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신나게 놀고 마음껏 떠든 아이가
자기 목소리를 가진 어른으로 자란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웅성웅성 시끌벅적합니다. 마치 조용한 거라면 질색이라는 듯이 말이지요. 어른들이라면 대부분 아이들 서너 명만 모여도 각자 조금씩 떠드는 소리가 모여 귀가 먹먹해지는 경험을 해 보았을 거고요. 그런데 이제 아이들은 신나게 떠들고 엉뚱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열심히 하며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키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꼼짝 않고 바르게 앉아 있을 것을, 쉬는 시간에는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강요받는 현실이니까요. 수업 시간 동안 꼼짝 않고 바르게 앉아 있는 아이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우리 애들 너무 훌륭하죠?”라고 말하는 선생님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떠들 수 있는 틈은 없습니다.
『어쩌다 부회장』은 아이들에게 자꾸 조용하라고 얌전하라고 말하는 어른과 이런 어른에게 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아이의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공부는 못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주인공 유리, 유리의 사촌이기도 한 말이 없는 모범생 시하, 착하고 잘생겨서 인기 만점이지만 유리만 보면 인형 놀이를 하자고 조르는 유리와 어릴 때부터 친구인 우성, 말끝마다 라임을 붙이는 참견쟁이 아빈, 어딘지 모르게 비관적이고 사색적이며 어른스러운 영혜. 학급 임원을 선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 이야기 속 아이들은 흔들리고 갈등합니다. 하지만 곧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자기다운 말을 하며 각자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지요. “너희, 이름을 싹 다 적어서 선생님께 낼 생각이야.”라고 말하던 유리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습니다. “난 다시는 부회장이 되지 않을 거야. 떠든 친구들 이름을 적는 일은 나와 어울리지 않거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유리의 당당한 태도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다 부회장』에서 처음부터 떠드는 아이는 주인공 유리뿐입니다. 하지만 결말로 치달으면서 유리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들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모두 다 신나게 떠드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아이들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이렇게 왁자지껄 밑도 끝도 없이 떠들고 있는 모습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자꾸 조용하라고 얌전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제 다시는 어린이가 될 수 없는 어른일 거예요. 마음껏 떠든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목소리를 가진 어른이 될 거예요.”라는 작가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학급 임원 같은 건 모르겠고요,
우리는 그냥 신나게 떠들고 놀고 싶어요!“
『어쩌다 부회장』은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의 욕심으로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각자의 욕망이 꿈틀대는 현장이 되어 버린 초등학교 임원 선거의 민낯을 들여다봅니다. 임원 선거를 둘러싼 학생, 부모, 선생님의 입장이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표현되어 있지요. 부회장 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유리에게 “아이고, 그런 번거로운 건 뭐하러 했니? 그런 거 되면 엄마가 해야 할 일도 많단 말이야.”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는 엄마, 임원이 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지 잘 생겨야 하는지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야 하는지 착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고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선생님은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갑니다. “회장과 부회장은 높거나 낮은 게 아니라 각자 조금 다른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학급 임원 같은 건 모르겠고요, 우리는 그냥 신나게 떠들고 놀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동화적 쾌락을 상승시키지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생기 있는 에피소드와 허를 찌르는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작가 소개
글 : 송미경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2008년 웅진주니어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어떤 아이가』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 몰래 집에서 새끼 쥐를 키우고, 학교에 강아지와 병아리를 데리고 가던 아이였다. 지금은 그 아이의 마음을 되살려, 아이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일기 먹는 일기장』 『복수의 여신』 『어떤 아이가』들이 있다.
그림 : 하재욱
손바닥만 한 수첩, 0.7mm 모나미 볼펜. 하루하루 덧없이 지나가는 우리의 일상을 특별한 눈으로 채록(彩錄)하는 작가 하재욱, 그가 가지고 다니는 갈색 크로스백 안에 늘 들어 있는 작업 도구다. 어디서나 굴러다닌다는 점이 꼭 우리의 하루들을 닮았다.
하지만 그는 오늘 하루를 매일매일 멈추지 않고 기록할 때, 우리의 삶이 좀 더 특별해지고 다채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날들이 손가락 사이로 흔적 없이 빠져나가지만 기쁨과 슬픔, 낙담과 위로가 샴쌍둥이처럼 서로를 지탱시킨다는 걸 알게 해준다. 그 힘으로 우리의 하루가 ‘지금 이 순간’ 눈부시게 반짝거린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자유롭고 경쾌한 선으로 우리의 마음에 툭툭 말을 걸어오는 그의 그림에 수많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1975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배경 콘셉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만화무크지 ≪보고≫에 [하재욱의 하루]를 연재했고, 홍대 상상마당에서 일상 기록 강의인 [디어라이프]를 진행했다. 펴낸 책으로 ≪안녕 하루≫ ≪고마워 하루≫가 있다.
목 차
- 다시 뽑은 부회장
- 백 점 받고 싶어!
- 떠드는 아이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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