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누구에게나 유년의 기억이 있다. 즐거운 기억도 있고, 슬프거나 아픈 기억도 있다. 하지만 세월은 어떤 기억이든 추억으로 탈바꿈 시켜놓는 마법을 지녔다. 견디기 힘들었던 기억마저도 세월이 보태지면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마음속에 추억이라는 큰 보물 주머니 하나씩을 지니고 살아간다. 김춘수 선생님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작가의 글에 ‘나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을 준다고 해도 내가 어린 시절에 겪은 추억과는 절대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그 추억은 제아무리 힘센 장사라도 절대 뺏어갈 수 없는 나 혼자만의 보물이니까요.’ 라고 썼다.
우리는 꽃의 시인 김춘수 선생님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어떻게 추억할까, 그런 호기심을 품고 이 책을 읽게 된다. 김춘수 선생님은 조선을 강탈하려는 일제의 패악이 극에 달했던 무렵에 유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 주인공인 수야는 밝고 맑고 건강하다.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때로는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떼쟁이 노릇도 하고, 말썽을 부려서 부모님께 꾸중도 듣지만 언제나 긍정적이고 활기차다. 또 어린 나이임에도 어떤 상황을 지나치기 보다는 깊은 사고를 할 줄 안다.
첫 번째 이야기인 ‘귀신이 쫓아오던 날’에서는 개구멍바지를 처음으로 꿰매 입고 학교에 간 날 실수로 옷에다 오줌을 싸고 친구들에게 오줌싸개라고 놀림을 받자 절대 학교에 안 다닌다고 맹세를 하는 꼬마 수야를 만나고, 두 번째 이야기 ‘꽃님이가 떠난 날’에서는 이성에 호기심을 품지만 매번 꽃님이를 울리기만 하는 엉뚱한 수야를 만나고, 세 번째 이야기 ‘철조망 앞에서 눈싸움하던 날’에서는 왜 ‘저놈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주인 행세를 하는지 분개하는 소년 수야를 만날 수 있다. 첫눈이 내린 날,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일본 학생들과 죽기 살기로 눈싸움을 하는 모습은 나라를 빼앗긴데 대한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죽기 살기로’ 했던 그 눈싸움은 훗날 일본 니혼 대학교로 유학을 갔다가 일본 제국에 대항해야 하는 주장을 펼치다 7개월 동안이나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일과 무관하지 않다.
『통영 소년 김춘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주인공 수야가 겪는 의식의 변화를 퍽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수야의 의식 성장은 우리 모두가 유년을 보내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또한 꼬마 수야가 친구들에게 딴 못이나 딱지 등을 소중한 보물이라고 여겼던 것처럼 지금의 우리 어린이들은 무엇을 소중한 보물로 여기고 있을까, 묻게 된다. 그 보물은 훗날까지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혼자만의 소중한 보물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훗날 어떤 모습으로 추억이 될까?’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글 : 김춘수
KIM,CHUN-SOO,金春洙
경상남도 통영시 동호동에서 출생하였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43년 니혼대학[日本大學] 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중 중퇴하였다.경북대 교수와 영남대 문리대 학장, 제11대 국회의원,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고,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하였다.
1945년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구 지방에서 발행된 동인지 『죽순』에 시 「온실」 외 1편을 발표하였다. 1948년에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내며 문단에 등단한 이후, 「산악」·「사」·「기(旗)」·「모나리자에게」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주로 『문학예술』·『현대문학』·『사상계』·『현대시학』 등의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였고, 평론가로도 활동하였다. 초기에는 릴케의 영향을 받아 삶의 비극적 상황과 존재론적 고독을 탐구하였으며,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을 분명히 지시하는 산문 성격의 시를 써왔다. 그는 사물의 이면에 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시를 써 '인식의 시인'으로도 일컬어진다.
시집으로 첫 시집 외에 『늪』·『기』·『인인(隣人)』·『꽃의 소묘』·『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김춘수시선』·『김춘수전집』·『처용』·『남천(南天)』·『꽃을 위한 서시』·『너를 향하여 나는』 등이 있으며, 시론집으로 『세계현대시감상』·『한국현대시형태론』·『시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한국의 문제시 명시 해설과 감상』(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그림 : 윤영진
그림을 그린 윤영진 선생님은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모래 학교』, 『두부 도둑』 외 다수의 동화책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심성을 이해하는 순수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것이 선생님의 소망입니다.
그림 : 송해용
그림을 그린 송해용 선생님은 단국대 산업미술과를 졸업했습니다. 디자인 기획 일을 하면서 동화책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동심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열심히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목 차
-꽃님이가 떠난 날
-철조망 앞에서 눈싸움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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