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말더듬이 어버버는 학교 첫날부터 고단한 생활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릴수록 심하게 말을 더듬고,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 놀려 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감추고 싶은 약점을 놀리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얼마나 큰 폭력인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아이들은 미처 알지 못한다. 놀림이 더해 갈수록 어버버는 점점 자기 안으로 꽁꽁 숨어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벌어진다. 학교 지붕 꼭대기에 혼자 앉아 있는 어버버의 모습을 발견한 것. 자기를 놀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어버버는 제발 자기를 내버려두라고 외친다. 놀랍게도 전혀 말을 더듬지 않은 채. 하지만 어버버는 지붕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시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나빴는지 알게 된다. 어버버의 고통을 그제야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이다. 그날 뒤로 어버버는 모든 생일잔치에 초대받고, 다음 학기에는 만장일치로 반장이 된다. 친구들의 달라진 마음 씀씀이는 어버버에게 밝은 모습을 되찾아 준다. 배우가 되겠다는 예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꿈까지 갖게 된다.
《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는 약점을 놀리는 일이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는지 어버버의 모습을 통해 생생히 보여 준다. 그리고 친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부족해 보이는 친구라도 나에게는 없는 면이 있는 법이니까. 반장이 되자마자 학교 식당에 당당히 불편한 점을 건의한 어버버처럼 말이다.
남들과 다른 약점을 가진 아이와 그 ‘다름’ 때문에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교실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주위의 배려로 밝은 모습을 되찾아 가는 어버버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포용력에 대해 가르쳐 줄 것이다.
▶ 약점을 가진 친구를 향한 따뜻한 시선_ 잔잔한 우정의 모습
《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는 어버버와 같은 반 친구인 ‘퐁퐁’의 목소리로 서술된다. 퐁퐁은 어버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이러한 관찰자 시점 덕분에 독자는 어버버가 처한 상황을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독자들에게나 퐁퐁에게나, 어버버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담임선생님조차 일찍 잠자리에 들라는 엉뚱한 충고를 해 줄 뿐이다. 비록 퐁퐁은 어버버를 도우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 마음을 살피며 반성한다. ‘참 이상해요. 가끔 우리는 정말 못되게 굴기도 해요.’(본문 31쪽) 어버버에게 아빠가 없다며 아이들이 쑥덕거릴 때도 마찬가지다. ‘참 부끄러웠어요. 이런 일이 여러분에게는 없었으면 좋겠어요.’(본문 37쪽)
대신 퐁퐁은 어버버의 말에 귀 기울이는 유일한 친구가 된다. 조금씩 밝아지는 어버버의 모습에 조용히 기뻐하고, 극장에서 어버버를 만날 먼 훗날을 상상하는 퐁퐁의 따뜻한 마음씨는 진정한 우정이 어떤 모습인지 잘 보여 준다. ‘왕따’나 ‘이지메’처럼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 사건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 아이들은 무리에 쉽게 끼지 못하는 친구도 살필 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씨를 배울 것이다. 어버버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준 퐁퐁처럼.
▶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실감나게 표현한 아기자기한 삽화
프랑스 아동문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마르크 부타방의 개성 있는 삽화는 짧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어버버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검고 얇은 윤곽선에 생동감 넘치는 컬러로 안을 메운 오밀조밀하고 사랑스러운 삽화.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아이들의 표정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겁 많고 소심해 보이는 어버버와 진득하면서도 야무지게 묘사된 퐁퐁의 표정의 모습은 작품 분위기에 더욱 힘을 실어 준다. 밝고 선명한 원색과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배경 색깔도 눈길을 끈다
작가 소개
저 : 베아트리스 퐁타넬
Beatrice Fontanel
『회화의 발견 L'Invention de la peinture 』『코르셋과 브래지어Corsets et soutiens-gorge』『사물의 역사 Histoire des chose』총서 중『집 La Maison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베아트리스 퐁타넬. 1957년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지금은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신문 기자로 일했는데 책이 너무 좋아서 작가가 되었다. 그 뒤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뿐 아니라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책을 펴내고 시를 쓰기도 했다. 자연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 땅에 있는 생명체들의 소중함을 전하는 글을 쓰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쓴 작품으로는《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아기 동물들》,《치장의 역사》,《새롭게 이해하는 한 권의 음악사》들이 있다.
그림 : 마르크 부타방
어린이와 청소년 책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태어났으며 주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나는 파업 중이에요》,《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사랑하는 테오에게》,《작은 전나무》들이 있다.
역자 : 이정주
서울여자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방송 번역 및 어린이ㆍ청소년책을 기획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삶이 먼저다》,《깡마른 마야》,《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마티유의 까만색 세상》,《릴리의 눈물이야기》, 《심술쟁이 내 동생 싸게 팔아요!》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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