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모험’이라는 말의 전제는 위험을 무릅쓴다는 데 있다.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그 실패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험을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모험은 낯선 곳에 대한 동경, 새로운 경험에 대한 경이로움의 성격이 강하다.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열두 살 준하는 엄마의 연구 활동 때문에 미국의 북서부 일리노이 주에 있는 몰린이라는 도시에 유학을 가게 된다. 낯선 도시, 학교에서 느끼는 불안 속에 베니라는 친구를 만난다. 베니는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시카고로 입양된 남자 아이, 한국 이름은 김현수다. 준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과 함께 다가온 베니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고 알게 된 고등학생 누나를 찾아가기로 한다. 검은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 때문에,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외부로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엠마 아줌마의 트럭을 몰래 타고 3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모험 길에 나선다.
히치하이킹은 다른 사람의 차를 타는 행동이다. 이런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팔을 뻗고 엄지손가락을 든다. 준하와 베리와 엠마 아줌마의 여행에 ‘엄지척’을 하고 싶은 이유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모습에 대한 공감과 격려의 마음이기도 하다. 자신을 둘러싼 가족이나 이웃, 친구에 대한 불만과 불안에 휩싸이기 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동화이다. 모험은 실패를 무릅쓰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가면 용기가 생긴다. 우리 아이들이 모험을 즐기고 실패에 맞서는 당당함을 배우면 좋겠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닮은 듯 다른 두 소년의 엉뚱하지만 뜻깊은 여정이 시작되다!
『난생처음 히치하이킹』은 미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 준하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입양되어 미국인으로 자란 아이 베니가 뜻밖의 만남과 여정을 통해 성장하는 구조의 작품이다. 갑자기 낯선 나라에 적응해야 하는 주인공이나 입양아를 현실감 있게 다루었다는 것과 작가의 경험이 담보되었음직한 탄탄한 전개가 신뢰감을 준다. 무엇보다 학교와 학원, 집이라는 일상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확장된 공간은 아이들을 새로운 세계로 성큼 인도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 문제에 갇혀 나만 바라보던 시선들이 저 멀리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에 다다라 누군가의 역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성숙한 ‘나’로 성장케 해 준다.
서로 잘 알지 못하던 두 남자아이가 우연찮게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험난한 길에 올라 만나는 세상은 친절하거나 희망차지만은 않다. 오히려 세상에 맞서기에 이들은 너무 연약하고 어리다. 닮은 듯 너무 다른 두 소년과 이들의 무모한 도전에 어쩔 수 없이 보호자가 되어 준 흑인 엠마 아줌마. 각자 가슴에 품고 있는 상처들을 풀어놓지 못한 채 이 세 명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며 사사건건 불협화음을 내고 만다. 상처가 깊은 만큼 이들이 서로를 보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험한 길 위의 세 명의 동지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단단하고 아름답게 영글어 간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어쩌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로 맞이하게 되는 수도 있다. 주인공 준하는 여느 평범한 한국의 초등학생들과 다름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톰 소여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같은 모험 가득한 책을 좋아하고, 언젠가는 자신도 모험하는 날을 꿈꾸고 상상해 왔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미국행 소식에 준하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엄마 일 때문에 가게 된 낯선 땅 미국, 그것도 너무나도 생소한 ‘몰린’이라는 곳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뜻밖의 모험 길, 진짜 인생은 지금부터다!
한국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도 적응하기 힘든 일인데 미국이라니!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는 전혀 묻지도 않고 엄마 아빠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일 앞에 준하는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친구는 사귈 수 있을지 그런 걱정들에 휩싸인다. 마음에 든 게 있다면 『톰 소여의 모험』에서 만나던 미시시피 강이 집 앞으로 흐른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모험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막상 새로운 세상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보며, 기대감은커녕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학교에서의 첫날은 어린 준하에게는 고난 그 자체였다. 부족한 영어 실력에 백인 아이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이방인이 된 준하는 몸도 마음도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나마 준하를 안심시킨 것은 비슷한 외모를 가진 동양인 남자아이가 같은 반에 있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창밖만 내다볼 뿐 준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지만 준하는 왠지 모를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동양인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둘의 공통분모는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심한 듯 대하면서도 두 소년이 서로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국 문화와 영어에 서툰 준하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동양인 아이 ‘베니’였다. 미국인 부모와 함께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김현수’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는 아이. 준하와 베니는 서로에게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쳐 주며 가까워진다.
베니의 속사정을 알게 된 준하는 어릴 때 미국의 각각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자신의 누나를 찾고 싶어 하는 베니의 가출에 동참하게 된다. 알고 있는 거라곤 누나의 이름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사실뿐이지만, 준하네 옆집에 사는 흑인 엠마 아줌마의 트럭에 몰래 타면서 몰린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대책 없는 대륙 횡단 여정이 시작된다. 아슬아슬하고 험난한 길 위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일들을 겪으면서 준하, 베니, 엠마 아줌마는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마음속 결핍들을 치유해 나간다. 그 여정은 순탄치 않지만 서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어도 부끄럽기보다는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 준다.
현재의 내 모습, 나를 둘러싼 가족과 환경,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많은 일들 가운데 좌절하고 절망하고 지쳐 가던 세 사람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험난한 길 위에서 오히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또 후에 이들 앞에 어떤 인생의 파도가 닥쳐올지 우리는 아직 모르지만, 상처투성이인 베니와 엠마 아줌마, 불안감에 휩싸였던 준하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작가 소개
글 : 김아영
모험가, 탐험가를 꿈꿨다. 지금도 아무도 찾지 않는 길, 낯선 길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연극을 했고 방송, 광고 등에서 목소리로 연기하는 일도 했다. 『난생처음 히치하이킹』으로 제13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림 : 서영아
고등학교 때 동양화를 시작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다양한 방식의 일러스트로 단행본 작업과 개인 작업을 함께 하는 중이다.
그린 책으로 『구멍 난 벼루』 『인어소년』 『김정호』 『딸랑딸랑 딸랑곰』 『지도를 따라가요』가 있다.
목 차
2. 수상한 이웃집
3. 세탁소 사건
4. 우리 둘만의 약속이야
5. 베니의 누나
6. 다시 찾은 이름
7. 이건 모험이라고!
8. 엠마 아줌마의 트럭
9. 난생처음 히치하이킹
10. 다시 돌아온 엠마 아줌마
11.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
12. 인디언의 노래
13. 길 위의 아이들
14. 두 개의 이름
15. 미시시피 강의 모험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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