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 어린이 문화운동가 이주영 선생님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
♣ 어린 시절에 궁노루, 파랑새, 새매 새끼를 키우며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친 이야기
♣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 아이들을 오래된 미래로 이끄는 어린 시절 이야기 꽃밭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어린이를 지키고 살리는 어린이 문화 운동을 한 이주영 선생님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동화로 썼습니다. 새끼 궁노루 네 마리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 《삐삐야 미안해》, 파랑새와 새매를 키우던 이야기 《파랑새와 새매》 두 편입니다.
이주영 선생님은 이 글을 실컷 울고 나서 썼다고 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이주영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마음 바탕, 동심의 뿌리를 알 수 있습니다. 이주영 선생님이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살아 있는 이야기이며 앞으로 많은 어린이의 가슴을 울릴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살려서 입말로 쓴 글입니다. 따라서 그냥 읽기만 해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이 정겹고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낯선 종다래끼, 망태기, 아궁이, 봉당, 부뚜막, 방구들, 부지깽이…… 같은 낱말들과 더러 나오는 강원도 사투리와 마을 이름들은 본문 아래에 도움말로 풀어놓았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새겨볼 수 있습니다. 류충렬 화가의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은 정감 있고, 보는 이의 슬픈 마음을 잔잔하게 다독여 줍니다.
지은이는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하듯이, 부모세대가 마음속에 꼭꼭 간직한 소중한 어린 시절에 겪은 이야기를 쓰고 아이들에게 들려주자고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 이야기는 쓰면 다섯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어린이들이 우리 겨레가 살아온 삶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자라면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은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이 다른 시대에 살았던 어린이들 삶까지 폭넓게 볼 수 있습니다. 셋은 글 쓰는 사람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에 마음에 받았던 상처를 씻어줍니다. 넷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던 동심을 되살려 줍니다. 동심을 되살리는 어른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좀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힘을 키워줍니다. 이원수 선생님이 쓰신 동화《숲속나라》는 어린이와 어린이 마음을 잃지 않은 어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이런 세상을 소망하시던 이오덕 선생님이 요즘 어른들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나 봅니다.”
새로운 좋은 것은 오래된 좋은 것 속에 싹틉니다. 특히 산업화 이전, 자연 속에서 뛰놀았던 이야기는 동심의 자궁이고 창작의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자연과 생명의 세계는 지식과 정보로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생생하게 겪은 이야기가 더 감동과 울림을 줍니다. 지나친 물질문명에 경도되어 메말라가고 황폐해져 가는 우울하고 불안한 시대에 가슴을 촉촉이 적셔 줄 단비 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 동화책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추억의 서랍을 열어 줄 책입니다.
1. 삐삐야 미안해
6월 어느 날, 화전마을 진등에 사는 기남이 아버지가 종다래끼와 망태기에 궁노루 새끼 네 마리를 담아 학교로 가져옵니다. 어미를 잃은 새끼 궁노루입니다.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될 정도로 아주 작은 새끼들입니다. 그냥 놔두면 큰 짐승에게 잡아먹힐 것 같다며 교장 선생님께 키워 달라고 가져온 것입니다.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의 아들 주영이는 불쌍한 궁노루 새끼 네 마리를 맡아 돌보게 됩니다.
주영이는 새끼들이 병아리처럼 삐악삐악, 삐약삐약, 삐-익 삐, 삐아삐아 운다고 해서 네 마리 이름을 삐 자 돌림으로 삐삐, 삐루, 삐애, 삐아라고 이름 짓고, 미국에서 원조물자로 보내주던 전지분유를 끓여서 정성껏 먹였습니다. 하지만 막내 삐애는 다음날 그만 죽고 맙니다. 오랫동안 어미젖을 못 먹은 데다 놀란 탓에 살 수 없었던 게지요. 그리고 얼마 뒤에 삐루도 죽고 맙니다. 주영이는 죽은 궁노루를 마당 한쪽에 묻어 줍니다. 꽃을 많이 뿌려서요.
두어 달이 지나 8월입니다. 삐삐와 삐아는 잘 자랐습니다. 주영이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지분유를 끓여 정성껏 돌봐주었지요. 하지만 놀러 나가고 싶은 주영이는 동무들에게 도움을 받아 당번을 정해서 궁노루를 돌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 3학년 아이들이 와서 너무 많이 우유를 먹이는 바람에 탈이 난 삐아는 그만 죽고 맙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주영이는 혼자 남은 삐삐를 정성껏 돌봅니다. 방학이면 찾아뵙던 외할아버지를 뵈러 외가에도 가지 않은 채 말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불어 닥칩니다. 비바람과 추위를 피해 삐삐를 부엌 아궁이에 넣어 재웁니다. 그런 어느 날, 큰일이 났습니다. 따뜻한 곳을 찾아 아궁이 안쪽으로 가던 삐삐가 그만 방구들 숨 고개에 거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삐삐를 구하기 위해 솥을 떼어내고, 방구들을 들어낼 생각마저 하십니다. 하지만 방구들을 뜯으면 삐삐가 놀라 죽게 된대요. 그래서 굴뚝을 뜯어내고 삐삐를 구합니다. 하지만 삐삐는 그날 밤에 그만 죽고 말지요. 울다가 잠이 든 주영이는 다음날 네 마리 궁노루를 모두 진등에 갖다 묻었다고 하는 아버지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주영이는 어느 일요일 십 리 길을 걸어서 진등에 갑니다. 그리고 삐삐, 삐아, 삐애, 삐루의 고향이었을 진등 숲을 한참 바라만 보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2. 파랑새와 새매
주영이는 어느 날 독장터라는 산골 마을에 사는 동무 종현이가 가져온 태극무늬 파랑새를 기르게 됩니다. 처음에는 보리쌀, 콩, 옥수수를 잘게 부수어 먹이다가 어느 정도 자라자 파리와 잠자리를 잡아다 먹이며 정성껏 기릅니다. 파랑새 먹이인 파리와 잠자리를 잡는 도사가 되지요.
어느 날 주영이는 창근이와 경수와 함께 새매 새끼를 잡으러 삼방산 새터로 갑니다. 소나무 높은 가지에 있는 새매 둥지를 털어 새매 새끼 한 마리를 가져다 학교 창고에서 파랑새와 함께 기르게 됩니다. 새매를 길러 잘 훈련시켜서 매사냥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지요. 새매에게 먹이기 위해 개구리를 부지런히 잡고, 새매를 들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개구리를 잡아오면 들게도 해주면서요.
여름 방학 때 외할아버지를 뵈러 외가에 갔다 돌아오니 배가 고팠던 새매가 그만 파랑새를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혼자 울던 주영이는 뭔가 크게 깨달은 것이 있어서 새매를 놓아줍니다. 학교 지붕 위에 날아올라 떠나기를 주저하던 새매는 주영이와 작별을 하고 훨훨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가끔 찾아와서 학교 운동장을 빙빙 돌며 날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났고 주영이는 중학생이 되어 원주로 가게 됩니다. 어느 날, 그 새매가 미군과 카투사 군인이 장난삼아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사람 손에 길러진 새매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사람이 자기를 죽일 줄 몰랐던 게지요.
그 아픈 기억 때문에 주영이는 오랫동안 짐승을 기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아이 아버지가 되고, 딸아이가 졸라서 강아지와 토끼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파랑새와 새매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마음속에는 지금도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 작가 소개
저 : 이주영
춘천교육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에 서울 문창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첫발을 내딛고, 지금은 서울 마포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 『이오덕 삶과 교육 사상』 같은 교사와 부모를 위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글쓰기연구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초원봉사회 회장과 한국 어린이문학협의회 상임이사 및 『어린이문학』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림 : 김충렬
한국화 화가.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린 책으로 『이지누의 집 이야기』 『제암리를 아십니까』 『기찻길 옆 동네』 『종이학』 『해일』 『고태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마지막 말테우리』 『바람아 너는 알고 있니?』 『소금꽃이 피어요』들이 있다.
♣ 어린이 문화운동가 이주영 선생님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
♣ 어린 시절에 궁노루, 파랑새, 새매 새끼를 키우며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친 이야기
♣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 아이들을 오래된 미래로 이끄는 어린 시절 이야기 꽃밭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어린이를 지키고 살리는 어린이 문화 운동을 한 이주영 선생님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동화로 썼습니다. 새끼 궁노루 네 마리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 《삐삐야 미안해》, 파랑새와 새매를 키우던 이야기 《파랑새와 새매》 두 편입니다.
이주영 선생님은 이 글을 실컷 울고 나서 썼다고 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이주영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마음 바탕, 동심의 뿌리를 알 수 있습니다. 이주영 선생님이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살아 있는 이야기이며 앞으로 많은 어린이의 가슴을 울릴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살려서 입말로 쓴 글입니다. 따라서 그냥 읽기만 해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이 정겹고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낯선 종다래끼, 망태기, 아궁이, 봉당, 부뚜막, 방구들, 부지깽이…… 같은 낱말들과 더러 나오는 강원도 사투리와 마을 이름들은 본문 아래에 도움말로 풀어놓았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새겨볼 수 있습니다. 류충렬 화가의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은 정감 있고, 보는 이의 슬픈 마음을 잔잔하게 다독여 줍니다.
지은이는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하듯이, 부모세대가 마음속에 꼭꼭 간직한 소중한 어린 시절에 겪은 이야기를 쓰고 아이들에게 들려주자고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 이야기는 쓰면 다섯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어린이들이 우리 겨레가 살아온 삶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자라면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은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이 다른 시대에 살았던 어린이들 삶까지 폭넓게 볼 수 있습니다. 셋은 글 쓰는 사람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에 마음에 받았던 상처를 씻어줍니다. 넷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던 동심을 되살려 줍니다. 동심을 되살리는 어른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좀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힘을 키워줍니다. 이원수 선생님이 쓰신 동화《숲속나라》는 어린이와 어린이 마음을 잃지 않은 어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이런 세상을 소망하시던 이오덕 선생님이 요즘 어른들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나 봅니다.”
새로운 좋은 것은 오래된 좋은 것 속에 싹틉니다. 특히 산업화 이전, 자연 속에서 뛰놀았던 이야기는 동심의 자궁이고 창작의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자연과 생명의 세계는 지식과 정보로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생생하게 겪은 이야기가 더 감동과 울림을 줍니다. 지나친 물질문명에 경도되어 메말라가고 황폐해져 가는 우울하고 불안한 시대에 가슴을 촉촉이 적셔 줄 단비 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 동화책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추억의 서랍을 열어 줄 책입니다.
1. 삐삐야 미안해
6월 어느 날, 화전마을 진등에 사는 기남이 아버지가 종다래끼와 망태기에 궁노루 새끼 네 마리를 담아 학교로 가져옵니다. 어미를 잃은 새끼 궁노루입니다.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될 정도로 아주 작은 새끼들입니다. 그냥 놔두면 큰 짐승에게 잡아먹힐 것 같다며 교장 선생님께 키워 달라고 가져온 것입니다.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의 아들 주영이는 불쌍한 궁노루 새끼 네 마리를 맡아 돌보게 됩니다.
주영이는 새끼들이 병아리처럼 삐악삐악, 삐약삐약, 삐-익 삐, 삐아삐아 운다고 해서 네 마리 이름을 삐 자 돌림으로 삐삐, 삐루, 삐애, 삐아라고 이름 짓고, 미국에서 원조물자로 보내주던 전지분유를 끓여서 정성껏 먹였습니다. 하지만 막내 삐애는 다음날 그만 죽고 맙니다. 오랫동안 어미젖을 못 먹은 데다 놀란 탓에 살 수 없었던 게지요. 그리고 얼마 뒤에 삐루도 죽고 맙니다. 주영이는 죽은 궁노루를 마당 한쪽에 묻어 줍니다. 꽃을 많이 뿌려서요.
두어 달이 지나 8월입니다. 삐삐와 삐아는 잘 자랐습니다. 주영이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지분유를 끓여 정성껏 돌봐주었지요. 하지만 놀러 나가고 싶은 주영이는 동무들에게 도움을 받아 당번을 정해서 궁노루를 돌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 3학년 아이들이 와서 너무 많이 우유를 먹이는 바람에 탈이 난 삐아는 그만 죽고 맙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주영이는 혼자 남은 삐삐를 정성껏 돌봅니다. 방학이면 찾아뵙던 외할아버지를 뵈러 외가에도 가지 않은 채 말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불어 닥칩니다. 비바람과 추위를 피해 삐삐를 부엌 아궁이에 넣어 재웁니다. 그런 어느 날, 큰일이 났습니다. 따뜻한 곳을 찾아 아궁이 안쪽으로 가던 삐삐가 그만 방구들 숨 고개에 거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삐삐를 구하기 위해 솥을 떼어내고, 방구들을 들어낼 생각마저 하십니다. 하지만 방구들을 뜯으면 삐삐가 놀라 죽게 된대요. 그래서 굴뚝을 뜯어내고 삐삐를 구합니다. 하지만 삐삐는 그날 밤에 그만 죽고 말지요. 울다가 잠이 든 주영이는 다음날 네 마리 궁노루를 모두 진등에 갖다 묻었다고 하는 아버지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주영이는 어느 일요일 십 리 길을 걸어서 진등에 갑니다. 그리고 삐삐, 삐아, 삐애, 삐루의 고향이었을 진등 숲을 한참 바라만 보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2. 파랑새와 새매
주영이는 어느 날 독장터라는 산골 마을에 사는 동무 종현이가 가져온 태극무늬 파랑새를 기르게 됩니다. 처음에는 보리쌀, 콩, 옥수수를 잘게 부수어 먹이다가 어느 정도 자라자 파리와 잠자리를 잡아다 먹이며 정성껏 기릅니다. 파랑새 먹이인 파리와 잠자리를 잡는 도사가 되지요.
어느 날 주영이는 창근이와 경수와 함께 새매 새끼를 잡으러 삼방산 새터로 갑니다. 소나무 높은 가지에 있는 새매 둥지를 털어 새매 새끼 한 마리를 가져다 학교 창고에서 파랑새와 함께 기르게 됩니다. 새매를 길러 잘 훈련시켜서 매사냥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지요. 새매에게 먹이기 위해 개구리를 부지런히 잡고, 새매를 들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개구리를 잡아오면 들게도 해주면서요.
여름 방학 때 외할아버지를 뵈러 외가에 갔다 돌아오니 배가 고팠던 새매가 그만 파랑새를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혼자 울던 주영이는 뭔가 크게 깨달은 것이 있어서 새매를 놓아줍니다. 학교 지붕 위에 날아올라 떠나기를 주저하던 새매는 주영이와 작별을 하고 훨훨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가끔 찾아와서 학교 운동장을 빙빙 돌며 날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났고 주영이는 중학생이 되어 원주로 가게 됩니다. 어느 날, 그 새매가 미군과 카투사 군인이 장난삼아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사람 손에 길러진 새매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사람이 자기를 죽일 줄 몰랐던 게지요.
그 아픈 기억 때문에 주영이는 오랫동안 짐승을 기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아이 아버지가 되고, 딸아이가 졸라서 강아지와 토끼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파랑새와 새매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마음속에는 지금도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 작가 소개
저 : 이주영
춘천교육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에 서울 문창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첫발을 내딛고, 지금은 서울 마포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 『이오덕 삶과 교육 사상』 같은 교사와 부모를 위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글쓰기연구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초원봉사회 회장과 한국 어린이문학협의회 상임이사 및 『어린이문학』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림 : 김충렬
한국화 화가.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린 책으로 『이지누의 집 이야기』 『제암리를 아십니까』 『기찻길 옆 동네』 『종이학』 『해일』 『고태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마지막 말테우리』 『바람아 너는 알고 있니?』 『소금꽃이 피어요』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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