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국보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펼쳐지는 소년 성장 동화!
『반달숲의 거인』 의 주인공 해비취는 불명확한 출신 성분과 작고 나약한 체구 탓에 많은 멸시와 핍박을 받지만, 강자를 피해 숨죽이며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강단 있는 소년이다. 그런 해비취에게 반구대 암각화는 희망이자 열의, 포부 그 자체다. 어머니 버드네의 주의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비취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것이 바로 거북등바위(반구대)에 있는 ‘거인의 발자국’이기도 하다.
거대한 발자국을 딛고 서자 해비취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발자국이 해비취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것만 같았다. 팔을 벌리자 발자국이 둥둥 날아올랐다. 산을 넘어 큰 강물을 만나면 발자국은 나룻배가 되어 주었다. 갑작스럽게 벼랑을 만나면 솔개처럼 솟구쳐 날아서 산 너머로 넘겨 주기도 했다. _본문 중에서
또한, 해비취를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역시 반구대 암각화다. 화마와 가뭄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을 무렵, 해비취는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사냥 장면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림을 멍하니 보던 해비취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해비취는 벼랑 끝으로 갔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보였다. 반짝이는 바다가 해비취를 부르는 것 같았다. 해비취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벽면의 그림들은 바다에 나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답답했던 마음이 문이 열린 듯 환해졌다. _본문 중에서
이후 마을 청년들과 함께 두려움을 무릅쓰고 고래 사냥에 나선다. 마침내 고래를 잡아 돌아온 해비취는 마을 사람들을 기근에서 해방시키고, 이를 계기로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을 더 끈끈하게 만든다.
반구대 암각화는 이야기 속에서 해비취가 어려움에 직면한 순간마다 나타나 존재 자체로 충고와 조언을 전달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영겁의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인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반달숲의 거인』는 실존했던 시대와 실제 유적을 소재로 하되 사실에 의존하기보다는, 한 소년의 환상적인 일대기를 통해 반구대 암각화가 가진 의미와 메시지를 전한다.
거대한 상상력과 빛나는 비유와 상징으로 빚어낸 한국형 판타지
『반달숲의 거인』의 배경은 땅과 숲, 바다를 비롯한 자연에 기대어 자급자족하던 선사시대다. 작가는 미개하고 원시적인 것으로만 여겨지던 ‘역사 시대 이전’을 초자연적인 힘이 넘쳐흐르는 무한한 세계로 묘사한다.
벼랑의 얼굴은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지었다. 아침 햇빛이 비쳐 올 때는 형 찬마루의 침착한 얼굴이 느껴졌다. 점심 무렵에는 여동생 단비처럼 해맑게 웃는 얼굴을, 그리고 저녁노을이 비칠 무렵에는 어머니 버드네처럼 자애롭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 소년 해비취는 괜스레 가슴이 벅차올라 벼랑의 얼굴을 그동안 망연히 바라보곤 했다. 저 너머에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만 같았다.(...) _본문 중에서
또한 거친 용오름, 거대한 구렁이, 생명의 샘물, 오색초롱꽃 등 해비취가 위험천만한 모험 속에서 만나는 신비한 상관물들을 통해 우리 세대가 잊고 있었던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비유와 상징으로 나타냈다. 더 나아가 음양오행, 진선미 등 철학적인 가치에 섬세한 문장으로 접근한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문학적 장치들은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과 독서력을 한껏 높여 줄 것이다.
해비취의 성장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개성 있는 삽화
조준호 작가가 문학적 비유와 거대한 상상력으로 해비취의 세계를 표현했다면, 일러스트레이터 이다는 특유의 색감과 그림체로 삽화 한 폭에 담아냈다. 『반달숲의 거인』의 주요 장면들을 한 편의 벽화처럼 압축적으로, 본문에 등장하는 상징과 비유를 적재적소에 표현하고 있는 그림들은 해비취의 삶을 한눈에 조망하는 느낌을 준다. 선사시대, 그 날 것의 분위기를 재현한 이다의 그림은 『반달숲의 거인』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작가 소개
글 : 조준호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군인, 회사원, 방송 작가 등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지금껏 했던 공부 중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 매일 바라는 꿈이다. 2003년에 장편 동화 『푸른 연못의 비밀』을 발표했으며, 2004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물 우화 『그림자 각시와 매화무늬 표범』이 당선되었다. 그 밖에 『호랑이를 탄 가야금』『조선시대 인물 이야기』『반딧불이 핑퐁』을 집필했다.
그림 : 이다
2da
만화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 기독교학을 전공했다. 2001년 7월에 문을 연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림일기와 일러스트, 미술작품, 공예품 등을 통해 자신의 솔직한 일상과 생각들을 가감 없이 전하며 수많은 ‘이다 마니아’를 양산했다. <이다전>, <2da playbook전>, <이다이다전>, <나와 이다전> 등 5회의 개인전과 <그림패 인물화전>, <셀프 팩토리전> 등 7회의 단체전을 열기도 했다. 저서로는 『이다의 허접질』,『무삭제판 이다 플레이』등이 있다.
최근에는 ‘이다의 길드로잉’이라는 강의를 통해 일상적인 그림그리기의 재미를 전파하는 중이다. 또 ‘소사프로젝트’라는 인디출판사를 오픈해서 『누구도 펼쳐보지 않은 책』과 『민들레 제조법』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욕심이라면, 사는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적당히 굶어죽지 않게 살고 오랜 시간을 들여 예술가로 완성되길 바라는 것.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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