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이들은 웃는 존재들!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이들은 웃는 존재들’이라는 것! 작년 10월부터 작가 심윤경이 꾸준히 펴내고 있는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시종일관 독자를 ‘웃겨 주는’ 임무에 충실하다. 작가는 자신의 아이와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길 때면 ‘웃기면 다 용서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대처한다고 한다. 그러면 자칫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을 웃음 하나로 별일 아닌 듯이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화를 통해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 역시 단순하고 명쾌하다. 읽고 즐거우면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너무 즐거웠어요. 근데 벌써 끝나 너무 아쉬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면 충분하다.
지금까지 출간된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살펴보면 작가가 ‘웃음’이라는 코드를 그 중심에 내세웠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남들이 좋다는 거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명확하게 말할 줄 아는 당찬 은지와 기발한 아이디어와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못 말리는 호찬이를 중심으로, 늘 자기 자랑을 입에 달고 사는 규태, 얌전하지만 똑똑한 지수, 잘생기고 키 큰 이민우까지 다섯 아이들을 둘러싼 유쾌 발랄한 이야기는 한 권도 킥킥대며 웃지 않고 넘길 수 없다. 지금까지 은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인 『화해하기 보고서』, 『개구리 폭탄 대결투』, 『반짝 구두 대소동』이 평단과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얼마 전에는 은지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호찬이의 첫 번째 이야기 『슈퍼스타 우주 입학식』이 출간되었다.
멋진 아빠, 자랑하면 왜 안 되나요?
『세상에서 제일 센 우리 아빠』는 호찬이 이야기의 두 번째 권이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부터 슈퍼스타처럼 화려하게 등장한 김호찬. 워낙 장난을 좋아하고 엉뚱한 짓을 잘해 선생님과 엄마한테 혼나기 일쑤인 개구쟁이다. 여태 한글이 서툴러 일기도 제대로 못 쓰지만 기 한번 죽는 법 없이 위풍당당하다. 그런 호찬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존재는 바로 태권도 사범인 아빠이다. 얼굴에 털도 많고 몸도 울퉁불퉁한 아빠는, 호찬이의 표현을 빌리면 ‘돈도 많고 힘도 세’다. 책꽂이쯤은 한 손으로 가볍게 부수는 것도 모자라 조폭 열 명과 싸워도 끄떡없다. 그런 아빠가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호찬이는 자신의 일기장에 서슴없이 아빠의 힘자랑, 돈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엄마는 호찬이가 쓴 일기를 보고 처음부터 다시 쓰라는 날벼락 같은 지시를 내린다. 호찬이 입장에선 일기 길게 쓰는 것만큼 힘들고 불행한 일도 없다. 그런데 다시 쓰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황당한 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 입장에서는 맞춤법이 엉망인 일기만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거기에 대놓고 아빠 힘자랑을 하질 않나, 아빠가 새 차도 곧 뽑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자랑을 늘어놓는 게 영 께름칙한 것이다.
호찬이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 분명 아빠가 책꽂이를 옮기다 (실수로) 부숴버릴 만큼 힘도 센 데다, 엄마가 전화 통화하면서 태권도장 회원이 많이 들어 이번 달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 얘길 분명 들었으니 당연히 부자라고 여긴 건데 왜 엄마는 안 된다고만 하는 걸까?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발표하는 시간이 되자 호찬이는 이때다 싶어 손을 번쩍 든다. 엄마는 일기장에 쓰면 안 된다고 했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으니 이 기회에 마음껏 아빠의 힘자랑을 해야지 마음먹는다. 그래서 자기 차례가 되자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힘이 센지 삼단 콤보로 자랑을 한다.
1. 우리 아빠는 태권도 사범입니다! 우리 아빠는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 검도 2단 합이 8단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부자입니다!
2. 우리 아빠는 혼자서 조폭 열 명이랑 싸워도 이깁니다!
3. 우리 아빠가 얼마나 힘이 세냐면 혼자서 책꽂이도 부술 수 있습니다! 어저께 우리 아빠가 책꽂이를 밀었더니 책꽂이가 막 부서지고 방바닥이 다 긁히고 벽지가 북북 찢어졌습니다!
어른들이 들으면 박장대소할 이야기를 호찬이는 목에 힘까지 주며 말한다. 아이들이 입까지 벌리며 부러워하는 게 좋을뿐더러, 무엇보다 은지에게 대단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은지는 콧방귀만 뀐다. 어? 왜 은지는 다른 아이들처럼 감탄하지 않지? 호찬이는 은지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자기 얘기엔 끄떡도 않는지 자못 궁금하다. 심지어 은지는 자기 아빠야 말로 ‘조폭 전문’이라는 힌트 하나만 달랑 던져 준 채 입을 꾹 다문다.
호찬이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선생님은 한술 더 떠 은지에게 내일까지 친구들에게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알고 보니 은지 아빠가 내일 일일 교사를 하러 학교에 오기로 했다는 거다. 도대체 은지 아빠의 직업은 뭐길래 은지가 저리도 기세등등할까.
집에 와서 학교에서 발표한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 아빠는 기겁을 하며 앞으로는 절대 집안 이야기를 밖에 가서 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만 한다. 호찬이는 어른들 마음을 참 이해하기 힘들다. 아빠가 정말 힘이 세고 멋져서 자랑했을 뿐인데, 왜 안 된다는 거지?
다음 날, 일일 교사로 온 은지 아빠가 자신을 교정직 공무원이라고 설명하자, 호찬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감독하는 일을 한다니, 태권도 사범보다 몇 배는 더 멋진 직업이지 않는가. 은지 아빠는 교정직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간단한 시범까지 보여 준다. 절도 있게 곤봉을 휘두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밧줄로 사람을 묶는 은지 아빠의 모습에 호찬이 눈에서는 하트가 절로 나온다.
호찬이는 결심한다.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교정직 공무원의 사위가 되기로. 은지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만 말이다.
다양한 직업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
작가는 초등학생 시절 평범하던 부모님이 일일 교사로 초대받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과 어른이 되어 딸의 학교에 일일 교사로 가게 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썼다. 작가가 어렸을 때에는 부모님의 직업을 당당하게 말하기보다 숨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반면 요즘 학교에서는 일일 교사 제도를 통해 다양한 직업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직업의 고하나 귀천을 따지기보다 다양한 직업에 대한 탐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찬이는 천진난만하게도 자기네 집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라고 자랑한다. 은지네에 비하면 호찬이네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든 것을 경제력으로만 서열화하는 어른들보다 좀 더 열린 자세를 가졌다. 어른들에게 영향 받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계 안에서 스스로 알아서 친구를 만들 뿐이다. 특히 작가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도심공동화 지역의, 한 학년에 2개 반밖에 없는 학교인데 그곳 부모들의 경제력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 따위엔 신경 쓰지 않고 잘 어울린다. 어른들의 기우가 오히려 아이들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거다.
기존에 나온 동화들이 사회적 책임감이나 윤리 의식, 정의감 등을 강조했다면 ‘심윤경 표’ 동화는 문학의 가장 순수한 덕목인 재미에 가장 큰 무게를 싣는다. 어떤 이야기이든 아이가 쉽고 재밌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책읽기의 첫걸음이라 믿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올겨울에 출간될 호찬이의 다음 이야기 『화산 폭발 생일 파티』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 작가 소개
글 : 심윤경
1972년 서울 출생.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 후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2년 세상에 처음 내놓는 장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인왕산 아래 산동네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04년 장편소설 『달의 제단』을 발표해 2005년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이현의 연애』, 『서라벌 사람들』, 『끝까지 이럴래?』 등이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새로운 분위기의 뚜렷한 주제를 가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림 : 윤정주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였으며,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책에서 개성 있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제2회 신한 새싹 만화상 은상, 1998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동화책 『짜장면 불어요!』, 『신기한 시간표』, 『콩나물 병정의 모험』, 그림책 『연이네 설맞이』, 『아카시아 파마』, 『말놀이 동시집』, 『돈 잔치 소동』,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만화책 ‘어린이를 위한 심리학’ 시리즈 들에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은 웃는 존재들!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이들은 웃는 존재들’이라는 것! 작년 10월부터 작가 심윤경이 꾸준히 펴내고 있는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시종일관 독자를 ‘웃겨 주는’ 임무에 충실하다. 작가는 자신의 아이와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길 때면 ‘웃기면 다 용서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대처한다고 한다. 그러면 자칫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을 웃음 하나로 별일 아닌 듯이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화를 통해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 역시 단순하고 명쾌하다. 읽고 즐거우면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너무 즐거웠어요. 근데 벌써 끝나 너무 아쉬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면 충분하다.
지금까지 출간된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살펴보면 작가가 ‘웃음’이라는 코드를 그 중심에 내세웠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남들이 좋다는 거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명확하게 말할 줄 아는 당찬 은지와 기발한 아이디어와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못 말리는 호찬이를 중심으로, 늘 자기 자랑을 입에 달고 사는 규태, 얌전하지만 똑똑한 지수, 잘생기고 키 큰 이민우까지 다섯 아이들을 둘러싼 유쾌 발랄한 이야기는 한 권도 킥킥대며 웃지 않고 넘길 수 없다. 지금까지 은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인 『화해하기 보고서』, 『개구리 폭탄 대결투』, 『반짝 구두 대소동』이 평단과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얼마 전에는 은지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호찬이의 첫 번째 이야기 『슈퍼스타 우주 입학식』이 출간되었다.
멋진 아빠, 자랑하면 왜 안 되나요?
『세상에서 제일 센 우리 아빠』는 호찬이 이야기의 두 번째 권이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부터 슈퍼스타처럼 화려하게 등장한 김호찬. 워낙 장난을 좋아하고 엉뚱한 짓을 잘해 선생님과 엄마한테 혼나기 일쑤인 개구쟁이다. 여태 한글이 서툴러 일기도 제대로 못 쓰지만 기 한번 죽는 법 없이 위풍당당하다. 그런 호찬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존재는 바로 태권도 사범인 아빠이다. 얼굴에 털도 많고 몸도 울퉁불퉁한 아빠는, 호찬이의 표현을 빌리면 ‘돈도 많고 힘도 세’다. 책꽂이쯤은 한 손으로 가볍게 부수는 것도 모자라 조폭 열 명과 싸워도 끄떡없다. 그런 아빠가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호찬이는 자신의 일기장에 서슴없이 아빠의 힘자랑, 돈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엄마는 호찬이가 쓴 일기를 보고 처음부터 다시 쓰라는 날벼락 같은 지시를 내린다. 호찬이 입장에선 일기 길게 쓰는 것만큼 힘들고 불행한 일도 없다. 그런데 다시 쓰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황당한 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 입장에서는 맞춤법이 엉망인 일기만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거기에 대놓고 아빠 힘자랑을 하질 않나, 아빠가 새 차도 곧 뽑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자랑을 늘어놓는 게 영 께름칙한 것이다.
호찬이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 분명 아빠가 책꽂이를 옮기다 (실수로) 부숴버릴 만큼 힘도 센 데다, 엄마가 전화 통화하면서 태권도장 회원이 많이 들어 이번 달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 얘길 분명 들었으니 당연히 부자라고 여긴 건데 왜 엄마는 안 된다고만 하는 걸까?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발표하는 시간이 되자 호찬이는 이때다 싶어 손을 번쩍 든다. 엄마는 일기장에 쓰면 안 된다고 했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으니 이 기회에 마음껏 아빠의 힘자랑을 해야지 마음먹는다. 그래서 자기 차례가 되자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힘이 센지 삼단 콤보로 자랑을 한다.
1. 우리 아빠는 태권도 사범입니다! 우리 아빠는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 검도 2단 합이 8단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부자입니다!
2. 우리 아빠는 혼자서 조폭 열 명이랑 싸워도 이깁니다!
3. 우리 아빠가 얼마나 힘이 세냐면 혼자서 책꽂이도 부술 수 있습니다! 어저께 우리 아빠가 책꽂이를 밀었더니 책꽂이가 막 부서지고 방바닥이 다 긁히고 벽지가 북북 찢어졌습니다!
어른들이 들으면 박장대소할 이야기를 호찬이는 목에 힘까지 주며 말한다. 아이들이 입까지 벌리며 부러워하는 게 좋을뿐더러, 무엇보다 은지에게 대단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은지는 콧방귀만 뀐다. 어? 왜 은지는 다른 아이들처럼 감탄하지 않지? 호찬이는 은지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자기 얘기엔 끄떡도 않는지 자못 궁금하다. 심지어 은지는 자기 아빠야 말로 ‘조폭 전문’이라는 힌트 하나만 달랑 던져 준 채 입을 꾹 다문다.
호찬이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선생님은 한술 더 떠 은지에게 내일까지 친구들에게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알고 보니 은지 아빠가 내일 일일 교사를 하러 학교에 오기로 했다는 거다. 도대체 은지 아빠의 직업은 뭐길래 은지가 저리도 기세등등할까.
집에 와서 학교에서 발표한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 아빠는 기겁을 하며 앞으로는 절대 집안 이야기를 밖에 가서 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만 한다. 호찬이는 어른들 마음을 참 이해하기 힘들다. 아빠가 정말 힘이 세고 멋져서 자랑했을 뿐인데, 왜 안 된다는 거지?
다음 날, 일일 교사로 온 은지 아빠가 자신을 교정직 공무원이라고 설명하자, 호찬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감독하는 일을 한다니, 태권도 사범보다 몇 배는 더 멋진 직업이지 않는가. 은지 아빠는 교정직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간단한 시범까지 보여 준다. 절도 있게 곤봉을 휘두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밧줄로 사람을 묶는 은지 아빠의 모습에 호찬이 눈에서는 하트가 절로 나온다.
호찬이는 결심한다.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교정직 공무원의 사위가 되기로. 은지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만 말이다.
다양한 직업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
작가는 초등학생 시절 평범하던 부모님이 일일 교사로 초대받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과 어른이 되어 딸의 학교에 일일 교사로 가게 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썼다. 작가가 어렸을 때에는 부모님의 직업을 당당하게 말하기보다 숨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반면 요즘 학교에서는 일일 교사 제도를 통해 다양한 직업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직업의 고하나 귀천을 따지기보다 다양한 직업에 대한 탐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찬이는 천진난만하게도 자기네 집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라고 자랑한다. 은지네에 비하면 호찬이네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든 것을 경제력으로만 서열화하는 어른들보다 좀 더 열린 자세를 가졌다. 어른들에게 영향 받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계 안에서 스스로 알아서 친구를 만들 뿐이다. 특히 작가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도심공동화 지역의, 한 학년에 2개 반밖에 없는 학교인데 그곳 부모들의 경제력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 따위엔 신경 쓰지 않고 잘 어울린다. 어른들의 기우가 오히려 아이들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거다.
기존에 나온 동화들이 사회적 책임감이나 윤리 의식, 정의감 등을 강조했다면 ‘심윤경 표’ 동화는 문학의 가장 순수한 덕목인 재미에 가장 큰 무게를 싣는다. 어떤 이야기이든 아이가 쉽고 재밌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책읽기의 첫걸음이라 믿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올겨울에 출간될 호찬이의 다음 이야기 『화산 폭발 생일 파티』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 작가 소개
글 : 심윤경
1972년 서울 출생.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 후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2년 세상에 처음 내놓는 장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인왕산 아래 산동네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04년 장편소설 『달의 제단』을 발표해 2005년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이현의 연애』, 『서라벌 사람들』, 『끝까지 이럴래?』 등이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새로운 분위기의 뚜렷한 주제를 가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림 : 윤정주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였으며,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책에서 개성 있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제2회 신한 새싹 만화상 은상, 1998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동화책 『짜장면 불어요!』, 『신기한 시간표』, 『콩나물 병정의 모험』, 그림책 『연이네 설맞이』, 『아카시아 파마』, 『말놀이 동시집』, 『돈 잔치 소동』,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만화책 ‘어린이를 위한 심리학’ 시리즈 들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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