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잉글리시 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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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관희
출판사항푸른숲주니어, 발행일:2013/12/13
형태사항p.156 국판:23cm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184997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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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이라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야!

요즘 아이들의 삶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성적과 학벌로 줄 세우는 우리 사회의 병폐 속에서 밤늦도록 학원을 전전하고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 속에서 이겨야 한다는 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또한 오랜 경기 침체와 사회 양극화로 상대적인 빈곤감과 박탈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동화집 《힘을, 보여 주마》를 통해 가정 폭력, 집단 따돌림, 빈부 격차 등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렸던 작가 박관희는 7년 만에 내놓은 동화집 《마이 잉글리시 티처》를 통해 다시 한 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표제작 〈마이 잉글리시 티처〉는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위 잘 나가는 학원 원어민 강사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빚어낸 아동 성폭력 문제를, 〈아빠하고 나하고〉는 아빠의 갑작스러운 실업에 맞닥뜨린 아이가 겪는 심리적 변화와 갈등을, 〈여인숙에 사는 아이〉는 겉으로는 ‘모든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돌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기 아이에게만 특별한 어른들의 이중성을, 〈어디까지 왔니〉는 할아버지 집에 맡겨진 선우와 선재를 통해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아이들을 위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불편해하거나 무심한 어른들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무조건 부모나 어른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뜻하지 않은 상황에 몰린 어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 중심축에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까지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있다.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깊은 공감이 필요해!

아이들의 현실을 그리더라도 긍정적인 결말로 마무리하는 게 동화의 일반적인 문법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동화라고 해서 무조건 미화시키거나, 무리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화가 이래도 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원어민 선생님 집에 개인 지도를 받으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하는 선희, 어쩌면 영영 실업자로 지내야 하는 아빠를 받아들여야 하는 민재, 여인숙에 산다는 이유로 진짜 동무로 생각했던 벼리와도 어울릴 수 없는 세연, 친할아버지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선우와 선재 등 작가는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차 없이 그려낸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의 아픈 현실을 그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토마스 선생님에게 자신과 똑같은 일을 당한 수지에게 가는 선희의 발걸음에서, 실업자 아빠를 무조건 피하려고만 했던 민재가 아빠의 손을 꼭 잡아 주는 행동에서 충분히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읽어낼 수 있다.
동화가 아이들에게 밝고 따듯한 세상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이 책은 조금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오히려 아이들이 그 현실을 딛고 더 단단하게 자랄 수 있도록 주변의 공감이 필요하다. 어설픈 위로보다는 넉넉한 이해가 더 큰 힘이 될 테니까. 이 책을 통해 힘든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불편해하거나 무관심했던 우리의 시선이 달라지길 희망해 본다.

마이 잉글리시 티처
선희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학원 ‘톱 클래스’에 다닌다. ‘톱 클래스’ 여덟 명의 아이들은 최대 관심사는 바로 영어를 가르치는 토마스 선생님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미국인인 토마스 선생님에게 영어 실력을 인정받는 일은 대단한 일로 통했으니까.

나도 토마스 선생님 눈길이 오래 머무는 아이를 보면 질투가 났다. 머리를 쓰다듬어 줘도 속이 뒤틀리곤 했다. 선생님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평가처럼 여겨졌고, 시험 점수와 다름없었다. 12쪽

하지만 아직까지 토마스 선생님을 ‘토미’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는 수지뿐이었다. 선생님을 ‘토미’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는 선생님에게 실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아무 때라도 선생님을 찾아가 일대일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토마스 선생님이 선희에게도 자신을 ‘토미’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나는 의자에서 엉덩이가 한 뼘쯤 붕 떠 있는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커다랗게 소리라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랑스러움으로 내 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9쪽

선희는 엄마가 ‘톱 클래스’에 자신을 넣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 아이의 실력뿐만 아니라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생활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톱 클래스’에 들어올 수 없다. 시청 공무원인 아빠의 직업으로는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곳이 ‘톱 클래스’였다. 이제야 선희가 엄마의 맺힌 한을 풀어 준 거였다.

누구나 알아주는 학원, 거기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톱 클래스’에서 토마스 선생님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드러내지 못하고 속병을 앓아 오던 엄마의 마음의 병을 내가 치료해 준 셈이다. 21쪽

선희는 드디어 토마스 선생님 오피스텔에 특별 지도를 받으러 간다. 그런데 선생님은 목욕 가운만 걸친 채 선희를 맞이한다. 게다가 선생님은 함께 사진을 찍자며 은근슬쩍 선희는 안으려 하는데…….

그때, 나는 놀라서 앨범을 떨어뜨릴 뻔했다. 뜨뜻한 것이 내 목덜미를 스치는 거였다. 돌아보니 토마스 선생님이 내 볼에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한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그잔과 다른 한 손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31쪽

아빠하고 나하고
민재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아빠의 실직을 통보받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집에 있는 아빠가 영 적응되지 않는다. 청색 아디다스 추리닝 차림으로 초파에 누워 텔레비전 리모컨 버튼을 누르는 아빠. 실직한 아빠는 이런 모습으로 민재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졌다.

“괜찮다, 차차 익숙해지겠지 뭐…….”
아빠는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텔레비전 리모컨 버튼을 계속 눌러 댔다. 텔레비전 화면이 확확 바뀌었다. 아빠는 어미 닭 품으로 기어드는 병아리처럼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저러다 아빠랑 소파가 하나가 될 것만 같았다. 42쪽

보름쯤 지나자 민재는 아빠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아빠를 피하고 싶어도 턱없이 좁은 집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민재는 엄마에게 학원을 보내 달라고 졸라 보지만 집안 사정상 그럴 수도 없단다.

“엄마, 나 학원에 보내 줘.”
엄마가 뜨악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가라고 가라고 고사 지낼 때는 안 간다고 안 간다고 뻗대더니? 왜, 아빠랑 같이 지내기 그렇게 힘들어?”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은 곤란해. 기다려 보자. 불편하더라도 좀만 참자구나.” 56쪽

소파랑 하나 되어 뒹굴뒹굴하던 아빠의 시대는 두 달도 채 넘기지 못했다. 엄마가 공부방을 열면서 아빠는 등산을 시작했다. 뭔가 집안 분위기가 정리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엄마는 아이들 공부가 끝날 때까지 민재가 있어야 할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문화 센터에 수강 신청서를 들이민다. 민재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난처해하는 엄마 때문에 그러기로 한다. 그런데 하필 문화 센터 수강 신청서에 아빠 직업란이 있을 게 뭐람.

“청소년 문화 센터에 다니는데 아빠 직업이 왜 중요해?”
아빠가 불퉁하게 내뱉었다.
“지역 사회 사업 취지에 맞게 아이들 형편에 따라 선별하려다보니 그렇겠지.”
초등학교 5학년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던 엄마가 끼어들었다.
아빠는 신청서를 내 앞에 툭 던졌다.
“실업자라고 써.”
아빠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했다. 81쪽

민재는 치효와 함께 시간을 때우러 피시방에 간다. 그런데 거기서 아빠 같은 사람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민재는 요즘 부쩍 늦게 들어오는 아빠가 피시방 폐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허송세월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엄마에게 모든 걸 떠맡겨 놓고 가장으로서 나 몰라라 하는 아빠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혹시 치효가 보기라도 할까 봐 재빠르게 피시방을 나가 버린다.

피시방 같은 데나 기웃거리는 아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혹시 치효가 보기라도 할까 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저 뒷모습이 닮은 사람일 뿐 아빠가 아닐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이렇게 창피한데 만약 아빠라면 어떨까. 94쪽

민재는 나중에서야 아빠가 잠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른 것일 텐데 자신이 지레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민재는 속상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무작정 걸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후문 주차장에서 아빠를 본다. 아빠는 담배 피는 몇몇 고등학생들에게 훈계를 하다가 궁지에 몰려 있었다. 민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떠나는 거였다. 비겁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저 덩치들과 맞붙어 물리치지 못할 바에야 그냥 사라지는 게 아빠를 돕는 길이다. 모르는 척 덮어 두는 것이 아빠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자존심을 세워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101쪽

여인숙에 사는 아이
세연이는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는 바람에 타워 크레인 기사인 아빠를 따라 여인숙에 살게 된다.

세연이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제부터 여인숙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끈 떨어진 연처럼 처량하고 청리 할머니가 그리워졌다. 111쪽

세연이는 대부분 하루를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낸다. 거기서 벼리라는 아이를 알게 된다. 벼리는 몸이 아파서 학교를 쉬다 보니 너무 외롭다고 한다. 이제야 자신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동무를 만난 느낌이었다. 어느새 벼리는 엄마와 할머니가 곁에 없어 비어 버린 세연이 마음 속 헛헛함을 채워 주는 존재가 되었다.

세연이에게 벼리는 마술 같은 존재였다. 단지 세연이한테 먼저 다가왔을 뿐인데, 세연이를 달라지게 했으니까. 120쪽

세연이는 벼리에게 하트 모양 큐빅이 박힌 반지를 선물 받았을 뿐 아니라 생일 초대까지 받는다. 세연이는 설레는 맘으로 가장 좋은 옷과 새 신발을 신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런데 도서관에 나타난 사람은 벼리가 아니라 벼리의 엄마다. 세연이는 벼리 엄마에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말을 듣게 된다.

“그동안 벼리가 좀 심심했던 모양이야. 그러다 우연히 널 만났는데 너도 어울릴 동무가 없는 것 같더래. 아무튼 만나면 인사하고 이야기도 나눌 순 있는 거잖니? 여기 도서관에서라면 말이야. 하지만 더 가깝게 지내는 건 삼갔으면 좋겠다. 우리 벼리가 여길 뜨고 나면 넌 다시 혼자가 될 테고 그럼 더 심심해지지 않겠니?”124쪽

어디까지 왔니
할아버지는 선우 담임 선생님을 오지랖 씨라고 불렀다. 오지랖이 아니라 오지람이라고 몇 번을 가르쳐 줘도 오지랖 씨라고 고집했다. 할아버지가 선생님을 굳이 오지랖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까닭이 있었다. 오지람 선생님은 신참 선생님답게 열정적이고 순수했다. 선우가 홀할아버지 밑에서 동생 선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사회 복지사를 데리고 선우네 집에 들이닥쳤다.

“그런 쓸데없는 얘기하려거든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너희가 내 맘을 어떻게 알아? 내가 두 눈 번연히 뜨고 있는데 얘들을 빼간다고?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오지람 선생님은 할아버지의 무례한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사회 복지사도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141쪽

선우는 할아버지 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술에 취하면 선우와 선재에게 말년에 얻은 혹 덩어리라고 말했다. 심하면 사라져 버리라고도 했다. 그런데 자신과 선재를 맡아 키워 준다는 데 극구 반대했다.

어쨌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선우는 속이 상했다. 자기와 선재가 할아버지에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건 사실이었다. 할아버지 말마따나 말년에 할아버지 삶에 끼어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혹 덩어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라져 버리라고 할 만큼 할아버지가 자기와 선재를 귀찮게 여긴다고 생각하면……. 할아버지가 야속하고 그런 처지에 내몰린 자신이 가여웠다. 141쪽

선우는 선재가 또 혼자 역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간다. 겨우 다섯 살인 선재는 엄마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툭하면 혼자 역에 갔다. 하지만 집에서 읍내로 나오는 길은 너무나 위험했다. 그런 길을 걸어 혼자 역까지 온 선재가 너무 가여웠다.

“선재야, 그럼 우리가 엄마를 찾아가 볼까?”
선우는 무심코 말해 버렸다. 충동적으로 한 말은 결코 아니었다. 꼭 그러고 싶었던, 선우가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마음속에 차고 넘쳐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절로 흘러나오고 말았던 거였다. 151~152쪽

▣ 작가 소개

글 : 박관희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충남 연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부터 서울에 살다가 2000년 김천으로 돌아왔다. 2002년 [어린이문학]지에 [내 짝꿍은 빡빡이]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빡빡 머리 엄마][내 짝꿍은 빡빡이][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공동창작집) 를 펴냈다.

그림 : 이수영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와 한겨레그림책학교에서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텔레비전이 고장 났어요!》가 있고, 그린 책으로는 《수학 시간에 울 뻔했어요》 《뻔뻔한 칭찬 통장》 《달랑 3표 반장》 《마틸드는 쓰레기 박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마이 잉글리시 티처
아빠하고 나하고
여인숙에 사는 아이
어디까지 왔니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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