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옛날 옛적 자판기》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인권 교육 활동가인 이기규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동화집입니다. ‘재미없는 공부만 잔뜩 가르쳐야 하는 학교가 싫다’고 당당히 말하는 선생님답게 아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재미난 이야기로만 세 편을 모았지요.
첫 번째 이야기 〈계단 뱀〉의 주인공 준후는 권위나 질서 따위는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어린이입니다. 교실 뱀에게도, 계단 뱀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준후의 태도는 어린이의 마음을 후련하게 만들어 주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사실 조금 망나니 같은 그 태도는 왜 안 되는지를 차분히 설명하는 대신 무조건 안 된다고 윽박지르는 뱀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준후가 걷어차고 물어뜯은 건 바로 어른들 안에 도사린 뱀이지요.
그렇다고 작가가 준후를 무조건 감싸고도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해 주는 것이 참다운 어른의 역할이니까요. 다만 화내고 겁주고 벌주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이 필요하겠지요. 준후도, 다른 어린이들도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억압과 불통, 불합리와 마주하며 어른이 되어 갈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 갈 열쇠가 바로 이 이야기 속에 숨어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옛날 옛적 자판기〉는 옛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사람의 이기심과 욕심을 들여다봅니다. 작가는 그 끝없는 이기심과 욕심에 제동을 걸 힘을 다른 누구도 아닌 어린이에게서 찾습니다. 이상한 할아버지가 굳이 준영이와 호야를 붙들고 자판기에 얽힌 전설(?)을 들려주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시절 민둥산이 되었던 두견산을 그래도 아이들이 찾아들 만한 산으로 바꾸어 놓은 게 한 아이였듯, 준영이와 호야에게도 자칫 그릇된 쪽으로 흘러가기 쉬운 세상의 브레이크가 되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겠지요.
세 번째 이야기 〈그슨대가 보이나요?〉는 요괴 그슨대를 물리치려 고군분투하는 하늘이와 상민이의 하루를 통해 폭력의 뿌리를 찾아 들어갑니다.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었던 하늘이와 상민이가 다툰 것은 순전히 경쟁심 때문입니다. 자기가 속한 모둠이 1등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내뱉은 탓이지요. 교실에서 폭력을, 또 폭력을 부르는 경쟁을 뿌리 뽑으려 행동에 나서는 하늘이와 상민이의 모습은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그럼에도 이 동화집에 굳이 ‘인권 동화’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은 것은 의미에 앞서 재미로 독자를 무장해제 시키는 까닭입니다.
작가 소개
글 : 이기규
‘인권 교육을 위한 교사 모임’과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하면서 어린이들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교육을 위해 작은 꿈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서울 학생 인권 조례 자문 위원”과 “서울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 조례 추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한계 속에서도 어린이 인권에 대한 작은 희망들을 발견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이며 어린이들에게 매일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감탄한다. 세계마술사협회(International Magicians Society) 정식 회원이다. 15년 전 우연히 마술하는 할아버지를 만나 마술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재미없는 수학과 과학을 신나고 재밌게 만드는 마술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은 책으로 동화책 《고슴도치 대작전》, 《용 튀김》, 《보름달 학교와 비오의 마법 깃털》, 《어느날 우리집에 우주고양이가 도착했다》, 《네 공부는 무슨 맛이니?》 등과 수학 동화 《똥대장 수학 대장 수룹》, 사회 그림책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요》, 《우리 반에 알뜰 시장이 열려요》, 《당당마녀의 중학교 공략집》 등이 있다.
그림 : 강은옥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멋진 그림을 보고 지금까지 어린아이마냥 그림책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SI그림책학교를 수료한 뒤, 마음껏 그림책과 동화책에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붓질을 멈추는 순간까지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예쁜 그림들을 그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열두 가지 감정』,『행복 일기』,『얘들아, 학교를 부탁해!』,『누가 바나나를 가져갔을까?』,『브레멘 음악대의 첫 번째 공연』,『소리 이야기 2』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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