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변신 이야기의 매력
학교 밴드부 소속에 바닥을 기는 성적을 자랑하는 말썽꾸러기 고등학생 남자아이와 모범생 새침데기 여자아이가 몸이 바뀌는 한국 영화 ‘체인지’를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뿐 아니라 수많은 영화, 만화, 소설 등에서 주인공들이 역할 바꾸기(또는 몸 바꾸기)를 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그럼 왜 이렇게 ‘바뀌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내가 나인 것』의 작가 야마나카 히사시 말에 따르면 예부터 사람들은 변신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왔다고 한다.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나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착한 영혼과 악한 영혼이, 귀한 존재와 천한 존재가 바뀌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자기 성숙에 이른 것을 깨닫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도 있다. 물론 사람이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소가 되는 『변신 이야기』는 신을 조롱하고, 로마 건국의 당위성을 주장하려 했던 신화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파악하는 행위는 바뀌지 않았을 때보다 바뀌었을 때 더욱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야마나카 히사시 역시 변신 이야기를 한번쯤 시도해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한창 몸의 변화를 신기해할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서로 바뀌는 경우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가 바로 『내가 그 녀석이고 그 녀석이 나이고』이다. 이 작품은 영화 ‘체인지’의 원작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와 인식
서로 몸이 바뀐 두 아이는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키고, 서로 충돌하고 싸운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성적 차이를 극명하게 체험하면서 언어적, 신체적 차이에 대해 차츰 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둘은 원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자기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둘은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서로 물으면 원래 자기 모습인 남자와 여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또 처음에는 서로의 운명을 바꿔 버린 상대를 미워하다가 차츰 상대의 입장에서 살아가다 보니 상대의 장점을 파악하게 되고 좋아하게 된다. 가즈오는 속상해하는 가즈미를 안쓰러워하고 살펴주고 싶어하며, 가즈미는 가즈오가 동네에서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정이 많은 아이라는 걸 서서히 알게 된다.
야마나카 히사시는 좀 요란하고 정신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때로는 좀 과격하다 싶을 만큼 묘사도 거칠고, 좀 과하다 싶은 에피소드들이 좌충우돌한다. 성희롱 문제, 쉽게 뺨을 때리는 행위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 우리 아동문학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은 문제들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양념으로 치면 톡 쏘고, 맵고 강한 맛이랄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아이들이 진정한 자기 본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게끔 만든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나와 다른 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들고, 상대에게 비춰진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야마나카 히사시
1931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와세대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내가 나인 것』으로 일본 현대 아동청소년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밖에 대표적인 작품으로 『내가 그녀석이고 그녀석이 나이고』, 『모두가 고릴라』, 『이 배는 지옥행』 등이 있다. 야마나카 히사시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제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야기의 재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배는 지옥행』은 작가의 동화 철학이 가장 잘 구현된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림 : 정지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대학에서 만화 예술을 공부했고,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림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나는야, 늙은 5학년』 『부슬비 내리던 장날』 등이 있고, 글과 그림을 함께한 책으로 『다 내 거야!』가 있습니다.
옮긴이 : 이경옥
부산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덴리 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공부했다. 한일 아동문학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일본 어린이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일을 한다. 옮긴 책으로 《화성에 간 내 동생》,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내가 그 녀석이고 그 녀석이 나이고》, 《불균형》, 《스티커별》 등이 있다.
목 차
나는 그 녀석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 녀석의 침대에서
내 걸 마음대로 만지지 마
그 녀석이 자살하겠다고 협박했다
내가 날자 교장 선생님도 날았다
그 녀석이 내 가슴을 잡았다
우리 엄마는 마귀할멈
그 녀석 대신에 비키니를 입었다
내가 모르는 내 남자 친구가 온다
우리가 되돌아갈 수 없는 까닭
내가 죽인 할머니의 법회
내가 나라면 그 녀석은 그 녀석으로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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