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팍팍한 현실 속 잊고 있던 ‘정’을 일깨워 준 순수 소년 강찬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은 이제 먼 이야기가 되었다. 이웃끼리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일도,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기다려 주는 일도 잊어버릴 정도로 이웃 간 인심은 팍팍해지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한 아이가 엘리베이터에 붙여 둔 인사 편지에 주민들이 환영 인사로 답장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상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된 것을 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위하는 마음인 ‘정’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강찬들은 때 묻지 않은 ‘정’으로 가득 찬 열두 살 소년이다. 폐지를 주우며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이웃 할머니를 위해 폐지를 모아서 드리고, 경비 아저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친해지고, 무더운 여름날 사람들이 더울까 봐 창밖으로 물을 뿌려 주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순수한 아이. 사람들은 찬들이를 그저 말썽만 피우는 사고뭉치라고 여기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서서히 찬들이의 진가를 알아본다. 이 책은 그동안 잊고 지냈거나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동화이다.
지구를 떠나려는 열두 살 소년의 마음
강찬들은 자신이 지구인이 아니라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왔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 아빠가 돌아가셔서 엄마와 둘이 살고 있지만, 찬들이는 아빠가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라 안드로메다은하에 먼저 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 때문에 찬들이는 늦은 시각까지 집에 혼자 있는 때가 많다. 어두운 밤에 혼자 있을 때면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기도 하고, 방 천장에 붙여 둔 별자리 지도를 보며 안드로메다를 상상한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늘 야단만 맞는 찬들이는 하루빨리 안드로메다로 돌아가고 싶다.
눈을 감고 안드로메다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엄마의 지긋지긋한 잔소리에서 벗어나게 나를 데려가 주세요. 제발! 쫌! 네?’
“강찬들! 엄마 말이 말 같지 않아? 너 태도가 그게 뭐야?”
“몰라. 그냥 텔레파시 보냈어.”
안드로메다는 잔소리도, 일기장도, 문제 풀이도, 숙제도 없는 어린이 세상일 것이다. 나는 반드시 지구별을 떠나야 한다. 꼭! 꼭!
_본문 12~13쪽
열두 살은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밖에서 뛰어노는 것이 더 좋을 나이다. 그리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이성에게 부쩍 관심이 생기지만,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몰라 동성 친구에게 하듯이 심한 장난을 치기도 하는 나이다. 찬들이도 그렇다. 에너지가 넘쳐 나는데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니 엉덩이가 들썩거리기 일쑤다. 전학생에게 똥침 날리기, 짝꿍 나연이 바지에 물통 엎지르기, 집에서 냄비 태우기 등 찬들이가 저지르는 일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말썽으로만 보일 뿐이다. 이유는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결과만 보는 사람들이 미워서 더더욱 찬들이는 지구를 떠나고 싶어 한다.
지구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던 찬들이의 진가가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힘겹게 폐지를 줍고 다니는 이웃 할머니를 돕는 찬들이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화제가 되면서 뉴스에 나오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도 찬들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지만, 찬들이는 ‘착한 어린이’라고 불리는 게 아직 불편하다. 5학년 내내 티격태격하며 지내 온 짝꿍 차나연에게 홧김에 물통을 엎지르고 실수인 척 거짓말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나연이는 내게 먼저 사과를 했다.
‘너, 우리 반 게시판에다 별자리 붙여 주면 안 돼? 설명도 넣고.’
나연이도 나처럼 거울을 보며 연습했을까? 기분 좋게 사과하는 법을 나연이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천체 망원경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래, 별자리 지도를 만들자! 그러면 나연이에게 사과하는 셈이야.’
_본문 88쪽
찬들이는 나연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공개 수업 때 별자리를 주제로 발표하게 된다. 사람들이 점차 찬들이의 진심을 알아봐 주자 찬들이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안드로메다가 아니라 이 지구별이라는 것을. 철들고 성장해 가는 찬들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독자들은 마음속으로 찬들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역할극으로 만나 보는 ‘지구별 소년’
작가는 ‘6학년도 4학년도 아닌, 조금은 어른스럽고 아직은 어린’ 5학년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장난도 치고, 엄마에게 혼도 나고, 동네 곳곳을 누비는 열두 살 소년은 현실 속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의 어린 시절과 자녀들의 열두 살 때 모습을 진솔하게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과 뮤지컬 대본을 쓰는 희곡 작가답게, 대한민국 평범한 초등학생의 모습을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고 나서 연극으로 꾸며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장난기 많은 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들, 혹은 자기도 모르게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과 친구 역할을 맡아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찬들이와 찬들이 엄마 역할을 수행해 보아도 좋다.
작가 소개
글 : 양수근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전경이야기」가 당선되며 등단하고, 연극 『홀인원』, 『등대』, 『오월의 석류』, 뮤지컬 『매직릴리』 등의 희곡을 쓰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세 아이의 아빠이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 첫 창작동화 『지구별 소년』을 썼다.
그림 : 국민지
1992년 전주에서 태어났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도 즐겁다』, 『이웃집 통구』, 『어느 날 그 애가』, 『햇빛마을 아파트 동물원』, 『우리들의 빛나는』, 『담임 선생님은 AI』 등에 그림을 그렸다.
목 차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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