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상 사람들이 이 도기 씨 부부를 조금만 살폈더라면 이들이 알려진 것처럼 자선 사업가가 아니란 것쯤은 금방 알았을 텐데. 공무원들은 서류만 보고 이 불쌍한 아이들을 아무에게나 맡겼고, 신문 기자들은 앉아서 흥밋거리 기사 쓰기에만 바빴으며, 판사들은 남의 일처럼 판결을 내렸지. 그게 문제야.
《마고할미네 가마솥》 본문 중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유진이와 교진이 남매. 친척 하나 없는 아이들에게 동아줄 하나가 내려옵니다. 저명한 자선 사업가인 도기 씨 부부이지요. 그들의 양자로 들어간 두 남매는 안심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상이 어디 따뜻하고 평화롭기만 한가요. 부부는 슬슬 본색을 드러냅니다. 아이들을 굶기고, 가두고, 때리더니 이제 돈을 받고 외국으로 팔아넘길 작정입니다. 아무도 남매의 마음과 속사정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저 도기 씨 부부의 허울 좋은 유명세만 보고 둘에게 운이 좋다는 말만 건네지요.
세상이 내려 준 동아줄은 썩은 것이었고, 유명한 자선 사업가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호랑이였습니다. 두 아이는 절망합니다. 살려 달라는 말을 하면서도 죽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릅니다. 남매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세상의 밧줄은 이대로 끊어져 버리는 걸까요?
정말요? 우리한테 할머니가 진짜 계세요?
우리한텐 할머니 한 분이 계셔. 아주 힘이 세고 못하는 게 없는 그런 분이야. 네가 힘들 땐 짠! 하고 나타나서 도와주실 거야. 알겠니?
《마고할미네 가마솥》 본문 중
남매가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바로 직전, 동아줄 하나가 또 내려옵니다. 마고할미의 손주들을 찾아왔다며 수상한 난쟁이 아저씨가 나타났거든요. 그러고는 둘에게 씨앗 하나를 내밀지요.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고는 둘뿐인 줄 알았는데, 할머니가 있다니요? 남매는 씨앗을 이용해 도기 씨에게서 탈출하고 드디어 할머니와 만납니다.
여느 할머니와 다르지 않은 평범하고 따뜻한 마고할미. 남매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워 줍니다. 두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지요. 이 밧줄은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일까요? 두 남매를 안전하고 단단하게 잡아 주는 동아줄일까요?
우리 할머니가 있잖아. 마고할미잖아.
그런 천하에 배은망덕한 연놈은 내가 쌍욕으로 상판대기에 서말가웃 처바른 다음, 덕구가 왼새끼로 꼰 새끼줄로 스물한 번 칭칭 감아서 공중에 일흔일곱 번 휘휘 돌려서 멀리 던져 버렸단다.
《마고할미네 가마솥》 본문 중
아이 잡아먹는 호랑이는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남매의 코앞까지 쫓아오지요. 도기 씨 부부와 마고할미의 한판승부! 이건 단순히 그들만의 싸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돈, 권력, 명예를 가진 강자와 노년의 여성, 고아, 장애인인 약자의 싸움이지요.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커다란 가마솥에 남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곰탕을 끓이며 남매를 맞이합니다. 도기 씨 부부는 어디 갔냐고요? 호랑이처럼 수수밭에 떨어져 수수라도 물들인 모양입니다.
아가들아, 이제 아무 걱정말고 살아가거라.
‘아직 어린 나이에 이런저런 사연으로 홀로 되거나 삶의 무게를 떠안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일 것이다.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은 아이에게 힘이 된다. 아이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근거가 필요하고 어른은 그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 그 존재가 부모일 수도 있지만 부모가 아니더라도 충분이 가능하다.’
김지은, 《어린이, 세 번째 사람》 중
2017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각자도생各自圖生’, ‘고목사회枯木死灰’입니다. 이 말은 슬프게도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어린이 관련 사건과 사고는 과연 이 땅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안전한가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킵니다. 모두가 힘든 시절을 겪어 내는 중이지요. 이런 시절일수록 기댈 수 있는 누군가, 힘든 일을 도와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마고할미네 가마솥》의 마고할미는 동화 속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아이와 어른 독자까지 든든하게 감싸 안아 줍니다. 유진이, 교진이 두 남매는 마고할미와 덕구 아저씨 덕분에 다친 마음을 회복하고 잘 살아 나갈 겁니다. 자라서는 다른 누군가에게 마고할미와 덕구 아저씨가 되어 주겠지요.
악은 벌을 받고, 정의는 승리하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는 어른들이 있고, 그 어른들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이 있는 세계. 2018년 새해 소망으로 품어 봅니다.
작가 소개
저 : 김기정
KIM,KIE-JOUNG
『바나나가 뭐예유?』를 통해 널리 알려진 작가로, 196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에서 기획, 편집 일을 했다. 늘 놀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노력의 결실로 2004년 『해를 삼킨 아이들』로 제 8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공모전’에서 창작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바나나가 뭐예유?』,『고얀놈 혼내 주기』,『박뛰엄이 노는 법』,『별난 양반 이선달 표류기』등과 같은 작품에서는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표현이 돋보이며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바나나가 뭐예유?』와 같은 작품에서는 바나나가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표현해 어린이들에겐 순수한 동심을 전달하고 어른들에게는 동시대 인들이 느낄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한다.
또한『네버랜드 미아』,『해를 삼킨 아이들』, 『비야 비야 오너라』 같은 책들은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선함을 통해서 찡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좋은 어린이 책 대상을 수상한 『해를 삼킨 아이들』과 같은 작품에서는 역사와 창작동화를 함께 엮어 역사를 재해석해보는 방법을 도입하여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도 하였다. 현재도 여전히 어린이들의 마음과 동심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생산하기 위한 창작활동을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다.
그림 : 우지현
북한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산과 도서관을 좋아하고 날마다 그림을 그립니다. 작품으로는 《걸었어》, 《내가 태어난 숲》, 《일곱 빛깔 독도 이야기》,《엄마의 역사 편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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