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남의 이야기나 읽는 대신 끝내주는 모험을 펼칠 텐데.”
그 끔찍한 ‘방학 도서 목록’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야 하는 말썽꾸러기 데릭은 그림으로 독후감 쓰는 법을 터득하여 겨우겨우 지루한 방학을 버티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락방에서 발견한 신문 기사를 실마리 삼아 10년 전 사망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어릴 적 자신을 돌보던 베이비시터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악동 데릭이 ‘이야기의 힘’을 깨달으며 한 걸음 성장해 가는 이야기.
“이 책은 읽기 싫어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가 아닌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외쳐 봤음직한 소리, 또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소리이지 싶다. 이 이야기는 책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열두 살 데릭의 외침으로 시작된다. 데릭은 ‘책을 꺼리는 아이’로 낙인찍힌 뒤,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집중 관리를 당하게 된다. 이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쓴 악마’들이 ‘독서 지진아’ 데릭을 위해 개발해 낸 새로운 독서법은 모르는 단어를 적어 넣은 단어장을 만드는 것. 그러나 데릭에게는 지긋지긋한 숙제가 또 하나 늘어난 것뿐이다. 데릭은 이 숙제를 어떻게든 해 볼 만한 일로 바꾸어 보려고 단어의 뜻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그림 단어장’을 만들기로 한다. 데릭의 아빠는 일러스트레이터인데다 데릭 스스로도 그림에 취미가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데릭의 고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택배 트럭을 물 풍선으로 공격하거나, 이웃집 우체통에 벌레를 집어넣거나, 아보카도 폭탄으로 전쟁놀이를 하며 보내야 할 여름 방학에 책을 자그마치 세 권이나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부모님은 학습 부진이 의심되는 아들을 마냥 놀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다며, 결국 데릭을 여름 방학 동안 학습 캠프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림이 없으면 책이 재미가 없지.”
다행히 데릭은 학습 캠프에서 “그림이 없으면 책이 재미가 없지.”라고 말할 줄 아는 마고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마고 선생님은 데릭이 만든 그림 단어장을 보면서 데릭의 상상력을 칭찬하고, 책과 친해지는 법을 알려 준다. 바로 책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영화처럼 상상하며 읽어 내려가는 것.
데릭은 모처럼 책을 읽어 볼 마음을 먹게 되고, 그림 단어장 만드는 일에도 순수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빠의 한마디가 그런 데릭의 마음에 재를 뿌린다. “단어장을 새 단어로 채우고 싶어서라도 숙제로 나온 책 읽기를 얼른 하고 싶겠구나.” 데릭은 그 순간 자신의 그림 단어장이 ‘공부로 오염되고 말았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장난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아이들의 이런 청개구리 같은 심사를 부추기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너무도 잘 포착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의 작가도 사내아이를 둔 엄마인 만큼 아이에게 ‘좋은’ 책을 ‘많이’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여느 부모 못지않을 것이다(작가로서도 마찬가지일 테고). 하지만 부모들이 흔히 하는 ‘실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순간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 내는 솜씨가 그러한 교육적 의도마저 넘어서게 만든다. 이를테면 데릭에게는 형제나 다름없는 개 보디가 아픈 와중에도 데릭의 아빠는 “인간의 1년은 개한테 7년과 같아. 맞지? 그러니까 7 곱하기 13은…….” 하고 아들의 대답을 기다린다. 아이들로 하여금 데릭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데릭과 함께 다음 장난을 공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알고 보니 내 이야기도 어지간한 소설 못지않잖아!”
이 이야기를 이루는 한 축이 책에 진저리를 치는 데릭이 책(또는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또 다른 축은 10년 전 어느 휴양지에서 죽은 한 소녀를 둘러싼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이다. 이 두 축이 결국은 이야기의 효용성이라는 한 점에서 만나는 것도 자못 흥미롭다.
데릭은 종일 책을 들고 쫓아다니는 엄마를 피해 다락에 숨었다가 ‘해변에서 이 지역 소녀로 보이는 시신 발견!’이라는 머리기사가 박힌 신문을 발견하게 된다. 마서스비니어드라는 낯선 섬에서 발행한, 그것도 10년도 더 지난 신문이 왜 우리 집 다락에? 신문 기사에 대해 모르쇠 하는 엄마의 태도는 데릭의 의문을 더욱 증폭시킨다. 데릭은 인터넷을 뒤져 소녀 이름이 수전 제임스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마침 사건 현장인 마서스비니어드로 떠난다는 친구 매트네 휴가에 따라붙으려고 집안일까지 거든다. 하지만 엄마의 방해로 그 계획마저 좌절되자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서는 접시 안테나를 표적 삼아 공을 던진다! 이 기술은 데릭이 3학년 때 처음 시도한 것으로 엄마 아빠를 설득(?)하는데 무척 효과적이다.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엄마는 데릭과 팽팽한 접전 끝에 사실을 털어놓고 만다. 10년 전 마서스비니어드에서 휴가를 보낼 때, 수전 제임스라는 여대생에게 2살 난 데릭을 몇 시간 맡겼다고. 수전 제임스는 데릭을 바닷가로 데리고 나갔다가-데릭 부모님이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음에도-역조에 휩쓸린 데릭을 구하고 물에 빠져 죽었다고.
내막을 알고 난 뒤 데릭은 큰 괴로움에 휩싸인다. 아무리 악동이지만 누군가 자기를 구하려다 죽었다는 사실이 마음 편할 리 없다. 그리고 마서스비니어드로 가서 수전 제임스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마서스비니어드에 가기 위한 데릭의 잔꾀는 과연 통할 것인지? 마서스비니어드에서 데릭이 마주한 진실은 무엇인지? 작가는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 간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릭이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누구나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책(또는 이야기)의 가치와 효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 2013년에 출간된 《악동 데릭의 기막힌 여름 방학》의 내용을 다듬고 제목을 바꾸어 다시 펴냈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재닛 타시지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린이.청소년 소설가 중 한 명이자, 일주일에 책을 서너 권씩 읽어 치우는 책벌레이기도 합니다. 처음 쓴 소설 《트루디 쇼》가 디즈니 채널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을 비롯해 악동 데릭이 등장하는 〈내 인생〉 시리즈는 벌써 8권째 작품이 출간되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교실에 사는 햄스터 아인슈타인〉 시리즈, 〈스티커 걸〉 시리즈, 〈사설탐정 마티 프라이〉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림 : 윤태규
대학에서 광고를 공부한 뒤 지금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책 《소중한 하루》를 쓰고 그렸으며, 동화 《고양이 카페》, 《신호등 특공대》, 《한밤중 달빛 식당》,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 《화장실 귀》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긴이 : 김현수
고려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라디오 작가로 일하기도 했으며,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피터 래빗의 정원》, 《미라클 모닝》, 《아이는 책임감을 어떻게 배우나》, 《혼자라도 괜찮아》, 《엘리엇의 펫》 등이 있습니다.
목 차
고문은 학교에서도 계속된다
쇼핑몰에선 007 놀이를
내가 아기야? 베이비시터라니!
드디어 해방이다!
아보카도 폭탄으로 전쟁놀이를
불쌍한 우리 아빠
진실을 말해 주세요!
잊기 위한 몸부림
어른들은 왜 애들이 노는 꼴을 못 보지?
또 베이비시터를 죽이긴 싫어!
나를 도우려고 하지 마세요, 제발!
상상력을 발휘해 봐
매트마저 떠나다
수전의 홈페이지를 찾아내다
단어장 따윈 이제 됐어!
범생이 칼리에게 무릎을 꿇다
여름 방학이 뭐 이래!
입이 방정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선생님, 여기서 뭐 하세요?
원숭이도 한다면 한다
아기 짓도 가끔은 할 만해
드디어 마서스비니어드로!
말문이 막히다
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
수전네 집으로
마지막 의식을 치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나와 매트, 그리고 칼리
학습 캠프여, 안녕!
이 여름이 영원하기를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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