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미지의 존재가 전하는 상상의 즐거움
미지의 세계, 미지의 존재는 오랜 세월 ‘재미있는 이야기’의 단골 소재로 쓰여 왔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 아무도 만난 적 없는 존재이니 상상의 폭이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미지의 존재는 주로 옛이야기에 많이 등장한다. 요정, 천사, 도깨비, 귀신, 괴물 등이 바로 그 주인공 들이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없는 존재라고 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과학적·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곧잘 벌어지는데, 그런 일들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의해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죽음, 그 이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알 수 없다는 건 두려움을 함께 가져온다. 요정이나 천사처럼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존재 옆에 도깨비, 귀신, 괴물처럼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함께 따라다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미지의 세계와 미지의 존재, 이 둘은 알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것이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상상으로 그려지고 전달되는가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지의 세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떠나는 다른 ‘문’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미지의 존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에 존재한다고 믿는 것들을 상상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미지의 존재란 결국 사람들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거기에 이야기하는 사람의 상상이 덧씌워지면서 누가 누구에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한 다양한 상상에 빠지는 일은 독서가 주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이다.
‘사계절 중학년문고’에서 나란히 세 권을 장식한 야만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이 바로 이것이다. 『천하무적 야만바 할머니』, 『야만바 할머니의 좌충우돌 바다 탐험』, 『야만바 할머니와 시끌벅적 운동회』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 권의 책 모두 야만바 할머니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일본의 옛이야기에서 흔히 요괴로 그려지는 야만바가 얼마나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사뭇 남다르다. 동시에 이렇듯 사람들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또 다른 상상이 더해지면 어떤 매력이 생기는지 잘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태어난 요괴, 야만바
일본에는 신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일본인들의 독특한 종교 관념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반드시 초월적인 존재만을 신으로 믿지 않는다. 일상의 공간과 사물마다 신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의 여러 가지 사물에 깃든 혼령, 즉 정령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정령이 꼭 인간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요괴의 모습을 한 혼령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상상력을 입히면 어떻게 될까? 숲의 정령 ‘토토로’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야만바 할머니의 경우가 그렇다. 야만바는 일본의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산에 사는 요정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요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래는 대지의 여신이었으나 사람들의 믿음이 약해지면서 요괴로 지위가 낮아진 것이다. 큰 키에 길고 하얀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빛으로 묘사되며 엄청난 속도로 날거나 무거운 바위를 들어 올리는 초능력도 발휘하는 야만바는 옛이야기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무서운 존재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동화작가 도미야스 요코에 의해 어린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새로운 상상의 옷을 입어 전혀 다른 존재로 탈바꿈되었다. 웬만한 운동선수보다 힘이 세고 어떤 험한 곳도 빠른 속도로 갈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은 고스란히 가져왔지만, 그것을 호기심 많고 놀기 좋아하는 캐릭터에 잘 녹여내어 천진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이렇게 해서 아주 특별하고 매력적인 할머니가 어린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도토리산 꼭대기에 사는, 자그마치 296살이나 먹은 야만바 할머니는 매일매일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 온 산을 휘젓고 다닌다. 그 신 나고 유쾌한 시간 속으로 다 함께 들어가 보자.
그런데 운동회가 뭐야? 먹는 거야?
『야만바 할머니와 시끌벅적 운동회』
지난 296년 동안 봄이 오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듯이, 어김없이 찾아온 봄. 「야만바 할머니, 어디 가세요?」에서 야만바 할머니는 시끌벅적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봄 운동회에 초대를 받는다. 공교롭게도 야만바 할머니와 판에 박은 듯 똑같이 생긴 미유키 할머니가 그날 운동회에서 개회식 인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도록 오지 않는 미유키 할머니 때문에 애를 태우던 미용실 아저씨가 마침 그때 지나가던 야만바 할머니를 미유키 할머니로 착각해서 머리를 감기고 루이 왕조 시대의 귀부인 머리로 만들어 놓는다.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바뀐 줄도 모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야만바 할머니는 풀쩍풀쩍 뛰어 초등학교로 향한다.
「으라차차 봄 운동회」에서는 운동회에 참가한 야만바 할머니의 활약이 돋보인다. ‘빵 먹기 경주’, ‘줄다리기’, ‘공 던져 넣기’ 등 모든 경기 종목에서 야만바 할머니는 대단한 실력을 선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야만바 할머니 덕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회를 치르고, 야만바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아이들이 준비한 야만바 맘보에 맞춰 춤을 춘다.
「굽은코 여우와의 한판」은 봄 운동회의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야만바 할머니가 또다시 신나는 경주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번 상대는 아이들이 아닌 여우. 도토리산에 사는 많은 동물 중에 유독 야만바 할머니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동물이 있었으니 마음만큼이나 코도 비뚤어진 굽은코 여우다. 야만바 할머니의 대단한 점을 인정하지 않던 굽은코 여우는 경주를 신청하고, 야만바 할머니는 봄 운동회를 떠올리고는 들떠서 이것저것 산속 운동회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 굽은코 여우는 야만바 할머니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할머니를 빠뜨릴 함정을 준비하고, 결국 야만바 할머니는 여우가 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야만바 할머니는 그것이 장애물 경주라고 생각하고 모든 함정에 일부러 다 빠지며 재미있어 하는데…… 과연 승리는 누구의 편일까?
삐삐보다 엉뚱하고 앤보다 속 깊은 야만바 할머니
야만바 할머니는 도토리산의 터줏대감이면서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에겐 최고의 해결사다. 누군가를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은 아니지만 야만바 할머니에겐 세상 모든 일들이 즐겁고 신 나는 것투성이다. 한바탕 재미있게 놀고 나면 야만바 할머니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은 사라지고 위험에 처한 이는 목숨을 구하고 지루한 일들은 금세 흥미로워진다. 이렇게 무한 긍정의 힘을 가진 동화 속 인물들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만나 왔다. 엉뚱함과 놀이에 대해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말괄량이 삐삐와 속 깊은 성품으로 누구에게나 진심을 전하는 빨강머리 앤. 여기 그들 못지않은 인물이 나타났다. 또래 친구도 아니다. 게다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또래 친구들보다 더 노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보다 마음씨도 더 따뜻하다. 야만바 할머니와 함께 산으로 바다로 마을로 정신없이 여행하다 보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미지의 존재가 기발한 상상 속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야만바 할머니는 말해요. 나이 먹은 동물들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안다고, 동물은 사람보다 눈과 귀가 몇 십 배나 더 밝으니까 그만큼 많은 것을 보고 듣는다고요. 이 말 한마디로 야만바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지 않나요? 아마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할 거예요. - ‘옮긴이의 말’에서
▣ 작가 소개
역 : 김정화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한일아동문학을 공부하며 일본의 좋은 어린이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마법의 여름』『눈 내리는 하굣길』『치프와 초코는 사이좋게 지내요』『폭풍우 치는 밤에』『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자기개발 5개년 계획』『별똥별아 부탁해』 등이 있다.
글 : 도미야스 요코
195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현재 아동문학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바이카여자대학교에서 특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상수리나무 숲의 와글와글 별장』으로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과 쇼각칸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적 재능을 인벙받았다. 또 〈조그만 순무 아가씨〉시리즈로 니이미난키치 아동문학상을, 『하늘로 이어진 신화』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긴 꼬리 호랑이』가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너구리 탐정단』『달밤의 전투』『싸우는 도깨비』『누에고치와 도깨비』등이 있다. 현재 오사카에서 살고 있다.
그림 : 오시마 다에코
1959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잡지에 그림을 그리다가 창작의 즐거움에 눈을 떠,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밝고 유쾌한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린 책으로 『다나카 씨네 이사』, 『지로와 나』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따로 또 같이』, 『사랑해 100번』,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등이 소개되었다.
▣ 주요 목차
야만바 할머니, 어디 가세요?
으라차차! 봄 운동회
굽은코 여우와의 한판
옮긴이의 말
미지의 존재가 전하는 상상의 즐거움
미지의 세계, 미지의 존재는 오랜 세월 ‘재미있는 이야기’의 단골 소재로 쓰여 왔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 아무도 만난 적 없는 존재이니 상상의 폭이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미지의 존재는 주로 옛이야기에 많이 등장한다. 요정, 천사, 도깨비, 귀신, 괴물 등이 바로 그 주인공 들이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없는 존재라고 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과학적·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곧잘 벌어지는데, 그런 일들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의해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죽음, 그 이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알 수 없다는 건 두려움을 함께 가져온다. 요정이나 천사처럼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존재 옆에 도깨비, 귀신, 괴물처럼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함께 따라다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미지의 세계와 미지의 존재, 이 둘은 알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것이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상상으로 그려지고 전달되는가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지의 세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떠나는 다른 ‘문’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미지의 존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에 존재한다고 믿는 것들을 상상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미지의 존재란 결국 사람들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거기에 이야기하는 사람의 상상이 덧씌워지면서 누가 누구에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한 다양한 상상에 빠지는 일은 독서가 주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이다.
‘사계절 중학년문고’에서 나란히 세 권을 장식한 야만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이 바로 이것이다. 『천하무적 야만바 할머니』, 『야만바 할머니의 좌충우돌 바다 탐험』, 『야만바 할머니와 시끌벅적 운동회』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 권의 책 모두 야만바 할머니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일본의 옛이야기에서 흔히 요괴로 그려지는 야만바가 얼마나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사뭇 남다르다. 동시에 이렇듯 사람들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또 다른 상상이 더해지면 어떤 매력이 생기는지 잘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태어난 요괴, 야만바
일본에는 신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일본인들의 독특한 종교 관념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반드시 초월적인 존재만을 신으로 믿지 않는다. 일상의 공간과 사물마다 신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의 여러 가지 사물에 깃든 혼령, 즉 정령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정령이 꼭 인간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요괴의 모습을 한 혼령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상상력을 입히면 어떻게 될까? 숲의 정령 ‘토토로’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야만바 할머니의 경우가 그렇다. 야만바는 일본의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산에 사는 요정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요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래는 대지의 여신이었으나 사람들의 믿음이 약해지면서 요괴로 지위가 낮아진 것이다. 큰 키에 길고 하얀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빛으로 묘사되며 엄청난 속도로 날거나 무거운 바위를 들어 올리는 초능력도 발휘하는 야만바는 옛이야기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무서운 존재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동화작가 도미야스 요코에 의해 어린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새로운 상상의 옷을 입어 전혀 다른 존재로 탈바꿈되었다. 웬만한 운동선수보다 힘이 세고 어떤 험한 곳도 빠른 속도로 갈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은 고스란히 가져왔지만, 그것을 호기심 많고 놀기 좋아하는 캐릭터에 잘 녹여내어 천진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이렇게 해서 아주 특별하고 매력적인 할머니가 어린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도토리산 꼭대기에 사는, 자그마치 296살이나 먹은 야만바 할머니는 매일매일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 온 산을 휘젓고 다닌다. 그 신 나고 유쾌한 시간 속으로 다 함께 들어가 보자.
그런데 운동회가 뭐야? 먹는 거야?
『야만바 할머니와 시끌벅적 운동회』
지난 296년 동안 봄이 오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듯이, 어김없이 찾아온 봄. 「야만바 할머니, 어디 가세요?」에서 야만바 할머니는 시끌벅적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봄 운동회에 초대를 받는다. 공교롭게도 야만바 할머니와 판에 박은 듯 똑같이 생긴 미유키 할머니가 그날 운동회에서 개회식 인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도록 오지 않는 미유키 할머니 때문에 애를 태우던 미용실 아저씨가 마침 그때 지나가던 야만바 할머니를 미유키 할머니로 착각해서 머리를 감기고 루이 왕조 시대의 귀부인 머리로 만들어 놓는다.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바뀐 줄도 모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야만바 할머니는 풀쩍풀쩍 뛰어 초등학교로 향한다.
「으라차차 봄 운동회」에서는 운동회에 참가한 야만바 할머니의 활약이 돋보인다. ‘빵 먹기 경주’, ‘줄다리기’, ‘공 던져 넣기’ 등 모든 경기 종목에서 야만바 할머니는 대단한 실력을 선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야만바 할머니 덕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회를 치르고, 야만바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아이들이 준비한 야만바 맘보에 맞춰 춤을 춘다.
「굽은코 여우와의 한판」은 봄 운동회의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야만바 할머니가 또다시 신나는 경주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번 상대는 아이들이 아닌 여우. 도토리산에 사는 많은 동물 중에 유독 야만바 할머니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동물이 있었으니 마음만큼이나 코도 비뚤어진 굽은코 여우다. 야만바 할머니의 대단한 점을 인정하지 않던 굽은코 여우는 경주를 신청하고, 야만바 할머니는 봄 운동회를 떠올리고는 들떠서 이것저것 산속 운동회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 굽은코 여우는 야만바 할머니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할머니를 빠뜨릴 함정을 준비하고, 결국 야만바 할머니는 여우가 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야만바 할머니는 그것이 장애물 경주라고 생각하고 모든 함정에 일부러 다 빠지며 재미있어 하는데…… 과연 승리는 누구의 편일까?
삐삐보다 엉뚱하고 앤보다 속 깊은 야만바 할머니
야만바 할머니는 도토리산의 터줏대감이면서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에겐 최고의 해결사다. 누군가를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은 아니지만 야만바 할머니에겐 세상 모든 일들이 즐겁고 신 나는 것투성이다. 한바탕 재미있게 놀고 나면 야만바 할머니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은 사라지고 위험에 처한 이는 목숨을 구하고 지루한 일들은 금세 흥미로워진다. 이렇게 무한 긍정의 힘을 가진 동화 속 인물들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만나 왔다. 엉뚱함과 놀이에 대해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말괄량이 삐삐와 속 깊은 성품으로 누구에게나 진심을 전하는 빨강머리 앤. 여기 그들 못지않은 인물이 나타났다. 또래 친구도 아니다. 게다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또래 친구들보다 더 노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보다 마음씨도 더 따뜻하다. 야만바 할머니와 함께 산으로 바다로 마을로 정신없이 여행하다 보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미지의 존재가 기발한 상상 속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야만바 할머니는 말해요. 나이 먹은 동물들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안다고, 동물은 사람보다 눈과 귀가 몇 십 배나 더 밝으니까 그만큼 많은 것을 보고 듣는다고요. 이 말 한마디로 야만바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지 않나요? 아마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할 거예요. - ‘옮긴이의 말’에서
▣ 작가 소개
역 : 김정화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한일아동문학을 공부하며 일본의 좋은 어린이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마법의 여름』『눈 내리는 하굣길』『치프와 초코는 사이좋게 지내요』『폭풍우 치는 밤에』『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자기개발 5개년 계획』『별똥별아 부탁해』 등이 있다.
글 : 도미야스 요코
195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현재 아동문학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바이카여자대학교에서 특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상수리나무 숲의 와글와글 별장』으로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과 쇼각칸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적 재능을 인벙받았다. 또 〈조그만 순무 아가씨〉시리즈로 니이미난키치 아동문학상을, 『하늘로 이어진 신화』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긴 꼬리 호랑이』가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너구리 탐정단』『달밤의 전투』『싸우는 도깨비』『누에고치와 도깨비』등이 있다. 현재 오사카에서 살고 있다.
그림 : 오시마 다에코
1959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잡지에 그림을 그리다가 창작의 즐거움에 눈을 떠,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밝고 유쾌한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린 책으로 『다나카 씨네 이사』, 『지로와 나』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따로 또 같이』, 『사랑해 100번』,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등이 소개되었다.
▣ 주요 목차
야만바 할머니, 어디 가세요?
으라차차! 봄 운동회
굽은코 여우와의 한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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