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거에 비해 몸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한다. 그러한 사회의 흐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감정 로봇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운을 뗀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인간의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을 ‘로봇’을 통하여 드러내려 한 점, 어떤 작품보다 흡인력을 갖고 이야기가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점은 응모작 중 단연 최고였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감정을 잃어 가는 인간인 시우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감정을 얻은 로봇인 레오의 대비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 점 또한 이 작품의 미덕이었다._「심사평」 중에서
인간의 감정이 억제된 맞춤형 아이 시우와 인간보다 더 깊은 감정을 지닌 로봇 레오가 만들어 나가는,
아름다운 기억과 기적
“넌 가장 특별한 아이가 될 거야. 이제부터 사람들은 너를 모델로 삼을 거야.”
엄마는 늘 나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성별은 아들, 키는 187센티미터, 머리는 짙은 갈색, 성격은 냉철하게’ 엄마는 차림표의 음식을 주문하듯 연구원들에게 나, 장시우를 주문했다. 내 주인은 엄마인 셈이고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잘 자라면 되었다. 아빠가 누구인지는 비밀이었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열세 번째 맞춤형 아이인 나는 앞서 만들어진 열두 명의 아이들에게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만들어졌다. 13이라는 숫자는 또 다른 이름처럼 나를 따라다녔고 많은 엄마 아빠 들은 앞으로 태어날 자녀가 열세 번째 아이인 나처럼 되길 바랐다.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고 장차 내 직업이 정해지면 그 일을 하고 그 일에서 성과를 내면 된다. 그런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인간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2075년형 감정 로봇인 레오가 들어오고 나서부터였을까. 레오는 나를 따라다니며 질문을 해대고 자신에게 입력된 가짜 기억을 진짜처럼 말하며 사사건건 귀찮게 굴었다. 자기가 정말 사람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로봇이라니. 나는 레오에게 똑똑히 말해 주었다. 넌 명령대로 따르면 되는 로봇이고 네 기억은 입력된 가짜 기억일 뿐이며 네가 느끼는 감정 또한 가슴이 아닌 네 머릿속의 ‘감정칩’에 저장된 것뿐이라고. 그러니 너 자체도 거짓이라고. 그런데 누군가 말했다. 유전자를 조작한 맞춤형 아이와 로봇, 이 둘이 뭐가 달라?
내 이름은 레오다. 사람들은 내 팔목에 2075-819라는 숫자를 새겨 놓았다. 2075년에 819번째로 생산된 로봇이라는 뜻이다. 엄마와 함께 간 집, 나는 거기서 시우를 만났다. 내 기억 속의 시우는 언제나 친한 친구였고 형제였으며 시우의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도 어제 본 것처럼 생생했다. 하지만 시우는 그건 입력된 기억일 뿐이라며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눈 하나 깜짝 않고 내 앞에서 그 일을 저질렀다. 순간 나는 로봇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말았다. 나와 같은 감정 로봇들의 감정이 의지와 결합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겨났다고 했다.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않았다! 인간을 해친 것은 인간 자신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인간들에게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만들어진 것과 만든 것의 관계란 이런 걸까. 나는 인간들이 던진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나는 단순한 기계로 남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람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나를 낳아 기르는 일이 엄마에겐 프로젝트였을까?
완벽하게 만들어진 내가 할 줄 아는 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현재의 문제를 미래세계에 녹여낸 SF 동화, 미래는 과연 진화된 세계일까?
『열세 번째 아이』는 “SF 작품이 속속 출간되고 있긴 하나 SF는 여전히 한국 어린이문학사에서 낯선 장르이다. 마니아적 성격으로 인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장르적 특성상 이만한 주제의식과 서술의 힘을 가진 작품을 쉬 만나기 어렵다.”는 평을 받으며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부모의 요구 사항에 따라 제품처럼 만들어진 아이, 그리고 인간의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심리 치료를 위해 생산된 감정 로봇이 만나,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진짜 나는 누구인지 존엄성이란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흥미로운 요소들을 장착하여 감동적으로 담았다. 시우와 레오를 주축으로 레오를 만든 로봇 연구원인 시우의 엄마와 시우의 유전자를 조작했지만 더 이상의 맞춤형 아이 생산과 반인간적인 로봇 정책을 반대하며 입장을 바꾼 민 박사가 대립 구조를 이루며 갈등의 한 축을 이룬다. 여기에 시우의 아빠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답 역시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첫 번째 맞춤형 아이인 김선 박사, 로봇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입양아 유나,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무시를 받는 차니, 로봇은 로봇일 뿐이라며 외치는 또 다른 맞춤형 아이 지오가 가공할 만한 새로운 미래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너처럼 완벽한 아이가 갖지 못한 게 어디 있어?”
완벽한 아이와 완벽한 로봇, 완벽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외형만 사람을 닮은 초기 안드로이드 로봇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감정 로봇’이 개발되어 판매되는 2075년.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형 로봇으로 갈아치우는 상류층과 변변한 개인 로봇 없이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계층으로 사회는 양극화되었다. 웬만한 것은 ‘모넥트’라는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고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로봇들은 인간들의 억눌린 감정의 배출구와 욕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경찰이나 교사처럼 인간들이 할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와중에 더 완벽한 인간을 추구하기 위해 시도한 첫 번째 맞춤형 아이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맞춤형 아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격을 갖추지 못해 맞춤형 아이를 신청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맞춤형 아이를 만들고 아이가 원한 방향과는 다르게 태어나면 버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시우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장시우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외모부터 두뇌, 성격, 운동 능력, 심지어 말투까지 계획되고 설계되었으며 자라는 동안 조금이라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치료를 받는, 보통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커온 아이다. 이성지수가 감성지수보다 아주 높게 만들어진 시우는 흡사 기계인간 같다. 비록 로봇이긴 하지만 가족처럼 지낸 로봇들을, 거슬리고 쓸모없어졌다는 이유로 로봇 수거장에 내다버리는가 하면 자신을 좋아하는 유나의 마음에 무감각하고, 눈물을 흘릴 줄도 모른다. 누구보다 완벽하게 태어났지만 인간다움을 잃고 살아가는 시우 앞에 레오가 나타난다. 레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우에게 레오는 묻는다. “내가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 거짓이라면 그럼 난 뭐야?” 그 질문은 다시 시우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누구지?”
“사람들이 왜 완벽한 로봇을 원하는지, 완벽한 로봇이 정말 있어야 하는 것인지, 엄마한테 물어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답에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도 들어 있을 것 같아서였다.”_본문 중에서
13이라는 숫자와 레오의 팔목에 새겨진 제품번호 2075-819는 어쩌면 같은 것이 아닐까. 완벽에 가까운 인간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간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느낌을 받은 시우. 게다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여겼던 김선 박사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시우는 처음으로 엄마의 말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선택한다. 일방적인 소통 말고는 누구와도 참된 소통을 할 줄 몰랐던 시우는 레오와 진짜 기억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며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잃어야 했던 것들과 뿌리를 찾아간다. 시우가 참인간다움을 되찾으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재차 강도를 높여 묻는 과정의 묘사는 탁월하다.
더! 더!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현실에 미래를 저당 잡힌 아이들을 위로하고,
존엄성이 사라진 인간중심적인 과학기술과 사고에 일침을 가하는 동화
부모의 선택이 아이의 형질과 운명을 결정하는 미래의 일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 그려진 현실은 매우 생생하다. 공상과학보다 더 공상적인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미래세계의 옷을 입고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집과 교실과 거리에서 아이들은, 시우가 레오에게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 것처럼, 사회가 이상화하는 모델에 맞춰 사육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자기 욕심대로 아이를 가공하고 재단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가슴이 뜨끔한 느낌을 받게 될는지도. 이 동화는 인큐베이터 속에서 철저히 관리되고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감정과 의지, 꿈마저 저당 잡혀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가한 무차별적 폭력뿐만 아니라 빠르게 진보하는 과학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생명윤리의 문제, 너무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인간중심적인 사고에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무한 경쟁의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네가 이 사회에서 잘 먹고 잘 살려면 감정 따위는 뒤로 미루고, 성적 향상을 가능케 하는 이성을 중시하며 살아야 한다고 협박하고 있지 않은가? 『열세 번째 아이』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흐름에 가슴 아파하며,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감정을 잃어 가는 인간 시우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감정을 얻은 감정 로봇 레오의 대비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_임정자(동화작가)
▣ 작가 소개
글 : 이은용
그림 그리는 일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가끔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한다. 200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퍼즐」이 당선되었고,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그림 : 이고은
한때는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를 그리던 아이였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의 걷는 모양, 머리 모양, 가로수 모양을 몰래 관찰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파라다이스』『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고래가 그랬어』 등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첫 번째 아이
단일 감정 로봇
신제품, 레오
완벽한 로봇, 완벽한 아이
로봇 보호 센터
사람인 척, 로봇인 척
로봇 쓰레기
새 로봇으로
장시우 프로젝트
내 이름 13
이상한 징후들
분노의 감정
감정 조절 프로그램
실패한 프로젝트
판도라의 상자
비밀과 진실
폐기 명령
도망
미안해
나의 손으로
심사평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거에 비해 몸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한다. 그러한 사회의 흐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감정 로봇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운을 뗀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인간의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을 ‘로봇’을 통하여 드러내려 한 점, 어떤 작품보다 흡인력을 갖고 이야기가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점은 응모작 중 단연 최고였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감정을 잃어 가는 인간인 시우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감정을 얻은 로봇인 레오의 대비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 점 또한 이 작품의 미덕이었다._「심사평」 중에서
인간의 감정이 억제된 맞춤형 아이 시우와 인간보다 더 깊은 감정을 지닌 로봇 레오가 만들어 나가는,
아름다운 기억과 기적
“넌 가장 특별한 아이가 될 거야. 이제부터 사람들은 너를 모델로 삼을 거야.”
엄마는 늘 나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성별은 아들, 키는 187센티미터, 머리는 짙은 갈색, 성격은 냉철하게’ 엄마는 차림표의 음식을 주문하듯 연구원들에게 나, 장시우를 주문했다. 내 주인은 엄마인 셈이고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잘 자라면 되었다. 아빠가 누구인지는 비밀이었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열세 번째 맞춤형 아이인 나는 앞서 만들어진 열두 명의 아이들에게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만들어졌다. 13이라는 숫자는 또 다른 이름처럼 나를 따라다녔고 많은 엄마 아빠 들은 앞으로 태어날 자녀가 열세 번째 아이인 나처럼 되길 바랐다.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고 장차 내 직업이 정해지면 그 일을 하고 그 일에서 성과를 내면 된다. 그런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인간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2075년형 감정 로봇인 레오가 들어오고 나서부터였을까. 레오는 나를 따라다니며 질문을 해대고 자신에게 입력된 가짜 기억을 진짜처럼 말하며 사사건건 귀찮게 굴었다. 자기가 정말 사람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로봇이라니. 나는 레오에게 똑똑히 말해 주었다. 넌 명령대로 따르면 되는 로봇이고 네 기억은 입력된 가짜 기억일 뿐이며 네가 느끼는 감정 또한 가슴이 아닌 네 머릿속의 ‘감정칩’에 저장된 것뿐이라고. 그러니 너 자체도 거짓이라고. 그런데 누군가 말했다. 유전자를 조작한 맞춤형 아이와 로봇, 이 둘이 뭐가 달라?
내 이름은 레오다. 사람들은 내 팔목에 2075-819라는 숫자를 새겨 놓았다. 2075년에 819번째로 생산된 로봇이라는 뜻이다. 엄마와 함께 간 집, 나는 거기서 시우를 만났다. 내 기억 속의 시우는 언제나 친한 친구였고 형제였으며 시우의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도 어제 본 것처럼 생생했다. 하지만 시우는 그건 입력된 기억일 뿐이라며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눈 하나 깜짝 않고 내 앞에서 그 일을 저질렀다. 순간 나는 로봇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말았다. 나와 같은 감정 로봇들의 감정이 의지와 결합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겨났다고 했다.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않았다! 인간을 해친 것은 인간 자신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인간들에게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만들어진 것과 만든 것의 관계란 이런 걸까. 나는 인간들이 던진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나는 단순한 기계로 남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람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나를 낳아 기르는 일이 엄마에겐 프로젝트였을까?
완벽하게 만들어진 내가 할 줄 아는 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현재의 문제를 미래세계에 녹여낸 SF 동화, 미래는 과연 진화된 세계일까?
『열세 번째 아이』는 “SF 작품이 속속 출간되고 있긴 하나 SF는 여전히 한국 어린이문학사에서 낯선 장르이다. 마니아적 성격으로 인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장르적 특성상 이만한 주제의식과 서술의 힘을 가진 작품을 쉬 만나기 어렵다.”는 평을 받으며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부모의 요구 사항에 따라 제품처럼 만들어진 아이, 그리고 인간의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심리 치료를 위해 생산된 감정 로봇이 만나,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진짜 나는 누구인지 존엄성이란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흥미로운 요소들을 장착하여 감동적으로 담았다. 시우와 레오를 주축으로 레오를 만든 로봇 연구원인 시우의 엄마와 시우의 유전자를 조작했지만 더 이상의 맞춤형 아이 생산과 반인간적인 로봇 정책을 반대하며 입장을 바꾼 민 박사가 대립 구조를 이루며 갈등의 한 축을 이룬다. 여기에 시우의 아빠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답 역시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첫 번째 맞춤형 아이인 김선 박사, 로봇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입양아 유나,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무시를 받는 차니, 로봇은 로봇일 뿐이라며 외치는 또 다른 맞춤형 아이 지오가 가공할 만한 새로운 미래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너처럼 완벽한 아이가 갖지 못한 게 어디 있어?”
완벽한 아이와 완벽한 로봇, 완벽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외형만 사람을 닮은 초기 안드로이드 로봇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감정 로봇’이 개발되어 판매되는 2075년.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형 로봇으로 갈아치우는 상류층과 변변한 개인 로봇 없이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계층으로 사회는 양극화되었다. 웬만한 것은 ‘모넥트’라는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고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로봇들은 인간들의 억눌린 감정의 배출구와 욕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경찰이나 교사처럼 인간들이 할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와중에 더 완벽한 인간을 추구하기 위해 시도한 첫 번째 맞춤형 아이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맞춤형 아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격을 갖추지 못해 맞춤형 아이를 신청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맞춤형 아이를 만들고 아이가 원한 방향과는 다르게 태어나면 버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시우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장시우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외모부터 두뇌, 성격, 운동 능력, 심지어 말투까지 계획되고 설계되었으며 자라는 동안 조금이라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치료를 받는, 보통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커온 아이다. 이성지수가 감성지수보다 아주 높게 만들어진 시우는 흡사 기계인간 같다. 비록 로봇이긴 하지만 가족처럼 지낸 로봇들을, 거슬리고 쓸모없어졌다는 이유로 로봇 수거장에 내다버리는가 하면 자신을 좋아하는 유나의 마음에 무감각하고, 눈물을 흘릴 줄도 모른다. 누구보다 완벽하게 태어났지만 인간다움을 잃고 살아가는 시우 앞에 레오가 나타난다. 레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우에게 레오는 묻는다. “내가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 거짓이라면 그럼 난 뭐야?” 그 질문은 다시 시우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누구지?”
“사람들이 왜 완벽한 로봇을 원하는지, 완벽한 로봇이 정말 있어야 하는 것인지, 엄마한테 물어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답에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도 들어 있을 것 같아서였다.”_본문 중에서
13이라는 숫자와 레오의 팔목에 새겨진 제품번호 2075-819는 어쩌면 같은 것이 아닐까. 완벽에 가까운 인간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간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느낌을 받은 시우. 게다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여겼던 김선 박사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시우는 처음으로 엄마의 말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선택한다. 일방적인 소통 말고는 누구와도 참된 소통을 할 줄 몰랐던 시우는 레오와 진짜 기억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며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잃어야 했던 것들과 뿌리를 찾아간다. 시우가 참인간다움을 되찾으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재차 강도를 높여 묻는 과정의 묘사는 탁월하다.
더! 더!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현실에 미래를 저당 잡힌 아이들을 위로하고,
존엄성이 사라진 인간중심적인 과학기술과 사고에 일침을 가하는 동화
부모의 선택이 아이의 형질과 운명을 결정하는 미래의 일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 그려진 현실은 매우 생생하다. 공상과학보다 더 공상적인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미래세계의 옷을 입고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집과 교실과 거리에서 아이들은, 시우가 레오에게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 것처럼, 사회가 이상화하는 모델에 맞춰 사육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자기 욕심대로 아이를 가공하고 재단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가슴이 뜨끔한 느낌을 받게 될는지도. 이 동화는 인큐베이터 속에서 철저히 관리되고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감정과 의지, 꿈마저 저당 잡혀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가한 무차별적 폭력뿐만 아니라 빠르게 진보하는 과학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생명윤리의 문제, 너무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인간중심적인 사고에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무한 경쟁의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네가 이 사회에서 잘 먹고 잘 살려면 감정 따위는 뒤로 미루고, 성적 향상을 가능케 하는 이성을 중시하며 살아야 한다고 협박하고 있지 않은가? 『열세 번째 아이』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흐름에 가슴 아파하며,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감정을 잃어 가는 인간 시우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감정을 얻은 감정 로봇 레오의 대비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_임정자(동화작가)
▣ 작가 소개
글 : 이은용
그림 그리는 일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가끔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한다. 200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퍼즐」이 당선되었고,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그림 : 이고은
한때는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를 그리던 아이였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의 걷는 모양, 머리 모양, 가로수 모양을 몰래 관찰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파라다이스』『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고래가 그랬어』 등에 그림을 그렸다.
▣ 주요 목차
첫 번째 아이
단일 감정 로봇
신제품, 레오
완벽한 로봇, 완벽한 아이
로봇 보호 센터
사람인 척, 로봇인 척
로봇 쓰레기
새 로봇으로
장시우 프로젝트
내 이름 13
이상한 징후들
분노의 감정
감정 조절 프로그램
실패한 프로젝트
판도라의 상자
비밀과 진실
폐기 명령
도망
미안해
나의 손으로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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