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두부를 훔친 소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어린이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만큼 변화무쌍한 존재는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엄마 곁을 떠날 줄 몰랐던 꼬마는 친구를 알게 되고, 이성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엄마 품을 벗어납니다.
작품 속의 ‘나’와 춘섭이는 서로를 알게 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나’와 춘섭이는 친구가 없습니다. ‘나’는 전학을 온 뒤 친구 한 명 없이 외롭게 지내고, 춘섭이는 다른 친구들과 딱지치기, 구슬치기, 못 치기 놀이를 하는 대신 참새나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느라 친구가 없습니다. 그런 두 아이가 만나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발전합니다.
이 동화는 주인공이 엄마가 만든 두부를 몰래 훔쳐서 춘섭이 집에 가져다주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두부 도둑질에 성공한 주인공은 엄마가 감쪽같이 모를 비밀 하나를 만들었다며 흐뭇해합니다. 그렇게 엄마라는 울타리를 빠져나가 점차 낯선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나’는 춘섭이와 어울려 다니면서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고,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세상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게 됩니다. 춘섭이를 만나기 전에는 구슬, 딱지, 못, 그런 것들이 주인공의 보물 1호였습니다. 하지만 춘섭이와 어울리면서 그런 것은 꼬마들이나 하는 놀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새총을 처음 손에 넣은 날, 그 새총은 주인공의 보물 1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어린이들의 꿈이 바뀌듯이, 보물 1호라고 여긴 새총마저 쓰레기더미에 버립니다. 그리고 고양이 찾기에 나섭니다.
선생님은 작가의 말에 ‘딱지, 못, 구슬 따위가 보물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새총이 보물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무엇이 나의 보물 1호였는지는 기억에 없습니다. 아마 쉽사리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 같은 세상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느라 보물 따위는 따로 없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이 동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살아 있는 동물 고양이가 아니라 우리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어야 할, 절대 길들여지지 않고 낯설기만 한 앞날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두부를 훔친 소년』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나’와 친구인 춘섭이의 정신적은 변화를 퍽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두 아이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가 유년을 보내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 소개
글 : 윤후명
尹厚明, 본명 : 윤상규(尹尙奎)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었다. 1969년 연세대학교를 졸업, 강은교, 김형영, 박건한 등과 함께 시 동인지 『70년대』를 창간하고, 도서출판 삼중당에 취직하였다. 이후 10년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1977년 첫 시집 『명궁』을 출간하였다.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이 당선되어 소설가와 시인의 길을 병행하면서 단편 『높새의 집』 『갈매기』 『누란시집』을 발표하였다. 1980년 전업작가로 나서 김원우, 김상렬, 이문열, 이외수 등과 함께 소설 동인지 『작가』를 창간하고, 단편 『바오밥나무』 『모기』 등을 발표하였다.
저서로 시집 『名弓』(1977),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1992) 등이 있고, 소설집 『敦煌의 사랑』(1983), 『부활하는 새』(1986), 『원숭이는 없다』(1989), 『오늘은 내일의 젊은 날』(1996), 『귤』(1996), 『여우 사냥』(1997), 『가장 멀리 있는 나』(2001), 『둔황의 사랑』(2005, 2005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의 책 100’ 선정 도서) 등과 장편소설 『별까지 우리가』(1990), 『약속 없는 세대』(1990), 『협궤 열차』(1992) 『삼국유사 읽는 호텔』(2005)등이 있으며, 그외 산문집 『이 몹쓸 그립은 것아』(1990), 『꽃』(2003), 장편동화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1994)가 있다. 이 중 단편 「둔황의 사랑」 「원숭이는 없다」 「사막의 여자」 등이 각각 프랑스어, 중국어, 독일어, 영어 등으로 번역되어 해외에 소개된 바 있다.
1980년대에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의 작품세계는 80년대의 일반적인 소설 경향과는 뚜렷이 구별되어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직접적인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시적인 문체와 독특한 서술방식으로 환상과 주술의 세계를 자유롭게 비상하는 그의 소설은 1980년대의 시대적 부채감에서 자유로웠다. 또한 1990년대 들어서는 자전적 색채가 짙은 여로형 소설을 발표하여 삶의 본질적인 쓸쓸함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1995년 작품인 「하얀 배」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과 대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통해 정서적인 격조를 잘 살려낸 서사 기법으로, 전통적인 플롯의 규범에서 벗어나 정밀한 묘사를 통해 특유의 비유와 상징을 살려내면서 소설적 공간을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의 일정한 간격과 정감의 흐름에 따라 도달하게 되는 이 소설의 결말은, 인간의 삶과 그 삶의 가치를 규정해주는 ‘말’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귀결된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모든 대상은 단순한 물리적 사실을 넘어서는 의미를 시사하고, 그 의미의 중첩에 의해 주제의 통합을 가능케 했다. 그런 소설적 기법은 이야기의 서술에서 미학적 거리의 조절에 성공하고 있는 이 작가의 탁월한 솜씨를 말해주는 것으로서 한국 소설 문학이 새로운 기법, 새로운 주제, 새로운 언어, 새로운 구조에 의해 그 지평이 더욱 넓혀질 수 있게 하였음을 확신하며, 섬세한 언어와 서정적 격조로 자기 소설의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1983년 『돈황의 사랑』으로 제3회 녹원문학상, 1984년 『누란』으로 제3회 소설문학작품상, 1986년 제18회 한국창작문학상, 1994년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로 제39회 현대문학상, 1995년 『하얀 배』로 제1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에는 제10회 김동리 문학상을 받았다. 현재는 창작에 전념하면서 문학비단길 고문과 국민대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 : 윤영진
그림을 그린 윤영진 선생님은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모래 학교』, 『통영영 소년 김춘수 이야기』 외 다수의 동화책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심성을 이해하는 순수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것이 선생님의 소망입니다.
목 차
-새총과 참새고기
-멍청한 고양이와 옷 수선집 여자애
-붙잡은 고양이와 달아난 고양이
-스케이트 배우기와 폭발 사고
-쓰레기더미에 버린 새총과 고양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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