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분명 나에게 보내는 쪽지다. 누가 보낸 거지? _신희의 이야기
“난 아빠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키가 크고, 손과 발이 컸다는 것 정도. 내 키는 겨우 아빠의 무릎보다 조금 위였다. 내 머리 위에서 덜렁거리는 커다란 손바닥이 토토로가 우산 대신 썼던 토란 잎처럼 보였다.”
신희의 마음속에는 다섯 살 때 돌아가신 아빠의 자리가 비어 있다. 아빠에 대한 기억은 자전거를 타던 일, 신희야 하고 부르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엄마 몰래 코코아에 마시멜로를 얹어 마시던 일, 아빠가 살아 있다면 다 잊어버리고 말았을 사소한 기억들뿐이다. 열두 살 신희는 엄마를 따라 시애틀로 가려던 일정에 차질이 생겨 할머니 집에 잠시 머물게 된다. 할머니 집 다락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들이 가득하다. 바닥에 누워 눈으로 책장을 살피다 노란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처음 읽는 책인데도 낯익은 이야기. 그런데 마지막 쪽에서 이상한 쪽지 하나가 떨어진다. ‘신희에게, 정진초등학교, 도서관, 비행의 고대사, 대출카드.’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빠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_건우의 이야기
“아빠가 탄 비행기도 저렇게 떨어졌을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빠의 손때가 묻은 카세트 리코더. 아빠는 이것이 마지막 선물이 될지 몰랐을 것이다. 엄마는 아빠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 나도 마음이 아픈데.”
몇 달 전 비행기 사고로 아빠를 잃은 뒤 건우는 글씨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심인성 난독증. 의사가 알려 준 이름이다. 언제나 아빠와 함께 만들던 글라이더를 이제는 혼자서 만들어야 한다. ‘한 번에 하나씩, 과정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생략하지 말 것.’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만든 글라이더를 들고 건우는 학교로 갔다. 견인줄이 풀린 글라이더가 공중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나 했더니, 갑자기 불어온 센 바람에 밀려 담 너머 숲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글라이더를 찾아 숲을 헤매던 건우는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한다. 누군가가 공들여 가꾼 듯한 마치 살아 있는 생물 같은 정원. 친구 기요에게도 말하지 말고 혼자만의 장소로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끼익,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넌 누구야?”
인상 깊은 반전을 품은 ‘따뜻한’ 판타지
“행운의 부적이야. 플라이어호가 킬데블 언덕에서 멋지게 날았던 것처럼 네 글라이더도 오늘 멋지게 날 거야. 파이팅!”
그렇게 두 아이는 숲속에 숨겨져 있던 신비로운 정원에서 서로를 만난다. 정원은 마치 오랫동안 두 아이를 기다려 온 듯 몸을 떨어 잎사귀를 흩날리며 아이들을 받아 안는다. 건우는 신희에게 글라이더를 만드는 법을 알려 주고, 신희는 글자를 못 읽게 된 건우를 위해 책을 읽어 준다. 차곡차곡 쌓여 가는 시간의 온기가 두 아이의 마음을 천천히 채운다. 그러나 건우와 신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 시애틀로 떠나야 하는 신희에게 건우는 둥근 스노글로브를 선물한다. ‘SEATTLE’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적힌 스노글로브. 어떻게 이걸 고를 수 있었을까? 건우는 글자를 읽을 수 없는데.
이야기의 말미에는 강렬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도입부터 벌어지는 신비로운 사건들을 비롯해, 신희와 건우의 삶을 관통하는 시간의 마법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 두 아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실체는 누구였는지, 독자는 비로소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 낸 위로와 해원의 세계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이 세상에서 짜장면을 먹지 못할 만큼 슬픈 일은 없댔어.”
이야기 속 정원은 대개의 판타지 공간과는 달리, 시공간이 밀도 높게 응축된 ‘작은’ 세계이다. 놀라운 에너지를 품은 그 세계는 태초의 모성처럼 상처 입은 아이들을 그저 쉬게 해 준다. 시간을 거스를 만큼 완강한 의지가 만들어 낸 위로와 해원의 세계인 것이다. 이토록 견고한 공간을 만들어 낸 힘은, 그리운 사람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 곧 사랑이다. 여기서 잠시 멈춰 쉬고 나면, “세상에 짜장면을 먹지 못할 만큼 슬픈 일은 없”다는 기요네 아빠 말에, 코웃음 대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정원은 이야기한다.
『환상 정원』은 『곰의 아이들』로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류화선의 두 번째 동화이다. “가장 오래된 신화를 바탕으로 쓴 가장 현재적인 질문”이라는 평을 받은 전작에 이어, 작가는 유년의 상처와 이별하는 아프고 빛나는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작가는 신희와 건우, 두 화자 사이를 오가며 특유의 단단한 심리 묘사와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끌어당긴다. 사물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감정을 불어넣는 화가 노준구의 그림이 묵묵히 힘을 보탠다.
▣ 작가 소개
저 : 류화선
서강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어린이책 담당으로 일했고,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고 있다.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에서 장편 동화 『첫서리가 내리는 날』로 우수상을 받았다. 어린이 책 『한국사를 뒤흔든 열 명의 과학자』를 썼다.
그림 : 노준구
”『꿈꾸는 행성』을 작업하는 동안,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상상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나의 그림이 누군가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스스로를 통제해야만 하는 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제약 없는 삶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에 만족하며 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고디자인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 과제보다는 낙서나 드로잉에 남다른 재미와 열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국내외 크고 작은 전시회에 참여했다. 현재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분명 나에게 보내는 쪽지다. 누가 보낸 거지? _신희의 이야기
“난 아빠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키가 크고, 손과 발이 컸다는 것 정도. 내 키는 겨우 아빠의 무릎보다 조금 위였다. 내 머리 위에서 덜렁거리는 커다란 손바닥이 토토로가 우산 대신 썼던 토란 잎처럼 보였다.”
신희의 마음속에는 다섯 살 때 돌아가신 아빠의 자리가 비어 있다. 아빠에 대한 기억은 자전거를 타던 일, 신희야 하고 부르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엄마 몰래 코코아에 마시멜로를 얹어 마시던 일, 아빠가 살아 있다면 다 잊어버리고 말았을 사소한 기억들뿐이다. 열두 살 신희는 엄마를 따라 시애틀로 가려던 일정에 차질이 생겨 할머니 집에 잠시 머물게 된다. 할머니 집 다락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들이 가득하다. 바닥에 누워 눈으로 책장을 살피다 노란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처음 읽는 책인데도 낯익은 이야기. 그런데 마지막 쪽에서 이상한 쪽지 하나가 떨어진다. ‘신희에게, 정진초등학교, 도서관, 비행의 고대사, 대출카드.’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빠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_건우의 이야기
“아빠가 탄 비행기도 저렇게 떨어졌을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빠의 손때가 묻은 카세트 리코더. 아빠는 이것이 마지막 선물이 될지 몰랐을 것이다. 엄마는 아빠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 나도 마음이 아픈데.”
몇 달 전 비행기 사고로 아빠를 잃은 뒤 건우는 글씨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심인성 난독증. 의사가 알려 준 이름이다. 언제나 아빠와 함께 만들던 글라이더를 이제는 혼자서 만들어야 한다. ‘한 번에 하나씩, 과정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생략하지 말 것.’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만든 글라이더를 들고 건우는 학교로 갔다. 견인줄이 풀린 글라이더가 공중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나 했더니, 갑자기 불어온 센 바람에 밀려 담 너머 숲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글라이더를 찾아 숲을 헤매던 건우는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한다. 누군가가 공들여 가꾼 듯한 마치 살아 있는 생물 같은 정원. 친구 기요에게도 말하지 말고 혼자만의 장소로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끼익,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넌 누구야?”
인상 깊은 반전을 품은 ‘따뜻한’ 판타지
“행운의 부적이야. 플라이어호가 킬데블 언덕에서 멋지게 날았던 것처럼 네 글라이더도 오늘 멋지게 날 거야. 파이팅!”
그렇게 두 아이는 숲속에 숨겨져 있던 신비로운 정원에서 서로를 만난다. 정원은 마치 오랫동안 두 아이를 기다려 온 듯 몸을 떨어 잎사귀를 흩날리며 아이들을 받아 안는다. 건우는 신희에게 글라이더를 만드는 법을 알려 주고, 신희는 글자를 못 읽게 된 건우를 위해 책을 읽어 준다. 차곡차곡 쌓여 가는 시간의 온기가 두 아이의 마음을 천천히 채운다. 그러나 건우와 신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 시애틀로 떠나야 하는 신희에게 건우는 둥근 스노글로브를 선물한다. ‘SEATTLE’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적힌 스노글로브. 어떻게 이걸 고를 수 있었을까? 건우는 글자를 읽을 수 없는데.
이야기의 말미에는 강렬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도입부터 벌어지는 신비로운 사건들을 비롯해, 신희와 건우의 삶을 관통하는 시간의 마법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 두 아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실체는 누구였는지, 독자는 비로소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 낸 위로와 해원의 세계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이 세상에서 짜장면을 먹지 못할 만큼 슬픈 일은 없댔어.”
이야기 속 정원은 대개의 판타지 공간과는 달리, 시공간이 밀도 높게 응축된 ‘작은’ 세계이다. 놀라운 에너지를 품은 그 세계는 태초의 모성처럼 상처 입은 아이들을 그저 쉬게 해 준다. 시간을 거스를 만큼 완강한 의지가 만들어 낸 위로와 해원의 세계인 것이다. 이토록 견고한 공간을 만들어 낸 힘은, 그리운 사람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 곧 사랑이다. 여기서 잠시 멈춰 쉬고 나면, “세상에 짜장면을 먹지 못할 만큼 슬픈 일은 없”다는 기요네 아빠 말에, 코웃음 대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정원은 이야기한다.
『환상 정원』은 『곰의 아이들』로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류화선의 두 번째 동화이다. “가장 오래된 신화를 바탕으로 쓴 가장 현재적인 질문”이라는 평을 받은 전작에 이어, 작가는 유년의 상처와 이별하는 아프고 빛나는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작가는 신희와 건우, 두 화자 사이를 오가며 특유의 단단한 심리 묘사와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끌어당긴다. 사물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감정을 불어넣는 화가 노준구의 그림이 묵묵히 힘을 보탠다.
▣ 작가 소개
저 : 류화선
서강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어린이책 담당으로 일했고,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고 있다.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에서 장편 동화 『첫서리가 내리는 날』로 우수상을 받았다. 어린이 책 『한국사를 뒤흔든 열 명의 과학자』를 썼다.
그림 : 노준구
”『꿈꾸는 행성』을 작업하는 동안,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상상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나의 그림이 누군가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스스로를 통제해야만 하는 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제약 없는 삶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에 만족하며 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고디자인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 과제보다는 낙서나 드로잉에 남다른 재미와 열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국내외 크고 작은 전시회에 참여했다. 현재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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