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손이 손을 잡듯 마음이 마음에게 말을 걸게 하는
손잡이가 되어 주는 동시들
나무는 그늘을 당기고
나무 그늘은 내 신발을 당기고
내 신발은 우리 집 강아지를 당긴다
구름 속 보이지 않는 끈 촉촉해져서
마당은 보슬비를 당긴다
짝꿍 바꾸는 날
내가 뽑는 번호는 너를 당기고
네가 뽑은 번호는 나를 당기고
_「당기고」 부분
『달려라, 택배 트럭!』에 실린 시편 하나하나의 존재들은 서로를 당기고 서로에게 닿는다. 천천히 네 박자로 굴러가는 네모난 바퀴와 찻길 건너는 고양이가, 바동바동 뒤집어진 사슴벌레와 집 가던 아이가, 두더지 머리를 쓰다듬는 나무뿌리와 봄날 저녁 피라미 떼가, 희고 얇고 가벼운 몸이 된 할머니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동시를 읽는 이들 역시 나무 그늘이 내 신발을 당기고 내 신발이 우리 집 강아지를 당기듯 대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 간다. 대상은 그들이 간직한 비밀을 속삭이고 꿈을 들려주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때로 그건 뜻밖으로 유쾌하고 엉뚱해서 폭로하고 싶게 만든다.
사실 난, 문방구 수호신이야
볼래?
스티커를 100장이나 붙였지
멋지지 않니?
파리랑 모기도 날 좋아해
애들 손자국 많이 묻은 거 보이지?
뽑기 하고 싶어서
오래 들여다보던
네 눈빛도 붙어 있는걸!
‘둘리 문방구’에서
‘문’ 자가 없어지고
‘둘리 방구’가 되었지만
나는 그대로야
_「둘리 문방구 유리문의 비밀」 부분
유강희 시인은 임미성 시인의 작품을 두고 사물이나 현상이 각각 따로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물과 사물의 점착력에 의한 유대가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그 믿음은 울림을 동반한다.
손잡이가 없으면
우산을 어떻게 들까
가방은 업고 다니려나
냄비는 뜨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겠지?
네모난 문에도
둥근 냄비에도
가방에도, 우산에도
그래서 손이 있는 거야
손잡이를 잡을 땐
그 애의 손을 잡듯
부드럽게 악수를 하듯
손이 손에게
말을 걸게 하는 거야
_「손잡이」 부분
어떤 동시든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꼽 빠지게 웃기기만 한 동시는 ‘휘발성’ 동시 같아요. 날아가 버리죠. 그렇지만 ‘울림’이 일어난 동시는 오래오래 곱씹어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사물과 독자가 오래도록 화해하고 공존하게 하죠. 입말이 재미있고, 동요처럼 경쾌한 동시라 할지라도 마음에 울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_임미성(시인)
‘온몸이 듣는 귀’인 시인,
존재가 품은 이야기를 언어로 풀어놓다
맨들맨들 맨드라미
주름주름 주름치마
레이스 달린 주름치마
가을볕에 내다 말린
주름치마 열 벌
놀러 왔던 암탉들이
하나하나 입어 보고
다시 벗어 머리에 써 보고
맨들맨들 맨드라미
주름주름 주름치마
_「맨드라미」 전문
노래처럼 부르고 다닐 정도로 학교 아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맨드라미」는 리듬감이 돋보이는 시다. 붉은 색채와 재미난 이미지가 더해져 온몸의 감각이 춤추듯 생동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위층 아줌마와 아이가 곤혹스러운 대화를 펼치는 「위층 아줌마」, 학교에서 살던 ‘당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갑작스레 잃고 그 부재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금요일」도 아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었다. 아이들뿐 아니다. 어른 독자 역시 이 모든 존재들이 품은 이야기에 마음이 성큼 다가선다. 그건 어쩌면 매일 다니던 길가의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멀리 던지지도 않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제 얼굴을 비춰 보고 있는 그대로 거기서 빛나라고 기꺼이 두는 시인의 마음이 시에도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 거기 있었구나
매일 다니던 길가에
반짝, 조약돌 빛날 때
주워서 주머니에 넣지 않고
집어서 멀리 던지지 않고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 안에 비치는 내 얼굴 보다가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
거기서 빛나라고
기꺼이 두는 것
_「사랑」 전문
임미성 시인의 눈망울이 닿은 사물(현상)은 낡은 옷을 벗고 우리 앞에 새로운 세계로 다가온다. 그 놀라운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의 순수한 천진함에서 나온다. 그 네모난 동심의 한가운데엔 세상을 향한 속 깊은 사랑이 네 박자로 구르고 있다. 그 사랑은 조약돌처럼 단단하고 빛난다. 그렇기에 그는 사랑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 “거기서 빛나라고” “기꺼이 두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정의할 수 있다. 그 동심의 한가운데 “봄날 저녁” “플래시 반짝이며” 나아가는 “피라미 떼”(「나뭇잎 본뜨기」) 같은 아름다운 시가 놓여 있다._유강희(시인)
시의 세계로 기꺼이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하는 고리
긍정적 에너지로 시의 언어를 확장한 그림
『달려라, 택배 트럭!』에 담긴 동시 택배엔 윤지회 화가의 그림을 실었다. 그의 고유한 그림체는 시의 세계로 기꺼이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하는 고리다. 겹겹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미지로 함축하고 시어 한마디를 확장하여 감정을 섬세하게 실어 놓았다. 그의 그림은 아이들에게 깊이 있고 재밌게 시를 탐험할 문을 열어 줌으로써 풍요로운 독서체험을 안길 것이다.
손잡이가 되어 주는 동시들
나무는 그늘을 당기고
나무 그늘은 내 신발을 당기고
내 신발은 우리 집 강아지를 당긴다
구름 속 보이지 않는 끈 촉촉해져서
마당은 보슬비를 당긴다
짝꿍 바꾸는 날
내가 뽑는 번호는 너를 당기고
네가 뽑은 번호는 나를 당기고
_「당기고」 부분
『달려라, 택배 트럭!』에 실린 시편 하나하나의 존재들은 서로를 당기고 서로에게 닿는다. 천천히 네 박자로 굴러가는 네모난 바퀴와 찻길 건너는 고양이가, 바동바동 뒤집어진 사슴벌레와 집 가던 아이가, 두더지 머리를 쓰다듬는 나무뿌리와 봄날 저녁 피라미 떼가, 희고 얇고 가벼운 몸이 된 할머니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동시를 읽는 이들 역시 나무 그늘이 내 신발을 당기고 내 신발이 우리 집 강아지를 당기듯 대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 간다. 대상은 그들이 간직한 비밀을 속삭이고 꿈을 들려주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때로 그건 뜻밖으로 유쾌하고 엉뚱해서 폭로하고 싶게 만든다.
사실 난, 문방구 수호신이야
볼래?
스티커를 100장이나 붙였지
멋지지 않니?
파리랑 모기도 날 좋아해
애들 손자국 많이 묻은 거 보이지?
뽑기 하고 싶어서
오래 들여다보던
네 눈빛도 붙어 있는걸!
‘둘리 문방구’에서
‘문’ 자가 없어지고
‘둘리 방구’가 되었지만
나는 그대로야
_「둘리 문방구 유리문의 비밀」 부분
유강희 시인은 임미성 시인의 작품을 두고 사물이나 현상이 각각 따로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물과 사물의 점착력에 의한 유대가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그 믿음은 울림을 동반한다.
손잡이가 없으면
우산을 어떻게 들까
가방은 업고 다니려나
냄비는 뜨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겠지?
네모난 문에도
둥근 냄비에도
가방에도, 우산에도
그래서 손이 있는 거야
손잡이를 잡을 땐
그 애의 손을 잡듯
부드럽게 악수를 하듯
손이 손에게
말을 걸게 하는 거야
_「손잡이」 부분
어떤 동시든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꼽 빠지게 웃기기만 한 동시는 ‘휘발성’ 동시 같아요. 날아가 버리죠. 그렇지만 ‘울림’이 일어난 동시는 오래오래 곱씹어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사물과 독자가 오래도록 화해하고 공존하게 하죠. 입말이 재미있고, 동요처럼 경쾌한 동시라 할지라도 마음에 울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_임미성(시인)
‘온몸이 듣는 귀’인 시인,
존재가 품은 이야기를 언어로 풀어놓다
맨들맨들 맨드라미
주름주름 주름치마
레이스 달린 주름치마
가을볕에 내다 말린
주름치마 열 벌
놀러 왔던 암탉들이
하나하나 입어 보고
다시 벗어 머리에 써 보고
맨들맨들 맨드라미
주름주름 주름치마
_「맨드라미」 전문
노래처럼 부르고 다닐 정도로 학교 아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맨드라미」는 리듬감이 돋보이는 시다. 붉은 색채와 재미난 이미지가 더해져 온몸의 감각이 춤추듯 생동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위층 아줌마와 아이가 곤혹스러운 대화를 펼치는 「위층 아줌마」, 학교에서 살던 ‘당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갑작스레 잃고 그 부재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금요일」도 아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었다. 아이들뿐 아니다. 어른 독자 역시 이 모든 존재들이 품은 이야기에 마음이 성큼 다가선다. 그건 어쩌면 매일 다니던 길가의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멀리 던지지도 않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제 얼굴을 비춰 보고 있는 그대로 거기서 빛나라고 기꺼이 두는 시인의 마음이 시에도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 거기 있었구나
매일 다니던 길가에
반짝, 조약돌 빛날 때
주워서 주머니에 넣지 않고
집어서 멀리 던지지 않고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 안에 비치는 내 얼굴 보다가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
거기서 빛나라고
기꺼이 두는 것
_「사랑」 전문
임미성 시인의 눈망울이 닿은 사물(현상)은 낡은 옷을 벗고 우리 앞에 새로운 세계로 다가온다. 그 놀라운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의 순수한 천진함에서 나온다. 그 네모난 동심의 한가운데엔 세상을 향한 속 깊은 사랑이 네 박자로 구르고 있다. 그 사랑은 조약돌처럼 단단하고 빛난다. 그렇기에 그는 사랑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 “거기서 빛나라고” “기꺼이 두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정의할 수 있다. 그 동심의 한가운데 “봄날 저녁” “플래시 반짝이며” 나아가는 “피라미 떼”(「나뭇잎 본뜨기」) 같은 아름다운 시가 놓여 있다._유강희(시인)
시의 세계로 기꺼이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하는 고리
긍정적 에너지로 시의 언어를 확장한 그림
『달려라, 택배 트럭!』에 담긴 동시 택배엔 윤지회 화가의 그림을 실었다. 그의 고유한 그림체는 시의 세계로 기꺼이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하는 고리다. 겹겹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미지로 함축하고 시어 한마디를 확장하여 감정을 섬세하게 실어 놓았다. 그의 그림은 아이들에게 깊이 있고 재밌게 시를 탐험할 문을 열어 줌으로써 풍요로운 독서체험을 안길 것이다.
작가 소개
글 : 임미성
『동시마중』 36호로 등단했다. 전북작가회의 아동문학분과 회원이며, 동시 창작 모임 ‘동시랑’과 시 읽기 모임 ‘그리운 여우’ 회원이다. 전주교대에서 초등국어교육을 공부하고 전북대에서 국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당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며, 매일 1시에 학생들과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면서 아이들처럼 맑은 동시를 꿈꾸며 산다.
그림 : 윤지회
세련된 화면 구성과 뛰어난 색채 감각을 인정받으며 제5회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 우수상을, 제1회 한국안데르센그림자상 특별상을 받았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몽이는 잠꾸러기』 『마음을 지켜라! 뿅가맨』 『구름의 왕국 알람사하바』 『방긋 아기씨』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가 있으며, 그림책 『지구 엄마의 노래』 『꼬마 요리사의 앗, 뜨거워! 과자 교실』, 동시집 『라면 맛있게 먹는 법』 등에 그림을 그렸다.
목 차
제1부 네모난 바퀴를 보았니?
시골 버스
생선 가게 도마
둘리 문방구 유리문의 비밀
붕어빵
옷걸이
스마트폰
손잡이
네모난 바퀴를 보았니?
깊은 밤 부엌에서 생긴 일
꿈꾸는 미륵탑
제2부 네가 뽑은 번호는 나를 당기고
당기고
달려라, 택배 트럭!
겨울방학
참나무 아파트
고양이 가족
보따리가 왔다
짝사랑
종이 한 장
나뭇잎 본뜨기
곶감
힘내라, 감나무
제3부 그런 날이 있었다
잠자리와 나와
일요일 낮 12시
넥타이
금요일
혀
학부모 상담 시간
5학년
위층 아줌마 6
왼쪽 고무장갑
무엇이 될까?
?까갈 로디어
겨울 한낮
석류나무 치과
제4부 호올떡 호올떡 똠방
맨드라미
고릴라 엉덩이
새들의 여름 인사
연못 호떡집
꼭지? 꼭지!
배추흰나비
4월
매미 학교
비둘기네 헬스클럽
겨울나무
사랑
해설
시골 버스
생선 가게 도마
둘리 문방구 유리문의 비밀
붕어빵
옷걸이
스마트폰
손잡이
네모난 바퀴를 보았니?
깊은 밤 부엌에서 생긴 일
꿈꾸는 미륵탑
제2부 네가 뽑은 번호는 나를 당기고
당기고
달려라, 택배 트럭!
겨울방학
참나무 아파트
고양이 가족
보따리가 왔다
짝사랑
종이 한 장
나뭇잎 본뜨기
곶감
힘내라, 감나무
제3부 그런 날이 있었다
잠자리와 나와
일요일 낮 12시
넥타이
금요일
혀
학부모 상담 시간
5학년
위층 아줌마 6
왼쪽 고무장갑
무엇이 될까?
?까갈 로디어
겨울 한낮
석류나무 치과
제4부 호올떡 호올떡 똠방
맨드라미
고릴라 엉덩이
새들의 여름 인사
연못 호떡집
꼭지? 꼭지!
배추흰나비
4월
매미 학교
비둘기네 헬스클럽
겨울나무
사랑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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