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간결하고 기발한 ‘손바닥 동시’의 탄생!
섬세한 관찰력으로 자연을 노래하는 유강희 시인의 동시집 『손바닥 동시』가 출간되었다. 짧은 시를 효과적으로 현대화하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새로운 시 형식을 치열하게 탐구해 온 시인이 ‘손바닥 동시’ 100편을 선보인다.
시인은 친숙한 자연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생생하게 포착해서 3행의 문장에 담아낸다. 낮과 밤이 바뀌는 모습을 ‘빠알간 해 딱지’와 ‘노오란 달 딱지’가 딱지 치듯 넘어가는 모습으로 그리며(「하늘 딱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다가 아침이 되면 환하게 드러나는 거리의 모습은 태양이 ‘연필’처럼 쓱쓱 그려 놓은 것으로 발랄하게 표현한다(「태양은 연필」). 무더운 여름의 밤하늘을 그린 동시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느껴진다.
서쪽 하늘에 / 빨간 달 떴네 / 수박 한 쪽 ?「여름밤」
3행으로 이루어져 쓱쓱 쉽게 읽히는 동시들은 타성에 젖은 이미지가 아닌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 있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봄의 풍경을 새싹과 모양이 닮은 글자로 표현한 동시는 소리 내어 읽을 때의 즐거움과 시각적인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뾰뾰뾰 뾰뾰뾰뾰 / 뾰뾰뾰 뾰뾰뾰뾰 / 뾰뾰뾰, 뾰뾰뾰뾰 ?「봄」
감각적인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시인은 “무얼 물어도/궁뎅이만 뙤똥뙤똥/몰라 몰라 꽥꽥꽉꽉” 달음질치는 오리의 모습을 보여 주고(「오리」), 여름의 한 장면을 “여름비가 촐촐촐/비둘기가 꾹꾹꾹/여우팥이 캥캥캥” 소리 내며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묘사한다(「화음」). 국수를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호로로호로록/후룩후루루룩/뾰록뾰로로뾱,”으로 표현한 「국수 가족」에서는, 면발이 입으로 빨려 들어갈 때의 소리를 붙잡아 내는 시인의 날카로운 관찰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감각적 상상력이 풍부한 『손바닥 동시』는 독자에게 간결한 문장 속에서 풍성한 세계를 누리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새로운 형식에 담은 생생한 세계
유강희 시인은 단 3행인 손바닥 동시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시인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제목과 본문을 제시할 뿐 아니라 각주, 마침표, 느낌표, 쉼표와 같은 문장 요소들을 섬세하게 사용하여 압축적이고도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여기에 자연과 사물에 관한 날카로운 관찰력이 더해져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준다.
시인은 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모습에서 활짝 펼쳐지는 날개를 발견하며(「차가 지나갔다」), 깜깜한 겨울날 동그랗게 뜬 보름달의 모습에서 구멍 난 양말의 모습을 떠올린다(「겨울 보름달」). 톡 튀어나온 개구리의 눈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기도 한다.
연못에 숨어 / 물 바깥 보려고 / 조금씩 밀어 올린 걸까 ?「개구리 눈」
『손바닥 동시』를 읽다 보면 작고 소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의 진실한 친구가 된 시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의 시선은 시종일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소한 대상을 향해 있는데, 장터에 내놓아진 개와 고양이(「삼례 장날」), “컵라면 뚜껑 위에/두 손 얹고 잠시,/눈 감은 막일꾼”(「새벽 편의점」), 소풍 가는 개미 가족(「살구꽃」) 등이 그러하다. 독자는 손바닥 동시를 감상하며 작은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인의 마음을 함빡 느낄 수 있다. 새로운 형식 속에 생생한 세계를 담은 『손바닥 동시』가 동시단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미 가족 소풍 / 가는 날, 온종일 / 꽃 양산 되어 주지요 ?「살구꽃」
다양한 독자층에 활짝 열려 있는 동시집
『손바닥 동시』에 담긴 작품들은 간결하고 발랄한 만큼 동시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초등 저학년부터 중고등학생, 성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실에서 동시를 감상하고 창작하는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다. 어린이 독자들은 동시의 본문을 읽고 제목을 추론해 보거나 문장 부호의 위치와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손바닥 동시’를 놀이하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성인 독자는 익숙한 사물에서 새로운 것을 포착하는 시인의 시선에 감탄하며 동시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양한 독자층에 활짝 열려 있는 『손바닥 동시』가 독자의 마음에 깊숙이 가닿을 것으로 확신한다.
작가 소개
저 : 유강희
1968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 예보』 『뒤로 가는 개미』,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을 냈습니다.
그림 : 정가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0년 CJ그림책축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5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갑자기 철든 날』 『시골 쥐의 서울 구경』 『헛다리 너 형사』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작은 왕국
소
금붕어
청설모
새끼 붕어
삼례 장날
염소
길고양이
당나귀 눈망울
귀 기울이면
개구리 눈
물닭
뱀
뱀
메기
지렁이
오늘 낮 206호 문 앞
동물원
쌀새우
쥐
제2부 여우팥이 캥캥캥
봄
달
만일 하느님도 오늘 방학을 한다면
설날
눈
화음
초승달
함박눈
겨울 보름달
봄비
물수제비
가을바람
여름밤
하늘 딱지
천둥
낙숫물
나방파리
이슬
태양은 연필
백로
제3부 우리는 꼭 맞는 짝꿍!
첫눈
도깨비방망이
식당 할매
군고구마
국수 가족
묵집 아이
새벽 편의점
숲에 달아 준 새집처럼
동지 팥죽
차가 지나갔다
호두 두 알
어머니 신발
자전거 타기
고속버스
강아지와 강아지풀
도서관에서
의자
의자
세 공기
위봉폭포
제4부 멀리 날고 싶어
집오리
겨울 엽서
참새
까치
때까우
오리
뻐꾸기 딸꾹질
매미
홍시
까치밥
왜가리
물닭
딱따구리
나비야
전봇대에 붙은 매미
까마귀
기적의 도서관
참새
나방파리
닭
제5부 가만히 눈 감고
살구꽃
만일 하느님이 있다면
홍시
산막
탱자나무
등꽃
보은 대추
완두콩 꽃
홍시
개
가을 나뭇잎
맨드라미
쥐꼬리망초
시계풀
대나무
은방울꽃
칡꽃
숲속에서
무밭
도토리 세 알
해설 | 새로운 동시 놀이 형식의 탄생_이안
시인의 말 | 손바닥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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