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느낌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시
시인은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사람이고, 스쳐 지나는 사소한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입니다. 이영애 시인은 우리가 흔히 보는 사물을 시어로 되살려 새롭게 사물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미지가 살아 있는 동시, 어린이들의 삶이 녹아 있는 동시,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들을 묶어 우리에게 고운 선물을 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이미지 시들이 돋보입니다. 사물의 특성을 붙잡아 쓴 이미지 시들은 마음에 그림이 그려지며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꿀벌 이미지를 끌어와 달고나 할아버지 앞에 앉은 아이들을 그린 동시를 읽으며 독자들은 웃음 짓게 됩니다. 절 처마에 걸려 흔들리는 물고기 풍경을 그린 「풍경」은 의인화와 익살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싱그러운 감동을 전합니다. 나아가 이영애 시인의 이미지 시들은 사물의 이미지들 속에 따스한 삶의 모습까지 담아 정서를 따스하고 넉넉하게 가꾸어 주고 있습니다. 「낙엽」에서 갈비뼈에 실핏줄까지 다 보여 주는, 누추하지만 거짓 없는 사람에 대해 말하며 그런 이들에게 따스한 애정을 보냅니다. 장대비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물꽃다발을 연상하고 소통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솔직한 아이들의 모습과 사회 비판을 담은 시
어린이들의 삶에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 스트레스, 바쁘게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동시집 『스마트폰이 심장을 갖는다면』은 그런 어린이들의 속마음을 잘 그려 담아 시원하게 풀어 주기도 하고, 아이다운 의지와 꿈도 귀엽고 정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표제작은 스마트폰에 매몰되어 있는 아이들의 현실을 돌아보며 사람 사이의 소통을 희망하는 작품입니다. 「길웅덩이 노래」는 일상의 틀에 박혀 지내기 싫은 아이들의 자유 의지를 포트홀에 빗대어 그리고 있는데, 래퍼가 쏟아내는 랩이 떠올라 슬쩍 랩을 하듯 시를 읽게 됩니다.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전철의 칸과 칸을 잇는 연결 고리로 빗댄 시 「연결 고리」도 재미있습니다. 「강낭콩」에서는 허리가 꺾였으면서도 너끈하게 꽃을 피운 강낭콩에 자라나는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을 얼비추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일상에서 나아가 우리 사회의 면면을 비추는 시들도 있습니다. 「은어 축제」는 사람들에게는 축제일 수 있지만 은어에게는 떼죽음의 날임을 말하며 다른 생명에 대한 뒤집어 생각하기로 이끕니다. 그 외에도 꽃무늬 옷 뒤에 숨어 얽힌 실밥들에서 힘든 노동을 깨닫게도 하는 「뒷자리」, 한 번도 다른 이를 강압하지 않고 사는 삶을 떠올리게 하는 「세수 비누」 동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치약 이야기에 삶과 죽음,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치약」은 오랜 울림을 남깁니다.
어린이와 함께 보는 시 해설을 담다
열린어린이 동시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삶과 함께하며 따뜻하고 너른 눈으로 어린이들의 삶과 꿈을 담습니다.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내면을 껴안고 어린이들의 넘치는 상상력을 북돋우는 어린이문학으로서 동시들을 담으려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껴안고 삶을 껴안는 동시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들이 즐거이 감상하는 동시집, 시문학으로 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동시집, 시 감상의 길을 열어 주는 동시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스마트폰이 심장을 갖는다면』은 어린이들의 삶과 유희, 사물을 남과 다르게 인식하는 상상력, 이웃과 함께 사는 현실을 진정성 있게 담은 동시집으로, 열린어린이 동시집 여덟 번째 권입니다.
지금까지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동시집 안에 아이들이 읽기 어려운 해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열린어린이 동시집은 ‘어린이와 함께 보는 시 해설’로 어른만이 아니라 동시의 중심 독자인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 해설을 실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부담 없이 해설을 읽으며 시 감상의 힘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열린어린이 동시집이 동시를 시문학으로 온전히 감상하는 즐거운 동시집, 진정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영애
2010년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서 추천을 받고 등단했습니다. 출판놀이 ‘주머니 속 동시집’ 원고 공모에 당선되어 동시집 『도시 애벌레』를 펴냈습니다. 즐거이 동시를 쓰며 어린이들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습니다.
그림 : 김영민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동시를 읽으니 피식 웃음이 나고 밋밋했던 일상이 풋풋해졌습니다. ‘실룩샐룩 꿀벌 엉덩이’ 덕분에 어렸을 적 내 모습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시가 주는 힘인가 봅니다. 최근에 창작동화 『돼지는 잘못이 없어요』 『미확인 바이러스』와 동시집 『도시 애벌레』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시인의 말
제1부 꿀벌 엉덩이
꿀벌 엉덩이/ 회오리바람/ 초승달/ 분수/ 낙엽/ 해넘이/ 장대비/ 광역전철노선도/ 얼굴 꽃/ 드라큘라/ 군침/ 일기 예보/ 풍경
제2부 연결 고리
빨래 동산/ 스마트폰이 심장을 갖는다면/ 한옥/ 소원나무/ 길웅덩이 노래/ 연결 고리/ 코피/ 형/ 강낭콩/ 벽을 넘어/ 밥상/ 슬쩍/ 할머니
제3부 숲속 자명종
가위바위보/ 신주머니/ 솔방울/ 알 수 없어/ 물기차/ 이 빠졌다/ 목욕 놀이/ 고칠까 말까/
신길역 까치/ 물웅덩이/ 숲속 자명종/ 상상/ 건들지 마/ 식구
제4부 빈자리
빈자리/ 길고양이/ 신호등/ 광고 메일/ 은어 축제/ 왔다갔다 호랑이/ 세수 비누/ 치약/ 뒷자리/ 절름발이 어미 개/ 못 잊어/ 한강 세탁소/ 아버지와 아들/ 서양 등골나무
어린이와 함께 읽는 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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