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꿈을 버리지 마라,
네가 하려고 하는 것을 남들이 방해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꿈의 가치를 알아가는 두 십대 소녀의 이야기
60여 년 전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사춘기 소녀들의 꿈과 우정을 그려 세계 많은 어린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준 《주인공은 바로 너야(원제 White Boots)》가 마침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1951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1938년 《서커스가 온다》로 영국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노엘 스트리트필드(1885-1986)의 작품이다. 그녀는 《발레 슈즈》를 비롯해 발레, 스케이팅 등 소녀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분야를 다루며 소녀들의 감성과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표현한 영국 작가이다. 이 작품에서도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다소 생경한 소재를 가지고 여자 아이들의 꿈과 우정, 복잡다단한 심경과 ‘성장’을 넘어 ‘성숙’해지는 십대 아이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 냈다. 작가는 스케이팅 용어와 스케이팅 세계를 이해하고 알기 위해 그 당시 아이스링크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작품 구상에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어린 독자들을 향해 단순히 꿈을 가지라고만 강권하지 않는다. 물자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꿈을 상실했던 전쟁 직후에 쓴 작품인 만큼, 그녀는 꿈을 가진 사람과 꿈을 갖지 못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꿈을 꾸기만 한 사람과 꿈을 이루어 나가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다르게 변모해 가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꿈을 만들고 이루어가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함을 설파한다. 두 주인공 해리엇 존슨과 랄라 무어는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아픔과 갈등, 승리와 환희를 경험하면서 자신들의 꿈과 현실에 직면한다.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이 진정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면서 마침내 ‘성장’을 뛰어넘어 ‘성숙’한 소녀들로 거듭난다.
60여 년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끊임없이 만들어온 저력, 그것은 아마도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주는 인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보편적 가치, 꿈의 소중함과 그 꿈의 주체 의식을 담고 있는 이야기의 울림 때문일 것이다.
1.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 꿈의 주체를 알게 해 주는 작품
이 작품 속에는 자신의 꿈에 대해 갈망하고 모색하는 십대 소년소녀들이 등장한다. 먼저 연약한 다리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스케이팅을 시작한 해리엇과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던 엄마 아빠의 명성에 뒤이어 미래가 촉망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랄라. 둘은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친구가 되지만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기질, 환경조차 현저히 다른 열두 살 소녀들이다. 어릴 때 엄마 아빠를 일찍 여의고 자신의 후견인인 클로디아 고모의 강압에 이끌려 세 살 때부터 피겨 스케이팅 외에는 다른 세계를 접해 본 적조차 없는 랄라는 그 무엇 하나 자신의 힘으로 삶을 구축해 본 적이 없다. 늘 짜인 스케줄에 따라 유모와 가정교사의 돌봄 아래 지내왔다. 간식조차 고모라기보다는 매니저 같은 클로디아 고모가 일일이 결정하고, 랄라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는 ‘그날’만을 위해 ‘단련되는 경주마’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늘 성공가도를 달릴 것만 같았던 랄라는 열두 살에 난생 처음(!) 친구 해리엇을 사귀면서 뭔가 자신의 삶의 갑갑함을 느낀다. 매번 통과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테스트도 난생 처음 실패한다.
반면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실속 없지만 사람 좋은 아빠와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엄마, 그리고 우애 깊은 삼형제와 함께 사는 해리엇은 뜻하지 않게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겸손과 성실함으로 스케이트 코치는 물론 스케이트장의 사람들에게 서서히 인정받으며 점차 스케이트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해리엇의 큰오빠 알렉도 있다. 알렉은 병약한 여동생의 일일 부츠 대여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신문팔이를 시작한다. 작게는 여동생이 스케이팅을 할 수 있기를, 크게는 돈을 모아 아빠의 가게에서 채소를 팔면서 가게를 키울 꿈을 키우고 있다. 알렉은 수학에 능한 토비와 함께 랄라의 밭에서 딸기 농사도 짓는다. 이런 소박하고도 성실한 알렉을 보며 어느새 꿈을 잃어버렸던 자신의 십대 시절을 떠올린 신문보급소 사장 풀턴 아저씨는 알렉의 후원자가 되어 알렉이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도록 도와준다. 풀턴 아저씨는 알렉에게 “내 꿈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고 말하며 자신이 하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자신의 꿈을 잘 지키라고 조언한다. 말을 좋아했던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신문보급소를 지키는 풀턴 아저씨의 팔십 넘은 인생에 담긴 조언이었다. 여든이 넘도록 신문보급소 방 한 칸을 말에 관한 박물관으로 만들 만큼 꿈을 ‘고인 물’처럼 간직하기만 하는 풀턴 아저씨의 말이라 더 의미심장하게, 알렉은 귀를 기울인다.
작가는 해리엇과 알렉, 풀턴 아저씨, 랄라 등을 통해 타인이 세워놓은 목표와 꿈에 따라 살아가는 인생과 스스로 목표를 찾아가는 인생의 차이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꿈을 이루어 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가족이지만 정작 그 꿈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역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수 있음을 랄라와 풀턴 아저씨를 통해 역설한다. 그리하여 작품 말미에 해리엇의 엄마에게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지 않나요? 왜냐하면 바로 제가 하는 것이니까요.”라고 고백하는 랄라의 말 속에 랄라의 생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성장의 변모를 드러내고 있다. ‘하다’의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재미없고 흥이 없던 랄라의 삶에 목표를 만들어 주었고 도전 의식과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를 넘어 그 꿈의 ‘주체’로 살아가야 한다는 깊은 목소리는 랄라와 해리엇 같은 질풍노도의 독자들에게, 혹은 이미 꿈의 박물관만으로 만족하며 옛 꿈의 흔적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마음이 늙어버린 독자들에게 조용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2. 꿈을 이루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적절한 지원과 환경의 필요성을 알게 해 주는 작품
그러나 꿈은 나 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서 해리엇은 학교에 다니지도 못할 만큼 다리가 허약했다. 큰오빠 알렉의 신문 배달이 아니면 주치의가 권해 시작한 피겨 스케이팅조차 당장 관두어야 할 만큼 가세도 기울어 있었다. 그런 해리엇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면서 코치 맥스 린드블럼 씨의 주목을 받고 지역 신문에 ??미래가 유망한 선수??란 기사가 나기까지는 랄라의 도움과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또한 알렉이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꿈을 갖기까지는 풀턴 아저씨의 조언과 끊임없는 비전 확인, 그리고 물질적인 후원이 뒤따랐다.
작품은 꿈을 이루어 가는 데 반드시 풍요롭고 넉넉한 가정 살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꿈을 이루어 가는 길에는 정신적인 후원자, 물질적인 후원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후원자가 가족이 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이웃, 심지어 먼 이웃이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존심 내세우거나 열등감을 갖지 않고 은혜를 은혜로 기억하며 살아가는 일, 설령 내 꿈을 못 이루더라도 누군가 다른 이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미덕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3. 정신적 사랑이 물질적 여유를 능가한다! - 꿈의 토대는 따뜻한 가정임을 알려 주는 작품
이 작품에는 아주 대조적인 두 가정이 나온다. 좁은 집에서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 사는 존슨 씨 가족과 차를 모는 운전수와 주방장과 하녀가 있는 풍요로운 집안 클로디아 고모네 가족이다. 비록 늙고 게으른 삼촌이 보내오는 질 나쁜 농수산물로 장사를 하며 그날의 끼니를 때워야 하는 존슨 씨네이지만, 해리엇의 엄마 올리비아 존슨 부인은 한 번도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 먹어보지 못하고 심지어 고모와 스케이트 외에는 다른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는 랄라를 안타까움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쓸쓸한 저택에서 둘만이 하는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저녁 식사보다는 가게에서 남은 걸 먹더라도 배가 아플 만큼 웃을 수 있는 저녁 식사가 아마도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랄라가 엄마 아빠를 일찍 여읜 것은 랄라가 원해서 된 환경은 아니지만, 갈수록 물질 만능주의 사회 속에서 물질적 여유가 교육과 사랑의 기준이 되어 버리는 오늘날, 랄라를 바라보는 올리비아 존슨 부인의 시선은 60여 년 전의 시선만은 아니다. 반면 해리엇에게는 당장 스케이팅을 할 만한 적절한 옷조차 없지만, 그날그날의 훈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줄 부모와 형제들이 있었다. 심지어 아빠는 해리엇을 전설적인 영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이름을 들먹이며 “빙상의 여왕”이라고 추켜세웠다. 해리엇이 지역 신문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렸을 때는 존슨 씨 가족은 마치 집안에 파티를 연 양 기쁨과 환희를 감추지 못했다. 때로는 빈곤과 결핍 때문에 사는 게 녹록하지 않고 때로는 서로를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가족이고 그 가족이 꿈을 만들고 이루어가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너야》는 이렇듯 따뜻한 가족애가 우리 삶에 미치는 깊고도 진한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4. 스케이팅 무대의 낭만과 환상이 다는 아니다! - 스케이팅 선수들의 노력과 성취감을 보여 주는 작품
랄라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이다. 어릴 때부터 선수 훈련을 받아온 랄라와 이제 갓 아마추어 훈련을 받는 해리엇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못해 흥미롭다. 스포츠 종목들이 다 그러하지만 피겨 스케이트 역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기술이 향상된다. 랄라는 헛된 자신감만 가지고 있을 뿐 훈련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 그런 랄라의 허점은 곧 코치의 눈에 띄었고, 랄라의 불성실은 테스트 통과 실패란 쓴 결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은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만큼 스케이팅 용어가 곧잘 나온다. 김연아 선수의 활약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겨 스케이팅이 더 이상 낯선 스포츠가 아닌 요즘, 그러나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아는 것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느끼게 된다.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혼자 스케이팅 훈련을 해야 하는 랄라의 심정, 혹은 날마다 얼음판 위에서 춤을 추는 그 시간을 기리는 해리엇의 즐거운 떨림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바로 너야》는 독특하게도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스케이팅 선수들의 고뇌와 애환, 혹독한 훈련 시간들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짧은 테스트 하나를 거치기 위한 긴 연습,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없는 스포츠 세계에서 세계 선수권 선수냐 전문 스케이팅 선수냐 등 한정된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은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무대가 주는 낭만과 환상, 승리의 기쁨 이전에 참고 견뎌내야 하는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줄거리 -
해리엇은 우유부단하지만 속정 깊은 아빠 조지 존슨, 지혜롭고 성실한 엄마 올리비아 존슨, 이성적이고 성실한 큰오빠 알렉, 수학 천재란 소리를 듣는 작은오빠 토비, 잘생긴 외모와 좋은 넉살을 가진 남동생 에드워드와 함께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녀다. 허약한 다리의 건강을 위해 주치의로부터 피겨 스케이팅을 권유받고 스케이팅을 하기 시작하면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딸 랄라 무어를 만난다. 엄마 아빠를 잃고 세 살 때부터 고모의 손길 아래 자라는 동안 오로지 스케이팅 외에 다른 것을 해 본 적 없는 랄라 무어. 랄라를 이해해 주는 건 오로지 유모인 나나 부인과 가정교사 골드솔프 양, 그리고 데이비드 고모부뿐이다. 랄라와 해리엇은 스케이팅을 통해 마음의 빈자리를 서로 나누며 우정을 나누기 시작하지만, 우정을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다. 어릴 때부터 늘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어온 랄라는 해리엇네 가족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스케이팅 말고도 흥미진진한 다른 무엇이 많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자신의 후원자이자 보호자인 클로디아 고모와 갈등을 겪는다. 반면 늘 넉넉하지 못한 집안 환경과 건강하지 못한 다리 때문에 공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해리엇은 스케이팅의 매력에 빠지면서 자신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랄라와 해리엇은 피겨 스케이팅의 테스트 관문인 인터 실버 테스트, 실버 테스트 등을 겪으면서 인생의 시행착오 못지않은 마음의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는 동안 둘은 더욱 성숙해지며 서로가 경쟁 관계가 아닌 서로 격려하며 우정을 나누는 친구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침내 해리엇은 랄라의 부유한 환경에 도움을 받아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랄라는 갈라 쇼 등을 하며 대중들에게 피겨 스케이트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문 스케이트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 작가 소개
저자 노엘 스트리트필드
1895년 영국에서 태어나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발레 슈즈》로 어린이 책에서 처음으로 직업 동화라는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8년 《서커스가 온다》로 카네기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서커스가 온다》《막이 오르면》《마법의 여름》《목사관 가족들》《목요일의 아이》《젬마》 시리즈 등이 있다.
그림 김형근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그림책 작가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엄마가 미안해》《돼지 꿈》《사랑 ing》《사랑하기 좋은 날》 등이 있다.
역자 신정숙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저작권 에이전시와 출판사 저작권 담당자로 일했다. 지금은 스위스에 살면서 어린이 책 기획 및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제발 말을 해 봐, 제이미!》《내 짝꿍이 최고야》《텔레비전이 없어진 날》《내 짝꿍 드리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존슨 씨네
2. 풀턴 아저씨
3. 링크
4. 랄라의 집
5. 클로디아 고모
6. 일요일 첫 방문
7. 인터 실버 테스트
8. 크리스마스
9. 갈라 쇼
10. 실버 테스트
11. 계획
12. 루프
13. 싸움
14. 꾀병
15. 미래
“꿈을 버리지 마라,
네가 하려고 하는 것을 남들이 방해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꿈의 가치를 알아가는 두 십대 소녀의 이야기
60여 년 전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사춘기 소녀들의 꿈과 우정을 그려 세계 많은 어린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준 《주인공은 바로 너야(원제 White Boots)》가 마침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1951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1938년 《서커스가 온다》로 영국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노엘 스트리트필드(1885-1986)의 작품이다. 그녀는 《발레 슈즈》를 비롯해 발레, 스케이팅 등 소녀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분야를 다루며 소녀들의 감성과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표현한 영국 작가이다. 이 작품에서도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다소 생경한 소재를 가지고 여자 아이들의 꿈과 우정, 복잡다단한 심경과 ‘성장’을 넘어 ‘성숙’해지는 십대 아이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 냈다. 작가는 스케이팅 용어와 스케이팅 세계를 이해하고 알기 위해 그 당시 아이스링크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작품 구상에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어린 독자들을 향해 단순히 꿈을 가지라고만 강권하지 않는다. 물자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꿈을 상실했던 전쟁 직후에 쓴 작품인 만큼, 그녀는 꿈을 가진 사람과 꿈을 갖지 못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꿈을 꾸기만 한 사람과 꿈을 이루어 나가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다르게 변모해 가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꿈을 만들고 이루어가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함을 설파한다. 두 주인공 해리엇 존슨과 랄라 무어는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아픔과 갈등, 승리와 환희를 경험하면서 자신들의 꿈과 현실에 직면한다.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이 진정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면서 마침내 ‘성장’을 뛰어넘어 ‘성숙’한 소녀들로 거듭난다.
60여 년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끊임없이 만들어온 저력, 그것은 아마도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주는 인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보편적 가치, 꿈의 소중함과 그 꿈의 주체 의식을 담고 있는 이야기의 울림 때문일 것이다.
1.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 꿈의 주체를 알게 해 주는 작품
이 작품 속에는 자신의 꿈에 대해 갈망하고 모색하는 십대 소년소녀들이 등장한다. 먼저 연약한 다리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스케이팅을 시작한 해리엇과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던 엄마 아빠의 명성에 뒤이어 미래가 촉망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랄라. 둘은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친구가 되지만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기질, 환경조차 현저히 다른 열두 살 소녀들이다. 어릴 때 엄마 아빠를 일찍 여의고 자신의 후견인인 클로디아 고모의 강압에 이끌려 세 살 때부터 피겨 스케이팅 외에는 다른 세계를 접해 본 적조차 없는 랄라는 그 무엇 하나 자신의 힘으로 삶을 구축해 본 적이 없다. 늘 짜인 스케줄에 따라 유모와 가정교사의 돌봄 아래 지내왔다. 간식조차 고모라기보다는 매니저 같은 클로디아 고모가 일일이 결정하고, 랄라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는 ‘그날’만을 위해 ‘단련되는 경주마’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늘 성공가도를 달릴 것만 같았던 랄라는 열두 살에 난생 처음(!) 친구 해리엇을 사귀면서 뭔가 자신의 삶의 갑갑함을 느낀다. 매번 통과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테스트도 난생 처음 실패한다.
반면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실속 없지만 사람 좋은 아빠와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엄마, 그리고 우애 깊은 삼형제와 함께 사는 해리엇은 뜻하지 않게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겸손과 성실함으로 스케이트 코치는 물론 스케이트장의 사람들에게 서서히 인정받으며 점차 스케이트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해리엇의 큰오빠 알렉도 있다. 알렉은 병약한 여동생의 일일 부츠 대여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신문팔이를 시작한다. 작게는 여동생이 스케이팅을 할 수 있기를, 크게는 돈을 모아 아빠의 가게에서 채소를 팔면서 가게를 키울 꿈을 키우고 있다. 알렉은 수학에 능한 토비와 함께 랄라의 밭에서 딸기 농사도 짓는다. 이런 소박하고도 성실한 알렉을 보며 어느새 꿈을 잃어버렸던 자신의 십대 시절을 떠올린 신문보급소 사장 풀턴 아저씨는 알렉의 후원자가 되어 알렉이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도록 도와준다. 풀턴 아저씨는 알렉에게 “내 꿈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고 말하며 자신이 하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자신의 꿈을 잘 지키라고 조언한다. 말을 좋아했던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신문보급소를 지키는 풀턴 아저씨의 팔십 넘은 인생에 담긴 조언이었다. 여든이 넘도록 신문보급소 방 한 칸을 말에 관한 박물관으로 만들 만큼 꿈을 ‘고인 물’처럼 간직하기만 하는 풀턴 아저씨의 말이라 더 의미심장하게, 알렉은 귀를 기울인다.
작가는 해리엇과 알렉, 풀턴 아저씨, 랄라 등을 통해 타인이 세워놓은 목표와 꿈에 따라 살아가는 인생과 스스로 목표를 찾아가는 인생의 차이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꿈을 이루어 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가족이지만 정작 그 꿈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역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수 있음을 랄라와 풀턴 아저씨를 통해 역설한다. 그리하여 작품 말미에 해리엇의 엄마에게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지 않나요? 왜냐하면 바로 제가 하는 것이니까요.”라고 고백하는 랄라의 말 속에 랄라의 생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성장의 변모를 드러내고 있다. ‘하다’의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재미없고 흥이 없던 랄라의 삶에 목표를 만들어 주었고 도전 의식과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를 넘어 그 꿈의 ‘주체’로 살아가야 한다는 깊은 목소리는 랄라와 해리엇 같은 질풍노도의 독자들에게, 혹은 이미 꿈의 박물관만으로 만족하며 옛 꿈의 흔적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마음이 늙어버린 독자들에게 조용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2. 꿈을 이루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적절한 지원과 환경의 필요성을 알게 해 주는 작품
그러나 꿈은 나 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서 해리엇은 학교에 다니지도 못할 만큼 다리가 허약했다. 큰오빠 알렉의 신문 배달이 아니면 주치의가 권해 시작한 피겨 스케이팅조차 당장 관두어야 할 만큼 가세도 기울어 있었다. 그런 해리엇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면서 코치 맥스 린드블럼 씨의 주목을 받고 지역 신문에 ??미래가 유망한 선수??란 기사가 나기까지는 랄라의 도움과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또한 알렉이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꿈을 갖기까지는 풀턴 아저씨의 조언과 끊임없는 비전 확인, 그리고 물질적인 후원이 뒤따랐다.
작품은 꿈을 이루어 가는 데 반드시 풍요롭고 넉넉한 가정 살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꿈을 이루어 가는 길에는 정신적인 후원자, 물질적인 후원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후원자가 가족이 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이웃, 심지어 먼 이웃이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존심 내세우거나 열등감을 갖지 않고 은혜를 은혜로 기억하며 살아가는 일, 설령 내 꿈을 못 이루더라도 누군가 다른 이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미덕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3. 정신적 사랑이 물질적 여유를 능가한다! - 꿈의 토대는 따뜻한 가정임을 알려 주는 작품
이 작품에는 아주 대조적인 두 가정이 나온다. 좁은 집에서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 사는 존슨 씨 가족과 차를 모는 운전수와 주방장과 하녀가 있는 풍요로운 집안 클로디아 고모네 가족이다. 비록 늙고 게으른 삼촌이 보내오는 질 나쁜 농수산물로 장사를 하며 그날의 끼니를 때워야 하는 존슨 씨네이지만, 해리엇의 엄마 올리비아 존슨 부인은 한 번도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 먹어보지 못하고 심지어 고모와 스케이트 외에는 다른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는 랄라를 안타까움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쓸쓸한 저택에서 둘만이 하는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저녁 식사보다는 가게에서 남은 걸 먹더라도 배가 아플 만큼 웃을 수 있는 저녁 식사가 아마도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랄라가 엄마 아빠를 일찍 여읜 것은 랄라가 원해서 된 환경은 아니지만, 갈수록 물질 만능주의 사회 속에서 물질적 여유가 교육과 사랑의 기준이 되어 버리는 오늘날, 랄라를 바라보는 올리비아 존슨 부인의 시선은 60여 년 전의 시선만은 아니다. 반면 해리엇에게는 당장 스케이팅을 할 만한 적절한 옷조차 없지만, 그날그날의 훈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줄 부모와 형제들이 있었다. 심지어 아빠는 해리엇을 전설적인 영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이름을 들먹이며 “빙상의 여왕”이라고 추켜세웠다. 해리엇이 지역 신문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렸을 때는 존슨 씨 가족은 마치 집안에 파티를 연 양 기쁨과 환희를 감추지 못했다. 때로는 빈곤과 결핍 때문에 사는 게 녹록하지 않고 때로는 서로를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가족이고 그 가족이 꿈을 만들고 이루어가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너야》는 이렇듯 따뜻한 가족애가 우리 삶에 미치는 깊고도 진한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4. 스케이팅 무대의 낭만과 환상이 다는 아니다! - 스케이팅 선수들의 노력과 성취감을 보여 주는 작품
랄라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이다. 어릴 때부터 선수 훈련을 받아온 랄라와 이제 갓 아마추어 훈련을 받는 해리엇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못해 흥미롭다. 스포츠 종목들이 다 그러하지만 피겨 스케이트 역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기술이 향상된다. 랄라는 헛된 자신감만 가지고 있을 뿐 훈련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 그런 랄라의 허점은 곧 코치의 눈에 띄었고, 랄라의 불성실은 테스트 통과 실패란 쓴 결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은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만큼 스케이팅 용어가 곧잘 나온다. 김연아 선수의 활약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겨 스케이팅이 더 이상 낯선 스포츠가 아닌 요즘, 그러나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아는 것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느끼게 된다.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혼자 스케이팅 훈련을 해야 하는 랄라의 심정, 혹은 날마다 얼음판 위에서 춤을 추는 그 시간을 기리는 해리엇의 즐거운 떨림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바로 너야》는 독특하게도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스케이팅 선수들의 고뇌와 애환, 혹독한 훈련 시간들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짧은 테스트 하나를 거치기 위한 긴 연습,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없는 스포츠 세계에서 세계 선수권 선수냐 전문 스케이팅 선수냐 등 한정된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은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무대가 주는 낭만과 환상, 승리의 기쁨 이전에 참고 견뎌내야 하는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줄거리 -
해리엇은 우유부단하지만 속정 깊은 아빠 조지 존슨, 지혜롭고 성실한 엄마 올리비아 존슨, 이성적이고 성실한 큰오빠 알렉, 수학 천재란 소리를 듣는 작은오빠 토비, 잘생긴 외모와 좋은 넉살을 가진 남동생 에드워드와 함께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녀다. 허약한 다리의 건강을 위해 주치의로부터 피겨 스케이팅을 권유받고 스케이팅을 하기 시작하면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딸 랄라 무어를 만난다. 엄마 아빠를 잃고 세 살 때부터 고모의 손길 아래 자라는 동안 오로지 스케이팅 외에 다른 것을 해 본 적 없는 랄라 무어. 랄라를 이해해 주는 건 오로지 유모인 나나 부인과 가정교사 골드솔프 양, 그리고 데이비드 고모부뿐이다. 랄라와 해리엇은 스케이팅을 통해 마음의 빈자리를 서로 나누며 우정을 나누기 시작하지만, 우정을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다. 어릴 때부터 늘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어온 랄라는 해리엇네 가족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스케이팅 말고도 흥미진진한 다른 무엇이 많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자신의 후원자이자 보호자인 클로디아 고모와 갈등을 겪는다. 반면 늘 넉넉하지 못한 집안 환경과 건강하지 못한 다리 때문에 공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해리엇은 스케이팅의 매력에 빠지면서 자신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랄라와 해리엇은 피겨 스케이팅의 테스트 관문인 인터 실버 테스트, 실버 테스트 등을 겪으면서 인생의 시행착오 못지않은 마음의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는 동안 둘은 더욱 성숙해지며 서로가 경쟁 관계가 아닌 서로 격려하며 우정을 나누는 친구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침내 해리엇은 랄라의 부유한 환경에 도움을 받아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랄라는 갈라 쇼 등을 하며 대중들에게 피겨 스케이트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문 스케이트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 작가 소개
저자 노엘 스트리트필드
1895년 영국에서 태어나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발레 슈즈》로 어린이 책에서 처음으로 직업 동화라는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8년 《서커스가 온다》로 카네기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서커스가 온다》《막이 오르면》《마법의 여름》《목사관 가족들》《목요일의 아이》《젬마》 시리즈 등이 있다.
그림 김형근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그림책 작가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엄마가 미안해》《돼지 꿈》《사랑 ing》《사랑하기 좋은 날》 등이 있다.
역자 신정숙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저작권 에이전시와 출판사 저작권 담당자로 일했다. 지금은 스위스에 살면서 어린이 책 기획 및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제발 말을 해 봐, 제이미!》《내 짝꿍이 최고야》《텔레비전이 없어진 날》《내 짝꿍 드리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존슨 씨네
2. 풀턴 아저씨
3. 링크
4. 랄라의 집
5. 클로디아 고모
6. 일요일 첫 방문
7. 인터 실버 테스트
8. 크리스마스
9. 갈라 쇼
10. 실버 테스트
11. 계획
12. 루프
13. 싸움
14. 꾀병
15.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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