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홍길동전은 조선 중기 허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입니다. 조선의 불우한 천재로 불리는 지은이 허균은 뛰어난 재주와 자유분방함을 타고났는데, 그러한 작가의 색깔, 경험과 사상이 홍길동전에 깃들어 있습니다.
허균은 쉽사리 권력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명문양반가의 자제였지만, 사회 진출이 가로막힌 능력 있는 서얼들과 어울리며 신분에 상관없이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등 당시 사회 통념과는 행보를 달리했습니다.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화제를 뿌리는 작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사상,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이라는 친근한 접근성, 독자의 공감과 응원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의 눈부신 성장과 통쾌한 성공 스토리 등 홍길동전은 베스트셀러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장 인기 많은 고전으로 손꼽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홍길동전을 비롯한 많은 고전이 줄거리만 들으면 흥미진진한데, 막상 책을 펼치면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전 그대로 충실한 것도 가치 있지만, 옛 사람들이 읽던 그 모습 그대로라면, 배경지식이 부족한 어린이, 청소년 등에게는 더 이상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읽고 싶지 않는 어려운 공부가 돼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허균이 홍길동전을 다시 쓴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시대를 앞선 새롭고 깨어 있는 생각으로 타고난 글 솜씨를 발휘하던 문장가라면 지금 이 시대의 독자 역시 책장을 술술 넘기며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만들지 않았을까요?
해리포터보다 재밌는 판타지, 원조 마법소년 홍길동?
우선 원작의 줄거리는 최대한 살리고 현대의 소설 형식으로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길고 장황한 서술은 짧고 명료한 묘사나 대화로 바꾸어 상황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뜻을 헤아리기 힘든 어려운 옛말은 피하고 명확하면서도 쉬운 오늘의 일상적인 말로 대체해 짧은 호흡으로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홍길동의 성장 스토리와 성공 신화, 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 홍길동의 신묘한 도술은 좀더 부각시켰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해리포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홍길동의 신기한 도술 솜씨를 좀더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도술을 부렸다’, ‘둔갑술과 분실술을 했다’ 등으로 홍길동의 재주를 단순하게 서술하기보다는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도록 공을 들여 묘사했습니다.
오늘의 독자들에 맞게 풀어 쓰려는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원작이 전하려는 주제 의식, 가치와 정신은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전달될 것입니다.
고전 소설로 우리 역사를 읽다
‘홍길동은 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을까? 홍길동은 왜 도적이 되었을까? 홍길동은 왜 조선을 떠났을까? 홍길동이 꿈꾼 세상 율도국은 정말 이상적인 국가였을까?’ 등 소설을 읽은 후에는 주인공 홍길동의 행보, 그에 따른 이야기 전개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의문점을 되짚어 우리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대감께서 버린 자식이 어찌 갈 데가 있겠습니까. 뜬구름처럼 정처없이 떠돌다 남은 생을 마감할까 하옵니다.”
“백성들은 지금 탐관오리들에게 곡식과 재물을 빼앗겨 참으로 불쌍한 처지에 놓여 있다.”
“어린 가슴에 깊은 한이 맺혔는데, 평생소원을 들어주시니 비로소 한이 풀렸습니다.”
이와 같은 소설 속 홍길동의 대사를 통해 서얼 차별에 앞장섰던 조선 양반들의 행태, 터무니없는 공납에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망간 백성 등 당시 사회상과 분위기, 실제 민중의 삶의 모습 등 생생한 우리 역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원저 : 허균(許筠)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 학산(鶴山)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학가다. 1597년 문과에 급제했으며 여러 벼슬을 거쳐 1610년에는 명나라에 가서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1617년에는 인목대비 폐모론을 주장하며 대북파의 일원으로 왕의 신임을 받았다. 시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천재였으나 3번의 파직을 겪었으며, 12세 때에는 아버지, 20세에는 형, 22세에는 누이 허난설헌, 임진왜란 당시에는 처와 아들을 잃는 등 파란만장하고 불우한 생애를 보냈다. 서자를 차별 대우하는 사회 제도에 반대했으며, 광해군 때인 1618년 반란을 계획한 것이 탄로나 처형당했다. 사회제도에 비판을 가하는 허균의 진면목이 드러난 작품이 <홍길동전>이며, 『한정록』은 중국의 여러 책에서 은둔과 한적에 관한 내용을 모은 후 선별해 펴낸 책으로, 그의 은둔 사상을 실천적으로 조리정연하게 보여준다.
글 : 허윤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요. 책 읽기와 산책을 즐겨요.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길 기도해요. 독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어요. 지금은 기획, 편집, 창작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 창작동화 《내 꿈은 방울토마토 엄마》가 있어요.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고, 초등교과서에 수록되었어요.
그림 : 이경석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톡톡 튀는 남다른 이야기를 찾고자 오늘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만화 「달아난 사람들의 버스」를, 어린이 과학 잡지 [과학쟁이]에 만화 「장독대 SF」를 연재하고 있다. 만화책 『속주패王전』 『전원교향곡 1』 『좀비의 시간』『을식이는 재수 없어』 등을 쓰고 그렸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섬과 섬을 잇다』 등에 다큐멘터리 만화 작업으로 참여했다. 그림을 그린 어린이 책으로는 『형제가 간다』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1, 2, 3』 『동물원이 좋아?』 『빨간 날이 제일 좋아』 『오메 돈 벌자고?』 『임욱이 선생 승천 대작전』 『너구리 판사 퐁퐁이』 『난 노란 옷이 좋아!』 『골프천재 일구』 등이 있다.
목 차
2.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3. 깊은 밤 까마귀가 세 번 울어
4. 도적의 소굴로 들어간 소년
5.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활빈당
6. 괴짜 도적에 온 나라가 들썩
7. 천하무적 홍길동, 오랜 꿈을 이루다
8. 괴물을 물리치고 어여쁜 아내 얻으니
9. 율도국 왕에 올라 태평성대를 누리다
10. 부록_고전 소설 속 역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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