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비록 처음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글은 아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만한 것을 이주영 선생이 골라 엮은 것이다. (어두운) ‘과거는 없고 희망만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글들이다. 어머니와 딸에 대한 글, 그가 존경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과 아인슈타인에 대한 글, 상해에서 본 거지 이야기, 그리고 식민지라는 조롱에 갇힌 자신을 상징하는 종달새 이야기 등이 소개되어 있다.
동시 ‘꽃씨와 도둑’을 보면 마당엔 꽃들이, 방엔 책들이 가득한데 도둑은 가을에 꽃씨나 가져가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집주인이나 도둑이나 욕심이 없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다. ‘너는 이제’에서는 힘없고 가난하여 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독이고 있는 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1910년, 일본 제국에 나라를 빼앗긴 민족적 비극의 해에 태어난 피천득은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날’에는 어머니의 임종과 이를 지켜본 어린 피천득의 애절함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엄마’, ‘서영이’에서는 여성들을 찬미하고 그리워하는 연민의 정을 아름답게 풀어놓고 있다. 피천득의 작품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딸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 막내딸에게 보낸 ‘서영이에게’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정과 절절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도산 안창호’와 ‘도산 선생께’에서는 도산 선생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존경심을 엿볼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산문시에서는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그날의 기쁨이 과장 없이 순수하게 표현되어 있다. ‘종달새’는 조롱에 갇혀서도 자유를 희구하며 가슴에 뭉쳐 있던 분노와 갈망을 토로하는 종달새처럼 식민지라는 조롱에 갇힌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고 있다. 한 편의 콩트처럼 전개되는 ‘은전 한 닢’은 은전 한 닢을 갖기 위해 여섯 달 넘게 고생한 어느 거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성취의 기쁨을 논평이나 설명을 생략한 채 객관적 시각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피천득 자신이 ‘마음의 산책’, ‘독백’,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 형식’이라며 수필의 문학적 의미를 강조한 것처럼 그의 수필은 백 마디 천 마디로 표현해야 할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적은 간결한 언어 안에 함축시키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그리움을 넘어서 슬픔과 애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피천득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언제, 어느 때 읽어도 마음의 고향처럼 따스한 느낌을 준다.
작가 소개
글 : 피천득
皮千得. 호 : 금아琴兒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특유의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하여 남녀노소 모두에게 고른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이자 수필가. 2007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감동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1910년 서울 출생. 호는 금아琴兒이다. 상해 호강대학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연구했다. 경성대학 예과 교수, 서울대학교 문리대 및 사법대 교수를 역임했다. 1910년 [신동아]에 ‘서정소곡’을 발표하면서 문필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의 시는 자연과 동심이 소박하고 아름답게 녹아 있다는 평을 얻었고,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그려진 그의 수필은 남녀노소에게 고른 사랑을 받아 대표작 ‘인연’을 비롯하여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 등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였다.
금아 피천득의 수필은 백 마디 천 마디로 표현해야 할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적은 수표의 언어 안에 함축시키는 절제가 돋보인다. 그리움을 넘어서 슬픔과 애닯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피천득의 미문美文은 언제, 어느 때 읽어도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작품으로 『꿈』『편지』등의 시와 『여성의 미』『모시』등의 수필 외 다수가 있고, 시문집으로 『산호와 진주』『생명』이 있다.
유명 작가의 길을 걸었으되, 장식품 하나 없는 작은 아파트에서 소탈하면서도 충일한 삶을 살았던 그는 ‘앵두와 어린 딸기 같은’ 오월에 태어나 오월에 떠난 ‘영원한 오월의 소년’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머물고 있다.
역 : 이주영
30여 년간 초등학교에서 선생님,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한국어린이글쓰기연구회 사무총장,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장, 어린이문화연대 상임대표, <어린이문학> 발행인, <개똥이네집> 기획편집위원 등 어린이를 위해 일했다. 문학박사이며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 <이오덕 어린이문학론>을 썼다. <어린이문화운동사>, <책으로 행복한 교실>, 김구의 ‘나의 소원’을 풀어쓴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신채호의 소설을 동화시로 풀어 쓴 <꿈 하늘>, <용과 용의 대격전>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목 차
꽃씨와 도둑
무악재
너는 이제
* 수필
엄마
그날
꿈
여성의 아름다움
찬란한 시절
장난감
서영이에게
서영이
서영이와 난영이
도산 안창호
도산 선생께
아인슈타인
은전 한 닢
종달새
1945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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