에 담겨 있어요
엄마와 함께 집에 걸어온 일, 학교 체육관 옆 얼음판에서 미끄럼 탄 일, 당번 하는 날 힘들게 우유 통을 들고 갔던 일처럼 집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1, 2학년 아이들의 사소한 일상을 정겨운 연필 그림으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김효은 화가는 교실이나 마을 모습, 아이들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연필 선만으로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 냈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짓게 하고, 글을 쓴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듯한 마음마저 들게 만듭니다.
▣ 주요 목차
엮은이의 말
1부 오늘은 내 마음이 없었다
2부 똥이 시원스럽게 나왔다
3부 얼씨구절씨구 신났다
주순영 선생님이 가르친 1, 2학년 아이들 일기와 시를 엮은 책입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또래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글쓰기가 별것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똥을 눈 일, 책을 읽은 일, 엄마를 기다린 일, 친구와 집에 걸어간 일, 이런 것들이 모두 글감이 됩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고 싶어질 것입니다.
주순영 선생님이 가르친 삼척 진주초등학교 1학년과 원주 치악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문집에서 글을 골라 실었습니다. 젓가락질을 배우고 기뻐하는 아이, 혼자 머리 감는 법을 깨달은 아이, 받아쓰기 빵점 맞고 엄마한테 미안해서 오후 내내 공부만 하는 아이, 하루 만에 꽃이 피는 걸 보고 감동하는 아이, 평소 싫어하던 친구였는데 학교에 결석하자 왜 결석했을까 걱정하는 아이.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살필 줄 알게 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그런 아이들 삶이 꾸밈 없이 쓴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 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따뜻해집니다. 재기발랄하고 솔직한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이 책에 실린 아이들 글을 보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솔직하게 쓰면 그대로 좋은 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구성과 특징
글쓰기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또래 아이들 글을 보여 주세요
한글을 깨친 지 얼마 안 된 1, 2학년 아이들은 글자를 쓰는 것조차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 말쯤에 일기 쓰기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글 쓰는 걸 어려워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글쓰기를 멀리하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한테 또래 아이들 글을 보여 주면 도움이 됩니다.
실제 주순영 선생님 반에서는 일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또래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면서 덩달아 자기 이야기를 쏟아 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선생님, 우리도 빨리 써요. 저 지금 쓸 거 있단 말이에요.” 하며 바로 글을 쓰겠다고 한답니다. 또래 아이들 글을 들으니 자기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자기가 겪은 일, 알고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좋은 글이라는 걸 바로 알아챈 것입니다.
이 책에는 1, 2학년 아이들이 쓴 글 153편이 실려 있습니다. 문장이 뛰어난 글은 아니지만 글 하나하나가 아이들이 읽고 공감할 만한 글들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기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부모님께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공부를 하는데 달반 선생님이 와서 선생님이 뚱뚱한지 날씬한지 물었다. 뚱뚱하다는 사람은 없고 다 날씬하다고 했다. 난 원래 속으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이 뚱뚱하다고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원래는 뚱뚱한데 난 혼이 날까 봐 그랬다. 다음에 또 물으면 뚱뚱하다고 해야지. (달반 선생님은 이상해_1학년 김유미, 본문 33쪽)
오늘 신발 가게에 가서 신발을 샀다. 나는 신발을 이쁜 것을 사고 싶었는데 엄마가 직접 골라 주셨다. 나는 이쁜 것을 고르고 싶었다. 다음에는 내가 직접 고를 것이다. 오늘은 내 마음이 없었다. (신발_1학년 강지나, 본문 40쪽)
선생님이 묻는 말에 바로 그 앞에서는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다짐하는 아이, 신발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신발을 사지 못해 오늘은 ‘내 마음이 없었다’고 하는 아이 글입니다. 이처럼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아이들 마음이 글 속에 드러나 있습니다.
일기 검사를 하는 어른들이 보기 좋도록 쓰는 게 좋은 일기가 아닙니다. 아이들 일기 지도를 할 때, 내용에 대해서 나무라지 않아야 이런 일기들이 나옵니다. 아이들 일기를 보고 ‘너 이렇게 하면 혼난다’고 하거나, ‘선생님이 보면 남부끄러운데 이런 일은 왜 쓰냐’고 하면 아이는 더 이상 마음 놓고 일기를 쓸 수 없게 됩니다. 이 책 속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자기 생각을 적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 준 주순영 선생님의 일기 지도 성과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 일기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부모님들한테도 이 책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1, 2학년 아이들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오늘은 숙제가 읽기 책에 ‘놀부의 제비집 찾기’와 ‘구멍 난 그릇’이었다. 주간 학습 안내엔 읽고 무슨 내용인지 알아 오라 했다. 맨날 무슨 내용인지 알아 오는 걸 안 했는데 오늘은 알아 오라 했다. 잘 몰라서 계속 울면서 읽었다.(숙제_1학년 김원태, 본문 38쪽)
나는 머리 감는 법을 알았다. 머리에 물을 적시고 샴푸를 머리에 묻히고 부글부글 감으면 거품이 난다. 너무 많이 묻히면 닦아도 비누가 생긴다. 다 감았으면 머리를 물에 적시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서 머리에 붓고 한 손은 가신다. 그러면 끝이다. 나는 머리 감는 법을 알아서 기분이 좋았다. (머리 감기 _1학년 이혜령, 본문 72쪽)
오늘 아빠가 이빨을 빼 주실려고 하는데 마음이 쿵쾅쿵쾅 떨렸다. 나는 온몸이 떨렸다. “아빠 살살 해 줘.” (가운데 줄임) 아빠가 실로 잡아땅겨서 이빨은 빠지고 피가 계속 나왔다. 그래서 나는 무섭고 놀랬다. 아빠가 “잘했어.” 난 아빠 칭찬을 받아서 좋았다. (아랫니를 뺐다_2학년 채유정, 본문 125쪽)
숙제 내준 걸 모르고 안 해 간 아이가 수업 시간에 일어나서 읽기를 할 때 엉엉 울면서 읽었다고 합니다. 친구들 앞에서 당황해 울고 있는 1학년 아이 모습이 머릿속에 또렷이 떠오릅니다. 또 다른 아이는 머리 감는 방법을 아주 자세히 써 놓았습니다. 어른들은 당연하게 하는 일을 1학년 아이는 스스로 알게 됐다고 좋아하면서 차근차근 그 방법을 일기에 써 놓았습니다. 머리 감는 방법을 다 알고 있는 사람도 이 글을 읽으면서 머리 감는 차례를 마음속으로 되뇌게 됩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합니다. 식구들이 이를 빼 준 기억은 누구한테나 있습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커 가는 과정이 이 아이의 일기 속에 나타나 있습니다. 이를 빼기 전에는 쿵쾅쿵쾅 떨렸다가 다 빼고 난 뒤에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았다는 마음까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1, 2학년 아이들은 어른들이 지나치듯 보는 것도 새롭게 보고, 눈여겨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 배워야 할 것들을 찾아내고, 알아낸 것에 기뻐합니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써 내려간 일기 속에 그 마음들이 낱낱이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책 속에 글을 쓴 아이들처럼 날마다 일기를 쓰고,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시로 써 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만의 특별한 기록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말하듯이 쓴 아이들 글을 그대로 실었어요
둘이서 쓰레기봉투를 영차영차 들었다. 하지만 그게 빵꾸 나서 다 흘렸다. 흘려서 같이 돕고 빵꾸 안 났다. 힘을 모았다. 끝나고 교실에 가니 선생님이 몽셀통통을 주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서로 도우니까 좋았다. (선생님 도와준 일_2학년 백요한, 본문 90쪽)
수업 마치고 선생님이 쓰레기 버리는 일을 도와 드리면서 있었던 일을 쓴 일기입니다. ‘빵꾸’라는 말은 본디 ‘구멍’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아이들도 ‘빵꾸’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그러니 아이들 글에서는 그 말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또 아이들은 글을 쓸 때 ‘선생님, 고마워요.’ 처럼 마치 말을 하듯이 쓰기도 합니다. 게다가 ‘흘려서 같이 돕고 빵꾸 안 났다. 힘을 모았다.’ 하는 것처럼 어떤 때는 두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아이들 글도 그대로 책에 실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옳은 표기를 알 수 있도록 틀린 표현에는 각주를 달아 놓았습니다.
아이들 글을 매끄럽게 고치지 않아서 문장 표현이 거칠고, 때로는 틀린 것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을 그대로 살려 실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또래 아이들은 꼭 맞춤법에 맞게 써야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더 쉽게 글쓰기를 대하게 될 것입니다.
저학년 아이들 생활이 섬세하고 따뜻한 연필 선 그림에 담겨 있어요
엄마와 함께 집에 걸어온 일, 학교 체육관 옆 얼음판에서 미끄럼 탄 일, 당번 하는 날 힘들게 우유 통을 들고 갔던 일처럼 집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1, 2학년 아이들의 사소한 일상을 정겨운 연필 그림으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김효은 화가는 교실이나 마을 모습, 아이들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연필 선만으로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 냈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짓게 하고, 글을 쓴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듯한 마음마저 들게 만듭니다.
▣ 주요 목차
엮은이의 말
1부 오늘은 내 마음이 없었다
2부 똥이 시원스럽게 나왔다
3부 얼씨구절씨구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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