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꿈은 이루어진다.’ 너무 흔히 들어서 이제는 닳아진 기억이 되었다. 기적이라는 말도 비슷하다. 기적이라는 말 자체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기이한 일을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작가는 꿈을 가지라고, 살아있는 매일 매일이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원도 깊은 산골의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복자 씨는 가난을 불평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서울로 이사 와 공단 근처의 달동네에 정착하여 봉제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면서도 타이피스트의 꿈을 간직하고 열심히 일한다. 우연한 기회에 식잣집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게 되고 컴퓨터를 배워 출판사 편집부 일을 하게 된다. 인쇄소 직원인 착한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던 복자 씨는 도서관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도록 하는 타이핑 봉사를 하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남편을 잃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절망의 늪에서 복자 씨를 건져 내는 것은 시각 장애를 가진 열다섯 살 찬민이라는 아이이다. 결국 복자 씨는 찬민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동화 작가가 된다.
작가는 복자 씨의 삶을 통해 이러한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살아 있는 것이 참으로 기쁜 일이라고 말한다. 마음 깊은 곳에 간절한 꿈을 간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부끄러움 없는 당당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조용히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기적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려 느리게 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주기에 매일 매일이 기적이라고, 그러기 위해 수줍음을 벗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타이피스트가 ‘글자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동화 작가는 아이들에게 꿈과 기적을 심어주는 식자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내 꿈은 타이피스트
복자 씨는 강원도 아주 깊은 산골 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맏딸로 태어났어요. 동생의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상업고등학교를 나와서 농협에 취직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복자 씨는 고분고분 따랐어요. 달력 뒷면에 자판을 그려 놓고 연습을 할 정도로 복자 씨는 타자 치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때부터 복자 씨는 타이피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해마다 두 명만 뽑는 농협에 들어가면 자기 힘으로 동생 대학 등록금은 물론 학비까지 책임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친구들이 떠난 교실에서 저녁 늦게까지 열심히 타자 연습을 했어요.’ (본문 19쪽) 하지만 자기보다 실력이 없는 버스 회사 사장의 딸이 농협에 들어가게 되고, 뒷배경은커녕 보증 서 줄 사람조차 없는 복자 씨는 계속 취직을 못 한 채로 지내야 했어요. 하지만 ‘복자 씨는 어쩌면 열매 맺을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며 자신을 달랬어요.’(본문 25쪽)
고달픈 서울 생활
자식만은 자기처럼 살게 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복자 씨네 가족은 서울로 이사했어요. 봉제 공장에 미싱 보조로 취직한 복자 씨는 먼지 폴폴 날리는 좁은 작업실에서 땀 흘려 일했어요. 야근까지 있는 날이면 몸이 파김치가 된 듯 힘들었어요. ‘타자기 대신 재봉틀 앞에 앉게 되었지만 복자 씨는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이 오고 꽃이 피듯이 머지않아 타이피스트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본문 27쪽) 그러던 어느 날, 공장장의 심부름으로 인쇄소에 가게 된 복자 씨는 식잣집에서 원고 타이핑하는 일을 도와주게 되었어요. 식잣집으로 직장을 옮겨 일하게 된 복자 씨는 야근에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일요일에도 일했지만 조금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드디어 타이피스트의 꿈을 이루었으니까요.
인기 씨를 만나다
몇 년 후에 복자 씨는 출판사 편집부에 취직하게 되었어요. 타이핑할 원고가 밀려 있을 때는 토요일에도 늦게까지 일했고, 일요일이나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복자 씨는 회사에 나갔어요.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월급이 더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게 돈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복자 씨는 자신이 타이핑한 원고가 두툼한 책으로 나오는 것이 매번 신기했어요.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어린 시절 국어책에 실린 것 말고는 재미난 책을 읽을 수 없었던 복자 씨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뒤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것을 세상이 자신에게 베푼 행운이라고 생각했지요. 출판사를 다니면서 복자 씨는 거래처 인쇄소 직원 인기 씨와 알게 되었어요. 눈이 참 착하게 생긴 인기 씨와 복자 씨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날, 드디어 부부가 되었어요.
시각 장애인의 눈이 되어 준 타이핑 봉사
복자 씨는 도서관에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낯선 안내문을 보았어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타이핑 봉사자를 찾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자기처럼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그 일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복자 씨는 기뻤습니다. 사랑하는 인기 씨와 가정을 꾸려 살고, 타이핑으로 시각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복자 씨는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그렇게 타이핑 봉사를 한 몇 년 후, 복자 씨는 어린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동화책을 타이핑하기 시작했어요. 동화책에 빠져 복자 씨는 가끔 밤을 새워 타이핑했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어요. 한 글자 한 글자 타이핑하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사실 복자 씨와 인기 씨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어요. 결혼하고 2년쯤 지났을 때 아기가 배 속에 생겼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복자 씨는 세상의 아이들이 모두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더욱 열심히 동화책을 타이핑했어요. 그러다 보니 동화책 속에서 펼쳐지는 세상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어요. ‘가끔 복자 씨는 자신이 타이핑한 글자들이 고물고물 기어나와서 쟁반 위에서 춤을 추고, 커튼을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도 하고, 밤이면 천장에 달라붙어 반짝반짝 별빛을 쏟아내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요.’ (본문 73쪽)
하늘나라로 떠난 인기 씨
세월이 흘러 복자 씨와 인기 씨도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인기 씨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요. 인기 씨의 병원 생활은 점점 길어졌고, 수술비와 입원비 때문에 살던 집을 팔아야 했어요. 복자 씨는 인기 씨를 돌보며 누운 침대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계속 동화책을 타이핑을 하면서 그렇듯 힘든 시간을 견뎌냈어요. 곧 인기 씨가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지요.
하지만 그해 가을, 인기 씨는 복자 씨 곁을 떠났어요. 인기 씨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에 밥 먹는 것도 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울기만 했어요. 살면서 단 한 번도 절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았던 복자 씨지만, 슬픔이 너무나 커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도, 무엇을 하고 싶다는 열망도, 그 어떤 기대도 없었지요. 삶에 감사하고 희망을 마음속에 늘 간직하고 살아온 복자 씨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이 동화의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복자 씨 삶의 남은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이에요
타이피스트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복자 씨는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봉제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인쇄판에 글자를 찍어 넣는 식잣집에서 타이피스트가 되어 마침내 꿈을 이루게 돼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타이핑 봉사자가 되어 그들의 눈이 되어 주지요. 어린이 시각 장애인에게 동화를 들려주고자 동화책들을 타이핑하다가 동화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어 복자 씨는 마침내 동화작가가 되었어요. 이렇듯 복자 씨의 삶을 들여다 보면 참으로 기적 같은 일들이 여러 차례 일어났어요. 복자 씨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들은 모두 복자 씨가 마음속에 가진 삶의 자세에서 나온 거예요.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지요.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 그림 잘 그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그림을 잘 그리려면 날마다 꾸준히 그리기 연습을 하고, 그 연습이 쌓이고 쌓여 그림을 잘 그리게 되지요. 이렇듯 기적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루고자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갖고 꾸준히 노력할 때 일어나는 것임을 이 동화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누구나 열심히 하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들려주고 있지요. 여러분은 살면서 어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나요? 어려움이 닥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할 때 기적은 여러분 곁으로 한발 한발 가까이 다가올 거예요. 복자 씨의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처럼!
작가 소개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방송국, 영화와 미디어 관련 일을 20년 가까이 했다. 전기수 이야기를 그린 《뽀이들이 온다》와 다문화에 대한 묵은 편견을 꼬집은 장편동화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를 썼다. 2013년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원작 소설 창작 과정’에 선정되었고, 2014년 계회도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는 《밤의 화사들》로 한우리문학상을 받았다.
그림 : 장경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신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제10회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 대상작인『둥근 해가 떴습니다』를 내면서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했고, 그동안 그린 책으로 『욕 시험』 『바다가 海海 웃네』 『지렁이 울음소리를 들어 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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