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쟁을 말하는 검정개, 무스고
《검정개 무스고》는 온전히 개의 시각에서 서술된다. 개를 단순히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개의 시선에서 세상을 독창적으로 바라본다. 가령, 무스고는 사람이나 사물을 냄새로 기억한다. ‘시큼하고 톡 쏘는 냄새가 나는 개’, ‘담배 냄새와 잉크 냄새가 나는 남자’라는 식이다. 사람보다 청각이 발달한 개의 입장에서 폭죽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들 귀가 좀 먼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사람의 일을 이해하지 못해 ‘죄수들이 어디서 왔는지, 우리 집을 부숴 버린 그 전쟁에서 누가 싸웠고 또 왜 싸웠는지, 도무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고백과 함께 전쟁에 동원된 어린 소년병들에 대한 묘사는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하며 오직 비극만을 불러오는지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 사람들에게선 폭탄과 통조림 깡통, 두려움, 그리고 피와 땀 냄새가 났다. 그리고 풀과 진흙으로 얼룩진 더럽고 이상한 옷을 입고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 그들은 단지 지치고 슬픈 얼굴로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
비인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동물의 극명한 대비
떠돌이 개, 무스고를 위협하는 것은 덩치 큰 굶주린 개나 성난 멧돼지뿐만은 아니다. 고기를 훔치는 무스고와 동료에게 총을 쏘는 정육점 주인과 아내, 돈을 벌기 위해 개를 사냥해서 굶주린 사자와 싸우게 하는 서커스 사람들, 포로수용소의 포로들이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훈련시키는 군인들. 이들이 모두 무스고와 동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특히 개와 사자가 피 흘리며 싸우는 광경에 열광하는 모습은 인간의 잔인함이 어디까지인가 돌아보게 만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무스고와 동물 친구들은 먹을 것이 생기면 함께 나눠 먹고, 위험에 빠진 동료를 구하러 달려오며, 협동하여 사자에게 맞서고, 때로 동료를 위해 죽음도 불사한다. 비인간적인 인간들과, 인간보다 인간적인 개들의 모습이다. 동료애, 희생정신, 용기, 협동심 등을 인간적인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인 발상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인간이야말로 가장 비인간적인 일을 저지르는 존재이다. 그리고 전쟁은 인간의 비인간성과 폭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예이다.
어떤 위험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무스고의 굳은 의지
무스고는 전쟁으로 모든 걸 잃지만, 결국에는 사랑하는 하닌카와 미레크를 만나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는다. 아이들을 찾겠다는 굳은 의지, 온갖 위험과 위기 앞에서도 잃지 않는 용기, 동료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얻은 것이다. 무스고는 눈앞에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하닌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북돋고, 평화로운 나날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자신의 희망과 소망을 놓지 않는 무스고의 강력한 의지야말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며, 독자를 감동시키는 원천이다.
작품성과 재미, 어느 것도 빠지지 않는 뛰어난 걸작!
《검정개 무스고》는 전쟁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참상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단순히 교훈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문학 작품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락하지 않는 긴박하고 매끄러운 진행과 스토리.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아주 잘 쓴 책.
최근에 발표된 아동문학상 수여 작품들 중에서 단연 가장 잘 썼고,
가장 독창적이며, 탄탄한 작품 중 하나. - 2013 스페인 에데베 아동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검정개 무스고》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점점 이야기에 빠져든다. 무스고와 동료들이 4대 1로 사자와 맞서 싸우는 장면이나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손에 땀을 쥐고 긴장한다. 또 무스고가 동료들을 한 마리씩 잃을 때마다 가슴 먹먹한 슬픔도 느낀다. 이런 긴장과 비극을 오가는 중에도 작품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재미와 감동, 작품성을 두루 갖춘 《검정개 무스고》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 할 뛰어난 걸작이다.
작가 소개
글 : 다비드 시리시
195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스페인 지역 언어인 카탈루냐 언어학을 전공하고, 문학 교수, 라디오 및 TV 시나리오 작가, 광고 기획자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책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소설도 쓰고 있다. 작품으로는 《금지 구역》, 《거짓말 제작소》 들이 있다.
그림 : 에스터 부르게뇨
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 판화와 프린팅을 공부했다. 어린이·청소년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잡지, 신문, 광고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우카나부루의 일곱 이야기(2009)》로 롤라 앙글라다 일러스트 상을 받았다. 《악몽이 든 병》 등 많은 작품이 있다.
역자 : 김민숙
스페인 살라망카와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했다. 경희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중이며, 미국 학생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천재가 아니야》, 《책을 처방해드립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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