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평범한 일상이 신나고 특별한 모험이 되는 이야기 다섯 편
「자라는 집」은 스스로 일군 마법 같은 순간의 힘으로 함께 사는 즐거움을 찾은 지동이의 이야기이다. 지동이네 낡고 좁다란 마당에는 주인 할머니가 키우는 화분이 가득하다. 지동이는 벌써 세 번이나 할머니의 화분을 깨먹었다. 마당이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어느 날, 진짜로 지동이네 방이 교실만큼 커지고 마당이 운동장만큼 자랐다. 더 놀라운 일은 다음 날 화분의 꽃이 모조리 시들어 버린 것. 마당이 넓어지면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시든 꽃처럼 기운 잃은 할머니를 보며 지동이도 덩달아 기운이 빠진다. 지동이는 꽃이 다시 싱싱해지고, 할머니가 기운을 차리길 바라며 화분에 슈퍼 영양제를 꽂는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빠! 앞으로는 절대 화분 안 깨뜨릴 거야. 정말로!
그리고 할머니가 소시지 반찬 해 준대. 약속했어.
이제 난 여기가 좋아졌어.
그러니까 아빠, 돈 천천히 벌어도 돼. - 37쪽
「딱 10분만!」에서는 무원이가 고장 난 뻐꾸기시계에게 시간을 선물 받는다. 늘 10분 먼저 나오던 뻐꾸기시계가 웬일로 정각에 튀어나오더니 한 번에 10분씩 여섯 번을 쓰게 해 준다는 것이 아닌가. 믿기지 않았지만, 무원이가 딱 10분만을 외치면 정말 시간이 충전되었다. 그런데 쓸데없이 충전해 버린 시간은 아까웠는데, 친구를 위해 충전한 시간은 아깝지가 않았다. 잠을 더 자고 게임을 더 할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10분을 충전한 날 밤, 뻐꾸기시계가 다시 정각에 울리며 무원이를 불러내더니 놀라운 말을 하는데…….
“아저씨! 조금만 더 놀면 안 돼요? 10분만요, 네?”
무원이는 말을 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다른 때처럼 더 놀겠다고 조르는 것으로 마지막 충전을 써 버린 것이다.
그런데 별로 아깝지는 않았다.
언제 마지막 10분을 쓸지 신경이 쓰였는데 이젠 후련했다. - 57쪽
「콩이 관찰 일기」는 강낭콩이 자라난 만큼 마음도 자라난 자매의 성장담이다. 수연이는 아빠가 재혼하는 바람에 갑자기 동생이 생기고, 강아지 콩이도 못 키우게 되고,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온 게 싫기만 하다. 언니가 마냥 좋기만 한 동생 지수는 그 맘도 모르고 수연이가 기르는 강낭콩에까지 관심을 가지며 졸졸 따라다닌다. 수연이가 하굣길에 자신을 부르는 지수의 목소리를 외면한 날, 저녁 늦도록 지수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 대신 지수가 강낭콩을 돌본 사실을 알고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지수를 찾아 나선 골목길에서 수연이는 ‘동생’의 울먹이는 얼굴이 마음에 콕 박히는 순간을 맞는다.
나는 지수의 어깨가 들썩이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바늘로 가슴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집에 가자.”
나는 덥석 지수 손을 잡아다.
지수 손은 강낭콩 잎보다도 작고 여린 것 같았다. - 90쪽
「짝짝이 축구화」는 축구화의 시점에서 풀어낸 이야기로, 축구화의 소망과 태우의 소망이 교차하며 한 점에서 만난다. ‘나’는 민성이의 축구화이다. 나는 공을 뻥뻥 차고 싶지만, 민성이는 도무지 그럴 생각이 없다. 나를 땅바닥에 흘리고 찾지도 않는다. 그때 민성이랑 같은 반 태우가 한 짝뿐인 나를 주워 신고 신나게 달린다. 태우는 새 축구화를 갖고 싶고, 득점왕이 되고 싶은 아이이다. 태우도 나도 날마다 이렇게 달리고 싶지만, 태우는 흙을 털어내고 나를 민성이에게 돌려준다. 다시 짝꿍을 만난 기쁨을 나눌 새도 없이 나는 재활용함에 버려진다. 어느 날 재활용함이 열리고 나와 짝꿍은 트럭 짐칸에 실려 어딘가로 향하는데…….
“오늘만 잠깐 신고 내일 학교에서 돌려줘도 되겠지?”
태우가 나를 내려다보며 망설였어요.
다른 아이들 같으면 한 짝뿐이라 거들떠보지도 않을 텐데…….
“그래 태우야! 네가 주웠으니까 오늘만 내 주인이 돼 줘. 민성이에겐 비밀로 할게.” - 99쪽
「백건수가 뿅!」에서 건수는 뿅 사라지고 싶은 순간 진짜로 사라지는 마법을 겪는다. 똥이 마려운 순간 화장실로 뿅, 줄넘기 때문에 걱정하던 순간 보건실로 뿅, 친구의 시험지를 봤다고 오해받던 순간 침대로 뿅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소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마침내 건수는 사라지고 싶을 때마다 방귀가 로켓처럼 자신을 발사하는 까닭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등굣길에 건수를 놀리던 동해가 자전거에 치여 넘어지고 만다. 사라지고 싶은 무섭고 부끄러운 순간, 건수는 어떻게 했을까? 또 뿅 하고 사라졌을까?
“야, 안 들려? 놓으라고! 안 그대로 소방차 때문에 길도 못 건넜는데.”
그 형은 자전거 손잡이를 이리저리 꺾으며 소리를 질렀어요.
“내 친구가 형 때문에 다쳤단 말이에요. 그냥 가면 어떡해요? 선생님한테 이를 거예요.”
건수가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말을 해 버렸어요. - 145~146쪽
이 모든 특별한 순간에 아이들 마음에서 환상의 씨앗이 자라난다. 작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씨앗에 물을 주었다. 그 덕에 지동이는 할머니와 사는 게 조금 좋아졌고, 무원이는 남을 위해 시간을 쓰는 기쁨까지 알게 된다. 수연이는 길을 잃었지만 동생의 마음과 만났다. 태우와 축구화는 소원을 이루었고, 건수는 두려움을 넘어설 용기를 얻었다. 어느 날 하루 또는 여러 날 마법 같은 순간을 겪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쑤욱 자란 것이다.
아이들은 때로 따분한 현실을 넘어서는 놀랍고 이상한, 하지만 왠지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원한다. 그 이야기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일구어내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므로. 그런 아이들을 믿음직하게 지켜본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스스로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엿함에 책장을 덮는 순간 기분 좋은 온기가 마음을 파고든다. 또한 이야기마다 가장 적절한 표현 기법으로 주인공을 그려낸 화가 이형진의 그림 덕에 독자는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이 아이들을 만났을 것만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상에 환상을 덧입힌 다섯 편의 작품은, 인물 사이의 정겨움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함 그리고 유쾌한 상상으로 꽉 찬 건강한 이야기들이다.
「자라는 집」은 스스로 일군 마법 같은 순간의 힘으로 함께 사는 즐거움을 찾은 지동이의 이야기이다. 지동이네 낡고 좁다란 마당에는 주인 할머니가 키우는 화분이 가득하다. 지동이는 벌써 세 번이나 할머니의 화분을 깨먹었다. 마당이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어느 날, 진짜로 지동이네 방이 교실만큼 커지고 마당이 운동장만큼 자랐다. 더 놀라운 일은 다음 날 화분의 꽃이 모조리 시들어 버린 것. 마당이 넓어지면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시든 꽃처럼 기운 잃은 할머니를 보며 지동이도 덩달아 기운이 빠진다. 지동이는 꽃이 다시 싱싱해지고, 할머니가 기운을 차리길 바라며 화분에 슈퍼 영양제를 꽂는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빠! 앞으로는 절대 화분 안 깨뜨릴 거야. 정말로!
그리고 할머니가 소시지 반찬 해 준대. 약속했어.
이제 난 여기가 좋아졌어.
그러니까 아빠, 돈 천천히 벌어도 돼. - 37쪽
「딱 10분만!」에서는 무원이가 고장 난 뻐꾸기시계에게 시간을 선물 받는다. 늘 10분 먼저 나오던 뻐꾸기시계가 웬일로 정각에 튀어나오더니 한 번에 10분씩 여섯 번을 쓰게 해 준다는 것이 아닌가. 믿기지 않았지만, 무원이가 딱 10분만을 외치면 정말 시간이 충전되었다. 그런데 쓸데없이 충전해 버린 시간은 아까웠는데, 친구를 위해 충전한 시간은 아깝지가 않았다. 잠을 더 자고 게임을 더 할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10분을 충전한 날 밤, 뻐꾸기시계가 다시 정각에 울리며 무원이를 불러내더니 놀라운 말을 하는데…….
“아저씨! 조금만 더 놀면 안 돼요? 10분만요, 네?”
무원이는 말을 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다른 때처럼 더 놀겠다고 조르는 것으로 마지막 충전을 써 버린 것이다.
그런데 별로 아깝지는 않았다.
언제 마지막 10분을 쓸지 신경이 쓰였는데 이젠 후련했다. - 57쪽
「콩이 관찰 일기」는 강낭콩이 자라난 만큼 마음도 자라난 자매의 성장담이다. 수연이는 아빠가 재혼하는 바람에 갑자기 동생이 생기고, 강아지 콩이도 못 키우게 되고,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온 게 싫기만 하다. 언니가 마냥 좋기만 한 동생 지수는 그 맘도 모르고 수연이가 기르는 강낭콩에까지 관심을 가지며 졸졸 따라다닌다. 수연이가 하굣길에 자신을 부르는 지수의 목소리를 외면한 날, 저녁 늦도록 지수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 대신 지수가 강낭콩을 돌본 사실을 알고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지수를 찾아 나선 골목길에서 수연이는 ‘동생’의 울먹이는 얼굴이 마음에 콕 박히는 순간을 맞는다.
나는 지수의 어깨가 들썩이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바늘로 가슴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집에 가자.”
나는 덥석 지수 손을 잡아다.
지수 손은 강낭콩 잎보다도 작고 여린 것 같았다. - 90쪽
「짝짝이 축구화」는 축구화의 시점에서 풀어낸 이야기로, 축구화의 소망과 태우의 소망이 교차하며 한 점에서 만난다. ‘나’는 민성이의 축구화이다. 나는 공을 뻥뻥 차고 싶지만, 민성이는 도무지 그럴 생각이 없다. 나를 땅바닥에 흘리고 찾지도 않는다. 그때 민성이랑 같은 반 태우가 한 짝뿐인 나를 주워 신고 신나게 달린다. 태우는 새 축구화를 갖고 싶고, 득점왕이 되고 싶은 아이이다. 태우도 나도 날마다 이렇게 달리고 싶지만, 태우는 흙을 털어내고 나를 민성이에게 돌려준다. 다시 짝꿍을 만난 기쁨을 나눌 새도 없이 나는 재활용함에 버려진다. 어느 날 재활용함이 열리고 나와 짝꿍은 트럭 짐칸에 실려 어딘가로 향하는데…….
“오늘만 잠깐 신고 내일 학교에서 돌려줘도 되겠지?”
태우가 나를 내려다보며 망설였어요.
다른 아이들 같으면 한 짝뿐이라 거들떠보지도 않을 텐데…….
“그래 태우야! 네가 주웠으니까 오늘만 내 주인이 돼 줘. 민성이에겐 비밀로 할게.” - 99쪽
「백건수가 뿅!」에서 건수는 뿅 사라지고 싶은 순간 진짜로 사라지는 마법을 겪는다. 똥이 마려운 순간 화장실로 뿅, 줄넘기 때문에 걱정하던 순간 보건실로 뿅, 친구의 시험지를 봤다고 오해받던 순간 침대로 뿅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소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마침내 건수는 사라지고 싶을 때마다 방귀가 로켓처럼 자신을 발사하는 까닭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등굣길에 건수를 놀리던 동해가 자전거에 치여 넘어지고 만다. 사라지고 싶은 무섭고 부끄러운 순간, 건수는 어떻게 했을까? 또 뿅 하고 사라졌을까?
“야, 안 들려? 놓으라고! 안 그대로 소방차 때문에 길도 못 건넜는데.”
그 형은 자전거 손잡이를 이리저리 꺾으며 소리를 질렀어요.
“내 친구가 형 때문에 다쳤단 말이에요. 그냥 가면 어떡해요? 선생님한테 이를 거예요.”
건수가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말을 해 버렸어요. - 145~146쪽
이 모든 특별한 순간에 아이들 마음에서 환상의 씨앗이 자라난다. 작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씨앗에 물을 주었다. 그 덕에 지동이는 할머니와 사는 게 조금 좋아졌고, 무원이는 남을 위해 시간을 쓰는 기쁨까지 알게 된다. 수연이는 길을 잃었지만 동생의 마음과 만났다. 태우와 축구화는 소원을 이루었고, 건수는 두려움을 넘어설 용기를 얻었다. 어느 날 하루 또는 여러 날 마법 같은 순간을 겪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쑤욱 자란 것이다.
아이들은 때로 따분한 현실을 넘어서는 놀랍고 이상한, 하지만 왠지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원한다. 그 이야기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일구어내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므로. 그런 아이들을 믿음직하게 지켜본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스스로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엿함에 책장을 덮는 순간 기분 좋은 온기가 마음을 파고든다. 또한 이야기마다 가장 적절한 표현 기법으로 주인공을 그려낸 화가 이형진의 그림 덕에 독자는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이 아이들을 만났을 것만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상에 환상을 덧입힌 다섯 편의 작품은, 인물 사이의 정겨움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함 그리고 유쾌한 상상으로 꽉 찬 건강한 이야기들이다.
작가 소개
글 : 허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어린이책 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다. 2015년 제13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했고, 지은 책으로 『복실이와 고구마 도둑』, 『아빠가 감기 걸린 날』, 『따로를 찾아라』, 『우리 동네 위험인물 1호, 2호』 등이 있다.
그림 : 이형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아주 좋아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부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좋지만, 글을 쓰는 일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늘 새로운 기법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재치 있고 발랄한 그림에서 무게감 있고 강렬한 그림까지 ‘이형진표’ 그림책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림책은 글이 그림을 만나 완성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르다.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그림책은 보고 또 봐도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술품으로 거듭난다. 바로 이형진이 꿈꾸는 그림책이자, 독자가 기대하는 이형진의 그림책이다.
그 동안 그림 그린 책으로 『고양이, 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 『바둑이는 밤중에 무얼할까』, 『안녕 스퐁나무』, 『구만이는 알고있다』, 『나는 떠돌이 개야』 등이 있고, 기획하고 그린 책으로 『코앞의 과학 시리즈』, 『안녕 시리즈』, 『꿀땅콩 시리즈』, 『같을까, 다를까?』 가 있다. 또, 글을 쓰고 그림 그린 책으로 『끝지』, 『명애와 다래』, 『비단치마』, 『하나가 길을 잃었어요』,『흥부네 똥개』, 『호랑이 잡는 도깨비』 등이 있다.
목 차
자라는 집 6 / 딱 10분만! 38 / 콩이 관찰 일기 68 / 짝짝이 축구화 92 / 백건수가 뿅! 116 / 글쓴이의 말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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