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첫눈에 대한 보고서』는 백민주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입니다.
“야! 첫눈이다.” 첫눈이 내리면 그 지역의 이동통신망이 고장 날 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첫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나게 하고 설레게 합니다. 또한, 첫눈은 사랑하는 사람을 맨 먼저 떠올리고 찾게 됩니다. 수많은 눈송이 중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하나는 분명 첫눈이라는 명예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아기 같은 첫눈이 까마득한 하늘에서 뛰어내릴 때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백민주 시인은 구름처럼 세상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때맞춰 까마득한 땅 위로 씩씩하게 뛰어내립니다. 아이들과 같이 뛰놀기 위해서지요. 시인은 마법의 리모컨으로 첫눈의 환호성을 만들고 눈송이가 되어 땅 위에 내려앉기도 하고 환하게 꽃을 피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서 시를 읽는 이들의 얼굴에 함박눈 같은 웃음을 만들어 냅니다. 따뜻한 방 안에서 첫눈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보시고 맘껏 설레길 바랍니다.
책 속으로
백민주 시인은 2015년 《시와 소금》으로 등단한 뒤 연이어 2015 글벗문학상, 2016 한국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시인입니다. 내친김에 2016년에는 첫 시집인 『달 도둑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1년이 조금 지나 두 번째 시집을 선보입니다. 대단한 생산력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등단하기 전까지 자기 연마의 시간이 길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습니다. 『첫눈에 대한 보고서』를 손에 들고 아이들의 마음과 표정으로 아무도 밟지 않은 첫눈 같은 생각들을 뽀드득뽀드득 밟아볼까요?
가을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기다려지는 첫눈!
처음이라는 말은 언제나 설레게 만들어요.
다행히 첫눈은 해마다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첫눈은 좀 시시할 수도 있겠어요.
어, 겨우 이게 다야? 하지만 어때요. 한 송이 떨어지는 걸 봤어도 첫눈은 첫눈이니까요. 첫눈이니 아니니 서로 다투지 말아요.
너 먼저 뛰어내려.
싫어, 무서워.
너 먼저 뛰어내려.
용기 있는 녀석만
들을 수 있는 말
-야! 첫눈이다.
〈첫눈에 대한 보고서〉 전문
시인은 글자를 글자로 그냥 두지도 않습니다. ‘홋’이라는 글자에서 야구장에 있는 치어리더들의 모습을 발견해 냅니다. 그러면서 짓궂게 삼촌의 음흉함(?)을 고발하기도 합니다.
야구장에 갔더니
모자 쓴 치어리더 언니들
*홋**홋**홋**홋**홋*
야구는 안 보고
언니들만 보는 우리 삼촌
홋 홋 홋 홋 홋
숙모가 생기면 다 일러야지
홋 홋 홋 홋 홋
〈*홋*〉 전문
한자인 없을 무(無)를 보고 쇼핑카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정말 닮은 모양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죠. 자연은 쇼핑하듯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거라는 뼈있는 말도 던져 놓습니다.
자연 마트 속으로
쇼핑 카트 끌고 간다
시원한 바람도 듬뿍 담고
꽃향기도 충분히 담았는데
어?
아무것도 없다.
없을 무
쇼핑카트
자연은 돈으로 사는 거 아니란다.
나 혼자 보려고 사 가는 거 아니란다.
〈無〉 전문
시인은 또 어떤 마법의 리모컨을 누른 걸까요? 가지가 멩굴멩굴합니다. 멩굴멩굴은 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이지만 가지 맛은 멩굴멩굴해, 라고 말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실감납니다. 이런 말도 있었어, 라고 항변하듯 시인은 걀쯤걀쯤, 송당송당, 자작자작, 날캉날캉, 는지럭는지럭, 녹실녹실, 늘큰늘큰〈멩굴멩굴 가지〉, 자드락자드락〈자드락 비〉, 새물내〈새물내〉 같은 맛있는 단어들을 데려옵니다.
엄마,
나는 가지 반찬이 싫어.
글쎄 너무
멩굴멩굴
해서 싫다니까.
그게 도대체
어떤 맛이냐고?
걀쯤걀쯤
한 가지들
송당송당
썰어서
프라이팬에 자작자작
볶으면
날캉날캉
해지는 건 엄마도 알지?
이때
젓가락으로 집어보면
너무 는지럭는지럭
하잖아
입속에 넣어보면
녹실녹실
하고
늘큰늘큰
한
그 느낌이
너무 멩굴멩굴 하다니까?
〈멩굴멩굴 가지〉 전문
시인은 옛 것들을 말끔하게 새로 빚어 반짝반짝 보여줍니다. 〈될뻔댁〉 〈개다리 반장〉 〈빈대떡〉 〈황소바람〉 〈우물안의 개구리〉 〈지는 게 이기는 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니까〉 등 옛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고쳐 부조리한 현실을 살짝 꼬집어 줍니다.
『첫눈에 대한 보고서』는 시인이 첫눈의 마음으로 설레며 용기를 내어 쓴 시들입니다. 보리개떡 할머니〈웃는 깨〉는 이 시집을 다 읽고 난 뒤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야! 머 이런 생각을 다하고 난리고? 참말로 희한하고 재밌네.
작가 소개
2015 '시와소금' 동시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15 글벗문학상. 2016 한국안데르센상을 수상하였다. 시와소금 시인회, 혜암 아동문학회, 한국 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경북 구미여고에서 학생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목 차
_1부 첫눈에 대한 보고서
첫눈에 대한 보고서
모과
새 친구
며느리밥풀꽃
조롱나무의 경고
홋
나팔꽃
구슬비
없을무
뿌리 뽑힌 나무
먹구름
화장실에서 내가 결심한 것
_2부 구름 몽타주
초롱꽃에 호랑나비
리모컨
매미 옷
구름 몽타주
매미 알람
방아깨비
애기똥풀 이야기
착한 아이 시험지
닮은 사람들
감나무와 밤나무의 설전
제비네 집
가을 엽서
_3부 웃는 심장
웃는 심장
회전목마
조건반사
커피 한 자루
거꾸로 장사꾼
저울
저도 안 팔아요
진정한 쭈꾸미
못
참새 밥
부끄러운 사탕 맛
털코트
_4부 훈민정음 연구
훈민정음 연구
해시계 물시계
월식
맷돌
절구
달님 집 초인종
자드락비
멩굴멩굴 가지
정겨운 이름
흥부네 쌀자루
색동옷 입은 굴비
_5부 깨밭에 온 뻐꾸기시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민들레1
민들레2
깨밭에 온 뻐꾸기시계
웃는 깨
나비
돌팔이 꿀벌
꼭 벌 받았으면
깨진 항아리
도깨비 유모차
할머니가 전화하신 진짜 이유
_6부 지는 게 이기는 거
새물내
될뻔댁
눈총
개다리 반장
빈대떡
나비질
황소바람
미주알고주알
수박 겉핥기
우물 안의 개구리
지는 게 이기는 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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