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 동시는 목하 잠을 깨고 있는 중이다. 오랜 시간 독자로부터 알게 모르게 외면을 받고 있었던 동시는 2010년 들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아동문학의 주요한 장르로 새롭게 자리매김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꾸준히 동시의 부흥을 위해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기존의 동시인들의 힘과 함께 새롭게 동시단으로 대거 몰려들어온 시인이나 예비동시인들의 힘 또한 적지 않다. 그리고 그 한 켠에 『동시마중』이란 잡지의 역할 또한 크다. 『동시마중』은 동시 평론을 주로 하는 김제곤, 어린이문학 연구자인 김찬곤, 어린이책 일러스트와 동시를 쓰는 김환영, 시와 동시를 넘나드는 이안, 동시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던 탁동철 등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격월간 동시전문지이다. 이 잡지는 동시와 동시에 관한 논의들을 이끌면서, 오늘날 동시문학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이 책은 『동시마중』이 매년 한 호를 할애하고 있는 첫 번째 동시선집을 책의 꼴로 다시 묶은 것이다. 잡지의 특성상 한정된 독자들에게만 회람되는 것을 넘어 대중적인 접촉면을 넓히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 동시집의 특성은 무엇보다 시와 동시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의 통념을 넘어서고자 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이 선집에 수록된 시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신경림을 필두로, 안도현, 송찬호, 함민복, 박성우 등 잘 알려진 시인들이 처음 쓴 동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시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어린이의 마음 속 결 깊이 닿고자 하는 동시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준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경림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열 시까지 갈게”
엄마는 야근
아빠는 회식
학원에 갔다 와서
라면 하나 먹고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열한 시까지 갈게”
컴퓨터를 켰다가
동화책을 폈다가
또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열두 시까지 갈게”
텔레비전을 켰다가
핸드폰을 열었다가
깜박 텔레비전 앞에서
잠이 들었다
이윽고 귓전에
엄마 목소리
“애는 날마다
텔레비전만 보나 봐”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경림의 동시는 튼실하게 어린이의 시각에 뿌리내리고 있다. 어른의 계몽적인 목소리가 전적으로 배제되고, 아이의 눈, 아이의 마음을 여실히 붙잡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그동안 줄곧 동시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기존 동시인들의 새로운 시도들 풍부하게 드러나 있다. 권오삼, 김은영, 서정홍, 남호섭, 유강희 등 발군의 동시인들이 새롭게 발표한 신작이 눈에 띈다. 권오삼의 노력은 그 일단을 잘 보여준다.
깨
권오삼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랑 깨.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로 맛있당 깨.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로 고소하당 깨.
이 참깨는 진짜 국산이랑 깨.
거짓부렁이 아니랑 깨, 진짜랑 깨.
깨는 이중의 의미로 동시에서 표현된다. 참깨의 깨와 사투리 어미인 ‘깨’가 약간 비틀린 채 반복됨으로써 동시가 지녀야 할, 음악적 자질들을 최대치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또한 새롭게 『동시마중』이나 『어린이와문학』으로 처음 몸을 내민 동시인들의 시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표제를 따온 작품 「백점 맞기」에는 동시가 갖추어야 할 어느 한 순간의 경험이 적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백점 맞기
진현정
엄마가 얘기했지?
문제는 천천히 읽고
다 풀고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한 문제 안 틀리는 거
그게 실력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그랬니 안 그랬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니까
이 모양이지
꼭 한 개씩 틀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근데 너 왜 울어?
이 또한 전적으로 어린이들이 겪는 일상적 문제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처럼 이 작품선집에는 여러 다양한 맛을 내는 동시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한 작가의 일관된 목소리를 넘어, 다채로운 지금 여기에서의 우리 동시가 어떠한 면면을 지닌 채 약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주요 목차
머리말 『동시마중』편집위원회
제1부 고라니
제2부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날
제3부 늦잠
제4부 본능
우리 동시는 목하 잠을 깨고 있는 중이다. 오랜 시간 독자로부터 알게 모르게 외면을 받고 있었던 동시는 2010년 들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아동문학의 주요한 장르로 새롭게 자리매김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꾸준히 동시의 부흥을 위해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기존의 동시인들의 힘과 함께 새롭게 동시단으로 대거 몰려들어온 시인이나 예비동시인들의 힘 또한 적지 않다. 그리고 그 한 켠에 『동시마중』이란 잡지의 역할 또한 크다. 『동시마중』은 동시 평론을 주로 하는 김제곤, 어린이문학 연구자인 김찬곤, 어린이책 일러스트와 동시를 쓰는 김환영, 시와 동시를 넘나드는 이안, 동시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던 탁동철 등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격월간 동시전문지이다. 이 잡지는 동시와 동시에 관한 논의들을 이끌면서, 오늘날 동시문학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이 책은 『동시마중』이 매년 한 호를 할애하고 있는 첫 번째 동시선집을 책의 꼴로 다시 묶은 것이다. 잡지의 특성상 한정된 독자들에게만 회람되는 것을 넘어 대중적인 접촉면을 넓히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 동시집의 특성은 무엇보다 시와 동시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의 통념을 넘어서고자 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이 선집에 수록된 시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신경림을 필두로, 안도현, 송찬호, 함민복, 박성우 등 잘 알려진 시인들이 처음 쓴 동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시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어린이의 마음 속 결 깊이 닿고자 하는 동시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준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경림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열 시까지 갈게”
엄마는 야근
아빠는 회식
학원에 갔다 와서
라면 하나 먹고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열한 시까지 갈게”
컴퓨터를 켰다가
동화책을 폈다가
또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열두 시까지 갈게”
텔레비전을 켰다가
핸드폰을 열었다가
깜박 텔레비전 앞에서
잠이 들었다
이윽고 귓전에
엄마 목소리
“애는 날마다
텔레비전만 보나 봐”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경림의 동시는 튼실하게 어린이의 시각에 뿌리내리고 있다. 어른의 계몽적인 목소리가 전적으로 배제되고, 아이의 눈, 아이의 마음을 여실히 붙잡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그동안 줄곧 동시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기존 동시인들의 새로운 시도들 풍부하게 드러나 있다. 권오삼, 김은영, 서정홍, 남호섭, 유강희 등 발군의 동시인들이 새롭게 발표한 신작이 눈에 띈다. 권오삼의 노력은 그 일단을 잘 보여준다.
깨
권오삼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랑 깨.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로 맛있당 깨.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로 고소하당 깨.
이 참깨는 진짜 국산이랑 깨.
거짓부렁이 아니랑 깨, 진짜랑 깨.
깨는 이중의 의미로 동시에서 표현된다. 참깨의 깨와 사투리 어미인 ‘깨’가 약간 비틀린 채 반복됨으로써 동시가 지녀야 할, 음악적 자질들을 최대치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또한 새롭게 『동시마중』이나 『어린이와문학』으로 처음 몸을 내민 동시인들의 시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표제를 따온 작품 「백점 맞기」에는 동시가 갖추어야 할 어느 한 순간의 경험이 적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백점 맞기
진현정
엄마가 얘기했지?
문제는 천천히 읽고
다 풀고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한 문제 안 틀리는 거
그게 실력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그랬니 안 그랬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니까
이 모양이지
꼭 한 개씩 틀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근데 너 왜 울어?
이 또한 전적으로 어린이들이 겪는 일상적 문제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처럼 이 작품선집에는 여러 다양한 맛을 내는 동시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한 작가의 일관된 목소리를 넘어, 다채로운 지금 여기에서의 우리 동시가 어떠한 면면을 지닌 채 약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주요 목차
머리말 『동시마중』편집위원회
제1부 고라니
제2부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날
제3부 늦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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