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강 동화
이 동화는 2015년 한강에서 죽은 채 떠오른 상괭이를 동기로 해서 썼지만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강의 역사와 마주치게 된다. 물길을 가로막아 강과 바다를 나눈 수중보,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에 갇혀 호수로 변한 한강, 폭파되어 없어진 밤섬 등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강이 어떻게 변해 있는가를 숨김없이 보여 주기 때문이다. 특히 1968년에 폭파돼 없어진 밤섬은 현재 자연적으로 복원돼 철새의 도래지가 되었고, 2016년 6월에는 람사르 습지로 공식 등재되었는데, 이런 사실은 인간이 간섭하지 않으면 자연은 스스로 복원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수달, 고라니, 점박이물범 등도 실제로 한강에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한강이 개발되기 30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년간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이 단절되어 생활하는 모습에 견딜 수 없었다. 인간이 물과 바람과 흙과 돌과 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가엾은 처지가 되었다면서 개탄한다. 인간과 함께 흐르는 한강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으나 우리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음을 이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한강의 상괭이를 찾아서
2015년 4월, 멸종 위기 종인 상괭이 사체가 한강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해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지만, 부검 결과 상괭이의 소화기관이 비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굶주린 상태였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상괭이가 한강 하류를 통해 서울 도심까지 올라왔다는 점이다. 바다에 사는 상괭이가 어떻게 도심에 나타났을까?
이에 흥분한 작가는 상괭이의 이동 경로를 미친 듯이 쫓아다녔고, 역사 속의 자취마저 뒤져서 하나의 결론을 얻어 낸다. 예전에는 상괭이가 한강에 자주 나타났다는 사실인데, 불과 30년 전 밤섬에 살던 주민은 상괭이를 아기 돌고래라 부르며 아주 반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한강을 서울의 젖줄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대접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물은 콘크리트와 접해 있고, 바다로 향하던 물길은 막혀 버렸다. 그 결과 자연은 고립되어 버렸고, 인간도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작가는 이상하게 변한 한강에 의문을 던진다. 상괭이는 한강에 어떻게 왔을까? 상괭이는 한강에 왜 왔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한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한강을 가로막은 신곡보
1986년에 설치된 잠실수중보와 1988년에 설치된 신곡수중보는 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두 개의 댐이다. 특히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신곡수중보는 서해로 흘러가는 물길을 막고 있어서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수위가 수시로 변하는 감조하천의 특징을 없애 버렸다.
신곡수중보는 서울로 침투하는 북한 공작원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강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한강 하구에 있는 철책도 제거하는 마당에 안보를 목적으로 보를 유지한다는 말은 설득력을 잃었고, 흐르는 물을 막아 강의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녹조 현상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신곡수중보가 설치되자 한강의 수심은 2.5미터를 유지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한강은 강의 생태계가 아니라 호수의 생태계로 변하고 말았다. 강변은 모두 콘크리트로 정비되어 직선이 되었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은빛 모래사장과 철새가 찾아오던 숲도 사라지고 말았다. 취수장도 잠실수중보 위쪽으로 옮겨야 했다. 이처럼 신곡수중보는 자연을 훼손하고 수질 오염을 일으켜 자연과 인간의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2017년 경기도 김포시는 신곡수중보 해체를 검토해 달라고 중앙 정부에 요청했다. 김포시 시장은 한강의 어종이 급격히 줄어들고, 하구 퇴적으로 인한 홍수 위험마저 커지고 있다면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 휴전선 가운데 유일하게 비무장지대인 한강 하구를 평화지대로 지정할 것과 물길을 복원할 것을 건의하며 남북 화해와 협력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한강은 생명의 강이자 평화의 강이다.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을 가로막고, 바닷물고기가 강을 접하는 길목을 가로막고, 인간과 강을 가로막아 버린다면 강줄기를 따라 흐르던 우리 문화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작가 소개
글 : 이정훈
환경 운동가로 물, 하천, 습지 등 생태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한강의 자연성 회복과 토종 돌고래 상괭이 보호를 위해 ‘상괭이 프로젝트’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도심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멸종 위기 동식물의 보호 운동인 ‘여리강인’ 운동을 시작했다. 활동에 대한 보고서는 아래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 이지오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교육용 콘텐츠 제작,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 가지를 깊게 파지 못해서 가짓수만 늘어났다. 따지고 보면 한 가지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가 아닌가 싶다. 이만한 재주로도 고양이를 모실 수 있어서 대견하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더 나은 세상이 오길 기다린다.
목 차
머리말
1. 선유도의 기이한 물고기
2. 어린 상괭이, 바론과 가람
3. 하얀 물보라
4. 습지의 점박이물범
5. 가숭어 떼
6. 잉어 할아버지
7. 겁쟁이 고라니
8. 까칠한 수달
9. 밤섬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10. 안녕, 가람
11. 완이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해설 - 동화 속 이야기, 어디까지 사실일까?
꼬리말 - 벽 하나가 만든 시공의 단절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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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형철, 상괭이를 지키는 친구가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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