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할아버지와 작은 배』는 『딩딩과 당당』,『머나먼 길』,『어릿광대』,『산 넘어 산』,『바보 아들, 당당』을 잇는 딩딩 당당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입니다.
딩딩과 당당의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 책은 우연한 기회로 딩딩을 보살피게 된 늙은 어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이니! 열다섯 살이던 그 해에 나도 너처럼 배가 고파 길에 쓰러졌는데 깨어나 보니 조그마한 가마우지 고기잡이배에 누워 있더구나. 그 배에는 노인이 하나 타고 있었는데 지금 내 나이 정도 되는 노인이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낯설지 않은 게야. 그 노인이 내게 배에서 지내고 싶으면 그러라고 해서 난 계속 배에서 살게 되었단다. 그러다 이 년이 지나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내게 이 작은 배와 가마우지 열두 마리를 남겨 주었지. 그런데 오늘 내가 배고파 쓰러진 아이를 구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21쪽)
허기에 지쳐 길에 쓰러진 딩딩을 거두어 준 노인. 노인 역시 어릴 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허기를 달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십 년이 흐른 뒤 그 시절 자신의 처지와 꼭 닮은 아이 하나를 거두게 되지요.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운명처럼 노인은 딩딩이라는 아이와 조우하게 됩니다.
노인은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는 어부입니다. 그의 안식처는 강 위를 떠도는 작은 배 위이고, 그 배는 노인의 전 재산이기도 하지요. 딩딩은 노인의 작은 배 위에서 가마우지들과 생활하며 점차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집니다.
“아무튼 넌 집이 있다고 그랬지? 집이…… 집이 어디라고 그랬지? 아! 그래, 유마디라고 했지. 또 동생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내게는 그저 육지와 강이 있을 뿐이지. 난 늘 앞을 향해, 마치 어디 가야할 데가 있는 것처럼, 그곳이 바로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인 것처럼 무작정 앞을 향해 나아가지. 하지만 그곳이 대체 어딘지는 알 수가 없구나.” (21쪽)
작품 속 노인이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말 속에는 강한 여운이 담겨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비롯된 회한과 아쉬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생긴 그 여운은 딩딩은 물론 책 밖의 독자들에게까지 전해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지요. 회고록을 쓰듯 담담하고 담백하게 내뱉는 노인의 말들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서정적으로 만들어 독자가 이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늙었으니 이제 길을 떠나야지. 기쁘게 가거라. 이게 네 운명이야. 운명은 피할 수 없어. 나도 피할 수 없지. 내가 곧 따라가마. 네가 한 걸음 먼저 가는 것뿐이야. 내가 먼저 가면 넌 길을 떠날 수 없잖니…….”
수년 간 보살펴 온 가마우지 ‘흑수수’가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자 노인은 슬퍼하거나 아쉬워하는 대신 ‘기쁘게 가라’라는 말로 다가올 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그리고 뒤이을 자신의 죽음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지요. ‘운명은 피할 수 없어’라는 노인의 말 속에는 인생은 곧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 차오원쉬엔은 이러한 노인의 말과 행동을 통해 삶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성찰하게 합니다.
딩딩이 가진 운명의 고리 끝에는 당당이 있습니다. 노인이 흑수수와 자신의 죽음을 순리로 받아들였듯이 딩딩은 당당을 찾는 일을 자신의 운명이자 순리로 생각합니다. 이제 독자의 시선이 딩딩에게로 옮겨질 시간입니다. 과연 딩딩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웃음과 눈물,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작품
“딩딩 당당 시리즈에는 유머가 담겨 있다. 유머는 희극의 범위에만 머무르지 말고 비극과 희극의 범주를 넘나들어야 한다.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는 동시에 눈가가 촉촉해지며 눈물이 나오는 정도.” - 차오원쉬엔, 작가의 말 중에서
독자들이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선들을 자극하여 감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가마우지처럼 날갯짓을 하며, 물속으로 들어가 자맥질을 하는 딩딩의 모습, 노인을 흉내 내며 악을 쓰고 가마우지들을 모는 딩딩의 모습 등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을 짓게 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슴 한쪽이 아련해지지요. 독자는 이 과정을 통해 작가가 말했던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작품이 과연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작가 소개
글 : 차오원쉬엔
cao wen xuan,曺文軒
1954년 중국 강소염성(江蘇鹽城)에서 출생했다. 현재 베이징 대학 박사과정 지도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위원, 베이징작가협회 부주석을 맡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세 연인』, 『우울한 전원』, 『바다소』, 『빨간 기와』, 『사춘기』, 『초가집』 등이 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어, 불어, 일어로 번역·출간되었다. 『17세 밍쯔』로 제3회 쑹칭링 문학상 금상을 수상하였으며, 그 외 국제 안데르센 추천상, 중국 안데르센상, 송경령 문학장 금장, 빙심문학대장, 국가도서장, 금계장최가편극장, 중국전영화표장, 테헤란 국제영화제 황금나비상, 북경시문학예술장 등 40여 개가 넘는 상을 수상, 중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자연경관 묘사, 탐미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장, 인간에 대한 사심 없는 애정을 바탕으로 성장기 청소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는 차오원쉬엔은 2004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는 안데르센 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아동문학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3대가 같이 읽는 문학'으로 칭송받는 그의 작품은 현대 중국의 격변과 아픔을 청소년의 성장통에 투영, 세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
그림 : 김송이
194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 조선인 2세로, 고향은 제주이다. 중학교까지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심한 민족 차별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다가 우리 민족이 만든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오사카 조선 고등학교에 들어가 민족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인 오사카 조선 고등학교에서 2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총련계 신문과 잡지에 수필과 소설을 발표하기도 하고, 북한에서 『조청반장』이라는 소설을 내기도 했다. 현재 통역과 번역, 에이전시 일을 하면서 도시샤대학을 비롯한 일본 학교들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어릴 적 차별에 맞서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낫짱이 간다』에 담아 펴냈고, 원폭과 일본의 전쟁 책임을 다룬 만화 『맨발의 겐』을 우리말로 옮겼다. 『밥데기 죽데기』, 『문제아』, 『비밀의 섬』 같은 우리 아동 문학 작품을 번역해 일본에서 펴냈다.
역 : 전수정
고려대 중국 현대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중국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 어언대학 외국인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글샘 중국문학 기획 번역 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 차오원쉬엔의 《빨간 기와》, 《빨간 대문》, 《청동 해바라기》, 《안녕 싱싱》, 《늙은 어부》, 《건냐오의 백합계곡》 등이 있으며, 대만 작가 장자화의 《내 사랑, 파란나무 숲》, 《하라바라 괴물의 날》, 《바다 마법서》, 쑤퉁의 《홍분》, 아라이의 《소년은 자란다》, 창신강의 《열혈 수탉 분투기》, 《열혈 돼지 전설》, 《나는 개입니까》, 《파란 수염 생쥐 미라이》, 쉐타오의 《만샨과 치히로》 등이 있다.
목 차
생명을 구해 준 은인 11
달빛 아래 작은 배 15
고기잡이 23
흑수수 29
책상다리를 하고 다리 위에 앉아 35
가마우지가 된 딩딩 41
헛물켠 할아버지 46
이상한 알 54
밤샘 보살핌 59
첫 번째 물고기 63
어둠 속의 함성 67
침몰 74
떠도는 배 79
흐린 강물 82
할아버지의 점심 86
다시 찾은 햇살 90
사람을 쪼는 가마우지 94
포위 공격 102
대어 107
배를 지켜 내는 것 115
묵묵한 발걸음 123
가마우지야, 안녕 130
흰 양초 138
까마득한 뱃길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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