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이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아이들은 오싹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자극적이어서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어른들의 우려는 귀신 이야기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열정 앞에서 힘을 잃기 일쑤다. 사실 무서운 이야기 속에는 우리 사회가 감추고 있는 부조리나 인간 내면의 욕망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무한한 상상력이 합쳐져서 몸집을 부풀린 ‘공포’가 우리 앞에 떡하니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직관적으로 느끼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무서운 이야기 속에는 어른들이 잘 모르는 그들 세계의 민낯과 무의식이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범생 민수와 귀신을 본다는 소문에 휩싸인 외톨이 진우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와 욕망을 들여다본 동화이다. 부모가 계획한 미래를 위해 꼭두각시처럼 생활하는 민수와 입만 열면 귀신 타령을 하는 문제아 진우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민수는 반 분위기를 망치는 진우에게 반발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끼고, 그런 민수 앞에 진우가 자꾸만 불쑥불쑥 찾아오면서 오싹한 소동이 연이어 벌어진다. 이 작품은 두 아이의 이상하고 기묘한 일상을 통해 요즘 아이들이 직면한 무서운 현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끔 해 준다.
또한 부모에게 억눌려 있던 아이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름의 답을 찾아 용기를 내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어른들에게 외면당하고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아이들의 내면이 만져질 듯이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겐 서로의 이름을 불러 줄 친구가 필요하다
민수는 공부 외에 세상사나 친구들 일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영재반 입성을 결정짓는 학원의 레벨 테스트 결과만이 유일한 관심사다. 그런 민수의 평온한 일상을 자꾸만 흔드는 녀석이 있다. 같은 반의 문제아로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정진우가 그 주인공이다. 녀석은 입만 열면 귀신 타령을 해서 아이들을 겁주는 것도 모자라 벽을 보고 서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죽은 고양이 시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온갖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다.
민수는 녀석이 반 분위기를 흐리며 자기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못마땅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며 진우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자꾸만 진우에게 눈길이 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아서 늘 혼자인 진우가,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섬처럼 아이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홀로 있는 자신과 어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수는 반 아이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고는 진우에게 뒤집어씌우며 빠져나가는 모습에 찝찝함을 느끼지만 괜히 얽히고 싶지 않아서 편들기를 포기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죽음과 관련해 진우가 아이들에게 오해를 사고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본 순간, 남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만다. 가슴에 큰 돌덩이를 얹은 듯 무겁기만 했던 민수의 일상 속으로 무서운 소문에 휩싸인 진우가 다가서면서부터, 두 아이는 서로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벗고 비밀을 공유하며 조금씩 진심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다.
두 아이는 딱지치기, 군것질하기, 지옥 탈출 게임 등 평범하고 사소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면서 우정의 참맛을 알아간다. 민수는 진우와 보내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늘 불안하게 했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자기 것이 아니었던 부모의 기대와 목표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공포가 무엇인지 그 실체를 비로소 깨닫는다.
민수는 부모가 정해 놓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업 스트레스에 짓눌려 지내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혼란을 느꼈다. 조손 가정인 진우는 친구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고무 딱지 묶음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면서 귀신 소동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아이들이 정말로 무서워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과 지독한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이렇듯 아이들이 자기도 몰랐던 내면의 욕망을 깨닫고 건강하게 자립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또한 연약한 동물을 돌보고, 곤란한 지경에 처한 친구를 돕는 등 두 아이가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내는 모습을 통해 우정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스스로 답을 찾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다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는 ‘귀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찌릿한 긴장감을 주는 한편, 허무맹랑하지 않은 전개를 통해 현실에 밀착한 쫀쫀한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공감도 건네준다. 부모가 정해 준 계획표대로 오늘 대신 내일만을 위한 생활을 하던 민수는 진우와 교감을 나누면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독자들은 세상을 다 안다고 자부하는 어른들이 제시하는 모범 답안을 막연히 좇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민수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서로의 진심을 알아봐 주고,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 또한 넌지시 건네고 있다. 서로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두 아이가 종이가 물기를 흡수하듯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조심스레 우정을 키워 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보여 준다.
특히 놀이기구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상대방의 목소리에만 의지해 술래잡기를 하는 장면은 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해 준다.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구한 뒤 잠시 기대어 있던 두 아이가 무섭고 캄캄하고 외로운 지옥에서 마침내 탈출한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면서 파란 하늘을 함께 바라보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뭉근히 데운다. 우정이 시작되는 기적 같은 순간을 포착한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결코 혼자여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작가의 다정한 목소리가 독자들의 마음에게 올곧게 가닿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글 : 김민정
대학에서 서양화와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무를 보면 발을 딛고 싶고, 별을 보면 돌이라도 던져 보고 싶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모두 잘 쓰고 싶다. 2014년에 동화 《수상한 전학생》으로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지금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동화를 쓰고 있다.
그림 : 이경하
대학에서 섬유미술을 공부하고,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이미지를 상상하고 표현해 내는 일이 즐겁습니다. 그린 책으로 『암행어사를 따라간 복남이』, 『나는 수요일의 소녀입니다』, 『아버지, 계백』,『독립군 소녀 해주』 등이 있습니다
목 차
들통날 거짓말
황당한 비밀
지옥 탈출 놀이
기다려 줘서 고마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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