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핀 올레 하인리히와 라운 플뤼겐링의 세 번째 역작!
『삐거덕 가족』은 2012년에 『땅꼬마의 수상한 친구들』로 독일 아동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핀 올레 하인리히와 라운 플뤼겐링이 만나 다시 한 번 열정을 쏟아 완성한 작품이다.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가족의 해체라는 슬픈 주제를 담고 있는데도 작가 특유의 발랄한 문체와 만화풍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가슴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고 평했으며, 독일 주간지 디 자이트는 “요즘 아이들의 머릿속이 빤히 들여다보일 만큼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아이들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파울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에서 소외 계층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반짝인다.”라고 평가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작품 속에 스며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의 동화 작품들이 어른들의 시각에서 정제된 언어로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내었다면, 이 작품은 열세 살 소녀의 복잡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자유롭게 좇아가 감정 이입의 극대화를 이룬다. 마치 사춘기에 막 접어들기 시작한 소녀의 머릿속을 빤히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이 일 만큼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여기에 마울리나의 감정 변화를 맛깔나게 살려낸 만화풍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보는 재미까지 곁들이면서 공감의 폭을 확장시킨다.
“플라밍고한테서 아빠를 떼어 놓을 거야!”
: 열세 살 사춘기 소녀의 ’아빠 되찾기’ 대작전
『삐거덕 가족』은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불치병, 낯선 동네로의 이사 등 갑작스럽게 달라진 환경으로 혼란스러워하던 열세 살 소녀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올해 열세 살인 마울리나는 온 동네를 주름잡는 골목대장으로, 아빠 엄마와 함께 크고 넓은 집에서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 산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크고 넓은 집은 아빠 혼자 차지하고, 마울리나는 엄마와 함께 좁디좁은 플라스틱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마울리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게 아빠 탓이라는 생각만 들 뿐……. 아빠에 대한 분노로 복수를 다짐하던 마울리나는 엄마 대신 자신이 나서서 집을 되찾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플라스틱 아파트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관문 앞에 계단 대신 경사로가 있고, 집 안 곳곳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는……. 게다가 놀랍게도 엄마가 걷지 못하는 병에 걸려서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는 게 아닌가! 아빠를 떠나온 이유도 엄마의 병 때문에 가족의 행복이 부서지는 걸 원치 않아서였다나?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마울리나는 엄마의 고백을 듣고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엄마가 병에 걸렸다면 더욱더 아빠가 함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울리나는 아빠에 대한 분노가 마구 솟구쳤지만, 일단은 엄마가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둘만의 추억을 하나하나 만들어 간다. 그리고 세 명의 가족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책임과 의무, 배려를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은밀하게 작전을 세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나고 말았으니……. 바로 아빠 앞에 플라밍고처럼 늘씬하고 예쁜 여대생이 알짱거리기 시작한 거다. 마울리나는 과연 ‘아빠 되찾기’ 작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좀 삐걱거려도 괜찮아!”
: 골목대장 마울리나의 위풍당당 홀로서기
『삐거덕 가족』은 엄마가 걷지 못하는 병에 걸리면서 단란했던 가정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는 아빠를 배려(?)해서 스스로 집을 떠나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위해 장을 봐 주고 집 안 곳곳의 불편한 것들을 손질한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한집에 모여서 예전처럼 살아가면 될 것 같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가족의 합체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 마울리나는 갑자기 닥쳐 온 가족의 불행 앞에서 푸념이나 좌절, 회피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맞섬으로써 삶의 주체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더 어울려 보이는 나이지만, 몸이 불편한 엄마 앞에 남아 있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보내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또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다움을 전혀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열세 살 나이에도 어른처럼 모든 것을 척척 알아서 해결해 나간다면 그야말로 ‘허구’에 그치겠지만,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과정에서 마울리나가 맞닥뜨리게 되는 뜻밖의 사건들과 시행착오는 무거운 주제를 까맣게 잊고 순간순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마음 아픈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혀 슬프지 않게 읽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작품 말미에서는 오히려 가슴 찡한 여운이 오래오래 남는다.
“친구들 앞에서 왜 엄마 아빠 직업을 소개해야 하는 거야?”
: 소외 계층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낯선 동네로 이사 간 마울리나는 아빠가 교도소에 있어서 보육원에서 지내는 파울하고만 어울려 다닌다. 자신을 전학시킨 엄마 아빠에 대한 소심한 복수로 친구를 사귀지 않기로 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전혀 섞이지 못하는 파울을 보고는 단짝으로 삼는다.
그런데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엄마 아빠의 직업 소개하기’라는 주제로 십 분짜리 발표를 하게 한다. 엄마는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나고, 아빠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파울에게는 이 발표 수업이 징그러울 만큼 싫은데……. 그런 마음을 너무도 잘 아는 마울리나는 파울의 엄마와 아빠의 직업을 지어내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울은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는 샤베트 아이스크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직접 만든 뒤 친구들에게 맛보게 한다. 거기에 힌트를 얻은 마울리나는 파울의 엄마를 아이스크림 사업으로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사업가로 변신시킨다. 그 덕분에 파울의 발표 수업은 무사히 끝나고, 파울은 밝히고 싶지 않은 사생활을 털어놓지 않아도 되는데…….
이 대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선생님이 제시한 발표 수업에 대한 파울의 항변이다.
“내 사생활이야. 누구도 상관할 필요 없잖아?”
우리는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사생활을 강제로 폭로하고 또 무자비하게 침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 마치 통과의례처럼 발표 수업으로 진행하는 ‘가족 소개 시간’이 어떤 아이에게는 상처와 수치심을 안길 수도 있음을 넌지시 일러 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거나 말거나 마울리나의 시선에는 여느 아이들이 쉬이 갖게 마련인 편견이 하나도 섞여 있지 않다. 파울이 다른 아이와 어울리지 못해도, 보육원에서 생활해도, 아빠가 떳떳지 못한 삶을 살았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오로지 자신과의 우정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마울리나와 파울의 순수한 우정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깨끗이 정화시켜 주는 듯하다. 그런 뜻에서 『삐거덕 가족』은 가슴이 아프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마음속 깊이 상처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햇살처럼 밝게 빛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마음이 티끌 없이 맑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글 : 핀 올레 하인리히
Finn-Ole Heinrich
독일 니더작센 주에 있는 쿡스하펜에서 태어나고 또 학교를 다녔다.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 생활이자 취미다. 책과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자주 여행을 다닌다. 《삐거덕 가족》에 그림을 그린 라운 플뤼겐링도 여행 중에 만났다. 라운과 처음 마주쳤을 때 모래 속에서 달걀을 발견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2012년에 라운 플뤼겐링과 함께 작업한 《땅꼬마의 수상한 친구들》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그림 : 라운 플뤼겐링
Ran Flygenring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태어났으며, 지금은 아이슬란드에서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유난히 사랑해서 고양이와 새, 거북, 생쥐 외에 수많은 종류의 동물을 직접 길렀다. 그중에는 《삐거덕 가족》에 나오는 레니와 로이를 꼭 닮은 거북 두 마리도 있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해서 일본, 프랑스, 짐바브웨 등 안 가 본 데가 거의 없다. 어디에 있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어린이 책과 청소년 책, 어른 책, 잡지, 엽서 등에 그림을 그렸다.
역 : 이덕임
동아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Pune University 인도철학과, 호주 Towoomba University 철학과를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독일어 과정(철학교사자격증 획득) 수료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여러 나라를 오가며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실패의 논리』, 『자발적 가난』,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동식물이야기』, 『과학백과』, 『함께 풀어가는 과학』, 『파란들』, 『꿈은 나의 미래』 , 『기술의 문화사』, 『고기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의지력의 재발견』, 『일체감이 주는 행복』,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선택의 논리학』, 『하늘을 흔드는 사람』, 『행복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선생님이 작아졌어요』 등이 있다.
목 차
어른의 의무 /주둥이 왕국의 열쇠를 손에 넣다 /난 발표가 싫어! /방귀 마을의 러브 스토리 /기적이 일어날 확률 /한때는 내 아빠였던 사람 /인생은 다 그렇고 그런 것 /내 인생의 가장 멋진 기억
어서 와, 얼룩말 /도토리 키 재기 /유리병 속의 죽음 /샤베트 아이스크림 /새와 쥐와 유령의 아지트 /멋진 아이디어와 허튼 아이디어 /사랑의 배터리 채우기 /슈퍼 일급 비밀 레시피
내 기억의 저장고 /이동식 아이스크림 판매대 /신발 끈이 끊어지던 날 /개 의 탈을 쓴 사슴 /풀밭에 떨어 진 소시지 /철면피 불면증 환자 /루드밀라 아줌마 꼬드기기
우리 엄마는 이급 장애인 /부서진 왕국의 아침 /추억의 방귀 마을 /종이비행기는 소원을 싣고 /참 고달픈 내 인생 /저급한 시간 낭비 /어리석은 기적
에너지 음료 속에 빠진 물고기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것 /짧은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살았다면? /가죽 가방을 든 남자 /여름 소나기 /인생의 굴곡 한가운데서 /비닐봉지에 갇힌 파리 /나를 위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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