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버지가 조선통신사 정사로 임명되면서 ‘자제 군관’의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홍경해가 쓴 기행문 《수사일록》을 현대어로 풀어썼다. 한양을 시작으로 영천, 부산을 지나 쓰시마, 아이노시마, 시모노세키, 오사카, 교토, 하코네를 지나 에도(도쿄)에 도착하는 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21세기 한류 열풍의 뿌리를 확인하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의 문화, 특히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흥미롭게도 조선통신사 행렬의 자취를 들여다보면, 특히 일본에서 가지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통신사는 통신, 즉 ‘믿음을 주고받는’ 역할을 수행한 사절단입니다. 나라의 중요한 외교 문서인 ‘국서’를 전달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지요. 그런데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하면 요즘 아이돌이나 배우가 방문했을 때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고, 조선인이 쓴 글씨를 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종이가 없으면 등에다 글씨를 써 달라 조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는군요. 특히 ‘마상재’(말을 타고 화를 쏘는 등의 재주를 선보임)의 인기가 대단히 높았는데, 이는 현재 아이돌 공연에 대한 외국 현지의 뜨거운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일본으로 떠난 특별한 여행
《나는 조선의 가장 어린 여행 작가》에는 한양을 시작으로 영천, 부산을 지나 쓰시마, 아이노시마, 시모노세키, 오사카, 교토, 하코네를 지나 에도(도쿄)에 도착하는 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조선통신사 행렬은 일단 떠나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오기 때문에 사계절 옷을 준비해야 합니다. 배가 떠나기 좋은 길일을 받고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바다의 신에 제사도 지냅니다. 행여 폭풍을 만나면 배에 탄 일원 모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을 떠나 일본에 도착한 홍경해의 눈에 비친 일본의 풍경은 낯설고 신기합니다. “머리를 길게 기른 아주머니들이 이를 검게 칠한 모습”이나 “대여섯 살 난 아이들이 자기 키만큼 큰 칼을 차고 있는 모습”은 당시 일본 서민들의 모습을 그려 보게 합니다.
조선통신사에 대한 일본의 예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경해는 통신사 행렬에 제공된 음식의 종류와 양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포구마다 금도청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붙잡아 조사”했는데 이것은 조선인들을 안전하게 지켜 주기 위해서라고 밝힙니다.
홍경해는 여행 작가답게 방문하는 지역의 특징도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아이노시마 섬을 두고 “섬 굽이굽이 푸른 벽이 둘러 있어, 옥으로 만든 소반 같다”는 대목에서는 뛰어난 문학성을, 오사카에서는 “문이나 칸막이에는 금가루를 뿌린 종이에 산수화, 인물화, 꽃 그림 들을 그려서 걸어 두었다. 이 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옆의 변소까지도 화려했다”는 기록에서는 꼼꼼한 관찰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통신사와 조선 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대단한 관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일본의 학자나 시인이 조선인과 필담을 나누려고 몰려들었고, 조선통신사 행렬을 기록한 책자 또한 여러 권 출간되어 널리 읽혔습니다. 홍경해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조선인의 글씨를 얻는 것을 영광과 행운으로 생각하여” 심부름꾼 아이에게까지 글씨를 청했습니다. 무사가 지배하고 쇼군이 다스리던 일본과 달리, 조선은 유교를 바탕으로 과거 시험을 통해 관리를 뽑았기 때문에 조선 선비들이 유학 교육을 받고 시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남겨진 조선 청년의 자취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에 방문한 홍경해는 일본의 누각 ‘대조루’에 손수 글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조선에 돌아온 홍경해는 과거에 급제해 여러 지방의 암행어사로 활동하였으나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후 아버지 홍계희가 대역죄에 연루되면서 홍경해가 쓴 《수사일록》이나 ‘대조루’ 글씨는 일본에만 남게 되었습니다. “가장 어린 여행 작가’가 되겠다”던 홍경해의 당찬 포부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나는 조선의 가장 어린 여행 작가》는 홍경해의 자취를 현재로 가져 옵니다. 당시 홍경해의 경험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나누기 위해, 조선 후기 화가 이성린이 그린 『사로승구도』와 그림 작가 홍선주가 그린 그림을 함께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홍경해가 보고, 듣고, 느낀 18세기 일본의 모습을 조금 더 가깝게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글 : 홍경해
1725년 조선 영조 때 태어났습니다. 1728년 스물네 살의 나이로 성균관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중, 아버지 홍계희가 조선통신사 정사로 임명되어 공부 삼아 함께 일본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담은 기록이 《수사일록》즉, 사신을 따라가 쓴 일기입니다. 홍경해는 일본에 다녀온 후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올라 여러 지방의 암행어사로 많은 업적을 내었으나, 35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아버지 홍계희와 형제들이 대역죄에 연루되면서 홍경해의 자취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그림 : 홍선주
어린 시절 동화책 속의 그림부터 확인하며 책을 읽다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1998년 서울 일러스트레이션전, 2000년 출판미술협회 공모전에서 공모전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요즘은 전통 문화와 옛 사람들의 일상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분야의 글들을 그림으로 그리게 될 때 아주 행복함을 느낀다.작품으로는 『콩중이 팥중이』, 『시금새금 마을의 로링야』, 『슬기둥 덩뜰당뜰 저 소리 들어 보오』, 『초정리 편지』, 『퉁소 소리와 용』, 『박씨 부인전』, 『금자를 찾아서』, 『진휘 바이러스』, 『세상을 구한 활』, 『공주도 똥을 눈다』, 『흰 산 도로랑』,『임금님의 집 창덕궁』,『성균관』,『네 편이 되어 줄게』 등이 있다.
역 : 허경진
피난 시절 목포에서 태어났다. 돌도 되기 전에 인천으로 올라와 학교를 다녔지만, 기억에도 없는 목포를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고교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시를 썼고 ‘요나서’라는 시로 연세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 고서실에 쌓인 한시 문집들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한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대학원 전공도 한문학으로 바꾸면서, 한시를 읽고 외우고 해석하는 일로 이십대를 보냈다. 한시의 매력에 빠지면서 그가 자연스럽게 하게 된 일은, 한시를 우리말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다. 당시 창작과비평사나 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시인선집을 총서로 출간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한시’라는 시리즈를 기획·집필하였다. 1986년에 시작된 ‘한국의 한시’ 시리즈는 최치원에서 황현에 이르기까지 40여 권이 나왔다. 앞으로 100권을 채우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요즘 그는 한시 연구 외에도 고전문학 전반에 걸쳐 선조들의 삶과 문학 활동을 연결하는 공부에 한창이다. 이미 대전과 충남지역의 누정문학 연구서를 냈고, 『한국의 읍성』이란 사진집도 냈다. 또 조선시대 사대부의 문학 인생을 다룬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과 당시 문인들의 어린 시절 글공부를 소재로 재미있게 쓴 『넓고 아득한 우주에 큰 사람이 산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 외『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한국의 읍성』『악인 열전』『허균 평전』『서유견문』『삼국유사』『청소년을 위한 연암 박지원 소설집』등의 책을 냈으며, 이 밖에도 외국 도서관에 소장된 우리나라 고서를 다룬 『하버드 대학 옌칭 도서관의 한국 고서들』과 『시경』에 나오는 식물을 고증·해설한 『시명다식』(공역)은 인문 탐서가의 필독서로 꼽힌다. 요즘은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지금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목 차
들어가며-믿음을 주고받는 사신, 조선통신사
첫째 장 아버지를 따라서 일본으로 떠나다
* 쉬어 가는 이야기
살인 사건까지 일으킨 인삼의 인기
조선통신사 여행길은 정말 힘들어
둘째 장 일본 여행의 시작 쓰시마 섬
* 쉬어 가는 이야기
조선통신사에는 어린이도 있었어
셋째 장 신선이 사는 곳처럼 아름다운 아이노시마 섬
넷째 장 드디어 육지로, 시모노세키
다섯째 장 화려하고 번화한 오사카
여섯째 장 천황이 사는 교토
* 쉬어 가는 이야기
교토에 있는 귀무덤
일곱째 장 아름다운 비와 호수, 그리고 후지 산
* 쉬어 가는 이야기
통신사는 한류 스타
여덟째 장 에도 성에 들어가 국서를 전달하다
* 쉬어 가는 이야기
책을 사랑한 일본인들
돌아오는 길 글씨를 남기다
나가며
참고 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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