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궁금증을 자아내는 흥미로운 도입부
등굣길에 인수는 학교 담벼락에 붙은 노란 종이를 본다. 벽보에는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아이들 대부분은 누군가의 장난일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인수는 계속 신경이 쓰인다. 인수는 왜 ‘떼인 돈’이라는 말에 마음을 쓰는 걸까? 혹 인수가 돈을 떼이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벽보는 인수가 붙인 걸까? 독자들은 인수의 알 수 없는 감정과 행동에 궁금증을 느끼며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반 아이들은 호들갑스럽게 노란 종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대호는 아이들 사이에 섞여 들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바늘에 찔린 듯 따끔했다. (중략) 앞문 쪽에 나란히 앉아 있는 형서와 영진이는 인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다시금 담벼락의 노란 종이가 떠올랐다. _본문 중에서
교실로 들어온 인수는 반장답게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다. 그러면서 대호, 형서와 영진이의 눈치를 살핀다. 이 네 아이는 어떻게 얽히고설켜 있는 걸까? 누가 누구의 돈을 뺏고, 빼앗기고 있는 걸까?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흡인력 있는 도입부로 독자들의 흥미를 북돋운다.
학교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감추는 데 급급한 어른들
다음 날도 벽보가 붙는다. 처음엔 장난일 거라던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수군거리며 긴장한다. 그제야 교감 선생님은 아이들 단속을 지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사실, 인수는 중학생 형에게 돈을 빼앗기고 있다. 그리고 상납할 돈을 충당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인 형서와 영진이, 대호의 돈을 빼앗는다.
그런데 아이들은 선생님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벽보를 붙인 이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다. 유일하게 대호만이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내 이 사실을 알리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금품 갈취’는 오랫동안 되풀이되는 학교 폭력 중 하나로,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미온적인 대처가, 학교에서는 해결해 주지 못할 거라는 아이들의 불신이 고질적인 악행을 끊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고민을 담아 돈을 뺏고 빼앗기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사연과 어른들이 대처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 준다.
“조용히 묻어 둡시다. 학기 초부터 학생들을 들쑤셔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요.” _본문 중에서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제삼의 인물에게 기대려는 인수의 마음이 선생님들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_본문 중에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 가는 아이들의 힘
마침내 벽보 사건의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중학생 형에게 상납하려고 친구들의 돈을 빼앗는 인수를 위해, 돈을 빼앗긴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대호는 학교 담벼락에 처음 벽보를 붙였고, 인수는 거기서 힌트를 얻어 또 다른 벽보를 붙인 것이다. 이처럼 부당한 일을 알리기 위해 아이가 직접 벽보를 붙이는 중심 사건은 신선하고 대담하며, 어른들을 향해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다’는 대호의 외침은 현실의 갑갑함을 날려 버릴 만큼 통쾌하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도움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아이들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제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정식으로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 게시판을 만들어 붙인다. 작품은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 결말로 아이들의 힘을 증명해 보인다.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조원희’ 작가의 그림
자연과 동물,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감정, 작고 소중한 것 들을 그림으로 풀어 내는 그림 작가 조원희는 사건 상황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아이든 어른이든 부끄러운 실수를 했을 때, 숨기려 들 때의 캄캄한 마음과 당당할 때의 가벼운 마음을 무채색과 빽빽한 질감으로, 하지만 노란색와 붉은색을 적절히 배치해 결코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연출한다.
▣ 작가 소개
글 : 최은영
오랫동안 방송 작가로 활동하다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6년 단편 동화『할아버지의 수세미 밭』으로 제4회 ‘푸른문학상’을, 단편 동화 『상여꼭두의 달빛 춤』으로 ‘황금펜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2008년 장편동화 『살아난다면 살아난다』로 ‘우리교육어린이책작가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귀양선비와 책읽는 호랑이》, 《빨간 꽃》, 《휴대전화가 사라졌다》, 《딸바보 아빠》, 《수요일의 눈물》 등이 있으며, 어린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림 : 조원희
홍익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고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자연과 동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감정들, 그밖에 작고 소중한 것에 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자기 내면 깊은 곳의 감정과 바깥 세계가 부딪치며 뿜어내는 기운을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형태와 독특한 색채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쓰고 그린 책으로 『얼음소년』, 『혼자 가야 해』,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가 있다. 『이빨사냥꾼』은 코끼리의 시각으로 바라본 상아 밀렵에 관한 이야기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러나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이 책으로 2013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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